제 632화
632. 실종 7
최성현 경위가 운전했던 앞차는 아파트 가로수를 들이받은 탓에 보닛에서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 차도 안전하진 않았기에 먼저 운전석으로 몸을 기울여 박동준 반장의 꽉 낀 안전벨트부터 풀었다.
달칵.
비틀려 있던 후크가 고리에서 빠져나오며 안전벨트가 풀린다.
박동준 반장은 당장이라도 이수연을 구하려고 했지만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일단 차에서 끌어내 놓고 앞차로 가야 하나 고민하려는 찰나 박동준 반장이 다급하게 외친다.
“정 실장님! 전 괜찮으니까 우리 수연이 좀 먼저 구해주세요! 저기 불이요 불!”
박동준 반장의 말이 맞았다.
“알겠습니다. 수연 씨는 제가 구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반장님도 빨리 탈출하세요! 이 차도 안전하진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난 박동준 반장을 둔 채 곧장 조수석의 손잡이를 당겼다.
그런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연식이 오래된 옛날 차인 데다 강하게 충돌한 탓에 차체가 비틀린 모양이다.
달칵달칵.
손잡이가 헛돈다.
난 그 즉시 몸을 동그랗게 만 후 두 발로 힘을 모아 조수석의 문을 찼다.
쾅!
조수석의 문이 고작 30cm 정도만 벌어졌다.
아직 충격의 여파가 남아 있어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은 까닭이다.
한 번 더 찰까 하는 순간 앞차의 보닛에서 연기가 더욱 짙게 나오는 게 보인다.
늦으면 이수연과 이준성이 위험했기에 난 곧장 열린 틈을 비집고 나왔다.
턱.
차 밖으로 나왔다.
비틀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며 앞차로 향했다.
이수연이 탄 차의 보닛에서 연기가 점점 더 심하게 올라온다.
이럴 때 폭우라도 내려주면 좋겠건만 이슬비는 점점 더 약해지고 있었다.
난 하늘을 향해 속으로 있는 욕과 없는 욕을 다 해가며 앞차의 조수석까지 비틀거리며 뛰어갔다.
조수석 앞에 선 나는 힘을 줘서 문을 열었다.
끼이익.
이수연이 타고 있는 차도 문이 좀 뒤틀려 있어 여는 데 꽤 힘이 든다.
그때 보닛 쪽에서 올라온 매캐한 연기가 코끝을 찔렀다.
“크흡.”
순간적으로 숨이 턱하고 막히며 손아귀에 힘이 풀렸지만 이를 악물고 문을 당겼다.
덜컹.
문이 열리자마자 축 늘어진 이수연의 이름을 부르며 안전벨트를 풀었다.
“수연 씨! 수연 씨!”
달칵.
안전벨트가 풀렸지만 이수연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결국 난 그녀의 겨드랑이 쪽으로 양손을 넣어 차에서 끌어냈다.
그런데 그때였다.
화악~
연기가 올라오던 앞차의 보닛에서 불길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박동준 반장이 타고 있는 차량 보닛에서도 연기와 동시에 불길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반장님! 빠져나오세요!!”
아직 차 안에 있던 박동준 반장이 큰 소리로 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니 어서 아이부터 구하세요!”
그런데 내 목소리가 컸는지 이수연이 정신을 차렸다.
“어? 누구······세요?”
“수연 씨. 저 대본 리딩 현장에서 인사한 정 실장입니다. 기억나시죠?”
“아 예. 그런데 어떻게 여기에?”
“나중에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난 그녀를 조금 더 멀리 끌어다 놓은 뒤 다시금 이준성이 탄 앞차로 달려갔다.
달칵.
다행히 이준성이 탄 자리의 문은 문제가 없이 바로 열렸다.
안전벨트를 풀고 이준성을 끄집어내는데 얼마나 제대로 먹지를 못했는지 품에 안은 작은 몸이 너무도 가볍다.
하여간 이번 일이 끝나면 최태용 원장 그 양반은 절대 가만두지 않아야 했다.
