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27화
627. 실종 2
회의실에 나타난 사람은 바로 이수연이었다.
그녀는 20년 전 <실종 – 잃어버린 자들>의 모티브가 되는 성남 연쇄 실종 사건을 저지른 범인으로부터 유일하게 살아남은 범죄 피해자였다.
안정해 감독은 바로 그녀를 오늘 이곳에 불렀다.
“안녕하세요. 이수연이라고 해요.”
단발 머리카락에 여리여리한 체구의 20대 후반 여자가 희미한 웃음을 짓고 고개를 숙인다.
안정해 감독의 정보원이었지만 아쉽게도 내가 찾던 경찰 쪽 정보원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때 두 손을 모으고 인사하던 그녀의 왼쪽 새끼손가락이 접히지 않는 게 보였다.
‘저건······.’
그녀의 손가락이 접히지 않는 건 엄마와 함께 납치당했을 때 칼에 맞았기 때문이다.
흉터는 거의 사라졌지만 그녀의 왼손에는 여전히 그날 기억이 머무르고 있었다.
다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주춤거리자 이수연이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제가 조금 이따가 올 걸······ 그랬나 봐요.”
안정해 감독이 이수연을 향해 다급히 손을 젓는다.
“아 아냐. 수연 씨. 내가 말을 미리 안 해서 그래.”
안정해 감독이 우리 모두를 보고 말한다.
“저기 오늘 수연 씨를 모신 건······.”
그때였다.
드르륵.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난다.
미소가 의자에서 일어난 다음 총총대는 걸음으로 이수연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수연 이모! 정미소라고 합니다. 저 이모 연기를 하게 됐어요!”
미소가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꾸벅 숙인다.
미소가 밝게 맞아주자 이수연의 얼굴도 조금은 밝아진다.
“응. 미소야. 감독님한테 이야기 들었어.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우리 미소가 연기해 준다고 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나 미소 팬이거든.”
“우와와~ 감사합니다.”
미소가 씨익 웃으며 답한다.
그런데 뭔가가 눈에 거슬렸다.
뭐지?
뭣 때문에 위화감이 드는 거지?
잠시 이해할 수 없던 그 순간 내 시선이 미소의 왼손으로 옮아갔다.
그런데 미소가 왼쪽 새끼손가락을 쭉 펴고 있었다.
마치 눈앞에 있는 이수연처럼 말이다.
언제부터 저랬지?
‘설마······.’
가만히 기억을 떠올려 보니 미소가 스케치북을 들고 있을 때부터 편 것 같다.
아니 조금 더 기억을 되돌려 보니 미소가 아침 거실에 누워 그림을 그릴 때부터였던 것 같다.
스케치북을 고정하기 위해 왼손을 쭉 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수연은 처음 납치당할 때 상처를 입기에 미소는 촬영 내내 계속해서 같은 자세를 유지해야 했다.
미소는 그 대본을 읽은 뒤 캐릭터에 동화되기 위해 평상시에도 연습하고 있던 거였다.
난 옆에 앉은 유진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유진이가 나의 놀란 표정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속삭인다.
“제가 하라고 한 거 아니에요. 미소가······ 혼자서 한 거예요.”
“그래?”
“예. 수연 언니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하고 싶다면서요.”
언제 봐도 대단한 미소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이수연의 시선이 미소의 손가락 끝으로 향한다.
순간 등골이 싸해진다.
미소가 연기자로서 놀라운 행동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당사자인 이수연이 미소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미소야. 손가락······ 그건······ 누가······ 시킨 거니?”
안정해 감독이 다급히 대신 말해주려 했지만 그보다 미소의 대답이 빨랐다.
“아뇨. 제가 혼자서 대본을 읽고서 한 거예요!”
“혼자서······ 한 거라고?”
이수연이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짓는다.
미소의 나이는 한국 나이로 올해 고작 여덟 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소는 한 점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
조금은 슬픈 표정을 하면서.
“네! 수연 이모가 아파했을 거 생각하니까 가슴이 막막 아팠어요. 이모가 다치고 나서 얼마나 불편했을지 얼마나 아팠을지 그걸 잘 몰라서 해봤는데 하루만 했는데도 진짜 힘들었어요!”
이수연의 말이 없어진다.
어른이 시켜서가 아니라 미소가 스스로 자신의 아픔을 기리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 그랬어?”
“예!”
그때 미소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몸을 돌린다.
“아! 맞다!”
미소가 자신의 자리로 가더니 아침부터 그리던 스케치북을 가지고 왔다.
미소가 스케치북을 이수연에게 내민다.
“이거······ 이모 만나면 꼭 주고 싶었어요!”
“으······응? 이게 뭐 뭔데?”
