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28화
628. 실종 3
[에브리데이 V12.2]
[날짜 : 2021년 2월 11일]
[오늘의 운세 :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
170cm 정도의 키에 20대 후반의 선하게 생긴 경찰이 회의실로 들어온 순간 오늘의 운세가 떠올랐다.
보통은 운세와 관련 있는 일이 생기거나 혹은 관련 있는 사람을 만날 때 이렇게 오늘의 운세가 뜬다.
즉 이 운세는 눈앞의 경찰에 관련된 것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면······ 외모와는 달리 착하지 않다는 건가?’
내 눈을 의심할 정도였지만 오늘의 운세 중 두 번째 문구가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에브리데이는 단 한 번도 내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다.
잠시 고민을 했지만 결국 난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못 죽일 것처럼 보이는 20대 후반의 경찰을 경계 대상으로 올렸다.
그런데 그때였다.
내 곁에 앉은 이수연이 반갑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자기야~ 여기~”
20대 후반의 경찰이 수줍게 웃으며 손을 든다.
이수연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바로 이 친구였다.
그 순간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 영화가 성공하면 이수연은 꽤 큰 보상을 받을 텐데 그가 만약 나쁜 인간이라면 이수연이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최성현 경위가 어떤 인물인지 자세히 뒤를 캐봐야 할 것 같다.
그때 안정해 감독이 20대의 젊은 경찰을 자세히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쪽은 박동준 반장의 파트너인 최성현 경위라고 합니다. 경찰 대학 출신으로 범죄 심리학에서 최고 성적을 거둔 인재입니다. 이번에 박 반장님이랑 같이 우리 영화에 자문해 주기로 하셨습니다.”
최성현 경위가 고개를 꾸벅 숙인다.
“안녕하십니까. 과천 경찰서 강력계 1팀 최성현 경위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뭐든 편히 물어봐 주십시오.”
최성현 경위의 인사가 끝나자 박동준 반장이 근엄한 표정으로 배우들에게 말한다.
“경찰 차원에서 최대한 영화 촬영에 협조할 예정입니다. 비록 20년 전 초동 수사에 실패했지만 결국엔 범인을 잡았다는 점이 부각되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앞으로도 저희 경찰은 그 어떤 흉악 범죄라도 해결할 것이며······.”
마치 교장 선생님처럼 말이 길어지자 최성현 경위가 슬쩍 팔을 잡아당긴다.
“반장님. 죄송한데 배우들 연습하는 중이니 이쯤에서 그만하시는 게 어떨까요?”
박동준 반장이 사람 좋게 웃으며 본인의 실수를 인정했다.
“이크. 제가 실수했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전 연습하시는 걸 지켜보다가 자문이 필요할 때가 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박동준 반장이 배우들에게 다시 한번 인사한 뒤 최성현 경위와 함께 내가 앉은 쪽으로 다가온다.
유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수연과 자리를 바꿔준다.
이수연은 살짝 고개를 숙여 목례한 뒤 활짝 웃으며 최성현 경위에게 옆에 앉으라고 손짓한다.
최성현 경위가 이수연의 곁에 앉는다.
“나 일 끝날 때까지만 기다렸으면 좋았을걸. 왜 혼자 가.”
“괜찮아. 그리고 나도 혼자 다녀 버릇해야지.”
“내가 안 괜찮아. 너 혼자 다니면 불안하잖아.”
최성현 경위와 이수연 간에 꿀이 떨어질 듯 달달한 눈빛이 오간다.
에브리데이가 아니었다면 최성현 경위가 착하고 똑똑한 데다가 다정하기까지 하다고 생각했을 게 분명했다.
그때 안정해 감독이 대본 리딩 재개를 알린다.
“자 계속해서 대본 리딩하겠습니다. 씬 25. 미소가 납치된 이후에 깨어나는 장면입니다. 미소는 준비되면 바로 연기해 줘.”
“넵! 감독님.”
대답을 마친 미소가 눈을 감는다.
그러고는 곧바로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더니 주변을 살피기 시작한다.
『아야야······ 여기가······ 어디······지?』
미소는 두리번거리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 두 손을 쥐고 눈을 비빈다.
