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7화
617. <지리산> 시사회 2
[에브리데이 V12.2]
[날짜 : 2021년 2월 7일]
-PM 08:30 [NEW. 이태풍] <지리산> 시사회 중단. (긴급회의 : 시사회 참석한 리스트 체크 후 기자들에게 사과 문자 발송할 것. VIP 관람객들에게 사과 기프티콘 발송할 것.)
힘들게 찍은 <지리산>의 시사회가 중단된다는 일정을 보자 손바닥에 진땀이 나기 시작한다.
오늘 시사회는 일곱 명의 정실모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첫 번째 행사다.
회귀를 하고 두 번째 삶을 살게 된 내게는 상당히 의미 있는 날인데 그게 엉망이 되게 생겨버렸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정실모 멤버 중 최덕배와 박상규를 제외한 모두가 스타의 반열에 올라 있기에 LT 엔터에서는 그에 맞춰 기자들을 최대한 많이 불러 모았다.
그런데 오늘 시사회가 중단되기라도 하면 기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지리산>을 폄훼하는 기사를 쓸 게 틀림없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다음 주부터 상영될 <지리산>의 매출에도 상당한 타격이 생길 수가 있었다.
내 경험에 따르면 그 경우 예상 기대치보다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까지도 매출 차이가 날 수 있었다.
이제껏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던 <지리산>에 이런 위기가 닥치다니.
난 바짝바짝 마르는 입가에 침을 적신 뒤 다시 한번 일정을 확인했다.
우선 VIP 시사회의 시작은 오후 8시.
상영이 중단되는 시각은 오후 8시 30분이다.
그렇다면 극장 안에서 감독과 배우들의 무대 인사 뒤 영상을 틀자마자 중단된다는 소리였다.
난 회귀 전 내 경험을 떠올리며 시사회가 중단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정리했다.
가장 먼저 영화관에서 정전이나 지진 같은 천재지변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내 배우들의 몸에 문제가 생겨서 응급실로 실려 가서 생기는 경우다.
마지막으로는 시사회에 온 관객 중에서 난동을 피우는 이가 있어서 상영이 중단되는 경우다.
세 경우 모두 내가 직접 회귀 전에 겪었던 일들로써 이번에도 같은 일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중 어떤 것이 문제인지 현재로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한시바삐 현장에 가서 체크를 해봐야 했다.
난 성에가 끼기 시작하는 차 안에서 심호흡하며 다짐했다.
이제껏 그래왔듯이 오늘도 막아내겠다고.
그 이후 난 에어컨 버튼을 눌렀다.
달칵.
창에 끼기 시작한 성에가 사라진다.
폰을 기어봉 뒤편의 글로브 박스에 내려놓은 뒤 핸들을 잡았다.
순간 신호등이 녹색으로 변한다.
난 유진이와 미소를 서로 데려가겠다는 세 사람을 달래며 액셀에 발을 올렸다.
* * *
LT 시네마 삼성점의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작가 셋을 데리고 10층 상영관으로 이동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LT 엔터가 마련해 놓은 포토존 앞에선 수많은 기자들이 배우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다 VIP 시사회를 보러온 관람객까지 겹쳐 현장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하고 있었다.
그때 내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이지연 작가가 깜짝 놀라 말한다.
“유노. 오늘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아무래도 신 대표님께서 기자들한테 힘을 좀 쓰셨나 봅니다.”
“하긴 그 양반은 참 화려한 거 좋아해~”
실은 나도 좋아한다.
그때였다.
기자들이 일제히 외친다.
“이태풍이다~~!”
“어? 고재수다!”
<지리산>의 포토존으로 이태풍이 걸어 나오고 바로 그 뒤를 고재수가 따라 나온다.
두 사람은 제이슨 조가 만들어 준 맞춤 턱시도 정장을 입은 채 한껏 멋을 낸 상태였다.
다비드 조각상을 떠올리게 하는 외모를 가진 이태풍의 모습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그런데 고재수 역시 제대로 된 코디가 붙으니 이태풍에게 처지지 않고 꽤 멋이 있었다.
“태풍 씨 여기 좀 봐줘!”
“재수 씨. 이쪽으로도 봐줘요.”
기자들은 일제히 포토존으로 이동하는 이태풍과 고재수를 찍어대고 있었다.
그때였다.
포토존 앞에 선 이태풍과 고재수는 기자들이 아니라 서로를 마주 본다.
심호흡을 한 두 사람은 포토존에 있는 커다란 포스터의 사진처럼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일순간 두 사람이 표정이 바뀐다.
이태풍은 딸을 구하기 위해 살인자와 싸우는 아버지의 얼굴로.
고재수는 오랜 질투심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의 얼굴로.
