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02화
602. 웰컴 투 코리아 1
1월 31일.
드디어 링링이 한국으로 오는 날이다.
아침에 눈을 뜬 난 오래간만에 게으름을 피우며 침대에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오후 2시에 링링을 마중 가야 해서 회사에는 오후 늦게나 잠깐 들르면 되기 때문이다.
이불에 가득 깃든 햇살 냄새를 맡으며 포털에 뜬 기사부터 확인하기 시작했다.
포털의 1면은 어제에 이어서 ‘대리 수술’에 관한 기사들로 가득했다.
[(단독) 의료계에 만연한 ‘대리 수술’의 실체를 밝히다. (스타 특종 강인한 기자)]
대리 수술을 해서 생기는 피해자들이 있는 데도 이런 일을 저지른 병원과 의사의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가득했다.
하지만 문제만 터트리는 기자들과는 달리 강인한 기자는 해법도 제시해 놓았다.
의사들에게 대리 수술 금지법을 너무 확대해서 적용하면 수련 중인 레지던트나 인턴이 수술 경험을 못 쌓게 되니 예외 조항을 두고 적용하자고 말이다.
“강 기자님이 제법 신중하게 접근하시네.”
역시나 강인한 기자에게 연락한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이어서 난 포털 연예 기사 면에 올라온 기사들을 확인했다.
곧 개봉할 <지리산>에 관한 기사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연예 기사 TOP10에서 1위 기사가 나에 관한 것이다.
“이게 왜 아직 그대로지?”
[G 엔터의 스타 매니저 J 씨. <지리산>에서 몸을 던지다.]
-산사태가 발생하던 순간 막내 스태프 A 씨를 구한 J 매니저는······.
(댓글)
-이 정도면 스타 매니저가 아니라 슈퍼 매니저네.
-20대에 인생 만렙 찍은 듯.
-이 정도면 의인상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경찰이 모범시민상 같은 건 안 주나?
과분한 칭찬이 가득한 기사를 보자 웃음이 나온다.
댓글에다가 ‘나는 회귀자다!’라고 적을까 하던 그때였다.
지이잉~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 : LZ 그룹 홍보팀 박문수 이사.]
박문수 이사는 LZ 그룹의 홍보이사다.
난 그를 현재 하루가 광고 모델로 활약하고 있는 ‘HARU_1DAY’ 샴푸 광고를 찍으며 알게 되었다.
회사 내에선 어사 박문수라고 불릴 정도로 깐깐하고 엄격한 사람이지만 인품은 상당히 괜찮은 사람이었다.
혹시나 하루의 광고 때문에 전화를 했나 싶어 급히 전화를 받았다.
“예. 박 이사님.”
-어. 정 실장. 아침부터 전화해서 미안해.
“아닙니다. 조금 전에 일어나서 쉬던 참입니다.”
-아~ 연차야?
“아뇨. 그냥 현장 일 때문에 출근을 늦게 하는 날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전화하셨습니까? 혹시 광고에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아 그게 아니라 우리 회장님께서 자네 기사를 보고 의인상 추진해보라고 하셔서.
“예?”
-회장님께서 이태풍 씨 팬인데 ‘지리산’ 기사를 보다가 홍보실로 연락이 왔더라고. 마침 나도 자네를 올리려다가 딱 맞아떨어져서 전화했지.
당황스러웠다.
그저 에브리데이 덕분에 알게 된 정보로 사람을 구한 것뿐인데 의인이라니.
“너무 감사한 말씀이지만 제가 의인이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역시나 회장님의 눈이 틀리지 않았군. 그래. 의인상 후보들은 대부분 그렇게 거절하지. 나라면 냉큼 받겠는데 의인상 후보자들은 왜 다들 그렇게 욕심이 없는 건가?
아니 그냥 거절한 건데요?
귀찮아서요.
그러나 박문수 이사는 내 본심을 오해하고 말을 잇는다.
-그런데 말이야 정 실장. 10번 정도 거절하다 보면 지긋지긋하다며 마지못해 다들 받는다네. 그러니까 우리 편하게 가는 게 어떤가? 응?
고맙긴 했지만 어차피 얼마 지나지 않아 잊혀질 일이다.
게다가 세상에는 나 말고도 진짜 의인이 많았기에 난 재차 제안을 거절했다.
“전 괜찮으니 다른 분께 주십시오.”
-흠. 그런가? 알았네. 그러면 아홉 번 정도 더 물어보겠네. 나중에 또 전화하지.
달칵.
박문수 이사는 그렇게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여 여보세요?”
