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8화
618. <지리산> 시사회 3
“화연과의 협력 사업은 없던 것으로 하지.”
“예?”
이렇게 빠른 손절이라니!
놀란 내 표정을 본 신종기 대표가 피식 웃는다.
“뭘 그리 놀라나? 류신의 제안이 아무리 탐이 난다고 해도 자네와 척지면서까지 하고 싶은 생각은 없네.”
2000년대 이후.
전근대적인 사업 방식을 고수하는 충무로와 방송 3사의 행태에 지친 재벌들은 엔터 극장 영화와 드라마 제작 등 직접적인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었다.
다만 재벌들은 전문 경영인을 둘 뿐 발을 깊게 담그지는 않았다.
재벌들에게 콘텐츠 사업은 건설이나 화학에 비해 비주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종기 대표는 미래를 위해 과감히 콘텐츠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신종기 대표는 LT 엔터를 그룹 계열사 중 알짜 계열사로 만들었고 그 안목으로 류신이 아닌 날 택하고 있었다.
그저 류신과 내가 적이란 걸 말했을 뿐인데 말이다.
“내가 하는 콘텐츠 사업은 눈에 보이는 물품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일세. 그리고 내 눈에 가장 우량주가 바로 자네야. 그런데 고작 돈 몇 푼 따위로 자넬 버릴 것 같은가?”
신종기 대표는 1천억을 돈 몇 푼이라고 치부하며 돈보다 날 택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감사는 무슨.”
잠깐 고개를 숙인 난 이어서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류신에 관해 물었다.
“그러면 저기 저······ 류신은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사람을 불러놓고 내쫓는 게 예의는 아니지만 보내야지. 오늘 같이 좋은 날 시사회장에 적을 들일 수야 있나?”
신종기 대표는 류신의 일행을 내쫓겠다고 선언했다.
덕분에 굳이 류신을 시사회장으로 들이지 말자고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때 신종기 대표가 곁에 있는 이은주 팀장을 바라본다.
“이 팀장은 할 말 없나?”
“저야 뭐 대표님 하자는 대로 하는 거죠 제가 무슨 힘이 있나요?”
그런데 평상시 나와 친했던 이은주 팀장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신종기 대표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크흠······. 우리 이 팀장은 불만이 있는 것 같군. 정 실장을 그리 좋아하더니 1천억짜리 협력 사업은 좀 아까웠나 봐?”
“아뇨. 그런 게 아니라 1천억짜리 프로젝트를 포기하실 거면 정 실장님과 밀당해서 지리산 급 프로젝트 하나 정도는 더 받아내시지······. 하아~ 그런 좋은 기회를······.”
이은주 팀장의 말에 신종기 대표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짓는다.
“어이쿠. 내가 그걸 깜빡했구먼. 허허허.”
신종기 대표는 이은주 팀장의 생각이 마음에 드는지 웃음을 지었다.
그때 어느새 다가온 류신이 묻는다.
“뭐가 그리 기분이 좋으십니까?”
신종기 대표가 두 팔에 깁스를 한 류신을 바라본다.
“아~ 여기 우리 이은주 팀장이 내가 잠시 잊었던 걸 따끔하게 지적한 게 기뻐서 그렇네. 아무래도 조만간 이은주 본부장으로 승진을 시켜야 할 것 같네.”
“그렇습니까? 이 팀장님. 축하드립니다.”
“아 예 뭐.”
이은주 팀장은 마지못해 고개를 까닥였다.
류신이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신종기 대표에게 인사를 하려 한다.
하지만 그 순간 신종기 대표가 손을 들어 올린다.
“류 실장.”
“예. 대표님.”
“여기까지 불러놓고는 미안하지만 협력 사업은 없던 일로 하지.”
“예?”
“그쪽이 여기 있는 우리 정 실장이랑 악연이라면서?”
두 손에 깁스를 한 채로 방실방실 잘만 웃던 그의 표정이 굳는다.
“악연······ 이라고 하던가요?”
“그렇네. 그러니 오늘은 이대로 돌아가 주게. 오늘은 축하를 해 줄 사람들만 들여도 자리가 모자라거든.”
류신의 얼굴에 당황이 깃든다.
설마 이렇게 대놓고 자신과 화연 미디어 그룹을 적대시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순간 류신이 이를 악물고 신종기 대표를 노려본다.
“정말······ 겨우 정 실장 한 사람 때문에 저희 화연을 적으로 돌리실 겁니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리고 내가 볼 땐 정 실장이 그쪽 화연보다 더 큰 돈을 벌어다 줄 사람이거든. 그러니까 이만 돌아가게.”