어쨌건 이준성까지 구해 나오는 데 성공했다.
난 앞차에서 5m 정도 떨어져 있는 이수연의 곁에다 이준성을 데려다 놓았다.
그때였다.
앞차 보닛에서 일어난 불길이 거세게 치솟기 시작하더니 조수석을 감싸버렸다.
조금만 늦었더라도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간담이 서늘해지고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하지만 안심할 순 없었다.
아직도 박동준 반장이 못 빠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운전석 문이 고장 났는지 낑낑대는 게 보인다.
그때 내 곁에 있던 이수연이 바닥을 엉금엉금 기며 박동준 반장의 차로 가려고 한다.
“아저씨······ 우리 아저씨······ 구해야 하는데······.”
이수연은 아직 정신이 없는데도 박동준 반장을 구하겠다고 난리다.
“수연 씨는 옆에 준성이나 좀 챙겨 주세요. 반장님은 제가 구해 올게요!”
난 그 말을 마치고 불길이 치솟기 시작한 박동준의 차량으로 향했다.
화르륵.
박동준의 차에서도 불길이 크게 치솟아 오른다.
연기가 자욱해지며 시야가 흐려졌다.
“반장님~~”
박동준 반장을 부른 순간 차 안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려온다.
“오지 마세요! 위험합니다!”
난 박동준 반장의 말을 무시하고선 그를 어떻게 빼낼지를 살폈다.
반쯤 열린 조수석 쪽으로는 불길이 넘실거려 들어갈 수가 없다.
난 그 즉시 운전석 쪽으로 돌아간 다음 큰 소리로 외쳤다.
“고개 돌리세요 반장님!”
“예?”
“고개 돌려요! 창문 부술 겁니다!”
박동준 반장이 즉시 고개를 돌린다.
난 손이 다치지 않게 우의를 벗어 주먹에 감쌌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유리창으로 주먹을 뻗었다.
콰직.
운전석 유리창이 부서져 내렸다.
보닛에서 발생한 불이 만들어 낸 복사열 때문에 얼굴이 따끔거린다.
하지만 난 꾹 참은 채 우의를 감은 손을 이용해 운전석 창문틀에 남은 유리를 빠르게 제거했다.
그러고는 운전석 창문턱에 우의를 걸친 다음 운전석 안으로 상체를 집어넣었다.
“반장님! 손 뻗어서 제 목 잡으세요.”
박동준 반장이 손을 뻗어 내 목을 잡는다.
난 즉시 목과 허리의 힘을 이용해 박동준 반장을 창문 쪽으로 끌어냈다.
찌직.
창문턱에 걸린 옷이 찢기는 소리가 났지만 박동준 반장을 큰 부상 없이 밖으로 끌어낼 수 있었다.
이후 난 여전히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박동준 반장의 겨드랑이 아래로 손을 넣은 다음 차에서 멀찍이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대략 3m 정도 떨어진 순간 차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펑펑.
그와 동시에 차량 2대에서 불길이 거세게 올라오며 뜨거운 열기가 우릴 덮쳤다.
다행히 온몸이 비에 젖었기에 화상을 입진 않았다.
“헉헉헉.”
난 숨이 턱까지 차오른 채 차에서 멀리 떨어졌다.
그러고는 박동준 반장과 함께 차가운 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그 순간 빗방울이 점점 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한다.
후두두둑.
이슬비가 다시금 장대비로 변하고 있다.
이럴 거면 진즉에 좀 내리든지.
난 있는 힘을 다해 하늘을 향해 주먹 감자를 날리며 분풀이를 한 뒤 바닥에 누워 천천히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뒤늦게 몰려든 사람들이 놀란 목소리로 외쳐 댄다.
-자기! 119에 신고부터 해!
-경비실에 소화기가 있을걸. 어서 소화기부터 찾아보자고!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으니 이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때였다.
