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85화
585. 폭우 속으로 3
“빨리 다음 9999번 출발시켜요!”
기사 대기실은 컨테이너 구조로 만들어진 임시 건물이라 내부의 소리가 그대로 밖으로 들려왔다.
창 안으로 들여다보니 회색 점퍼를 입은 남자가 마구 소리를 지르고 있다.
기사들과는 다른 복장인 데다 가슴팍에 오산 제일 운송 회사 마크와 부장 김옹준이라는 명찰이 있는 것을 보니 회사 쪽 관리자인 게 틀림없다.
김옹준 부장의 큰 소리에 기사들이 눈을 끔뻑인다.
“김 부장. 그게 무슨 소리야?”
“방금 안전무 기사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차 상태가 안 좋아서 수리소로 빠지겠답니다. 1시 50분 차량. 바로 출발하세요!”
조금 전 출발한 1시 40분 9999번 차량 엔진에 문제가 생겼단다.
그래서 원래 달리던 노선을 벗어난 다음 근처에 있는 차량 수리소로 향하는 중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이번에 탈 버스가 내가 타야 하는 9999번 버스였다.
‘후우~ 제대로 골랐네.’
올바른 선택을 한 것에 대해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때 조금 전 커피 한 잔을 같이 마셨던 경력 20년의 채문동 기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김옹준 부장의 말에 대꾸한다.
“1시 50분 차량이면 한범이 그놈인데. 아직 안 왔네 김 부장.”
김옹준 부장이 화를 버럭 낸다.
“그 새X는 맨날 지각이야. 채 반장님. 그 새X 오면 바로 제 사무실로 올려보내세요.”
“한범이도 오늘 아침에야 집에 들어갔어. 오죽 피곤하겠나. 조금만 더 기다리면 올 거니까 닦달하지 말게.”
“아 듣기 싫으니까 누구라도 빨리 태워서 출발시키세요. 벌점 받고 감봉당하기 싫으면!”
채문동 기사가 애원하듯 말한다.
“김 부장 여기 있는 기사들 다들 운행 끝내고 막 앉은 참이야. 지금 운전대 잡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나? 사정 좀 봐줘.”
김옹준 부장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 진짜 그렇게 사고가 겁나면 기사 하지 말던가!”
김옹준 부장이 터무니없는 폭언을 내뱉었지만 기사들은 그게 늘 일상인 듯 그저 인상을 찌푸릴 뿐이었다.
그때였다.
대기실의 맨 안쪽 구석 침대에서 부스럭 소리가 들린다.
3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가 부스스한 머리를 한 채로 일어나며 답한다.
“제가 갈게요.”
채문동 기사가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명진아. 넌 아직 2시간밖에 못 잤잖잖아······.”
“괜찮아요. 반장님.”
“괜찮긴. 어제도 애가 아파서 밤새 간호한다고 못 자고 왔으면서······.”
그때 김옹준 부장이 끼어들었다.
“야 우명진. 바로 탈 수 있지?”
우명진이 고개를 끄덕인다.
“예. 부장님.”
채문동 기사가 곁에서 다시 한번 말리려는 듯한 자세를 취하자 김옹준 부장이 싸늘한 표정으로 경고한다.
“한 번만 더 안 된다는 소리 하면 내일부터는 여기 나올 필요 없습니다. 아시겠어요?”
순간 채문동 기사의 입이 다물어진다.
힘없는 버스 기사다 보니 더는 말을 하지 못한다.
“······.”
우명진 기사가 기지개를 켜며 우두둑 소리를 낸다.
“김 부장님. 세수만 하면 바로 출발 가능하니까 선배님들 그만 좀 닦달하세요.”
우명진 기사가 대기실 한쪽에 있는 세면대에서 세수한 뒤 제자리 뜀뛰기를 한다.
김옹준 부장은 못마땅한 표정을 짓다가 몸을 홱 하고 돌려 대기실 반대편 문으로 나가버린다.
기사들은 다들 어쩔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런 사정이 있었군.’
내가 에브리데이의 일정을 바꾼다고 해도 역사는 일부만 바뀔 뿐 있었던 일들은 대부분 그대로 일어난다.
다시 말해 내 눈앞에 일어난 일들이 바로 회귀 전 25중 추돌사고라는 초대형 사건이 발생하게 된 이유였다.