신종기 대표의 축객령이 떨어진다.
류신은 부들부들 떨면서 신종기 대표를 쳐다본다.
“화연을 이렇게 대하신 모욕······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때였다.
신종기 대표가 감춰뒀던 재벌가의 오만함을 드러내며 웃는다.
“어이~ 류 실장. 자네 내가 만만해 보이는가?”
한국 5대 기업 중 하나인 LT 그룹 창업주의 아들인 신종기 대표는 여전히 LT 그룹의 차기 후계자로 거론되는 거물이다.
막말로 화연 미디어의 비서실장 정도가 이빨을 드러낼 급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장웨이 회장 본인이라면 또 몰라도.
류신도 뒤늦게 아차 했지만 기에 밀릴 수는 없다는 듯 이를 악물었다.
“오늘 일을 후회하게 되실 겁니다.”
“그거는 두고 보면 알겠지.”
류신은 신종기 대표를 가만히 쳐다보다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날 노려보며 말한다.
“정윤호. 오늘 시사회······ 어디 한번 잘 되나 두고 보자.”
그 말을 마친 류신이 오던 길로 돌아 나간다.
류신을 따라온 경호원들이 그 뒤를 따른다.
난 그 즉시 에브리데이를 확인했다.
류신이 사라지면 일정이 사라질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브리데이 V12.2]
[날짜 : 2021년 2월 7일]
-PM 08:30 [NEW. 이태풍] <지리산> 시사회 중단. (긴급회의 : 시사회 참석한 리스트 체크 후 기자들에게 사과 문자 발송할 것. VIP 관람객들에게 사과 기프티콘 발송할 것.)
아직 일정이 그대로다.
그렇다면 류신과 그가 데리고 온 인간들이 시사회장에서 직접 사고를 치는 건 아니었나 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류신 말고는 의심할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게다가 류신이 돌아가면서 했던 말만 듣더라도 그가 이번 일에 관여하고 있다는 게 분명했다.
당장이라도 멀어진 류신을 붙잡고 싶었지만 수많은 기자와 관람객들이 잔뜩인 이곳에서 그를 잡아들일 수는 없었다.
여기서 소란을 일으키는 순간 오히려 내가 시사회를 망치게 되는 주범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난 혼자서 그 원인을 찾기로 결심했다.
현재 시각은 오후 7시 55분.
이제 시사회장으로 들어갈 시간이 되었다.
“자~ ‘지리산’ VIP 시사회를 관람 오신 분들은 1번 관으로 입장해 주세요.”
진행 요원들이 1번 관을 가리킨다.
VIP 시사회 관람객과 기자들이 웅성대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신종기 대표가 말한다.
“정 실장. 우리도 들어가지.”
8시부터 시작하는 시사회는 상영관 안에 들어가 감독과 배우들이 팬들과의 질답을 주고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8시 30분 정도부터 <지리산>의 작품 상영이 이뤄지고.
난 그 즉시 류신이 다른 사람을 시사회 안에 들여보내서 시사회를 훼방 놓을 가능성을 체크 하기 시작했다.
“대표님. 혹시 오늘 시사회 내부 경호를 맡은 인력들은 몇이나 배치되어 있습니까?”
“음······ 오늘은 제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상영관 양쪽으로 네 명 그리고 사복 경호원 여섯 명을 관객으로 위장시켜 투입한 상태네.”
일반 관객들은 전혀 모르는 일이지만 스타들이 많이 오는 VIP 시사회에는 사복 경호원들을 투입한다.
시사회 관람객인 것처럼 해놓고선 통로 쪽에 앉혀 두는데 만에 하나 팬이 배우에게 달려들거나 하면 막는 역할을 하게 된다.
보통 2명에서 많게는 4명 정도 사복 경호원을 두는데 오늘은 그보다 더 많은 6명이나 배치해뒀다고 한다.
그렇다면 상영관 안에서 사고가 날 거라는 건 극단적으로 확률이 희박해진다.
뭐지?
대체 뭐가 문제인 거지?
배우가 아픈 것도 아니고 시사회장에서 훼방을 놓는 것도 아니고 자연재해도 아니다.
그렇다면 남는 건 기계적인 문제였다.
그 순간 떠오르는 게 있었다.
영사기.
류신이 만약 영사기에 손을 댔다면 오늘 시사회는 무조건 취소될 수밖에 없다.
