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08화
608. VVIP 패션쇼 4
김부호 명예회장이 노현희를 바라보며 제안한다.
“노 여사. 아무리 VVIP 행사라지만 사지도 않을 옷을 유진 씨에게 모조리 입고 나오라는 건 예의가 아니라 보네. 그러니 일단 노 여사가 먼저 사고 싶은 걸 주문해. 그러면 유진 씨에게 그 옷을 입고 나와달라 부탁하는 게 어떤가?”
김부호 명예회장은 노현희가 유진이에게 앙심이 있다는 걸 대번에 알아차렸다.
그래서 1부에서 보여준 L.M.L 블랙라벨 30벌의 드레스 중 살 제품만 고르면 유진이에게 입혀서 보여주겠다고 제안했다.
상류층의 체면으로 패션쇼에 나온 드레스의 가격이 얼마냐고 물을 수 없다는 걸 이용한 역제안이었다.
조금 전처럼 30벌 모두를 입고 나오라고 한다면 얼마나 돈을 내야 할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프리미엄 라인인 L.M.L 블랙라벨 디자인의 옷들은 단 한 번도 가격이 매겨진 적이 없었기에 자칫 터무니없는 돈을 내야 할 수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제품 가격이 얼마인지 알지 못하는 노현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그 모습을 보자 김부호 명예회장은 이제 슬그머니 도발을 시작했다.
“응? 왜 말이 없나? 설마 천하의 HK 그룹 사모님께서 사지도 않을 옷을 구경만 하려고 오신 건 아니지? 우리 쇼에 꼭 참석하고 싶다고 했다면서?”
HK 그룹의 이름이 거론되자 노현희가 발끈한다.
“절 뭐로 보시는 거예요!”
노련한 김부호 명예회장이 슬쩍 한발 물러나며 맞장구를 쳐준다.
“하기야 천하의 노 여사가 사지도 않고 그랬을 리 없지. 미안하군. 내가 너무 섣불리 말했어.”
김부호 명예회장은 능구렁이처럼 냉큼 자신의 실수를 사과한다.
하지만 그건 노현희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자 그러면 말만 하시게. 어떤 옷이랑 가방이랑 액세서리를 살 건가? 내가 듣기로 이번 L.M.L 블랙라벨 디자인들이 잘 나와서 가격이 꽤 비싼 거 같던데······ 그냥 적당히 몇 벌만 보여달라고 하는 게 좋지 않겠나?”
김부호 명예회장은 노련한 장사꾼답게 끝까지 노현희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러자 결국 노현희가 참지 못하고 덥석 낚여버렸다.
“몇 벌이라뇨? 전부 다 제가 살 거예요!”
“설마 백이랑 주얼리도 다 같이?”
“당연하죠!”
현장에 모인 VVIP들이 웅성대기 시작한다.
한국 최고의 프리미엄 명품 브랜드를 추구하는 L.M.L 블랙라벨은 단 한 번도 가격을 공개한 적이 없다.
그런데 30벌이 넘는 옷과 각종 백과 주얼리를 가격도 모른 채로 다 산다고 했기 때문이다.
다들 무리하는 게 아니냐는 눈빛이었지만 재계 12위인 HK 그룹의 안주인이란 자리는 노현희를 물러설 수 없게 만들었다.
“허허허. 괜찮겠나? 아무리 노 여사라도 씀씀이가 너무 큰 거 같은데?”
“흥! 그깟 드레스 몇 벌이랑 액세서리로는 제 통장에 티끌만 한 생채기도 안 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다 사드릴 테니까 정유진한테 입고 나오기나 하라고 하세요!”
김부호 명예회장이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유진이를 바라보며 인자하게 말한다.
“유진 양. 부탁 좀 해도 괜찮겠나?”
유진이는 초청료를 받는 다른 패션모델과는 달리 초청료에 더해 자신이 걸친 제품의 매출 3%를 인센티브로 받도록 계약된 상태였다.
현재 내부에서 선정한 드레스와 백 그리고 주얼리 값을 더하면 총 판매 금액은 15억을 좀 넘어가게 된다.
그렇다면 노현희한테서만 4천 5백만 원이란 돈을 받는 셈이다.
다른 VVIP들이 추가로 제품을 구매하면 수익 배분은 더 받게 될 거고.
하지만 유진이는 선뜻 대답하지 않고 날 쳐다보며 눈짓으로 신호를 보낸다.
‘오빠 어떻게 해요?’
단순히 돈만 버는 것이라면 거절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김부호 명예회장이 노현희의 갑질을 막아준 상황이다.
그러니 최소한 그의 체면을 상하게 할 일은 없어야 한다.
