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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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06화

606. VVIP 패션쇼 2

노현희.

그녀는 전 국토부 장관 노장준의 딸로 재계 12위인 HK 그룹 홍문규 회장의 아내다.

큰 키에 강인한 눈매 고압적인 카리스마를 갖춘 그녀는 정계와 재계의 유력가 아내들과 적극적으로 인맥을 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인맥을 이용해 HK 그룹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수도 없이 하곤 했다.

즉 사실상 HK 그룹의 이인자나 다름없었다.

그러다 보니 홍문규 회장은 HK 그룹에서 실제 회장은 아내라고 농담처럼 말을 하기도 할 정도였고.

그런데 바로 그녀가 지금 여기 대천 백화점 L.M.L 블랙라벨 패션쇼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녀 곁에는 재벌가의 사모들 여럿이 함께였는데 다들 노현희가 주최하는 요리 모임인 ‘평창동 요리 연구회’ 멤버이자 대천 백화점의 VVIP 회원들이었다.

또각또각.

내게로 다가오는 노현희와 재벌 총수 아내들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날 노려보고 있는 그녀의 눈빛이 차갑기 그지없다.

자기 아들들을 구속시킨 자에 대한 앙심이 가득한 눈빛이다.

그때 곁에 있던 이하윤이 속닥인다.

“정 실장님. 노 여사님은 저희가 초청하지 않았어요. 부디 오해 없으셨으면 해요.”

김애련 부회장은 HK 그룹과 나와의 악연을 알고 있었기에 초청하지 않았단다.

VVIP 패션쇼는 초청장이 있어야지만 들어갈 수 있는데 이곳에 나타난 저의가 뭔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그 사이 노현희가 코앞에 도착했다.

순간 이하윤이 미소를 지으며 내 앞을 가로막았다.

“어머! 안녕하세요~ 노 여사님~”

이하윤이 두 손을 모으고 생글거리며 인사하자 그제야 노현희가 발걸음을 멈춘다.

그와 동시에 노현희를 따라오던 다른 부인들도 일제히 발걸음을 멈췄다.

“하윤이 네가 왜 여기에 있니? 그리고 그 복장은 또 뭐야?”

같은 재계의 로열패밀리들이다 보니 평소에도 왕래가 있어서 아는 척을 한다.

이하윤이 어깨를 으쓱인다.

“오늘 사모님들이 오신다고 하셔서 엄마 일을 도우러 왔어요.”

“뭐 미리미리 부모님 일을 돕는 건 좋은 습관이네. 그런데 좀 비켜줄래? 네 뒤에 있는 그 인간이랑 나랑 이야기 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노현희가 비켜달라 했지만 이하윤은 생글생글 웃으며 대응했다.

“죄송하지만 여기 오신 정 실장님은 저희 초청장을 갖고 오신 손님이세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아실 거라 믿어요.”

백화점이나 특정 VVIP 초청 행사를 하게 되면 초청받은 사람들은 개인적인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참여한다.

만약 행사에서 충돌이라도 일으키면 주최자의 체면을 무시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기본적인 에티켓을 어긴다면 다시는 행사 초청을 받지 못할뿐더러 상류층 사회에서는 품격이 없다면서 따돌림을 받을 수도 있었다.

이하윤은 그런 상류층만의 에티켓을 들먹이며 노현희를 막아 세웠다.

그러나 노현희는 물러서지 않았다.

“아직 행사 전이야. 빡빡하게 굴지 말지?”

“아뇨. 주차장으로 들어온 이상 행사장에 오신 거예요.”

노현희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다.

“하윤아. 진짜로 이렇게 나올 거니?”

이하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예. 저희도 주최자로서 체면이 있으니까요.”

노현희가 짧은 한숨을 내쉬며 곁에 있는 사모들을 쳐다본다.

“자기들. 난 참석 못 할 거 같은데 어떻게 할래?”

그때였다.

옆에 있던 재계 51위 HB 건설 회장의 아내 안서정이 들고 있는 가죽 백에서 짙은 갈색 봉투를 하나 꺼낸다.