난 그 즉시 이은주 팀장에게 말했다.
“이은주 팀장님. 영사기를 한번 점검할 수 있을까요?”
“그건 뭐 어렵지 않은데 왜 그러세요?”
난 눈을 딱 감고 말했다.
“어젯밤 꿈자리가 너무 사나워서요.”
“사납다뇨?”
“시사회가 중단되는 꿈을 꿨습니다.”
업계에서 박수무당 정 스타라고 불리는 걸 알기에 조금은 뻔뻔하게 나갔다.
이은주 팀장은 꿈은 꿈일 뿐이라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막상 내 입에서 ‘시사회 중단’이라는 말이 나오자 긴장하는 낌새였다.
신종기 대표가 곁에서 지시를 내린다.
“뭐 꿈은 현실의 반대라지만······ 그래도 불안한 건 없애는 게 좋지. 그런 거 보여주는 건 일도 아니잖아. 최 기사한테 내가 잘 부탁한다고 말해줘. 이 팀장.”
“알겠습니다.”
이은주 팀장이 몸을 돌리더니 전투적인 자세로 앞장선다.
“따라오세요.”
난 그 뒤를 따라 영사실로 향했다.
* * *
오늘 상영할 1번 영화관에 딸린 영사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50대의 남자가 상의 단추를 풀어 헤친 채 책상 위로 다리를 올리고 의자에 기대어 있다.
남자는 우릴 발견하자 엉거주춤하게 다리를 내린다.
“이 팀장? 여긴 웬일이야?”
이은주 팀장이 인상을 찌푸리고 말한다.
“최 기사님. 오늘 VIP 시사회니까 신경 좀 써 달라고 부탁드렸잖아요.”
영사기사가 머리를 긁적이더니 흐트러진 옷에 단추를 여민다.
“크흠. 뭐 달라질 게 있어? 늘 하던 일인데.”
이은주 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내게 그를 소개한다.
“여긴 최현택 기사님이세요. 저희 LT 시네마 삼성점을 개점할 때부터 계시던 베테랑이시고요.”
최현택 영사기사가 손을 내민다.
“나 최현택이요.”
“안녕하십니까. 굴렁쇠 엔터의 정윤호 실장이라고 합니다.”
인사를 마치자 최현택 기사는 이은주 팀장에게 떨떠름한 표정으로 묻는다.
“그런데 여긴 어쩐 일로 왔어? 평소에는 내가 뭘 하는지 관심도 없으면서?”
“여기 정 실장님께 영사기 좀 보여드리려고요.”
툴툴대는 듯한 최현택 영사기사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어려 있다.
과거에는 35mm 카메라 필름을 영사기에 걸어서 스크린에 쏘는 방식으로 영화를 상영했기에 영사기사들은 기술자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파일을 재생해서 스크린에 쏘는 디지털 영사기로 모두 교체가 되다 보니 영사기사들의 대우가 낮아져서 불만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의 안타까운 사정과는 별개로 내겐 오늘 시사회의 성공이 절실했다.
추운 겨울 동안 지리산 천왕산장에 지내면서 촬영한 이태풍과 고재수의 노력을 헛되이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첫 입봉작을 하게 된 박선재 감독도 말이다.
“영사기를 보여달라고?”
“예.”
최현택 영사기사가 언성을 높인다.
“저 자식이 뭔데 남의 영사기를 보니 마니 그러는 거야 엉?”
“최 기사님. 대표님께서 정 실장한테 최대한 협조하라고 하셨어요.”
“대표님이 그랬다고 해도 여긴 내 구역이야. 이래라저래라할 거면 직접 와 보시던가!”
“그러지 말고 협조 좀 하세요. 저번에 말씀하신 연봉 인상 건은 제가 잘 말씀드려 볼게요.”
“됐어! 거 쥐꼬리만큼 올려주고 생색낼 거라는 거잖아!”
“그래도 안 올리는 것보단 낫잖아요.”
최현택 영사기사가 마지못해 물러난다.
“하아······ 진짜. 알았어.”
이은주 팀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급히 날 향해 말한다.
“정 실장님. 빨리 확인해 보세요.”
최현택 영사기사가 팔짱을 끼고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계속 툴툴거린다.
“젊은 친구가 영사기라는 게 뭔지나 아나? 괜히 손대서 고장 내지 말고 멀찍이서 보기만 해!”
난 씨익 웃으며 영사기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필름 영사기는 사용할 줄 모르지만 디지털 영사기는 나도 다뤄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 CP42LH_X. 좋은 거 쓰시네요.”