이건 완전히 답정너나 다름없잖아!
아침부터 어이가 없는 전화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만 나온다.
의인상이라니.
9번 더 전화해도 수상을 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아침부터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댓글에는 모범시민상도 있던 데 설마 다음엔 경찰에서 연락이 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때였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하루의 목소리가 들린다.
-형. 일어나셨어요?
전화 통화를 하는 소리가 들린 까닭인지 문밖에서 하루가 말을 걸어왔다.
“어~ 일어났어. 들어와.”
하루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이다 보니 한동안 수원에 있는 엄마 집에서 지내고 온 하루는 잠시 못 본 새 키가 부쩍 커 있다.
키는 이제 167cm 정도.
회귀 전과 달리 무릎을 다치지 않았기에 쑥쑥 커가는 하루를 보고 있으면 기쁨이 배가 된다.
더군다나 키가 크면서 얼굴이 점점 더 잘생겨지고 있다.
이목구비는 더욱 뚜렷해졌고 긴 속눈썹은 일부러 따로 붙였다고 생각할 정도로 길어져 있다.
후드 티셔츠에 간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이지만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생각이 자연히 들 정도였다.
“우리 하루. 고등학교 가면 인기 많겠는데?”
하루가 치명적인 눈웃음을 짓는다.
“에이. 제가 갈 학교는 절반이 배우 지망에 아이돌 지망이잖아요. 잘생긴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저 정도로 무슨······.”
애가 너무 겸손해도 탈이다.
그래서 난 오히려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 하루가 최고야!”
하루가 피식 웃는다.
“형이 늘 그렇게 말하니까 진짜 같잖아요. 농담 그만하시고 밥 먹으러 가요. 아주머니가 식사하러 오시래요.”
하루는 믿지 않는 눈치로 날 부축해서 일으킨다.
진짜인데 말이다.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 난 계단을 내려가며 하루에게 물었다.
“근데 수원 생활은 좀 어때?”
“좋아요. 엄마도 행복해하고 김 원장님도 잘해주세요.”
하루의 엄마 나탈리아는 자신이 기억을 잃었을 때 오랫동안 돌봐 준 김철수 원장에게 받은 청혼을 허락한 상황이다.
그래서 지금 결혼 날짜를 잡고 있다.
“아 근데 엄마가 결혼식 때 형보고 사회를 봐 달라고 할 것 같던데 시간 괜찮으세요?”
나탈리아는 결혼 날짜가 잡히는 대로 내게 부탁을 할 생각이란다.
그런데 내가 너무 바쁜 까닭에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단다.
결혼식 사회라니.
가슴이 뭉클했다.
“나야 영광이지. 그런데 김철수 원장님 쪽에선 괜찮다고 하셨어?”
보통은 남자 쪽의 친구가 사회를 보기에 물었다.
“실은 원장님이 먼저 부탁하셨어요. 형 덕분에 두 사람이 결혼할 수 있게 되었다고요.”
“그렇다면 무조건 해야지.”
여러 명의 인생을 바꾼 덕에 볼 수 있는 이런 광경들이 사실 내게는 의인상보다 백배 천배 더 큰 보상이었다.
그때 하루가 말한다.
“아 그리고 형. 기사 봤어요. 지리산에서 액션 영화 한 편 찍으셨다면서요?”
“너도 봤냐?”
“예. ‘먹방 유람단’ 촬영장에서도 온통 형 이야기뿐이에요.”
스태프를 구한 덕분인지 현장에서 반응이 대단한 모양이다.
“에이~ 휘발성 관심이니까 금방 사라질 거야.”
조금은 무안했기에 급히 말을 돌렸다.
“근데 오늘 아침은 뭐래? 어젯밤 중국 음식 먹고 자서 배가 부른데 가벼운 거면 좋겠다.”
그러자 하루가 씨익 웃는다.
“뼈해장국이요.”
밤에 탕수육과 중국 음식을 먹고 아침에 뼈해장국이라니.
“대체 그건 누구 아이디어야?”
하루가 키득거리며 웃는다.
“아시잖아요. 우리 집 국밥 요정이요.”
“미······ 소?”
“네.”
피자보단 부침개 스튜보단 뼈해장국을 좋아하는 미소가 얼큰하고 개운한 게 먹고 싶다며 아주머니에게 뼈해장국을 부탁했단다.
밤에 기름진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었다고 아침에 뼈해장국이라니!
하지만 미소가 그랬다면 먹어줘야지.
“어쩔 수 없지 뭐. 국물만 조금 먹는 수밖에.”
그렇게 대화하는 사이 1층에 도착했다.