두 사람은 기자들과 시사회 관람객 수백 명이 있는 앞에서 표정 연기를 펼치기 시작해 버렸다.
순간 기자들이 감탄사를 터트린다.
“와······ 뭐 뭐야 이거?”
“대박이네······.”
“야! 빨리 찍어.”
찰칵찰칵.
기자들은 두 배우의 깜짝 이벤트에 놀라며 연신 플래시를 터트리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자 오싹오싹 작은 전율을 일어난다.
한때 난독증으로 고생하며 사람들의 눈치를 보던 이태풍과 스태프들의 눈치를 보며 굽신대던 고재수가 이젠 좌중을 압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이지연 작가가 내 팔을 톡톡 건드린다.
“유노~ 오른쪽에 쟤가 고재수랬지?”
고개를 돌려보자 이지연 작가의 눈에서 욕심이 보인다.
시사회 중단을 막는 것도 중요했지만 작가에게 배우의 매력을 어필하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된다.
“예. 작가님. 그리고 특히 캐릭터에 몰입하는 것 하나만큼은 거의 최고라고 보증할 수 있습니다.”
“흠~ 정스타 픽이다 이거지?”
“예. 저만 믿으십시오.”
그 순간 김솔잎 작가와 한우주 작가도 눈빛을 번뜩인다.
내가 추천하던 배우 중 작가들을 실망시킨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유진이와 미소에 이어서 또 한 명의 배우가 작가진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다만 캐스팅에 한 가지 조건은 걸었다.
“재수 씨는 무슨 역을 맡겨도 다 잘할 겁니다. 다만 오늘 맡을 살인마 역은 빼 주십시오.”
이번에 살인마 역을 맡았다고 해서 계속 살인마 역을 맡길 순 없다.
그랬다가는 자칫 캐릭터에 갇혀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대답에 이지연 작가가 팔짱을 끼며 날 쳐다본다.
“유노~ 좀 편한 길로 가는 게 어때? 다들 고재수에게 살인마 연기를 원할 텐데? 실은 나도 그렇고.”
김솔잎 작가와 한우주 작가 역시도 같은 생각이었단 표정을 짓는다.
나 역시 회귀 전이었다면 그럴 거다.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험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차기작에선 훨씬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우의 긴 연기자 생활을 고려할 땐 절대로 해서 안 되는 짓이었다.
특히나 악역의 경우에는 말이다.
“재수 씨가 다음 역도 살인마 역을 맡게 되면 캐릭터에 갇히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설령 1년을 쉬게 하는 한이 있어도 고재수 씨에게는 다른 캐릭터를 안겨줄 생각입니다. 매니저가 되어서 배우의 가능성을 닫을 순 없으니까요.”
순간 이지연 작가가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진짜······ 내가 이래서 유노를 좋아해. 내 앞에서도 당당하게 자기 배우의 앞날을 걱정해서 말하는 사람이 몇 없거든.”
“죄송합니다.”
“죄송은 무슨. 내 생각이 짧았는데. 알았어. 고재수를 쓴다면 다른 캐릭터로 배역을 제안할게. 그럼 되지?”
“예 작가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솔잎 작가도 고개를 끄덕인다.
“솔직히 저도 ‘지리산’ 예고편 영상 보고 악역으로 딱이다 싶었는데······ 배우가 캐릭터에 갇힐 수도 있다는 건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래 우리가 만든 드라마의 배역이 배우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어. 그러니까 다들 명심하자고.”
“예. 작가님.”
이지연 작가는 차 안에서의 장난스러운 태도와는 달리 스승으로서 선배로서 두 작가를 이끌어 주고 있었다.
때론 뾰족하고 날카로운 이지연 작가였지만 드라마를 진정으로 대하는 작가들에겐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 주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자세를 바로 한 이태풍과 고재수가 상기된 표정으로 인터뷰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태풍이 황룡영화제 대상다운 관록으로 기자들에게 농담을 건다.
“오늘 영화 리뷰 기사. 잘 써 주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저 다음부터는 인터뷰 안 해드릴 겁니다?”
“하하하. 누가 우리 태풍 씨를 혼낸답니까?”
“그거야 모르죠~”
이태풍이 너스레를 떨며 곁에 있는 고재수를 가리킨다.
“그리고 여기 재수 형님에 대해서도 기사 좀 잘 부탁드립니다. 제가 이번에 진짜 재수 형님 덕분에 연기에 눈을 뜬 것 같거든요.”
고재수는 이태풍의 칭찬에 손사래를 친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이태풍 씨가 왜 황룡영화제 대상 수상자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칭찬하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그렇게 인터뷰를 마친 순간 기자 한 명이 구석에 있던 우릴 발견했다.