당장이라도 우명진 기사에게 운전대를 잡으면 안 된다고 하고 싶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물리력을 사용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잘못도 없는 이를 물리력으로 제압하는 것도 문제인데다가 자칫 기사나 회사의 신고로 내가 경찰에 잡혀가기라도 하면 9999번 버스의 사고를 막을 기회가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
9999번 버스는 나 없이 출발해 버릴 테니 말이다.
결국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직접 탄 다음 사고를 막는 것 말이다.
끼이익.
우명진 기사가 문을 열고 기사 대기실에서 나온다.
난 우선 그와 안면을 트기 위해 곁에서 우산을 펼쳤다.
펄럭.
우산이 펼쳐지는 소리가 나자 우명진 기사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아 저도 9999번 버스를 탈 거라서요. 같이 가시죠.”
“아 예. 고맙습니다.”
우산을 찾던 우명진 기사가 고개를 꾸벅한다.
그때 채문동 기사가 대기실에서 나오며 내게 말한다.
“자넨 친구가 안 왔는데 결국 갈 건가?”
“예. 아무래도 혼자 가야 할 거 같습니다.”
“그렇군. 아까 커피 잘 마셨네. 고맙네.”
채문동 기사가 이어서 우명진 기사에게 말한다.
“명진아. 그 손님 사당역 가신다니까 같이 가. 그리고 피곤할 텐데 운전 조심하고.”
“에이~ 별걱정을 다 하신다. 제 운전 경력이 몇 년인데요.”
“오늘 비가 너무 많이 오잖냐. 조심해라.”
“예.”
우명진 기사는 씨익 웃더니 내가 씌워주는 우산을 함께 쓰고선 9999번 버스로 향했다.
치익!
9999번 버스의 앞문이 열리고 차에 앉은 시각은 오후 1시 45분.
사고 발생 시각까지는 1시간 15분이 남았다.
이제부터는 내가 하기에 따라 여러 사람이 죽고 사는 게 결정된다.
난 깊게 심호흡을 하며 속으로 다짐했다.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차가 출발하기 전 난 이수찬에게 까톡을 보냈다.
[정윤호 : 수찬아. 혹시 오산 제일 운송에 근무하는 9999번 운전기사 우명진에 관해서 좀 알아낼 수 있을까? 30분 안에 알아낼 수 있으면 좋고 빠르면 더 좋다.]
이수찬이 데리고 있는 심부름센터는 정확한 정보만 있으면 빠르게 정보를 알아내곤 했었다.
그래서 난 먼저 우명진 기사에 관해 상세히 알아볼 마음을 먹었다.
그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면 알수록 사고를 막을 확률이 높아질 테니까 말이다.
까톡.
까톡을 보낸 지 30초도 되지 않아 대답이 들려온다.
[이수찬 : 오산 제일 운송에 아는 형님이 근무한 적 있습니다. 바로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이수찬의 강한파는 한때 경기도 안산을 중심으로 경기도 전역에 세력을 떨쳤다.
그때 조폭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택시 회사와 버스 운송 회사로 재취업을 하곤 했다고 한다.
이수찬은 그중 한 명이 오산 제일 운송 버스 기사로 일했다며 다시 연락을 해준다고 한다.
잘하면 생각보다 쉽게 우명진에 관한 정보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9999번 차량이 출발 준비를 마쳤다.
“출발하겠습니다.”
치이이익.
앞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덜컹거리며 드디어 9999번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운명의 수레바퀴에 오른 9999번 버스는 그렇게 나와 함께 차고지를 떠나고 있었다.
* * *
폭우가 쏟아지는 데다가 낮 시간대라서 그런지 9999번 버스에는 손님이 거의 타질 않았다.
그나마 몇 안 되는 승객들도 다들 뒷좌석에 앉았기에 운전석 부근에는 나 혼자 밖에 없다.
차고지를 떠나 30분이 지나자 운전대를 잡은 우명진 기사가 하품을 시작했다.
“하아암~”
우명진 기사는 졸음이 오는지 눈을 비비거나 얼굴을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난 그 즉시 뒷좌석에서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많이 졸려 보이시네요. 갓길에서 차를 세우고 잠깐 쉬었다 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우명진 기사가 애써 밝은 목소리 대답한다.
“아 아닙니다. 조금 피곤하긴 해도 차를 세울 정도는 아닙니다. 그리고 이 길만 수천 번을 넘게 다녔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몇 번 더 말을 했지만 우명진 기사는 더 이상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정해진 스케줄 안에 운행하지 않으면 벌점을 맞고 월급이 깎이게 된다면서 말이다.
결국 말로는 설득이 불가능했다.