노현희가 옷을 사지도 않고 유진이에게 갑질하는 게 사라졌으니. 이 정도는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덩달아 노현희의 지갑도 텅텅 비게 할 수 있었고.
이런 기회를 놓칠 이유는 없다.
‘하자.’
고개를 끄덕이자 유진이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김부호 명예회장에게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러면 바로 갈아입고 나올게요.”
“그래요 유진 씨. 부탁 좀 해요.”
유진이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노현희를 쳐다본다.
“노 여사님께서 L.M.L 블랙라벨 드레스를 좋아해 주시니까 제가 더 기분이 좋네요. 감사드립니다.”
노현희가 마지 못 해 대답한다.
“그 그래. 모델이 좋아서 그런지 옷도 보기 좋······ 네.”
원래 생각한 계획대로 되지 못한 까닭에 그녀는 부들부들 떨며 대답한다.
김부호 명예회장이 씨익 웃으며 말한다.
“자 그러면 유진 양. 2번 옷부터 입고 나오지.”
“예.”
유진이가 몸을 돌리더니 함께 온 모델들과 돌아나간다.
김부호 명예회장은 몇몇 VVIP들과 인사를 나눈 뒤 잠깐 따라오라며 눈치를 준다.
난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김부호 명예회장의 뒤를 따랐다.
그러자 이하윤이 그 즉시 내 곁을 따라붙는다.
“저도 같이 가요 실장님~”
그녀는 또다시 껌딱지처럼 날 따라붙고 있었다.
* * *
무대 뒤의 대기실에 도착하니 김애련 부회장이 김부호 명예회장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이런 곳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해요. 아빠.”
“죄송은 무슨. 잘했다. 네가 아무리 대천의 차기 주인이라 해도 손님들을 모셔놓고서 노 여사랑 다퉜다면 평판은 엉망이 됐을 거다.”
김부호 명예회장이 칭찬하자 김애련 부회장이 날 가리킨다.
“근데 아빠에게 연락드리자고 제안한 건 여기 정 실장이에요.”
“정 실장이?”
김부호 명예회장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젠 날 오라 가라 하는군.”
약간은 탓하는 듯한 말투지만 그의 표정에는 웃음이 섞여 있다.
그래서 난 더욱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것만이 쇼가 무사히 진행될 거로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대천의 체면을 살릴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고요.”
김부호 명예회장이 날 가만히 쳐다보다 피식 웃으며 말한다.
“자네 배우를 위해서는 아니고?”
“겸사겸사죠.”
“당돌하긴.”
내 속내를 알아챘는데도 그는 내 탓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가 궁금하다는 듯 묻는다.
“자 그러면 노현희. 저 여자한테 어떻게 갚아줄 생각인가?”
역시나 눈치가 보통이 아니었다.
“말씀드리면 도와주시겠습니까?”
“나 김부호 평생 당하고 넘어간 일이 없는 사람일세.”
김애련 부회장과 이영아 L.M.L 대표 그리고 이하윤까지 내 입을 주시한다.
난 잠깐 심호흡을 하고 대답했다.
“현재 L.M.L 블랙라벨 디자인 의상은 부르는 게 값이잖습니까? 그러니 이참에 부회장님이 올려놓은 가격에서 드레스와 백은 2배 보석류는 3배 더 받으시죠.”
이영아 대표가 만든 L.M.L 블랙라벨의 제품들은 의상 백 주얼리 모두가 해외 명품 브랜드에 비해 제작비가 2배 이상 든다.
그러나 해외 명품 브랜드에 비하면 아직 신생이다 보니 제품 가격을 절반 이하로 책정하고 있었다.
유진이가 입은 ‘영광’이나 ‘청명’ 같은 네임드 드레스는 5천만 원이었고 나머지들은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 정도였다.
하지만 노현희가 다 사준다고 했으니 그녀의 이름값을 빌려서 가격도 높이고 인지도도 높여볼까 싶었다.
HK 그룹의 안주인이 싹쓸이한 제품이라면 상류층에 팔기에는 제법 그럴싸한 수식어가 되어 줄 테니까 말이다.
감히 내 배우를 노렸으니 난 그녀를 철저히 이용할 생각이다.
그때였다.
듣고 있던 이하윤이 놀란 표정으로 말한다.
“정 실장님. 그렇게 되면 드레스가 한 벌에 1억이 되는 것도 나와요. 해외 명품과 가격이 거의 비슷해지는데요?”
김애련 부회장은 이영아 대표와의 합의로 이미 한번 L.M.L 블랙라벨의 판매가를 조정했다.