그러다 점점 겁에 질린 표정을 짓다가 결국엔 울먹이기 시작했다.
『엄마~ 어디써~ 흐흐흑. 엄마······』
미소는 그렇게 대본 리딩을 시작하자마자 20년 전 사건의 현장 한가운데로 우리 모두를 데려 놓고 있었다.
언제 봐도 경이로울 정도의 배역 몰입이었다.
* * *
미소가 배역에 잔뜩 몰입해서 연기를 시작한 덕에 대본 리딩이 이어질수록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었다.
쾅!
신입 경찰 박동준을 연기하는 안태식이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려친다.
『반장님! 왜! 도대체 왜 제 말을 안 믿는 겁니까! 단순 실종이 아니라 납치라니까요?』
안태식이 20년 전 반장 박봉서 역의 배우에게 격렬하게 따진다.
마치 20년 전 그날로 돌아간 것처럼 말이다.
20년 전.
막 경찰이 된 박동준 반장은 이수연의 엄마 오정현이 운영하는 분식집에서 저녁을 해결했었다.
당연히 비가 쏟아지던 사건 당일 밤에도 여느 때와 같이 김밥으로 허기를 때우려고 퇴근길에 가게로 들렀었고.
그런데 가게 안은 의자들이 멋대로 나뒹굴어 있었고 열린 문으로 쏟아진 비로 인해 가게 바닥은 흥건히 젖어 있었다.
그걸 발견한 박동준 반장은 그대로 경찰서에 돌아가서 반장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형사 반장 박봉서는 오정현이 빚을 갚지 못해 딸과 함께 야반도주했을 게 분명하니 나중에 수사하자며 접수를 미뤄버린다.
단순 실종과 납치라는 두 개의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장면이었기에 두 사람의 입장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에도 날이 서 있었다.
그 순간 연기를 보던 박동준 반장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박동준 반장은 당시에도 결사적으로 반장에게 매달렸지만 결국 수사 개시 당위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루미놀로 혈흔 반응 조사를 할 생각조차 못 했던 신출내기였기 때문이다.
그 탓에 20년 전 실종 사건이 납치 사건으로 바뀌고 수사가 시작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리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 이수연만 빼고 실종된 모든 이들이 죽어서 발견된다.
박동준 반장은 그때를 떠올리며 가슴 아파하고 있었다.
자신이 더 강경했더라면 자신이 더 많이 알았더라면 납치된 이후에도 오랫동안 살아 있었던 오정현을 구했을 수 있었을 거라며 말이다.
안정해 감독이 만족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올린다.
“오케이. 수고들 하셨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그제야 배우들이 한숨을 푹 내쉬며 의자에 몸을 기댄다.
잔혹한 표정으로 범인을 연기하는 인상파 연기자 최동우.
딸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연기하는 현재 한국 최고 몸값의 여배우 주영인.
연기 신동 정미소와 그들에게 동조되어 평소 이상의 좋은 연기를 보인 열혈 청년 안태식.
그들은 모두 20년 전 이야기를 한데 리얼하게 재현하고 있었다.
“오늘 다들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배우들은 안정해 감독의 말에 제대로 대답도 못 할 정도로 진이 빠져 고개만 끄덕인다.
“그러면 다음 대본 리딩은 3일 뒤에 한 번 더 한 뒤 곧바로 촬영에 들어가겠습니다.”
그렇게 성공적인 대본 리딩을 끝내고 난 뒤 배우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소도 한숨을 내쉬고 일어났는데 우릴 지나쳐 이수연에게로 향했다.
이수연 앞에 선 미소가 두근두근하는 표정으로 묻는다.
“수연 이모. 나 잘했어요?”
이수연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응. 20년 전 내 모습을 보는 거 같았어.”
미소가 가슴을 쓸어내린다.
“휴우~ 다행이다.”
미소는 자신이 연기를 열심히 하는 것이 이수연을 기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선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그때 이수연의 곁에 있던 최성현 경위가 웃으며 말을 건넨다.
“미소야. 앞으로 우리 수연이 잘 부탁할게. 아 물론 연기도.”
