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5화
615. 성나라 4
오래된 가로등으로 인해 어둑어둑한 벤치 아래.
후드티를 입은 또래의 남자가 성나라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잡아당긴다.
“꺄악!”
성나라가 비명을 지르는데도 이진실을 비롯한 모두는 키득거리며 웃고 있었다.
“야! 아직 시작도 안 했어. 뭘 벌써부터 꺄악이야?”
후드티를 입은 놈은 다른 손으로 성나라의 뺨을 내리치려고 한다.
“이 악물어.”
난 이를 꽉 깨물고 더욱 빠르게 달렸다.
내가 여기 오지 않았다면 이들은 성나라에게 어떤 짓을 했을지 모른다.
아이들의 폭행은 때론 선을 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난 이미 달려가는 동안 CCTV가 없는 걸 확인했기에 후드 티셔츠를 입은 녀석의 곁에 도착하자마자 옆구리에 주먹을 날렸다.
퍽!
“커억.”
성나라를 때리려던 후드티가 그 자리에서 뒹군다.
이진실을 비롯한 일행들이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른다.
“뭐 뭐야?”
“꺄아악!!”
몇몇은 쓰러져 뒹구는 후드티의 남자아이를 살핀다.
후드티를 입은 남자아이가 옆구리 쪽을 부여잡고 신음 소릴 낸다.
혹여 뼈를 부술까 봐 힘을 조절했지만 죽을 만큼 아플 건 틀림없다.
난 혼란스러운 틈을 타 성나라의 상태를 살폈다.
“나라야. 괜찮아?”
성나라가 눈을 끔뻑이며 날 쳐다본다.
커다란 눈엔 눈물이 글썽글썽 맺혀있다.
“실장님?”
“절대 나오지 말라고 했잖아.”
“죄송해요. 안 나오면 동생들한테 해코지한다고 해서요······.”
어린 동생들을 괴롭히겠다는 협박에 나올 수밖에 없었단다.
가슴에는 불이 차오르고 있었지만 최대한 감정을 억눌렀다.
여기서 이성을 잃어버리면 놀이터에 있는 모래를 다 판 다음 이놈들을 그 아래다 묻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내 얼굴을 알아본 이진실이 빽하고 소리를 지른다.
“뭐야? 또 너야?”
난 몸을 돌리며 싸늘한 목소리로 이진실을 쳐다봤다.
“너?”
내 눈빛을 본 이진실이 움찔한다.
그때 쓰러진 후드티 남자애가 옆구리를 부여잡고 일어난다.
얼굴을 보니 낯이 익다.
박종서.
그는 현재 에이스 엔터 소속 연습생으로 6개월 뒤에 데뷔할 예정인 3인조 보이그룹 맨&맨즈의 멤버다.
그제야 어두컴컴한 벤치에 있는 또래 남자들 역시 맨&맨즈의 멤버란 걸 알 수 있었다.
여자아이들은 모조리 FIVE 엔젤스의 멤버들이었고.
그때 박종서가 후드 모자를 벗고 이를 갈며 말한다.
“XX. 뒤에서 누굴 까보긴 했어도 까여보긴 처음이네. 내가 오늘 넌 파묻고야 만다!”
박종서는 데뷔 후 짐승돌이라고 불리게 되는 녀석으로 데뷔 전부터 헬스와 무에타이를 익히며 몸을 만들었다.
그리고 데뷔한 후에도 소속사의 후배들을 구타하고 다니다 후배들이 탄원서를 넣는 바람에 연예계에서 퇴출이 되는 녀석이다.
아무튼 혹시 크게 다치기라도 할까 힘을 조절했더니 겁도 없이 다시 덤벼들고 있다.
“죽어 이 새X야!”
박종서의 무에타이식 발차기가 내 오금을 노린다.
하지만 난 가볍게 뒤로 물러나며 그의 발차기를 피했다.
부웅.
놈의 발차기가 허공을 가른다.
텅 빈 옆구리를 보며 난 내가 때린 그곳에 다시금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퍼억.
두툼한 롱패딩 위로 주먹이 박힌다.