현관문을 열자 얼큰한 뼈해장국의 냄새가 풍겨 나온다.
구수한 들깨의 향과 산뜻한 깻잎 향과 칼칼한 고춧가루의 냄새가 기가 막힌다.
꼬로록.
분명 어젯밤 배불리 먹었는데 내 위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니 아침부터 뼈해장국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거 같다.
* * *
한유식과 이아은 부부까지 부른 다음 아침부터 뼈해장국을 먹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하압~”
미소가 자신의 전용 숟가락으로 뼈해장국 국물을 식혀 먹는다.
“맛있어 미소야?”
“헤헤. 네. 엄청 맛있어요!”
그때였다.
인절미와 백설기가 미소 발밑에 붙어 입을 벌리기 시작한다.
“왕왕!”
“냐아아옹~”
미소가 아래로 내려다보고 고개를 젓는다.
“안돼. 니들은 아까 밥 다 먹었잖아! 이건 니들 먹는 거 아냐!”
“끼잉~?”
“냐옹~?”
“모른 척하지 마. 설기랑 절미. 저기 가 있어!”
미소가 제법 단호하게 손을 거실로 뻗으며 지시를 내린다.
그러나 인절미와 백설기는 미소의 지시를 무시하곤 앞발을 들고 미소의 다리에 안긴다.
“왕!”
“미야~”
미소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인절미와 백설기를 다리에 붙인 채 내 곁으로 다가온다.
질질질.
인절미와 백설기가 미소의 다리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유노 삼촌. 얘들 계속 먹어요. 쉬지 않고 먹어요.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냐니.
뭔가 답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마땅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때 유진이가 씩하고 웃으며 두 마리의 배를 가리킨다.
“오빠. 얘들 배 터질 거 같아요. 더 먹이면 큰일 날 거 같은데요?”
인절미와 백설기의 배가 공처럼 볼록하다.
하긴 그런 것도 같군.
난 그 즉시 두 마리의 목덜미를 잡고 달랑 들어 올렸다.
“끼잉~”
“미아~?”
두 마리는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걸 깨달았는지 필살기를 쓰기 시작했다.
할짝. 할짝.
두 마리가 눈웃음을 지으며 내 손을 혀로 빨기 시작한다.
순간 흔들릴 뻔했지만 겨우 버텨내었다.
“귀여운 척해도 소용없어!”
난 엄격 근엄 진지하게 두 마리에게 말한 뒤 거실에 있는 두 마리의 마약 방석 위에다 살포시 내려놓았다.
두 마리는 내 눈치를 보다가 볼록한 배를 하늘로 하고선 서로를 껴안고선 잠에 빠져들어 버린다.
고로롱~ 골골.
“니들 팔자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 같다.”
그때 식사를 마친 한유식이 다가오며 웃는다.
“두 녀석을 보고 뭘 그리 웃는가?”
“아 부러워서요.”
“실은 나도 부럽네.”
한유식은 한바탕 웃음을 터트린다.
그리고는 다음 주에 회생이 완료될 거라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제작 준비를 해야 할 거라 말한다.
“잘됐네요. 그런데 성규환 측에서는 아직 연락 없습니까?”
“아직 TNT가 놓아주질 않는다는군.”
TNT 엔터 성규환은 <연무(煙霧)>의 남자 주인공 후보였다.
TNT 엔터에다가 다른 작품 출연 보이콧을 하고서 <연무(煙霧)>에 출연하라고 했는데 여전히 소식이 없다.
“일단 이번 주까지 기다려 보고 정 안 되면 제가 다시 만나보겠습니다.”
“정 실장이 장담하는 일을 왜 걱정하겠나? 하여간 시작하게 되면 많이 좀 도와줘.”
“예.”
그때였다.
[발신자 : 제 1 경비초소.]
갑자기 아침부터 걸려오는 경비초소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터무니없는 내용이었다.
-정 실장님. 천호동 경찰서장님이 모범시민상 때문에 오셨다는데요?
기사의 댓글처럼 진짜로 모범시민상을 준다니!
졸지에 아침부터 경찰서장을 만나게 되었다.
이건 또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모르겠다.
* * *
오후 1시 50분.
인천 국제 공항 주차장에 차를 댄 뒤 정상봉과 함께 링링과 왕룽 그리고 릴리를 마중하기 위해 가는 중이다.
왕룽과 릴리는 일주일 정도 머물다가 돌아갈 예정이고 링링은 앞으로 한국에서 쭈욱 지내게 된다.