그런데 미소가 갑자기 움찔하더니 뒷걸음질을 친다.
그러고는 내 옆으로 다가와 팔을 꼭 붙든다.
‘설마······.’
미소는 눈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에브리데이가 알려준 것처럼 최성연 경위에게서 뭔가 봤을 가능성이 있었다.
난 그 즉시 미소의 앞을 가리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우리 미소가 조금 낯을 가리는 편이라서요.”
“아이고.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 괜히 겁을 줬나 보네요.”
최성현 경위는 딱히 기분 나빠하지 않고 웃으며 답한다.
“아닙니다.”
그렇게 인사를 마친 최성현 경위가 이수연과 회의실을 벗어나려 한다.
그리고 박동준 반장 역시 함께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난 박동준 반장을 불러 세웠다.
“박 반장님. 잠깐만 저랑 이야기 좀 하실 수 있겠습니까? 예. 꼭 여쭙고 싶은 게 있어서요.”
“예. 물어보세요.”
“저기······ 단둘이서만 이야기를 좀 했으면 하는데요.”
박동준 반장이 뒤를 돌아본다.
최성현 경위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수연을 부축한다.
“그러면 우린 먼저 내려가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반장님.”
“그럴래?”
“예. 시동 걸어 놓고 있겠습니다.”
최성현 경위는 이수연을 부축해 회의실에서 떠났다.
이윽고 난 유진이와 미소에게 잠깐 기다려 달라고 한 뒤 박동준 반장과 함께 복도로 나갔다.
* * *
회귀 전 과천 아동 연속 실종 사건 피해자로 알려진 아이들의 수는 총 다섯 명이다.
그러나 범인이 잡히지 않았기에 최종적으로 다섯 명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실종자도 결국엔 단 한 명조차 찾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 <실종2 – 그날의 이야기>는 안정해 감독의 각색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즉 영화상에서 어떤 것들이 객관적인 단서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그 첫 번째 피해자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다.
시기상으로 첫 번째 실종자는 아빠만 있는 과천 안락 보육원의 7살 이준성.
이준성은 평소에도 아빠를 만나러 간다며 보육원을 종종 나간 터라 신고가 늦어서 뒤늦게 집계가 되었다.
그래서 난 그 첫 피해자를 구해서 과천 아동 연쇄 실종 사건을 막을 생각이었다.
더불어 박동준 반장과도 친분을 쌓고서 이왕이면 그 범인도 붙잡을 생각이고.
달칵.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박동준 반장과 단둘이 있게 된 순간 난 우선 박동준 반장과 친해질 수 있는 제안을 꺼냈다.
“실은 이번 영화를 찍다 보니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어려움에 관해서 관심이 좀 생겼습니다. 반장님이 실종 전담이시라면 실종자 찾기 단체랑도 아실 것 같은데······ 혹시 후원 단체를 소개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후원을 좀 하고 싶어서요.”
실종자 가족들은 아이들을 찾느라 생업을 포기하기 때문에 대부분 자금에 여유가 없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찾는다는 전단을 인쇄하는 것만 해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
난 그런 자금을 후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순간 박동준 반장이 반색하며 답한다.
“그럼요. 얼마든지 소개해드릴 수 있습니다. 가족분들이 아주 좋아하시겠네요. 아차차. 명함을 드려야지.”
박동준 반장이 안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자신의 명함을 꺼내서 건네준다.
나 역시 명함을 건네준 뒤 간단히 인사를 마쳤다.
“그리고 앞으로 영화를 찍는 동안에 자문 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특히 우리 미소가 아직 어려서 실수 같은 걸 할지 모르는데 양해도 좀 해주시고요.”
“어유~ 실수라뇨. 아까 보니까 너무 잘하던데요 뭐. 하여간 걱정하지 마십시오. 영화가 성공해야지 우리 수연이 인생도 바뀔 테니 적극 돕겠습니다. 아 그리고 후원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박동준 반장과 단숨에 거리가 가까워지는 게 느껴진다.
어차피 이번 일을 시작하며 실종자 가족들을 지원하려고 했는데 겸사겸사 잘되었다 싶었다.