박종서가 다시금 악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을 뒹굴뒹굴 구른다.
“아아악.”
그때였다.
“XX!”
같은 맨&맨즈의 멤버인 안정준과 이태용이 동시에 덤벼든다.
업계에는 내가 권투선수 출신이라는 게 어느 정도 알려졌는데 일진 놀이를 하던 놈들은 ‘선수 출신’인 내게 겁도 없이 덤비고 있다.
둘이 뒤에서 덤비면 이길 것 같나 본데 어림도 없다.
일반인은 절대로 선수에게 상대가 될 수 없다.
상대가 국가대표급이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고.
그래.
인생은 실전이지.
난 두 사람이 그 진리를 몸으로 깨달을 수 있게 복부에 각각 가볍게 주먹 한 방씩을 날렸다.
퍽퍽.
“꺽. 꺽.”
복부를 맞은 두 녀석은 배를 부여잡고 먼저 쓰러진 박종서의 옆에 나란히 누워버린다.
“끄으으윽······.”
세 사람이 옆구리와 배를 붙잡고 바닥을 기자 이진실은 그제야 조금 겁에 질린 표정을 짓는다.
“겁도 없이 여기까지 찾아와서 나라를 협박해?”
난 이 일의 주범인 이진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진실이 뒤로 물러난다.
턱-
“엄마야!”
뒷걸음질을 치던 이진실이 벤치에 걸려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쿠웅.
그녀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엉덩이에 손을 내민다.
“아아야······.”
만지는 곳을 보니 꼬리뼈를 다친 모양이다.
그때 뒤쪽에 있던 FIVE 엔젤스 멤버 안주희와 박의선 한연은이 입을 맞춘 듯 외친다.
“정 실장님. 저 저흰 그냥 진실이가 따라오라고 해서 온 거예요.”
“맞아요. 저흰 아무것도 안 했어요.”
어디서 거짓말을.
“오늘 말고도 니들이 다 같이 몰려다니면서 애들 괴롭히는 거 다 아는 사실인데 무슨 X 소리야!”
세 사람이 움찔하며 눈치를 본다.
이진실이 주범이었고 이들은 공범이다.
그런데도 어제 잠시 물러난 건 성나라를 에이스 엔터에서 빼내는 게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바닥에 쓰러진 이진실이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엄마! 나 진실인데 아직 근처에 있지? 빨리 좀 와! 정 실장 때문에 나 꼬리뼈 부서진 거 같아!”
경찰에다가 전화라도 할 줄 알았는데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어이가 없었기에 이진실의 폰을 빼앗아 버렸다.
“진실이는 혼자 뒷걸음질 치다가 넘어져서 다친 거니까 오해 마십쇼.”
순간 통화를 하던 안미현 SBC 예능국 PD의 입에서는 쌍욕이 튀어나온다.
-야! 정윤호! 우리 딸이 거짓말을 했다고? 웃기지 마 우리 애가 얼마나 착한데 그 말을 믿으라고?
많이 듣던 레퍼토리다.
우리 애는 착하다고.
그런 애가 누군가를 자살까지 몰아가는 걸 알면 그때도 감히 그런 소리가 나올까 싶다.
-너 딱 기다려. 여기서 5분이면 도착하니까.
5분 거리?
그녀의 집은 강남인데 여기서 5분 거리라면 그게 뜻하는 바는 간단했다.
이곳에 데려준 게 안미현 PD라는 것이다.
자식을 대체 어떻게 키우길래 이런 짓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기다리겠습니다.”
난 폰을 이진실에게 건넸다.
이진실이 씩씩거리며 엄마에게 빨리 오라고 말한다.
그러는 사이 난 이놈들부터 처리하기 위해 김동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또! 전속 해지 계약서 써줬으면 됐잖아!
“방금 이진실이 나라네 집까지 찾아와 린치 가하려고 한 건 압니까? 그것도 그쪽 회사 박종서랑 안정준과 이태용 셋을 시켜서요.”
잠시의 침묵 후 전화 너머로 김동수의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씨X. 그 자식들은······ 또 왜······.