한국 내 링링의 보호자는 나지만 혹시 몰라 수행비서 겸 매니저가 한 명 따라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옆에서 걷던 정상봉이 폰을 계속 보고 있다.
“뭘 그렇게 뚫어지게 보고 있어?”
정상봉이 씨익 웃으며 폰을 내민다.
“아 실장님 기사요.”
“그 기사들 아직도 안 내려갔어?”
“예. 어제랑 오늘 이게 제일 이슈인 거 같은데요? 덕분에 ‘지리산’ 광고도 되고 좋은 거 같은데요.”
“좋기는? 그 기사 때문에 오늘 아침부터 얼마나 난리였는데? LZ 그룹에서 의인상을 준다느니 천호동 경찰서장이 찾아와서 모범시민상을 준다느니······.”
“그냥 받으시면 되잖아요.”
“그랬다가는 다음엔 정치인들이 나 만나자고 할걸? 우리 애들 돌보기도 바쁜데 그럴 시간 없어.”
회귀 전.
시에서 주는 표창장을 한 번 받았을 때도 정치인의 곁에서 사진을 찍는 행사에 수도 없이 불려 다녔었다.
그때마다 연예인들도 데리고 참석해야 했었고.
난 그 실수를 반복할 순 없었다.
“그러면 광고도 안 하실 거예요?”
“······어.”
아까 집을 나올 때부터 생활용품 광고 같은 것들이 들어오고 있다.
이태풍과 유진이가 맡은 광고주들은 나보고 동반 출연해달라는 제의마저 해댔다.
계속해 고사하고 있지만 이미 거절한 건수가 20건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인천공항 안에 도착했다.
난 정상봉과 함께 인천공항 VIP 전용 입국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주변을 걷던 사람들이 우리 쪽을 힐끗거리기 시작한다.
처음엔 금메달리스트인 정상봉을 보는 줄 알았지만 다들 폰과 내 얼굴을 번갈아 보는 순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제와 오늘 난 기사 때문에 날 본다는 것을.
그때 정상봉이 내게 말한다.
“실장님. 다들 실장님 보는데요?”
침이 꼴딱 삼켜진다.
다년간의 내 경험상 이건 폭풍의 전조였다.
“상봉아.”
“예?”
“뛸 준비해.”
“왜요?”
그때였다.
폰을 든 사람들이 몰이사냥을 하듯 내 쪽으로 천천히 다가온다.
잡혔다간 링링을 만나는 건 불가능해질 수 있었다.
“튀어!”
난 냅다 VIP 구역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예? 예!”
정상봉이 뒤늦게 뒤를 따라온다.
그 순간 내 등 뒤에서 등골이 서늘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저기······ 정윤호 맞지?”
“어. 그 얼짱 매니저 맞아.”
“아······ 사진 찍었어야 했는데······.”
“잡아아~~!”
잡긴 뭘 잡아.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VIP 구역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 * *
[VIP 전용 입국장]
공항 경찰에게 신분증을 보이고 VIP 구역으로 들어오자 더는 따라오는 사람이 없다.
“후우~ 살았다.”
VIP 전용 입국장 안은 마치 공항 라운지처럼 활주로가 보이는 통유리창을 바라보며 의자와 테이블이 비치되어 있다.
난 왕룽과 릴리 그리고 링링이 오기를 기다리며 푹신한 의자에 몸을 묻었다.
의자에 뒤따라 앉은 정상봉이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실장님. 나갈 땐 어떻게 나가죠?”
“경호 받아야지. 뭐.”
어이없게도 링링이나 릴리 때문이 아니라 내 기사 때문에 경호를 요청해야 할 거 같았다.
“오늘은 정 실장님이 VIP이신 거 같은데요?”
오늘만큼은 나도 아니라고 말을 쉽게 못 하겠다.
그때였다.
지이잉~
맞은 편에 문이 열리더니 왕룽과 릴리 그리고 링링이 캐리어를 한데 싣고 나온다.
“윤호야!”
“윤호 씨.”
왕룽과 릴리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손을 흔든다.
그리고 그 곁으로는 아이보리 색 롱코트를 입은 링링이 폴짝폴짝 뛰며 반갑게 다가온다.
깜찍하고 귀여운 링링은 트레이드마크인 포니테일을 하고 있었다.
“실장님~~”
그 순간 링링의 곁으로 키 173cm 정도 되는 단발 여성이 짐을 실은 캐리어를 끌고 빠르게 다가온다.
“링링 아가씨. 잠시만요.”
모델을 닮은 체형의 그녀는 연예인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아름다운 외모였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본 순간 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곳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여긴 왜 따라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