내가 끌어낸 박동준 반장은 자기 몸도 돌보지 않고선 무릎을 대고 기더니 2m 정도 떨어진 이수연에게 다가갔다.
“수연아. 괜찮아? 다친 데 없어?”
이수연이 눈물을 흘리며 발끈한다.
“지금 나 신경 쓸 때예요? 어디 봐요. 아니 아저씨는 어딜 어떻게 다쳤길래 몸도 가누질 못해요?”
정신을 차린 이수연이 다그치듯 박동준 반장의 다리를 만진다.
“난 괜찮아. 좀 놀라서 그런 거야.”
박동준 반장은 낑낑대며 발목을 까닥여 보여준다.
“자. 괜찮다니까? 그나저나 넌 괜찮니? 다친 데 없어?”
박동준 반장이 그 와중에도 이수연을 이리저리 살핀다.
그 순간 이수연이 큰 소리로 외친다.
“아뇨 안 괜찮아요! 다들 날 떠나갔는데······ 아빠······마저 없으면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그랬어요 네?”
순간 박동준 반장이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수연아. 너 지금······ 뭐라고 했니? 너 지금 나한테······ 아빠라고······ 했어?”
이수연이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한다.
“맞아요. 아저씨가 내 아빠니까 다시는 이 세상에 나 혼자 둘 생각하지 마요. 아빠마저 없으면 난 진짜······ 어흑.”
그와 동시에 이수연이 박동준 반장을 격렬하게 껴안았다.
어린 시절 자신을 구해 준 경찰 아저씨 품에 안겼던 그때로 돌아간 듯 말이다.
그러자 박동준 반장 역시도 이수연을 껴안은 채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 그럴게. 절대로 안 다칠게 우리 딸······.”
20년 전 그 사건 이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온 두 사람은 서로를 부녀 사이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잠시 후.
겨우 정신을 차린 이수연이 묻는다.
“근데 아빠. 성현 씨는 왜 도망갔어요? 성현 씨가 자신을 노리는 나쁜 놈이 우리까지 노린다면서 급히 피신해야 한다고 해서 나왔는데······.”
“믿기진 않겠지만 최 경위가 저기 준성이를 유괴했다. 그리고 너한테도 해코지하려고 한 거 같다. 면목이 없구나. 내가 너한테 그런 놈을 소개해 줬으니······.”
이수연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하긴 믿기 힘들기도 하겠지.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자세한 건 나중에 이야기해 줄게. 그래도 한 가지만 기억하고 있으면 돼. 아빠는······ 언제나 널 지킬 거라는 거. 나 믿지? 수연아?”
잠시 혼란스러워하던 이수연의 눈동자에 초점이 잡히기 시작했다.
“전 아빠 믿어요. 내가 아빠 말을 안 믿으면 누굴 믿겠어요.”
“고맙다.”
박동준 반장은 이수연을 도닥여 진정시켰다.
그때 조금 전 차량을 뺏긴 남자가 우리에게 다가온다.
60대로 보이는 남자의 옷에는 흙이 묻어 있다.
“박 반장. 다친 데는 없나?”
“아 정 교수님. 교수님이야말로 괜찮으십니까?”
정윤환이라는 교수가 엉덩이를 만지며 웃는다.
그는 박동준 반장의 옆집에 사는 이웃사촌이라고 한다.
“끄응. 난 괜찮네. 그보다 최 경위가······ 대체 왜 저러는가? 그동안 봐 왔지만 저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교수라서 그런지 차를 뺏겼는데도 점잖게 말을 한다.
“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보다 먼저 정 교수님 차량 번호 좀 알려주시겠습니까? 도난 차량으로 신고하셔야죠.”
“알았네. 내 차 번호는 23바 37XX 일세.”
“감사합니다.”
박동준 반장이 곧장 경찰서에다가 전화한다.
“어 난데. 최성현 경위가 23바 37XX 흰색 제네X스를 훔쳐 타고 도주 중이니까 애들 풀어서 막아! 그리고 우리 아파트에서 내가 차로 최성현 그놈 차를 들이받았어. 차량 2대가 지금 불에 타서 작동 불능이니까 뒤처리해줄 애들이랑 119구급차도 보내줘.”