그런데 거기서 다시 2배를 더 올리자는 말에 이하윤이 커다란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그때 김부호 명예회장이 이하윤에게 묻는다.
“하윤이는 정 실장의 제안이 잘 못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으음······ 예!”
“어째서?”
“제품 품질이야 좋지만 그 가격에 누가 살까요? 같은 값이면 다들 해외 명품을 사지 않을까요?”
그러자 김부호 명예회장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L.M.L 블랙라벨과 같이 최고가 프리미엄 명품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의 가격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저 콧대 높은 여자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지갑을 열지.”
“그래도 너무 가격이 비싸다 싶으면 안 사지 않아요?”
“그래. 그 말도 맞다. 하지만 HK 그룹 안주인이 나서서 가치를 매겨줬지 않느냐? 얼마를 부르던 사겠다고. 그러니 이때 최대한 가격을 올려놔야 한다. 해외 명품이랑 하등 차이가 없다는 걸 어필하기 위해서라도!”
HK 그룹의 안주인인 노현희는 유진이가 광고하는 L.M.L 블랙라벨 드레스와 모든 것을 사들인다고 선언했다.
이것만으로도 상류층에서는 화제가 될 수 있었다.
한국 재계 12위의 HK 그룹의 안주인인 노현희는 명품에 대해 꽤 안목이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도 노현희 저 어리석은 인사가 지금부터 살아있는 광고판이 될 게다. 저 콧대 높은 성격을 생각하면 자신이 당했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라도 L.M.L 블랙라벨이 뛰어나다고 떠벌리고 다닐 게야. 사람들이 분명 오늘 일을 물어볼 테니까 말이다.”
김애련 부회장이 피식 웃는다.
“노 여사님한테 판매마진을 좀 떼드려야 하는 거 아닐까요?”
“우리가 왜? 그럴 바에야 차라리 유진 양한테 줘야지.”
“알았어요. 그러면 유진 씨한테 인센티브를 매출 3%에서 5%로 올려서 지불할게요. 그건 괜찮죠?”
“그래. 그렇게 해라. 정유진의 이름값 덕분에 가능한 일이니까.”
김부호 명예회장과 김애련 부회장이 이 와중에 유진이를 챙겨 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받고만 있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가치를 더욱 확고히 하고 판매량을 늘릴 아이디어 하나를 더 제안했다.
“회장님. 그러면 아예 오늘 디자인 예약받은 사람들만 한정판으로 판매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정 판매?”
“예. 가치를 높이는 데 그만한 건 없잖습니까. 그리고 한정판이라면 판매량도 늘어날 겁니다.”
순간 김부호 명예회장이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허허허. 이거 참. 정 실장이 우리 업계 일을 너무 잘 아는데? 백화점 사장을 해도 되겠어.”
“과찬이십니다.”
“과찬이라니. 정 실장. 농담이 아니라 진짜 우리 회사로 올 생각은 없나?”
반짝이는 그의 눈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
그러나 난 절대 갈 생각이 없었다.
“괜찮습니다.”
내가 재차 거절하자 김부호 명예회장이 아쉽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는 L.M.L의 대표 이영아를 쳐다보며 묻는다.
“그나저나 이 대표 생각은 어떠신가? 너무 유통하는 우리가 제멋대로 결정을 한 거 같은데······.”
L.M.L의 이영아 대표가 들뜬 표정으로 말한다.
“가격 정책은 부회장님께 일임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찬성입니다. 회장님.”
“다행이군. 아 그리고 잠깐 봤지만 L.M.L 블랙라벨 디자인의 잠재 가능성을 알 것 같아. 말 나온 김에 앞으로 3년간 우리랑 독점 판매 계약을 맺지.”
이영아 대표는 잠깐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습니다. L.M.L은 중저가 명품 브랜드니까 다른 백화점에도 넘겨야겠지만 최상위 브랜드인 L.M.L 블랙라벨 디자인은 대천 백화점에만 내겠습니다.”
“고맙군. 그러면 해외 판매 루트는 우리가 뚫어주지. 저번에 보니까 제이슨 조와 같이 콜라보레이션도 하려는 거 같던데 맞나?”
“예. 곧 할 예정이에요.”
“오케이. 우리만 믿게.”
김애련 부회장이 그 틈을 타 옆에선 비서에서 서류를 가지고 오라고 한다.
눈 깜짝할 사이 엄청난 비즈니스로 발전하자 이하윤이 놀란 눈으로 보고 있다.
그러는 사이 드레스를 갈아입은 유진이가 걸어 나왔다.
2번 드레스는 유진이가 입었던 연말 시상식보다 가벼운 일상 드레스였다.
그러나 유진이가 입자 아까 모델이 입었던 것과는 아예 다른 차원의 옷이 되어 버린다.