현재 시각은 오후 2시 15분.
아직 사고가 나기까지는 45분이 남았다.
말로 설득에 실패하자 다음으론 졸음운전을 한다고 경찰에 신고할까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고속도로 경찰이 우리 뒤를 따르게 되고 9999번 버스는 멈출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랬다간 우명진 기사는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도 있었다.
일자리를 잃은 그의 미래는 또 어떻게 바뀔지도 몰랐고.
결국 난 그 일을 뒤로 미룬 채 동영상으로 운전석을 촬영하며 이수찬에게 연락이 오길 기다렸다.
그런데 그때 우명진 기사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우명진 기사가 귀에 낀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전화를 받는다.
“예. 부장님.”
-명진아. 서두르지 않으면 시간 못 맞추니까 속도를 좀 더 올려!
촤아-촤악.
폭우가 쏟아지며 차량의 앞 유리창을 때린다.
시속 60km/h 정도의 속도지만 우명진 기사의 말대로 앞을 보기가 쉽진 않은 상황이다.
“부장님. 폭우 때문에 시야 확보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김옹준 부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외쳐댄다.
-야 내가 너 나이 땐 태풍 속에서 눈 감고 운전했어 인마. 약한 소리 하지 말고 속도 올려. 아니면 벌금 물고 그대로 운행하던가!
김옹준 부장이 GPS로 현재 버스의 위치를 보고 있다며 또다시 닦달한다.
“아······ 미치겠네······ 알았어요. 부장님. 할게요 한다고요.”
결국 우명진 기사는 전화를 끊은 뒤 어쩔 수 없이 액셀에 발을 올린다.
부우웅.
순식간에 계기판의 숫자가 100km/h까지 상승한다.
물을 걷어주는 와이퍼가 미친 듯 빠르게 움직이지만 쏟아지는 폭우가 앞 유리창에 부딪히자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운전했다고?’
악재에 악재가 더해졌으니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던 사고였다.
현재 내 폰에는 조금 전 김옹준 부장의 부당한 지시와 함께 현재의 위급한 상황이 고스란히 녹화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오후 2시 40분이 되었다.
사고가 나기까지는 이제 20분이 남았다.
그때 기다렸던 까톡이 도착했다.
[이수찬 : 형님. 오산에 있는 금일수라는 선배가 연락해왔습니다. 그 선배가 말하길 우명진 기사가 아내를 3년 전에 잃고 딸 아이 하나랑 자기 어머니랑 같이 산다고 합니다. 지금은 관뒀지만 1년 전 같은 회사에서 버스 기사로 일하는 동안 형 동생 할 정도로 상당히 친분이 있다고 하고요.]
우명진 기사를 형님이라 부를 정도로 친하다는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단다.
그리고 지금 그 금일수는 우명진의 집에 가 있다고 한다.
내가 이유 없이 사람을 찾지 않는다는 걸 아는 이수찬이었기에 아예 그 집에 가보라고 한 모양이다.
[정윤호 : 아이가 아프다던데 지금은 좀 어떻다던?]
[이수찬 : 다행히 지금은 좀 괜찮아졌고 금일수 선배가 근처 죽집에서 죽을 사다 먹였다고 합니다. 아 그리고 우명진 그 사람 아내가 죽고 나서 딸이라면 죽는시늉도 한답니다.]
이수찬은 자신이 들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해준다.
하지만 그 덕에 물리력을 쓰지 않고도 해결할 방법이 떠올랐다.
[정윤호 : 수찬아. 혹시 우명진의 딸에게 아빠한테 전화 한 번만 해달라고 할 수 있을까?]
[이수찬 : 전화를요? 왜요?]
[정윤호 : 아빠한테 빗길 속에서 안전 운전하라고 좀 해달라 해봐. 지금 나 그 차 운전석 뒤에 타고 있는데 이 빗길에 100km/h로 달리는 중이다. 그러니까 속도 줄이라고 좀 해줘.]
[이수찬 : 예~~~? 형님이 왜 버스에 타고 있습니까?]
[정윤호 : 그렇게 됐다. 그러니까 빨리 좀 부탁하자. 3분 이내로.]
[이수찬 : 아 알겠습니다. 일수 선배한테 부탁하겠습니다.]
현재 시각 오후 2시 50분.
빗줄기가 조금 더 굵어지기 시작한다.
우명진이 피곤한 듯 연신 한숨을 내쉰다.
2시 52분.
양재IC에 다 왔는지 빗줄기 사이로 조금씩 차들의 수가 늘어난다.