지시를 내린 박동준 반장이 전화를 끊었다.
“교수님도 잠시 후에 오는 119구급차 타고 병원으로 가시죠. 우리 수연이와 준성이랑 같이요.”
“알겠네.”
그러는 사이 이수연의 품에 안겨 있던 이준성이 정신을 차린다.
“으······으······.”
아이가 눈을 뜨자 박동준 반장이 조심스레 말을 건다.
“니가 준성이구나. 괜찮니?”
이준성이 고개를 끄덕인 뒤 두리번거린다.
“예. 근데······ 아까 그 경찰 아저씨는 어디 갔어요? 우리 아빠한테 데려다준다고 했는데요?”
올해 7살인 이준성은 최성현 경위가 옷도 새것으로 바꿔 입혀주고 아파트에서 잠도 재워준 터라 자신이 유괴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 순간 실종과 유괴 사건 처리에 경험 많은 박동준 반장이 아이가 유괴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게 바꾸어 말한다.
“아~. 그 아저씨가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갔어. 그니까 우리 준성이도 병원 갔다가 아빠 만나러 가자?”
박동준 반장이 경찰 복장인 터라 이준성이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네~”
박동준 반장은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날 가리키며 말한다.
“아 그리고 이쪽이 우리 준성이의 개인 후원자이셔.”
그 순간 이준성이 내 쪽을 보더니 벌떡 일어나 90도로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후원자님! 후원자님 덕분에 오늘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이답지 않게 틀에 박힌 대답을 한다.
이건 안락 보육원의 최태용 원장이 후원자들을 만날 때 인사를 똑바로 하라며 세뇌(?)한 게 틀림없다.
인사를 받는 후원자들이 기뻐해야지 더 많은 후원금을 줄 테니까 말이다.
한창 씩씩하게 자라야 할 아이를 후원금을 구걸하는 아이로 키우는 건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짓이었다.
최성현 경위 사건을 처리하고 나면 반드시 최태용 보육원장을 단죄해야 속이 풀릴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 앞이었기에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른 채 애써 미소를 지었다.
아이는 죄가 없으니까.
“그래. 우리 준성이. 씩씩해서 보기 좋네. 그런데 아까 그 아저씨 말고 내가 아빠 만나게 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알았지?”
“진짜요?”
“그래. 아저씨 돈 많고 아는 사람도 많아. 진성이 아빠랑 앞으로 같이 살 수 있도록 해줄게.”
7살짜리 아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말했다.
이준성의 얼굴이 그 어떤 때보다 활짝 펴지기 시작했다.
“우와~ 감사합니다!”
그때 소화기를 들고 온 사람들이 차에 붙은 불을 끄기 시작한다.
치익~ 치익~
게다가 다시금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 터라 보닛에서 올라오던 불이 빠르게 진화되고 있었다.
그제야 난 안심하고 에브리데이를 확인했다.
[에브리데이 V12.2]
[날짜 : 2025년 12월 24일]
-PM 07:00 <일정 삭제>
(삭제된 일정: 안정해 감독. <실종2 – 그날의 이야기> 박스오피스 1200만 명.)
드디어 ‘과천 연쇄 아동 실종 사건’을 막았다.
그렇다면 이제 도망간 최성현 경위를 잡을 차례였다.
놈을 놓친다면 또다시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을 테니까.
그 순간 전화가 걸려온다.
[발신자 : 이수찬]
이수찬은 현재 이호재와 연락을 주고받은 뒤 날 따라오기로 했었다.
급히 전화를 받아 보니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형님! 그놈······ 다른 차를 타고 도주하고 있는데 맞습니까? 23바 37XX 흰색 제네X스요.
“어. 맞아.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호재가 연락을 해 왔습니다.
“호재가?”