유진이가 가볍게 인사를 한 뒤 내게 옷을 자랑한다.
“오빠. 어때요?”
난 쌍엄지를 치켜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최고지.”
유진이가 눈웃음을 짓는다.
“고마워요.”
난 이어서 조금 전 유진이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해줬다.
유진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김부호 명예회장을 쳐다보며 말한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런데 부탁이 있어요.”
“무슨 부탁?”
“오늘 모델 10명의 초청료가 각각 1천만 원이라고 들었어요. 제게 주시겠다는 추가 마진은 그분들에게 주셨으면 해요.”
“호오~ 그건 또 왜?”
“전 배우고 그분들은 모델이시잖아요. 원치 않게 제가 그분들의 자리를 뺏은 게 되었으니 자존심이 많이 상하셨을 거예요.”
“우리 정유진 양이 제법 마음 씀씀이가 깊군그래.”
유진이가 당황해서 고개를 젓는다.
“아 아니에요.”
“됐어. 우리 대천 그룹. 그 정도 여력은 있어. 그쪽은 내가 알아서 챙기지.”
김부호 명예회장이 김애련 부회장을 쳐다본다.
김애련 부회장이 고개를 끄덕인 뒤 유진이를 향해 말한다.
“정 실장 덕에 오늘 판매량이 꽤 될 거니까 모델들은 내가 따로 잘 챙길게. 대신 남은 30벌. 힘들겠지만 제대로 뽐내줘. 다들 눈이 확 돌아가게 말이야.”
그제야 유진이가 환하게 웃으며 어깨를 쭉 편다.
“알겠어요.”
김애련 부회장이 웃으며 모두를 쳐다본다.
“자 그러면 2부를 이어서 시작해 볼까요?”
우린 모두 쇼가 벌어지는 현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은 유진이가 2부의 쇼를 이어서 하기 시작했다.
* * *
김부호 회장이 온 까닭에 노현희는 유진이에게 갑질에 실패했다.
그리고 노현희는 원치 않게 모든 제품을 사게 되어버렸다.
또한 오늘 나온 L.M.L 블랙라벨 디자인 의상은 다시는 팔지 않을 ‘한정판’ 디자인이라고 하자 VVIP로 초청받은 사람들이 구매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내가 예상한 대로의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2부의 쇼가 성공리에 끝났다.
이후 결제의 시간이 돌아왔다.
VVIP 옆에 있는 진행요원들이 태블릿을 펼쳐 VVIP들이 선택했던 제품의 합계 금액을 보여준다.
뒤늦게 합계 금액을 확인한 VVIP들은 해외 명품과 비슷한 가격에 조금은 놀란 눈치였다.
그 순간 VVIP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결제를 미룬 채 노현희를 쳐다본다.
진짜 이 정도 가치를 하는 제품일지 HK 그룹의 안주인에게 대신 확인받고 싶은 눈치다.
노현희 앞에는 이하윤이 직접 태블릿을 들고 결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노현희는 액정에 뜬 합계 금액을 보곤 당황한 목소리로 말한다.
“30억 3천 3백만 원?”
어찌나 놀랐는지 노현희가 금액을 말해버린다.
노현희가 뒤늦게 아차 했다.
모두가 자신을 쳐다보는 걸 알아차린 까닭이다.
그러자 이하윤이 ‘스마일 공주’가 되어 환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예 여사님. 저기 부담되시는 거면 분납도 가능하신데······.”
“누 누가 부담이 된대? 나 HK 노현희야!”
노현희는 제 꾀에 제가 넘어 가 버렸다.
그녀는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카드를 꺼내 이하윤에게 내밀었다.
“결제해!”
“예. 여사님.”
이하윤이 고개를 숙이고 카드를 받는다.
카드 단말기를 찍 하고 긁자 카드 영수증이 나오기 시작한다.
찌직.
찌지직.
카드 영수증 용지가 나오는 소리에 노현희의 표정이 미세하게 일그러진다.
그때였다.
머뭇대는 사람들이 다들 따라서 결제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나도 결제할게.”
“나도.”
아무래도 노현희에게 진짜 판매마진을 조금은 나눠줘야겠다.
그때 내 곁에 앉은 김부호 명예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정 실장. 잠깐 따로 이야기 좀 하지.”
“무슨 이야기 말씀이십니까?”
“나도 자네를 도와줬으니 자네도 날 좀 도와줘야지 않겠나?”
김부호 명예회장은 대천의 주인이자 한국 재계에 살아있는 몇 안 되는 재벌 집단의 창업자였다.
그런데 그런 이가 나한테 부탁할 게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