“수호신이요! 이거 갖고 있으면 나쁜 사람들 다 막아줄 거예요!”
머리가 띠잉 했다.
미소가 그린 그 무서운 지옥의 파수꾼과도 같던 생물이 실은 이수연을 만나면 주기 위해서 그렸던 수호신이었다니!
그 순간 이제껏 흉악한 생명체의 모습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베일 것 같은 뾰족한 뿔은 적을 물리칠 훌륭한 무기로.
다리가 여섯 개라서 이상하던 것은 단단히 땅을 지탱할 수 있는 디딤발로.
꼬리에 뱀의 입이 달린 것은 사악한 것을 물리쳐줄 이무기의 머리로.
뾰족뾰족한 비늘은 강인한 철갑으로.
그렇게 지옥의 파수꾼과도 같던 그 그림은 내 머릿속에서는 그 어떤 것보다 강인하고 든든한 피해자를 지켜줄 수호신으로 바뀌고 있었다.
미소의 다정한 마음을 알아보지 못한 내가 조금은 부끄러워진다.
그때 스케치북을 받은 이수연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뚝뚝뚝.
창백해 보이는 얼굴에 혈색이 돌더니 눈가에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맺혀 아래로 떨어진다.
“고마워······ 미소야······.”
그 말과 동시에 이수연이 미소를 껴안았다.
자신을 놀리기 위해서도 아니고 어른이 시켜서도 아니라 이수연의 마음을 깨닫고 연기하려고 노력했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미소는 이수연의 품에 안긴 채 오히려 이수연의 등을 토닥여주고 있었다.
우리 미소가 새삼 대견해 보인다.
잠시 후.
두 사람이 포옹을 풀고 감정을 가라앉히자 그제야 안정해 감독이 말한다.
“모두에게 미리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실은 사정이······.”
그때 이수찬이 일어나며 말한다.
“실은 제가 부르자고 했습니다.”
난 즉시 이수찬을 보며 물었다.
“왜?”
범죄 피해자들은 범죄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
이수연은 사건이 알려진 이후 충분한 치료를 받았다지만 그래도 위험성은 있었기 때문이다.
한소리를 할까 싶었는데 이수찬이 날 똑바로 보며 말한다.
“형님도 아시다시피······ 피해자들의 삶은 그다지 녹록지 않습니다. 병원비도 많이 들고 심리 상담을 받는 비용도 정부에서는 나 몰라라 하고 하잖습니까?”
“그렇긴 하지.”
“그래서 이번에 리버스 캐피탈에서 제작사에 투자해서 받는 영화 투자 수익 일부를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에게 나눠주기로 했습니다. 근데 그냥은 돈을 드리기가 좀 애매하더라고요. 그래서 자문위원으로 모셨습니다. 아 물론 수연 씨가 스스로 오겠다고 하신 거고요.”
그때 곁에 있던 이수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요. 범인은 앞으로도 영원히 감옥을 못 나올 거고 다른 공범과 가족들도 죽었잖아요. 그래서 용기를 내어봤어요.”
범인인 이태길은 무기 징역형을 받고 복역 중이었고 그의 아내이자 공범인 박규연은 경찰 포위망이 다가오자 자살을 해 버렸다.
그리고 범인의 여동생인 이태이는 집에 실종된 피해자들이 갇힌 걸 보고 경찰에게 신고하려다 오빠에게 죽임을 당했다.
마지막으로 당시 8살이던 범인의 어린 아들인 이현성은 외국으로 입양을 갔는데 거기서 죽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녀는 이제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이수연의 말이 끝나자 안정해 감독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한다.
“이제 말할 사람 없지? 내가 이야기해도 되나?”
안정해 감독이 말을 하려다 몇 번이나 끊기다 보니 장난스럽게 확인한다.
다들 죄송하다며 입을 꾹 하고 다문다.
“나 역시 수연 씨가 진짜로 올지는 확신이 들지 않아서 미리 이야기는 못 했어. 다들 양해해 줘.”
하긴 그녀가 올지 확신도 안 서는데 미리 말하는 것도 이상하긴 하다.
어쨌건 나 역시 영화가 흥행하면 피해자들을 도울 생각이었는데 이수찬이 내 마음을 알고 미리 손을 써 놓았다.
‘자식. 기특하네.’
내 시선을 받은 이수찬이 씨익 웃는다.
어린 시절.
보육원 뒷산에서 가재를 잔뜩 잡아와서 내게 선물이라고 내밀던 그 어린 시절 꼬꼬마 이수찬의 착하고 맑은 눈빛 같았다.
한때는 거칠게 조폭 생활을 하던 이수찬이 점점 변해가는 것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래. 수찬아. 우리 이렇게 살자.’