-예. 호재가 저희 쪽으로 오다가 발견해서 흥신소 직원들이랑 같이 뒤를 쫓고 있습니다. 지금 인덕원 쪽으로 빠져 나간다네요.
최성현 경위가 흥신소 직원을 납치했던 까닭에 그 동료들이 눈이 빨개져서 뒤를 쫓고 있단다.
그리고 지금은 과천에서 가장 가까운 안양 쪽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운이 좋았다.
난 즉시 박동준 반장에게 최성현 경위의 위치를 알렸다.
박동준 반장은 그대로 경찰에 전화를 걸더니 현재 위치를 전해 주기 시작했다.
잠시 후.
소방차와 119구급차가 도착한다.
박동준 반장이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수연아. 준성이 좀 부탁할게.”
“아빠. 그 몸을 하고 또 가려고요?”
“그래. 그리고 미안한데······ 이 일은 내가 마무리 지을 수 있게 해주면 안 될까?”
이수연이 잠시 박동준 반장을 빤히 쳐다보다 한숨을 내쉰다.
“하긴 그래야 우리 아빠지. 근데······ 다치지는 말아요.”
“알았다. 그리고 내가 미안하다.”
이수연이 고개를 젓는다.
“아빠가 뭐가 미안해요? 그 사람이 잘못이지.”
박동준 반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고 답한다.
그때였다.
끼이이익.
이수찬의 벤츠 승용차가 경찰차보다 먼저 도착했다.
“형님! 타세요.”
“어 수찬아.”
우린 이수연과 이준성이 구급차에 타는 것만 보고 이수찬의 차를 타고선 최성현 경위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 * *
안양으로 진입한 최성현 경위는 인덕원 거리에서 방향을 틀어 성남시로 향했다.
그러다 결국 성남시 운중동의 산골짜기로 향하더니 오래 방치된 폐가로 들어갔다고 한다.
이호재와 흥신소 일행들은 최성현 경위가 빠져나갈 길이 없다는 걸 확인한 다음 멀찍이 차를 대고 감시 중이었다.
이내 우리도 비포장도로를 타고 산을 올라서 폐가 앞 공터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차량 여섯 대 안에서 이호재와 흥신소 직원들이 모조리 폐가를 감시하고 있었다.
우릴 발견한 이호재는 차에서 내린 뒤 고개를 숙이고 다가왔다.
“형님. 시키신 대로 접근하진 않았습니다.”
최성현 경위가 총을 갖고 있다고 했었기에 이호재와 일행들은 폐가 안으로 들어가진 않았다고 한다.
“잘했어.”
“근데 왜 여기로 왔을까요? 빠져나갈 곳이 아무리 봐도 없는데요?”
확실히 이호재의 말대로 폐가 뒤로는 작은 오솔길만 있었기에 사실상 막다른 곳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꽤 낯이 익다.
비포장도로 양옆으로 빼곡히 서 있는 소나무들.
산 아래의 넓은 저수지.
그리고 그 저수지 옆에 있는 오래된 간판의 오리백숙 집.
또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보이는 오리 농장까지도.
그 순간 여기가 어디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반장님! 여긴······.”
박동준 반장 역시도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차리고 사색이 되었다.
“맞습니다. 여긴······ 20년 전 이태길의 집입니다.”
이곳이 바로 <실종 – 잃어버린 자들>의 무대가 된 이태길의 집이었다.
그때였다.
폐가 안에서 최성현 경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여기 기억나지?
차 소리를 듣고 박동준 반장이 온 걸 알아차린 모양이다.
“그래! 여긴 그 이태길의 집이잖아!”
-이야~ 잊을 줄 알았는데 잘 아네?
“당연히 잘 알지. 그것보단 아직 아무도 다치진 않았으니까 총 내려놓고 자수해! 정상참작 받을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줄게!”
박동준 반장은 이 와중에도 최성현 경위를 설득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최성현 경위가 다시 한번 외친다.
-그럼 내가 왜 여기로 왔는지도 알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 순간
최성현 경위가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로 온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