“제가 정리할까요? 그쪽에서 정리하겠습니까?”
내가 언론에 제보하면 이들뿐 아니라 에이스 엔터까지 크게 흔들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성나라에 관해 안 좋은 소문이 꼬리를 물 수가 있었다.
세상은 왕따 가해자뿐만이 아니라 피해자를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내가 처리하지. 넌 빠져.
“알겠습니다. 오늘 12시까지 처리해주십시오.”
-알았어. 그리고 이번 일에 에이스 엔터 이름이 거론되면 나도 가만히 안 있어. 알겠어?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김동수는 만에 하나 수틀리면 성나라에 관한 악의적인 유언비어를 퍼트리겠다고 한다.
“알았습니다.”
성나라의 안전을 보장받는 대신 FIVE 엔젤스와 맨&맨즈 애들이 연예계에서 퇴출되는 거라면 나름 괜찮은 거래다.
-끊어!
김동수가 소리를 지르며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내 앞에 있는 아이들의 폰에서 일제히 까톡 알람음이 울린다.
까톡을 확인한 아이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간다.
전원 계약 해지를 알리는 일방적인 회사의 통고였기 때문이다.
“마 말도 안 돼!”
FIVE 엔젤스와 맨&맨즈의 아이들이 다급히 자신들의 매니저에게 전화를 건다.
그제야 다들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잘못했다고 하지만 통할 리가 없다.
몇몇은 날 보고도 잘못했다고 빌었지만 난 악어의 눈물을 믿진 않았다.
수년간 일진 놀이를 하면서 많은 피해자를 만든 놈들이 자신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자 이제야 반성하는 척하기는.
아니나 다를까.
내가 흔들리지 않자 녀석들은 쌍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XX! 이러고도 내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아?”
“그래. 나 맞은 거 경찰에 고소할 거야!”
그때였다.
난 잠시 심호흡을 한 뒤 벤치 옆에 있는 네모난 나무 기둥으로 주먹을 뻗었다.
콰아앙!
쿠우웅우우웅.
나무 기둥이 웅웅 울리며 기둥과 연결된 벤치의 나무들이 일제히 떨린다.
이제껏 내가 쓴 주먹이 사정을 봐줬다는 걸 알게 할 만큼 말이다.
사람의 손으로 낸 거라고는 믿기지 않을 굉음이 울리자 아이들의 얼굴이 핼쑥해진다.
“그래. 어디 한번 해봐. 제발 해봐라. 응? 나도 미친 척하고 인내심을 좀 놔 보게. 응? 부탁 좀 하자. 안 그래도 여기 CCTV도 없고 딱 좋은데.”
난 아이들을 노려보며 스산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그러자 일곱 명의 아이들이 입을 꾹 다문다.
나무 기둥에 파고 들어간 내 주먹을 본 순간 맞으면 죽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때 김찬성 변호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정 실장님~~”
김찬성 변호사가 손을 흔들며 다가온다.
밝은 그의 목소리 덕분에 겨우 이성을 붙잡을 수 있었다.
“예. 변호사님.”
김찬성 변호사가 다가오더니 나무 기둥에 움푹 들어간 내 주먹 모양 흔적을 보고 말한다.
“CCTV도 없는데 그냥 패 죽이시지 그러셨습니까? 어차피 갱생도 안 되는 놈들처럼 보이는데요?”
아이들이 하얗게 질려간다.
김찬성 변호사가 웃으면서 그 말을 했기 때문이다.
“변호사란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뭐 변호사는 사람 아닙니까? 그리고 정 실장님이 그렇게 쓱싹 처리하면 제가 다 처리해드릴 수 있습니다. 뒷감당 생각하지 마시고 처리하시죠?”
“지금 마음 같아서는 뒷감당이 안 될 거 같아서 못 그러겠습니다. 제가 늦게 왔으면 저기 나라가 무슨 짓을 당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자제가 잘 안 되네요.”
주먹을 꼭 쥐고 말하자 몇몇 아이들이 놀라서 딸꾹질을 시작한다.
“딸꾹.”
“히끅.”