겉면에 대천 그룹의 심볼이 새겨진 VVIP 패션쇼 초청장이다.

“하윤아. 나 여기 노 여사님이 참석 안 하시면 오늘 쇼에 참석할 생각 없단다.”

그게 시작이었다.

바로 옆에 있던 태연 전자 대표의 아내인 박세연도 초청장을 내밀었다.

“하윤아. 나도 오늘 쇼에는 참석이 힘들겠는데?”

“내 것도 받아주렴 하윤아?”

“내 것도. 우리 노 여사님이 못 들어가시는 쇼가 무슨 VVIP 쇼겠어?”

삽시간에 이하윤의 손에는 10장의 초청장이 쌓인다.

그제야 이하윤의 얼굴이 찌푸려진다.

오늘 참석하는 VVIP의 수가 총 50명 정도인데 그중 10명이나 빠지면 엄청난 후폭풍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들······ 진심이세요?”

노현희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안서정이 대신해서 말한다.

“그래. 우리가 행사장 안에 들어가서 난리를 피운 것도 아니잖니? 오히려 너희 엄마 체면을 생각해서 공손~ 하게 거절한 거라고 전해줘.”

노현희의 왼팔 역을 하는 박세연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 정도면 김애련 부회장님 체면 다 세워준 거지 뭐. 하여간 열심히 해. 근데 우리 없이 매출이 나올까 모르겠다?”

이하윤의 표정이 조금 더 굳는다.

소수의 VVIP를 불러 이런 행사를 여는 이유는 한 명 한 명이 막대한 돈을 써준다는 보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사라지면 막대한 매출 손실이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실패한 패션쇼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새롭게 런칭하는 ‘L.M.L 블랙라벨’ 브랜드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이하윤이 곤란해하는 것을 보자 안서정과 박세연이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노현희를 쳐다본다.

“회장님. 이제 어디로 갈까요?”

노현희가 평창동 요리 연구회 회장이라서 듣기 좋게 회장이라 부르나 보다.

노현희가 자신이 데려온 VVIP 회원들에게 말한다.

“HK 호텔에 에드몽 쉐프가 왔는데 다 같이 프랑스 풀코스 요리나 먹을래? 좀 시간이 늦긴 하지만 얼마든지 가능해. 에드몽이 호텔에서 살거든.”

밤 10시에 요리사를 불러서 풀코스 요리를 만들어달라는 미친 짓을 하겠다는 걸 노현희는 태연하게 말하고 있었다.

갑질이 일상이라지만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문제는 곁에 있는 다른 멤버들도 똑같다는 거다.

“어머 두바이에 있다던 에드몽 쉐프를 데려오셨어요?”

“그래. 우리 회장님이 두바이까지 가서 직접 데려왔잖아. 요즘 손님들이 에드몽 요리 먹으려고 싱가폴 홍콩 일본에서 얼마나 오는지 모른다니까?”

“지난번에 두바이 갔을 때 쉐프가 쉬는 날이라서 못 먹고 왔는데······ 잘됐네요. 회장님. 오래간만에 야식이나 한번 먹어보죠. 양만 줄이면 되지 않겠어요?”

“그럼~ 되지. 그러면 우리 호텔로 갈까?”

“예.”

“알았어. 그러면 에드몽한테 연락할게.”

갑작스러운 상황에 이하윤이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VVIP를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노현희가 이렇게 나올 줄은 예측하지 못했나 보다.

하지만 이들이 다 빠지게 되면 유진이가 안 좋은 구설수에 말릴 수가 있었다.

난 그런 일을 막기 위해 이하윤에게 말했다.

“전 괜찮으니까 부회장님께 연락해보시죠. 그리고 저보고 이야기만 하고 싶다 시니 일단은 제가 노 여사님이랑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난 노현희뿐 아니라 눈앞에 있는 여사님들의 면면을 너무도 잘 안다.