그렇게 웃으며 헤어지려고 하던 순간 난 조심스레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졌다.
바로 그 최성현 경위에 대해서 말이다.
“저기 그런데 함께 온 최성현 경위는 어떤 분입니까? 강력계에 있기에는 너무 선하게 생겼던데요?”
박동준 반장이 흐뭇하게 웃으며 최성현 경위에 대해 잔뜩 털어놓는다.
“아~ 우리 수연이 남자친구요? 그 녀석이 경찰 대학 나오고 막 강력계로 발령받아 왔는데 처음에는 저도 비리비리해서 좀 내키지는 않았습니다. 강력계라는 게 나쁜 놈을 잡아야 하는데 워낙 착하고 몸집도 작다 보니까 범죄자들이 무시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웬걸? 범죄 심리학으로 난 놈이다 보니까 범인들이 어디 있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를 훤히 압디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 최 경위가 과천 서의 검거율 1위입니다. 그러니까 자문 역할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박동준 반장은 20년 전 사건으로 인해 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피해자인 이수연을 자기 친딸처럼 보호하며 함께 살고 있단다.
그런데 함께 있는 파트너가 워낙 능력이 나고 착하다 보니 소개를 해준 모양이다.
“그러면 반장님이 수연 씨한테 소개해 주신 거군요.”
“하하. 들켰군요. 예. 실은 그 녀석도 부모가 없다 보니 우리 수연이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 주더라고요. 그래서 뭐 저렇게 됐습니다.”
박동준 반장은 최성현 경위에 대해서는 무한한 믿음을 보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가 부패 경찰 같은 거냐고 묻는 건 어려울 것 같았다.
그때 박동준 반장이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저기 감독님한테 직접 여쭙기는 좀 그래서 그러는데요······.”
“예. 물어보세요 반장님.”
“대본에서 이태길이 잡히고 난 이후에 아들인 이현성에 관한 이야기는 왜 안 나오는지 아십니까?”
이태길의 아홉 살 난 아들 이현성은 그 사건 이후 박동준 반장이 직접 나서 미국으로 입양을 주선한다.
한국에선 범죄자의 자식이라며 평생 손가락질받을까 봐 걱정해서였다.
하지만 아이를 위한 그 선택은 오히려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
이현성을 미국으로 입양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불의의 사고로 죽었다고 연락을 받기 때문이다.
“아 그 내용까지 들어가면 영화가 너무 슬퍼질까 봐 안 넣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현성이가 겪게 되는 일이 너무 가혹하잖습니까?”
“하긴······ 부모도 그렇게 되고 고모까지 그렇게 됐으니······.”
박동준 반장은 안타까운 표정을 짓더니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난 그런 박동준 반장을 달랬다.
“하여간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같이 힘써 보시죠 반장님.”
“예. 실장님. 그리고 다시 한번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박동준 반장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난 그의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혼잣말을 내뱉었다.
“조만간 과천에서 뵙겠습니다. 반장님.”
박동준 반장과 친분을 다졌으니 이젠 과천 연쇄 실종사건을 본격적으로 대비할 차례였다.
* * *
박동준 반장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을 때 유진이와 미소가 이수찬과 함께 회의실에서 나온다.
난 그 즉시 이수찬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다.
“수찬아. 사람 하나를 멀리서 본인 모르게 관찰 겸 경호하고 싶은데 가능할까?”
“얼마든지요. 저희가 부리던 ‘최고다 흥신소’ 애들이 요즘은 경호업도 합니다. 근데 누굴 지키려고 하십니까?”
“과천 안락 보육원 이준성. 일곱 살 된 남자아이고. 24시간으로 붙여줘. 돈은 내가 낼게.”
“일곱 살이요? 대체 무슨 일입니까?”
“자세한 건 나중에 이야기해줄 테니까 부탁 좀 하자.”
이수찬은 더 캐묻지 않고선 고개를 끄덕인다.
“예. 알겠습니다.”
이후 난 또 한 명에게 사람을 붙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최성현 경위.
에브리데이가 조심하라고 경고한 인물에다 미소가 경계심을 보였으니 말이다.