이들에게 당한 피해자들이 겪었을 공포를 알기에 학폭 가해자인 이놈들에게는 일말의 동정심도 생기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여긴 제게 맡겨 주십시오.”
“예.”
그 말을 마친 김찬성 변호사가 아이들을 향해 말한다.
“너희 같은 애들을 내가 잘 아는데 이 순간만 넘기면 여기 정 실장한테 덤빌 거 잘 알아. 근데 말이야······.”
김찬성 변호사가 아이들을 보며 씨익 웃는다.
“해볼 테면 해봐. 그 순간 방송 3사 9시 뉴스에 니들 얼굴을 전부 다 공개해 줄게. 아마 친구들한테 손가락질당하는 정도로 안 끝날 거다. 연예계 쪽은 이미 끝난 거 잘 알고 있을 테지만 그보다 더한 바닥이 있다는 걸 알려줄게. 아마도 취업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못 하고 인생 X 될 거야.”
아이들의 딸꾹질이 조금 더 지어진다.
“근데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니들이 꼭 고소니 뭐니 다 해 줬으면 한다. 난 솔직히 그편이 편하거든. 어때? 이번에는 연예계면 말고 사회면에 대서특필로 얼굴 한번 알려 보는 게? 응?”
김찬성 변호사의 현실적인 협박에 아이들이 바들바들 떨다가 결국 무릎을 꿇기 시작한다.
“잘못했어요.”
“잘못······ 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힘에는 더 큰 힘으로 대해야 하는 게 씁쓸하긴 했지만 때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난 부들부들 떠는 애들을 보며 손짓을 했다.
“다시는 연예계나 나라 앞에 나타나지 마. 그리고 만에 하나 또다시 다른 애들 건드렸다는 소리 들리면 그땐 여기 김 변호사님한테 맡길 거야. 알아들어?”
“예!!”
“그러면 당장 꺼져!”
아이들이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이고 도망쳐 버린다.
결국 꼬리뼈를 다쳐 엄마를 부른 이진실을 제외한 나머지는 세상을 잃은 표정으로 도망치듯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동정심은 생기지 않았다.
그들에게 당한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훨씬 더 무거웠을 테니까.
그래도 놈들의 미래를 꺾었으니 그들에게 당한 피해자들에게 약간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후 난 다이어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런데 여전히 성나라가 죽는다는 일정이 그대로다.
왜지?
왜 아직도 안 지워지지?
그때였다.
“어 엄마······ 왜 이렇게 안 와······.”
이진실은 내 눈치를 보면서도 부모를 찾고 있다.
그 순간 에브리데이의 일정을 지우려면 눈앞에 있는 이진실의 부모를 처리해야 한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이진실이 당당하게 구는 건 방송국의 PD인 엄마와 강남 유명 댄스학원장인 아빠의 빽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죄를 저지른 건 이진실이었기에 그 부모에게 연좌제로 죄를 물을 순 없었다.
그래서 일단 난 최소혜 기자에게 조건부로 기사를 부탁했다.
[정윤호 실장 : 최 기자님. 제보할 게 있는데요. 부탁도 있고요.]
[최소혜 기자 : 얼마든지 언제든지. 24시간 제보를 받는 최소혜입니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이야 동생? ^_^]
[정윤호 실장 : SBC PD와 강남 유명 댄스학원장에 관해 제보할 게 있어서요.]
이진실 부모에 관해 알고 있는 내용을 제보하자 최소혜 기자가 즉시 까톡으로 대답한다.
[최소혜 기자 : 오케이. 난 보도자료 지금부터 준비할게.]
[정윤호 실장 : 그래도 만에 하나 부모들이 사과할 때를 대비해서 기사는 제가 부탁하면 올려주세요.]
[최소혜 기자 : 알았어. 근데 말이야······ 달라질 거 없을걸? 원래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잖아. 뭐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소리도 있고.]
그래.
나도 그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적어도 확인은 하고 손을 쓰고 싶었다.
잠시 후.
이진실의 부모가 나타났다.
“진실아~~”
“엄마! 아빠!”
이진실의 엄마 안미현 PD와 아빠 이석형 대표가 부리나케 달려온다.