회귀 전 각종 행사에 내 연예인을 데리고 다니며 그녀들을 몇 번씩 만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녀들이 두렵지 않았다.

그녀들이 날 두려워하면 모를까.

“미안해요. 그러면 잠시만 통화하고 올게요.”

이하윤이 사라지자 노현희 여사가 내 코앞으로 다가왔다.

어찌나 향수를 진하게 뿌렸는지 하마터면 인상을 찌푸릴뻔했다.

“정윤호가 너구······ 나?”

“처음 뵙겠습니다.”

“그래. 우리 아들들을 차가운 감옥에 보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꼭 직접 한번 보고 싶어서 찾아왔어.”

그녀의 눈에 적의가 가득했다.

한 마디 한 마디 내뱉는 말에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가득 담겨 있었고.

하지만 난 태연하게 굴었다.

“두 아드님이 구속된 건 유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두 아드님이 구속된 건 저 때문은 아니지 않습니까? 화가 난 건 알겠지만 화를 풀 대상을 잘못 고르신 것 같습니다.”

노현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너 때문이 아니라고?”

“두 사람이 죄를 지었으니까 벌을 받은 것 아닙니까? 제가 없는 죄를 만들어 낸 것도 아니고요.”

“뭐 뭐라······ 고?”

그녀의 본래 성격대로라면 당장에 내게 뺨이라도 날렸을 텐데 곁에 있는 다른 사모들 때문인지 가까스로 참고 있었다.

그때였다.

노현희가 심호흡을 몇 번 하더니 날 뚫어지게 쳐다본다.

“후우~ 그 그래. 젊은 사람이 혈기에 사고 칠 수도 있지. 인정해. 그런데 네가 이번에는 실수한 거야. 내가 너그럽게 한번 봐줄 테니까 당장 그 검사한테 찾아가서 모든 게 실수였다고 말해. 알아듣겠니?”

이미 서재일 검사가 모든 증거를 확보했는데 그걸 덮으라고 한다.

고작 이 말을 하려고 날 찾아왔다는 게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미 증거는 다 넘어갔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대한민국에 돈으로 안 되는 게 어디 있겠니? 네가 가서 사건을 덮는다고 말만 하면 그 뒤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어.”

아마도 서재일 검사에게 돈을 써서 자기 아들들을 빼내려고 하는가 보다.

대체 세상을 어떻게 살아왔으면 이렇게 제멋대로 판단하는지 궁금했다.

“그런 이야기라면 더 들을 필요도 없겠네요.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순간 노현희가 날 째려보며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다시 생각해······ 봐.”

“다시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노현희가 날 빤히 노려보더니 곁을 쳐다보며 말한다.

“자기들도 들었지? 이 녀석이 내 제안을 거절한 거?”

“예. 여사님.”

노현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에게 지시를 내린다.

“지금부터 정윤호 이 인간과 관련된 연예인들 광고는 전부 빼 줘. 그럴 수들 있지?”

대충 어떤 짓을 할지 짐작하곤 있었지만 막상 당하니 기분이 참 별로다.

하지만 이대로 당하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난 그 즉시 이들의 결속부터 부술 마음을 먹었다.

개개인을 상대할 수는 있었지만 이들 모두를 한꺼번에 상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난 잠시 심호흡하고 회귀 전에 알고 있던 사실을 살짝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런다고 곁에 계신 분들이 노 여사님의 지시를 따를까요?”

“뭐?”

난 노현희 여사의 오른팔과 왼팔 역할을 하는 두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HB 건설의 안서정 사모님만 하더라도 노 여사님이 없는 곳에서 얼마나 뒷담화를 하시는지 아십니까? HK 건설에서 최근 화성에 건설한 아파트 하청을 맡겨놓고 대금 지급을 안 해주신다면서요? 한창 벼르고 있을 텐데 노 여사님을 따르긴 하겠습니까?”

그 순간 팔짱을 끼고 있던 HB 건설 회장 아내 안서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간다.

“내 내가 언제?”

회귀 전에요.

다른 패션쇼 행사장에서 뒷담화하던걸 주영인이 듣고 내게 말해준 내용이다.