최현택 영사기사가 움찔한다.
“영사기에 대해서 좀 아나?”
“조금요?”
난 그의 불편한 시선을 흘려넘기며 영사기를 체크했다.
그런데 네트워크랑 연결된 선도 잘 연결되어 있고 장비 간에 선들도 제법 잘 관리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마지막으로 체크 할 게 있었다.
“혹시 오늘 네트워크로 파일 전송 받습니까? 아니며 하드 드라이브에서 바로 플레이하십니까?”
디지털 영사기에 사용하는 동영상 파일은 DCP라고 하는 파일 포맷을 이용하는데 보통 100GB 정도 되는 엄청난 용량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파일을 플레이하는 방식은 보통 2가지다.
하나는 하드디스크나 USB를 꽂아서 플레이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전용 네트워크 선을 다운로드 받아서 플레이하는 방식이다.
둘 중 안전한 건 단연코 하드디스크 방식이지만 편리성에서는 네트워크 방식이 압도적이다.
그때 최현택 기사가 말한다.
“네트워크 방식이야. 우리가 어디 뭐 조그마한 극장도 아닌데 하드디스크 쓸 필요가 있겠어?”
하지만 오늘 같은 날이라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난 곧장 이은주 팀장에게 말했다.
“팀장님. 만에 하나를 위해서 하드디스크에 파일을 받아오는 게 어떨까요?”
설령 네트워크 방식으로 다운로드받을 때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보조로 하드디스크 파일이 있으면 금방 커버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최현택 기사가 벌컥 화를 낸다.
“이거 지금 뭐 하는 짓거리야? 엉? 왜 니들 멋대로 그딴 걸 이야기해?”
이은주 팀장이 최현택 기사를 말렸지만 그는 화를 가라앉힐 마음이 없어 보였다.
“최 기사님. 잠시만요.”
“잠시고 나발이고 왜 딴 회사 사람 편을 들어? 엉?”
아무리 영사기를 관리하는 게 자기 영역이라고 해도 이 정도로 화를 내는 게 너무 이상했다.
그 순간 의심이 영사기에서 영사기사로 옮겨간다.
이은주 팀장 역시도 뭔가 이상하다는 눈치를 챈 기색이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일단 최현택 기사를 달래는 척하고선 조용히 귓속말을 전해왔다.
-정 실장님. 기종이랑 방식을 아는 거 보니까 영사기에 대해서 좀 아시는 거 같은데······ 맞나요?
영사기사가 화가 나서 영사기를 작동시키지 않는다면 오늘 VIP 시사회가 실패로 돌아갈 수가 있었다.
난 조용히 속삭이며 대답했다.
-지금 여기 영사실. 저보고 맡으라고 해도 할 수 있습니다.
난 아예 최현택 영사기사를 대체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은주 팀장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정말요?
-예. 어쩌다 보니 영사기사 아르바이트로 일을 했거든요. 특히 크리스티 기종은 훤합니다.
귓속말을 주고받고 나자 그제야 이은주 팀장의 얼굴이 밝아진다.
“알았어요. 그러면 백업 플랜을 준비해 두는 게 좋겠네요.”
그 말을 마친 이은주 팀장은 곧장 전화를 건다.
“여기 LT 시네마 삼성역 점인데 오늘 VIP 시사회 본 USB에 담아서 퀵으로 쏴요. 20분 컷. 8시 25분까지 1관의 영사실에 도착해야 해요. 예. 예.”
이은주 팀장이 전화를 끊고 준비하라고 말하려 한다.
그러자 최현택 기사가 폭발했다.
“이 팀장. 지금 나 무시해?”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에이! 씨X! 무시하는 거 맞잖아. 나 이런 식이면 오늘 영사기 안 돌릴 거니까 어디 마음대로 해봐!”
최현택 영사기사가 다짜고짜 파업을 선언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늘 시사회를 망치려고 한 사람이 최현택 영사기사라는 의심만 더욱 짙어졌다.
아무래도 나와 이은주 팀장이 이 장소를 나가길 바라는가 본데 어림도 없지.
내게는 최현택 영사기사인 때문에 시사회가 중단되는지 알 수 있는 도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난 그 즉시 에브리데이 앱을 실행시켰다.
만에 하나 최현택 기사가 범인이 맞다면 <지리산>의 시사회가 중단된다는 일정은 사라졌을 테니까 말이다.
‘최 기사님. 당신이 범인이면 그땐 각오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