이수찬이 내 마음을 알았는지 조금 더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 * *
이수연은 미소의 스케치북을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내 곁에 앉았다.
이후 출연하는 배우들이 하나둘 들어와서 자기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제작사에선 안정해 감독과 박현수 제작실장이 자리를 채우고 있고 배급사에서는 CK 엔터의 이진학 본부장이 왔다.
안정해 감독은 모두가 모이자 주변을 둘러보며 말한다.
“첫 대본 리딩이니까 다들 자기소개부터 하고 시작하시죠.”
<실종 – 잃어버린 자들>에는 사건을 이끌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배역 넷이 있다.
그건 바로 범인 이태길 역 여덟 살 아역 이수연 이수연의 엄마 오정현 역 신입 경찰 박동준 역이었다.
그중 가장 먼저 에이스 엔터 출신의 최동우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범인 이태길 역을 맡았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최동우는 키 175cm 정도의 다부진 체격인데 극 중 이태길의 외모와 체격이 비슷한 것 때문에 발탁이 되었다.
최근 주목받는 인상파 연기자인 그는 회귀 전에도 <실종 – 잃어버린 자들>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최동우는 거친 외모와 달리 속이 너무도 여린 사람이었다.
술도 못하고 욕도 못하다 보니 회귀 전에도 촬영하느라 엄청나게 고생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그 섬세한 마음 덕에 리얼한 연기를 펼쳐내게 된다.
최동우의 인사에 다들 들릴 듯 말 듯 약하게 손뼉을 친다.
피해자가 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실화가 바탕이다 보니 다들 가슴이 먹먹해서였다.
이후 1인 기획사로 독립한 주영인이 일어난다.
“전 범인한테 죽는 분식집 엄마 오정현을 맡았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그 순간 내 곁에 있는 이수연이 가볍게 떤다.
난 그 즉시 이수연에게 말했다.
“수연 씨. 불편하시면 나가서 계시죠.”
이수연이 심호흡을 하며 답한다.
“아뇨. 괜······찮아요. 트라우마 때문이 아니라 엄마가 기억나서요.”
조금 전 배우들을 기다리며 이수연과 잠시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녀가 오늘 온 건 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최종적으로 살아서 이 일을 밝힌 건 자신이었지만 그걸 가능하게 한 건 함께 납치당한 자신의 엄마 오정현의 헌신적인 행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을 구하려던 엄마의 용감한 모습이 영화에 담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곳에 자문하러 온 것이었다.
이어서 미소가 일어서서 인사를 한다.
“이수연 역할을 맡았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아~”
미소가 씩씩하게 인사를 한 뒤 다음으론 TK 엔터 안태식이 일어나서 소개한다.
“전 신입 경찰 박동준 역을 맡은 안태식이라고 합니다.”
안태식은 올해 22살로 TK 엔터에서 야심만만하게 키우는 배우였다.
그렇게 주요 배역들의 인사가 끝난 뒤 조연들의 인사가 시작된다.
이후 모두 인사를 끝내자 박현수 제작실장과 안정해 감독 그리고 CK 이진학 본부장까지 인사를 마쳤다.
안정해 감독이 잠깐 심호흡과 동시에 주변을 쳐다본다.
“자. 먼저······ 20년 전 일어난 일에 대한 깊은 애도를 표하며······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안정해 감독이 고개를 숙인 순간 이 방에 있는 모든 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인다.
잠시 후.
안정해 감독이 고개를 들고 대본을 펼친다.
“자 그러면 대본 리딩부터 먼저 가겠습니다. 오늘 오신 수연 씨는 배우들이 오히려 최대한 사실적으로 연기하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그러니 부담 없이 더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랍니다.”
배우들이 일제히 이수연에게 고개를 숙인다.
이수연이 굳은 각오를 하고 인사를 받는다.
“보다가 잘못 알려진 건 조언해 드릴게요.”
“예. 수연 씨.”
그 이후 심호흡을 한 안정해 감독이 대본 리딩 시작을 말한다.
“자. 사건은 20년 전 성남 연쇄 실종 사건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씬 1.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밤. 이수연과 그녀의 어머니 오정현은 빗속 분식점 장사를 마치고 가게 문을 닫으려고 한다. 그때 범죄자가 들어온다. 리딩 들어가겠습니다. 레디~~액션!”
그 순간 <실종 – 잃어버린 자들>의 대본 리딩이 시작되었다.
* * *
범인 이태길 역의 최동우가 싸늘한 목소리로 대사를 읊는다.
『어이~ 오 사장. 오늘은 퇴근이······ 좀······ 늦네.』
이미 술을 한잔한 듯한 걸걸한 목소리다.
분식점 여주인 오정현 역의 주영인이 대본책을 들고 답한다.