난 이어서 태연 전자 대표의 아내 박세연을 가리켰다.

“그리고 여기 태연 전자 박세연 사모님도 마찬가지고요. HK 전자 쪽이랑 제품 공동 개발을 해놓고 실패하자 비용을 다 물리셨다면서요? HK 전자가 망했으니 이제 곧 감옥에 계신 홍석준 대표한테 고소장을 날린다고 하시던데 그건 못 들어보셨나 봅니다?”

태연 전자 대표의 아내인 박세연이 깜짝 놀라 빽 하고 소리를 친다.

“어머 어머! 이 사람이 왜 없는 말을 막 지어내고 그래? 난 아냐! 사모님. 아니에요!! 진짜예요!”

회귀 전 태연 전자는 부도난 HK 전자의 돈을 빼내려고 몰래 일을 꾸미다 들키게 된다.

이 또한 회귀 전에 내가 경험한 일이다.

노현희가 발끈해서 두 사람을 쳐다본다.

HB 건설 안서정과 태연전자의 박세연이 손사래를 치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아니에요! 사모님. 설마 저 인간 말을 믿는 건 아니시죠?”

“제가 사모님 얼마나 믿고 따르는지 잘 아시잖아요? 저 믿으시죠?”

두 사람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만 이미 늦었다.

노현희는 의심병이 심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난 그 틈을 타 나머지 일행들을 쳐다보며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마치 ‘너희들이 한 일 역시도 다 알고 있다는’듯 말이다.

그러자 나머지 일행들은 나와 시선을 피해버리고 말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다 함께 날 혼내주려는 분위기였는데 이젠 다들 내 입에서 무슨 폭탄 발언이 나올까 봐 신경이 곤두서 있다.

덕분에 노현희가 생각했던 계획은 그대로 박살이 나버렸다.

‘이대로 돌아가시죠? 노 여사님.’

그때 타이밍 좋게 전화를 마친 이하윤이 빠르게 다가온다.

이하윤은 노현희를 향해 똑 부러지게 말했다.

“여사님. 정 원하시면 특별 초청장을 발급해 드릴게요.”

노현희가 정신을 차리고 일행들에게서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는 날 노려보며 이를 빠드득 갈기 시작한다.

의도했던 계획이 박살 났으니 초청장을 포기하고 이대로 돌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의외의 선택을 해버렸다.

“후우······ 후우······ 알았어. 초청장 내 줘!”

이하윤이 고개를 끄덕인다.

“저기 저희 안 실장 보이시죠? 저 사람을 따라가시면 돼요. 그리고 일행분들도 제게 주신 초청장을 다시 돌려 드릴 테니 들고 가시고요.”

노현희가 날 다시 한번 노려보다가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있던 HB 건설의 안서정과 태연 전자의 박세연이 내게 두고 보자는 표정을 짓고서 노현희의 뒤를 따랐다.

그러나 두 사람을 볼 일은 없을 거다.

의심 많은 노현희가 두 사람을 가만둘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내 눈치를 보며 노현희를 빠르게 따라가고 있었다.

띠잉.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고 노현희와 일행들이 사라졌다.

순간 이하윤이 긴 한숨을 내쉰다.

“곤란하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엄마가 신경 쓸 거라니까 저희도 올라가죠.”

노현희가 나에게 체면을 상했으니 앞으로 어떤 짓을 할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난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내게는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는 에브리데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 올라가시죠.”

이하윤이 앞장서고 왕룽과 릴리와 함께 그 뒤를 따랐다.

그때 곁에서 왕룽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도와줄까 윤호야? HK 그룹이면 중국에도 사업 좀 하는 걸로 아는데?”

노현희가 친구들을 이용해 날 밟으려 했으니 왕룽이 똑같이 되돌려주는 게 어떻겠냐고 한다.

하지만 난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겨우 이 정도로 무슨. 그럴 필요 없어.”

평소에도 많은 도움을 받는데 이런 일까지 왕룽의 도움의 받을 순 없었다.