두 사람은 곧장 이진실을 껴안았다.
“우리 딸. 괜찮니?”
안미현 PD와 이석형 대표가 딸의 이곳저곳을 쳐다본다.
순간 이진실이 기다렸다는 듯 하이톤의 목소리로 외친다.
“엄마 눈엔 내가 괜찮아 보여? 꼬리뼈도 다쳤고! 회사에서는 퇴출이라고 연락까지 왔는데?!”
“우리 딸.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마. 엄마만 믿어. 엄마가 전부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고등학생인 딸을 마치 일곱 살짜리 딸처럼 달랜 안미현 PD가 내 쪽을 쳐다본다.
날 보는 눈에는 표독함이 가득하다.
“야! 부모도 없는 애를 아이돌 데뷔까지 시켜줬으면 고마워할 줄 알아야지. 그런데 뭐? 은혜도 모르고 우리 애를 탈퇴시켜?”
“그쪽 딸이 나라를 때리라고 지시한 거 못 들었습니까?”
“몰라. 관심 없어. 그리고 설령 때리라고 했어도 맞을 짓을 했으니까 그랬겠지. 하여간 당장에 김 대표한테 연락해서 바로 잡아! 안 그러면 네 연예인은 방송국에 출입 금지 때릴 거야!”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게다가 이진실의 아빠 역시도 똑같은 소리를 한다.
“정 실장. 니가 나라 쟤 아빠라도 돼? 니가 뭔데 끼어들어서 남의 애 인생을 망쳐? 어?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라 쟨 무사할 거 같아?”
이젠 아예 협박이다.
성나라가 들을까 걱정이 되어 뒤를 돌아봤다.
다행히 이미 김찬성 변호사가 성나라를 데리고 멀리 떨어져 있다.
김찬성 변호사가 날 향해 고개를 끄덕여 신호를 보내왔다.
그래.
마음 편히 끝까지 가도 되겠다.
난 그 즉시 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네요. 올려주세요.”
-알았어. 근데 이진실 걔 학교 쪽 왕따도 얽혀 있는 건 어떡해? 그것도 올릴까?
“아뇨. 그건 나라를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안 하는 게 좋을 거 같네요. 그리고 그건 이쪽 변호사님이 섬세하게 케어하실 거예요.”
-하긴 언론이 먼저 나서면 왕따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긴 하지. 알았어. 나라 걘 꽃길만 걷게 해주자. 그래도 언제든지 필요하면 이야기해.
“예.”
그렇게 전화를 끊자 두 사람이 씩씩대며 묻는다.
“지금 누구랑 통화한 건데?”
난 두 사람의 말에 대답 없이 폰을 확인했다.
그 순간 내가 제보한 기사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속보) 강남 X 댄스학원 원장. 대규모 탈세.]
-강남 유명 댄스학원 X에서 탈세 의혹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연예인들 지망생들이 다니고 있는 댄스학원인 X에선······.
[(단독) SBC 예능국 A PD. 뒷돈 로비?]
-인기 예능 프로 M의 PD인 A 씨는 출연진들의 소속사로부터 뒷돈을 받고 출연시켜준다는 의혹이······.
난 최소혜 기자가 올린 기사를 두 사람의 얼굴 앞에 내밀었다.
기사를 본 두 사람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간다.
기사가 두 사람을 저격하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이 새X가······.”
“뭐 뭐야······ 이거······.”
그런데 그때였다.
기사를 보고 흥분한 이석형 대표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대뜸 주먹을 날린다.
느린 속도로 날아오는 주먹을 보며 난 피하지도 않고 그의 주먹을 가볍게 잡았다.
덥석.
그리고 난 이석형 대표의 주먹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줬다.
“끄으으윽······.”
난 주먹이 잡혀 고통스러워하는 이석형 대표에 귀에다 대고 혼자만이 들을 수 있게 조용히 속닥였다.
내겐 그를 파멸로 이끌만한 정보를 또 하나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그걸······ 어떻게······.”
내게서 귓속말 들은 이석형 대표가 바들바들 떨기 시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