『그렇게 됐어요. 근데 시간이 늦어서 딴 건 안 되고 김밥 포장만 돼요.』
『에이~ 우리가 하루 이틀 봐? 거 그러지 말고 막걸리 한 잔에 라면 김밥 한 줄 말아줘.』
『죄송해요. 우리 수연이 재울 시간이라서 가 봐야 해요. 술은 이 옆에 슈퍼에서 사서 드세요.』
주영인이 딱 잘라 냉정하게 말한다.
그러자 최동우의 목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XX. 야······ 너도 나 무시해?』
『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제가 언제요······』
『XX. 지금 무시하잖아!』
최동우가 숨을 씩씩 몰아쉬며 욕설을 내뱉는다.
주영인이 놀라서 그 욕설에 대응한다.
점점 두 사람의 목소리가 올라가자 촬영장에 섬뜩한 분위기가 맴돈다.
그때였다.
쿠웅.
최동우가 회의실 테이블을 두드린다.
책상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주영인이 입을 다문다.
<실종 – 잃어버린 자들>에서 분식점 여주인공이 머리를 맞고 쓰러지는 순간이었다.
그때 안정해 감독이 미소에게 사인을 준다.
미소가 고개를 끄덕인 뒤 들고 있던 필통으로 책상을 살짝 긁는다.
드르륵.
조금 전 최동우를 보고 어린 이수연이 분식점 문을 여는 소리를 흉내 낸 거다.
이후 미소가 떨리는 목소리로 쓰러진 엄마를 목격한 연기를 시작한다.
『어 엄······ 엄마?』
미소가 눈을 동그랗게 뜨곤 바들바들 떨기 시작한다.
그때 주영인이 책상에 엎드린 채 힘들게 외친다.
『도······ 도망······가······ 수연······아······』
『엄마~~!!』
곁에 있는 이수연이 눈을 질끈 감는다.
20년 전 그날.
이수연은 도망가지 않고 엄마를 구하겠다며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게 바로 두 사람이 동시에 실종된 계기였다.
“오케이~!!”
안정해 감독이 힘차게 외치자 다들 숨을 헐떡이며 의자에 기댄다.
최동우와 주영인 그리고 미소가 한데 어울려 만들어낸 긴박한 연기에 모두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였다.
그렇게 시작부터 연기 폭풍이 지나간 덕에 다들 들뜬 표정을 짓고 있었다.
“휴우~ 다들 연기력이······ 장난이 아니구먼.”
안정해 감독이 한껏 들뜬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였다.
똑똑똑.
회의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감독님. 접니다. 좀 늦었습니다.
안정해 감독이 반가운 목소리로 말한다.
“어. 왔네. 우리 영화의 또 다른 자문이 왔습니다. 이 영화를 탄생할 수 있게 도와준 분이시기도 하고요.”
드디어 보게 된다.
<실종 – 잃어버린 자들>의 촬영에 필요한 데이터를 준 정보원을 말이다.
달칵.
문이 열리더니 40대 후반의 건강한 남자가 나타난다.
키는 185cm 정도로 마치 유도 선수를 떠올리게 하는 덩치를 갖고 있었다.
“감독님. 저 왔습니다.”
“오셨습니까. 박 반장님”
다들 화들짝 놀랐다.
박동준 반장.
20년 전 이 사건을 처음 파헤친 사람이 안정해 감독의 정보원이었다.
회귀 전 왜 그렇게 <실종 – 잃어버린 자들> 영화가 리얼했는지 알 것 같다.
실제 수사를 맡은 사람이 정보원이기 때문이다.
“안녕하십니까. 과천 경찰서 실종 사건 전담 박동준 반장입니다.”
박동준 반장이 우릴 보고 인사를 한다.
너무도 다행스럽게도 박동준 반장은 현재 과천 경찰서로 가 있었다.
그렇다면 <실종2 – 그날의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는 과천 연쇄 실종 사건 역시 그가 담당하게 된다는 소리였다.
내가 찾던 경찰 쪽 정보원을 알아냈으니 오늘 대본 리딩이 끝나는 대로 박동준 반장과 만나 친분을 다질 생각이었다.
이번 생에선 <실종2 – 그날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걸 막아야 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박동준 반장의 뒤로 20대 후반의 경찰 한 명이 더 들어온다.
키가 170cm가 조금 넘는 너무도 선하게 생긴 경찰이 눈웃음을 짓고 들어온다.
도저히 경찰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너무도 착하게 생겼다.
그때였다.
지이잉~
폰이 울리더니 에브리데이 알람 메시지가 떠올랐다.
[알림 : 오늘의 운세가 등록되었습니다.]
난 대체 무슨 내용이 떴나 싶어 곧바로 오늘의 운세를 확인했다.
그런데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