HK 그룹은 내가 직접 상대할 생각이다.

“그래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야기 해.”

“그래. 고맙다.”

“고맙긴 뭘. 우리 사이에.”

모래성 같은 노현희의 인맥과는 달리 왕룽은 든든하게 내 뒤를 받쳐주고 있었다.

돈이 아닌 사람을 택한 두 번째의 삶이 다시 한번 옳았다는 게 느껴지고 있었다.

* * *

대천 백화점의 최상층 플로어.

일반적으로 런웨이가 깔려 있고 양쪽으로 사람들이 앉는 패션쇼장과 달리 오늘 벌어질 VVIP 패션쇼는 매우 협소한 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고급스럽게 인테리어 된 수입 식기매장의 빈공간이 오늘의 무대인데 직경 5m 되는 원형 공간의 주변으로 50명 정도 앉을 자리가 놓여 있다.

VVIP를 대상으로 하는 쇼는 일명 ‘트렁크 쇼’라고도 불리는데 과거 의상과 주얼리 신상이 나왔을 때 소량의 컬렉션을 트렁크에 담아와서 보여준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그리고 그 이름에 걸맞게 눈앞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모델들이 서게 될 공간과 좌석이 매우 가까웠다.

자리에 앉은 난 오늘 초청받은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둘 쳐다보기 시작했다.

노현희는 맨 앞줄에 앉아서 화를 삭이고 있고 함께 온 안서정과 박세연은 눈치가 보이는지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다.

누가 봐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분위기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재벌 3세 4세 경영인들이 앉아 있었다.

이들 모두가 백화점에서 연간 수억은 너끈히 써 주는 VVIP들이다.

다만 재·보궐 선거가 코앞이라 그런지 정계에 관련된 인물은 하나도 없다.

그때 우릴 자리로 안내한 이하윤이 말한다.

“엄마한테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고 올게요.”

“예.”

이하윤은 종종걸음으로 대기실과 탈의실이 있는 장소로 향했다.

유진이는 이미리 대리와 양소리 대리가 챙기고 있었기에 난 왕룽과 함께 앉아 쇼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

이하윤이 종종걸음으로 돌아온다.

왠지 신이 난 듯한 발걸음과 표정을 지은 채 그녀가 내 곁에 앉는다.

“말했어요. 엄마가 신경 쓰시겠대요.”

“감사합니다.”

곧이어 김애련 부회장이 무대로 먼저 나왔다.

그녀는 L.M.L 블랙라벨에서 맞춘 정장을 입고 마이크를 잡고 선 트렁크 쇼의 시작을 알렸다.

“오늘 L.M.L 블랙라벨 디자인 런칭 패션쇼에 와 주신 내빈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천 그룹 부회장이 직접 나타나자 다들 조금은 놀란 표정이다.

이후 김애련 부회장은 L.M.L 블랙라벨의 이영아 대표를 소개했다.

다들 웃음과 박수로 두 사람을 반긴다.

김애련 부회장이 눈웃음을 지으며 오늘 온 VVIP들에게 일일이 인사한 뒤 다시 말을 꺼낸다.

“지금부터 보일 드레스는 정유진 양이 작년 연말 연기대상 때 입었던 의상입니다. 작품명 ‘영광’. 영어로는 ‘글로리아’입니다.”

김애련 부회장은 그 말을 끝으로 의자들 사이에 난 통로를 가리킨다.

클래식 BGM이 나오더니 유진이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나온다.

유진이는 아름다운 표정과 당당한 발걸음으로 연말 시상식에 입었던 순백의 드레스 ‘영광’을 입고 의자 사이를 걸어 나온다.

그런데 그때였다.

지이잉~

[알림 : 2021년 1월 31일 ‘정유진’의 새로운 일정이 등록되었습니다.]

1월 31일.

바로 오늘 새로운 일정이 등록되었다.

난 즉시 에브리데이를 확인했다.

그런데 새롭게 뜬 일정에는 어이없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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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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