“저기 정 실장이다!”
“어? 한우주 작가도 있어.”
“이지연 작가랑 김솔잎 작가도 있는데?”
작년 한 해 화제의 드라마였던 <신의 이름으로>의 이지연 작가와 <파란 하늘>의 김솔잎 작가뿐아니라 현재 시청률 25%를 넘긴 <화란전>의 작가가 나타난 탓에 현장이 시끌벅적하다.
거기에 난 <지리산>의 촬영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고도 인터뷰를 피했기에 기자들이 흥분된 목소리로 말한다.
“정 실장! 인터뷰 좀 해줘!”
“자자! 이리로 와서 작가님들 모시고 눈사태가 났을 당시의 이야기 좀 해. 나도 정 실장 꿀 좀 빨자. 응?”
비록 시사회가 중단될 위기였지만 홍보를 무시할 순 없었다.
막을 건 막는 거고 띄울 건 띄우는 것이 매니저의 일이니까 말이다.
대신 시간이 별로 없었기에 난 조금만 인터뷰를 하기로 하고선 작가들과 함께 기자들의 인터뷰에 응했다.
난 5분 정도 적당히 이태풍과 고재수를 더 띄워주는 데 주력한 후 먼저 인터뷰에서 빠져나왔다.
그 순간 내 배우들이 현장에 속속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연하늘색 드레스를 입은 유진이와 노란 드레스를 입은 미소가 나타나자 기자와 시사회에 초청받은 팬들이 다들 수군 수군거린다.
그리고 바로 그 뒤로 주영인도 함께 나오고 있다.
주영인은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자신이 광고하는 금색 얇은 하트 목걸이를 하고 있었었다.
“어? 어······ 주영인이랑 정유진도 왔는데?”
“와······ 미치겠네. 오늘 진짜 찍을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기자들은 유진이와 미소 그리고 주영인이 동시에 나타나자 당장이라도 인터뷰를 하고 싶어했다.
다만 인기 작가들과의 인터뷰 때문에 끊질 못하고 있다.
그사이 유진이가 내 곁에 온다.
“오빠. 작가님들도 인터뷰하시는 거 처음 봐요.”
“어. 오늘 태풍이 도와주신다고 나오신 거야.”
엄마 손을 잡은 미소가 유진이의 손을 잡고 발을 동동 구른다.
자신이 좋아하는 이지연 작가가 보였기 때문이다.
“삼촌 선생님 엄청나게 말 잘하시는 거 같아요.”
“그치?”
이지연 작가는 인터뷰에 꽤 능했다.
게다가 기자들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이태풍에 관한 기사를 잘 쓰라고 윽박까지 질러대고 있다.
“최 기자. 오늘 기사 내가 똑똑히 두고 볼 거야? 나 태풍이 팬인 거 잊지 말아.”
“예~ 예~ 작가님.”
“말로만 예예 하지 말고 기사 나오면 바로 나한테 먼저 알려 줘.”
“작가님. 이거 언론 탄압이신 거 아시죠?”
“왜? 벌써 이상한 기사 쓰려고 작정한 거야? 응? 그런 거라면 나 최 기자 앞으로 안 봐?”
“이크. 실수했습니다. 똑바로 쓰겠습니다. 하하하.”
그때 주영인은 팬들에게 인사를 마치고서 내 곁으로 다가왔다.
“윤호 오빠. 오늘 사람 장난 아니게 많은데요? 나 VIP 시사회에 이렇게 사람 많은 거 처음 봐요.”
정실모들이 다 모이는 행사다 보니 자연스레 탑스타급 행사가 되었다.
“신 대표님이 돈 좀 쓰셨어.”
“와~ 진짜 신 대표님이 오빠 아낀다고는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요?”
그건 처음 듣는 말인뎁쇼?
의외로 주영인은 내가 모르는 업계 소식을 잘 알고 있었다.
대체 넌 어디서 그런 정보를 듣는 거냐고 묻고 싶었다.
어쨌건 많은 팬이 온 게 기분이 좋은지 주영인이 눈웃음을 짓고 말한다.
그런데 그때 주영인이 미소에게 말한다.
“미소야. 우리 실종 영화도 여기 삼촌한테 꼭 이렇게 해달라고 하자?”
주영인과 미소가 출연하는 안정해 감독의 <실종 – 잃어버린 자들>이 로케 문제로 미뤄져 다음 주부터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미소가 고개를 빠르게 끄덕인다.
“예~ 삼촌한테 꼭 부탁할 거예요!”
“그래 우리 미소 파이팅!”
“파이팅!”