다만 그 전에 미소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미소야. 아까 그 경찰 아저씨. 사람 좋게 생겼던데 왜 그렇게 피했어?”
싱글벙글 웃고 있던 미소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대답을 주저한다.
“으음······ 그게요······.”
“괜찮아. 말해 봐.”
순간 미소가 내 품에 푹 안기더니 내 귀에다 대고 속삭인다.
“무서웠어요.”
“무섭다니? 경찰인데?”
“수연 이모를 보는 눈에 감정이 없었어요.”
“감정이 없었다고? 엄청 따뜻하게 바라보면서 웃고 있던데?”
“아니에요. 진짜 감정이 없었어요. 돌 보는 거 같이요! 그리고 저한테도요!”
아이의 표현력으로는 더 이상 설명하기 힘든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난 충분히 이해가 간다며 알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사랑하는 여자를 두고도 감정이 없는 눈을 하고 있다고?
그리고 우리 귀엽고 깜찍한 미소를 보고도 돌을 보는 것 같았다고?
그 순간 에브리데이가 알려준 대로 최성현 경위에 대한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놈은 아마도 부패 경찰에 사기꾼 같은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난 최성현 경위도 감시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까 그 착하게 생긴 경찰 뒤를 따라붙으라고요?”
“어 부탁 좀 하자. 신중한 애들로 붙여줘.”
이수찬이 잠시 고민하다가 묻는다.
“제가 나설까요?”
“아니. 그러다 들키면 파장이 커져. 그냥 멀찍이서 어디로만 움직이는지 알아줘. 행적만 파악해주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알겠습니다. 그러면 걸려도 변명을 할 수 있는 선에서 감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부탁을 마친 난 유진이와 미소를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난 미소를 집에 내려놓은 뒤 유진이의 일정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내일은 나도 안락 보육원에 직접 들러 이준성을 만나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말이다.
* * *
콰과과광.
하늘을 찢는 듯한 천둥소리에 눈이 떠졌다.
쏴아아아.
어젯밤부터 내리던 폭우도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오늘은 미소의 유치원 졸업식 축하 공연 최종 리허설 날인데 날씨가 이래서야 얼마나 많은 유치원생과 부모들이 연습하러 올지 걱정이 된다.
그런데 그때였다.
내 머리맡에 놓인 폰에 부재중 통화 5통이라는 메시지가 보인다.
눈을 비비고 확인을 해보니 이수찬에게 걸려 온 전화다.
급하게 몸을 일으키고 전화를 걸었는데 이수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형님! 큰일 났습니다.
“응? 무슨 큰일?”
-애가 사라졌습니다. 이준성이요.
“애가 사라지다니. 어젯밤까진 문제없었잖아? 아침부터 그게 무슨 소리야?”
-흥신소 직원 말로는 어제 오후 여섯 시에 준성이가 보육원으로 들어가는 것까지는 확인했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안락 보육원은 점호를 안 한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다른 아이들에게 물어보니까 어젯밤 8시 정도에 가출했답니다.
“그러면 지금 이준성이 어디 있는지 아예 몰라?”
-예.
등골이 오싹해진다.
첫 번째 아이인 이준성의 실종 시점은 이달 말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잘못된 정보였다.
<실종2 – 그날의 이야기>가 안정해 감독의 각색을 많이 타다 보니 많은 정보가 사실과는 달랐다.
그동안 이준성에게 보육원을 통해 개인 후원을 하고 사람까지 붙였는데도 이준성을 놓쳐버렸다.
마치 운명의 신이 장난이라도 친 것처럼 말이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하아~”
이수찬이 미안하다는 목소리로 말한다.
-죄송합니다. 형님. 제가 더 신경을 썼어야 하는데······.
“아냐. 너도 네 할 일이 있는데 죄송할 게 뭐가 있어. 단순 가출일 수도 있으니까 찾는 대로 연락해 줘. 난 지금 과천으로 바로 내려갈게.”
-저도 이미 출발했습니다.
“그래? 그러면 과천에서 보자!”
난 급히 우의를 챙겨 입고 벤츠 승용차가 대어진 마당으로 뛰어 내려갔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그 어린 이준성을 구하겠다고 다짐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