이건 제작사에서 준비하는 건데 매니저인 나보고 파이팅을 하면 어떻게 하라는 거니 미소야?
하지만 미소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쳐다보는 걸 보니 안 된다고 할 수가 없었다.
“나만 믿어 미소야.”
미소가 쌍엄지를 치켜들며 윙크를 한다.
“유노 삼촌 짱!”
이후 왕룽과 릴리 강하나와 하루 그리고 체리블라썸과 트레비앙까지 다 같이 나타난다.
이어서 덕배와 박상규가 나타났고 이후 서연우와 함께 보이그룹 ‘익스텐션’마저 나타났다.
회귀 전에는 헤어졌던 이들이 다 같이 모이자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어쨌건 수많은 스타들이 모여든 덕분에 현장 분위기는 말 그대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제는 이 분위기가 꺼지지 않게 시사회 중단 사건을 막을 차례였다.
* * *
현재 시각은 오후 7시 50분.
이제 10분 뒤면 시사회장으로 입장할 시간이다.
하지만 난 시사회가 중단되는 원인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중이다.
우선 난 작가들과 정실모 그리고 왕룽과 릴리를 부하 직원들에게 맡긴 뒤 이대호 매니저에게 향했다.
두 배우의 컨디션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태풍 씨랑 재수 씨의 오늘 컨디션은 좀 어떻습니까?”
“시사회에 맞춰 컨디션 관리를 했더니 쌩쌩합니다.”
이대호 매니저의 말대로 VIP 시사회 티켓팅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는 두 사람은 쌩쌩했다.
일단 상영 중 배우들에게 문제가 생겨서 시사회가 중단되는 건 아닌가 보다.
다이어리를 재차 확인했지만 지진 같은 자연재해가 나타난 일정 따위도 없었고.
그렇다면 영화관 시설 문제나 외부 인력이 들어와서 방해하는 경우가 남는다.
그때 LT 엔터의 신종기 대표가 웃으며 다가온다.
“정 실장. 잘 되고 있나?”
“예. 대표님. 인터뷰까지는 무탈하게 잘 진행됐습니다.”
시사회가 중단된다는 건 나만이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밖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띠잉.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린다.
엘리베이터에서 다섯 명의 사람들이 내린다.
그런데 그 사람 중에 아는 얼굴이 있었다.
‘류신 네가 여긴 왜 왔어?’
류신은 며칠 전 주시시에게 당한 팔에 금이라도 갔는지 그는 팔 양쪽에 깁스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로 경호원 네 명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그때 신종기 대표가 웃으며 류신에게 손을 들어 올린다.
“류 실장! 여길세.”
류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파를 헤치고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한다.
“혹시 대표님께서 저분을 초대하셨습니까?”
“그렇네. 저 친구가 화연 미디어 그룹의 총비서실장인데 조만간 한국에서 시작하는 1천억 대 프로젝트를 같이 할 생각이 있냐며 연락이 왔더군. 이참에 소개해 줄 테니 자네도 인사나 하지.”
현재 장웨이 회장의 자금이 중국에 묶여 있었기에 류신은 그 금액의 10분의 1 정도만 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화연 미디어 코리아를 설립할 때 연말이 되어서야 천억을 넣어줄 수 있다고 했었다.
그런데 조만간 1천억 대 프로젝트를 같이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더군다나 두 팔에 깁스했는데 이렇게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러 왔다는 것도 납득가지 않았다.
순간 난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류신이 오늘 시사회 중단 사태를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것을 말이다.
난 시사회장에서 류신을 쫓아내기 위해 곧장 신종기 대표에게 말했다.
“대표님. 류신의 팔을 저렇게 부순 게 제 사람입니다.”
신종기 대표의 얼굴이 빠르게 굳는다.
“응? 정 실장 쪽 사람이 류신의 팔을 저렇게 만들었다고? 왜?”
“류신이 모시는 장 회장이 유진이와의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하더군요. 그걸 제가 거절했더니 다음으로는 절 짓밟으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것마저 실패하자 그 이후로는 절 포섭하려고 했습니다. 전 계속 거절했고 그러다 며칠 전에 저희 쪽 사람과 충돌이 생겨서 팔이 저렇게 됐습니다.”
난 장웨이 회장과 만남 이후의 일어난 일들을 짤막하게 말했다.
신종기 대표의 표정이 굳는다.
“빌어먹을······ 그런 놈들이었나?”
“예. 대표님.”
하지만 신종기 대표의 표정이 고민에 싸인다.
무려 1천억이 걸린 프로젝트가 날아갈 상황이 되자 고민이 되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신종기 대표에게 내가 아는 걸 조금 더 이야기해줘야겠다.
그런데 내 말이 나오기도 전 신종기 대표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