그런데 그중에서 내가 탄 9999번 버스가 가장 빨랐다.
이 폭우에서 과속하는 건 미친 짓인 걸 다들 알고 있기 때문이다.
2시 54분.
더는 안 되겠다.
이젠 우명진에게 마지막 경고를 한 뒤 경찰에 신고해야겠다.
경찰에 신고한 걸 안다면 그도 속도를 줄일 수밖에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때였다.
지이이잉~
우명진 기사의 폰으로 전화가 걸려온다.
우명진 기사는 전화가 왔는지도 지도 모르고 앞만 바라보고 있다.
식은땀으로 등이 흠뻑 젖은 채로 말이다.
그래서 난 큰소리로 외쳤다.
“기사님!”
“예? 예?”
“전화 안 받으십니까?”
“아······ 예······.”
우명진 기사가 정신을 차리고 블루투스로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아빠. 어디야?
밀폐되지 않은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 아빠. 지금 운전 중이야.”
-그렇구나~ 근데 아빠 있는 데도 비와?
“응. 여기도 많이 와. 근데 우리 진아. 이제 안 아파?”
-응. 일수 삼촌이 와서 죽 사줬어. 호박 중이랑 단팥 죽이랑 전복 죽 가지고 왔어.
“고맙다고 했어?”
-응 했어!
아이의 목소리에는 힘이 차 있었다.
그때였다.
-근데 아빠.
“응?”
-아빠! 힘내세요~ 진아가~ 있잖아요~
뜬금없는 응원송이 들려온다.
그때였다.
조금 전까지 지쳐있던 우명진 기사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게 보인다.
잠을 깨는 껌이나 커피로도 없앨 수 없었던 잠이 딸 아이의 노랫소리에 씻은 듯 사라지고 있었다.
마치 마법과도 같은 순간이었다.
“하하하. 그래. 그래. 알았어. 아빠. 힘낼게.”
-그리고 안전 운전하고 있지? 아빠?
“어 어······ 그래.”
그때였다.
2시 56분을 가리킬 때 우명진 기사가 액셀에서 발을 슬슬 떼기 시작했다.
100km/h를 가리키던 계기판의 숫자가 점점 떨어진다.
90km/h.
80km/h.
70km/h.
······
그러다 결국 50km/h까지 줄어들어 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에브리데이에 적힌 일정이 사라지고 있었다.
[에브리데이 V12.2]
[날짜 : 2021년 1월 21일]
-PM 03:00 <일정 삭제>
(삭제된 일정 : 경부고속도로 양재IC 인근 25중 추돌사고 발생. (기타 : 100년 만의 겨울 폭우.))
‘됐다.’
회사로부터 극심한 압박을 받던 운전기사의 마음을 녹인 건 힘도 공권력도 아닌 딸 아이의 목소리였다.
우명진 기사는 조금 전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 채 웃음을 짓기 시작한다.
“응. 아빠 안전 운전하고 있어. 그런데 우리 진아는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없어. 그냥 아빠만 있으면 돼.
우명진이 핸들을 양손으로 꼭 잡으며 대답한다.
“그래. 우리 딸. 아빠가 일 끝나고 빨리 갈게?”
-응~ 아빠. 사랑해~
탁.
아이의 목소리가 끝나자 우명진 기사가 한숨을 푹하고 내쉰다.
그리고는 백미러로 날 쳐다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기 선생님.”
“아 예. 기사님.”
“죄송합니다. 제가 아까는 좀 예민하게 굴었습니다. 회사에서 압박이 워낙 심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과속을 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쉰 다음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기사님들 인력이 부족해 보이던데 맞습니까?”
“예. 아무리 현장 사정을 알려도 사장님이 기사를 늘려주질 않더군요. 그래서 좀 힘드네요.”
아무래도 오산 제일 운송에 관해서는 제보를 해야겠다.
오늘 일은 이렇게 지나갔지만 언제고 다시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잠시 후.
9999번 버스가 사고가 난 양재IC 인근을 지나쳐간다.
그 순간 마치 마법처럼 비구름이 흩어지더니 빗줄기가 천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운명이 바뀌었다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듯 말이다.
이후 차가 사당역에 도착했을 무렵엔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맑은 하늘이 열렸다.
그리고 그 하늘 사이로 쌍무지개가 천천히 뜨고 있었다.
마치 수많은 생명을 살려낸 것에 대한 축하라도 하듯 말이다.
“후우~~”
난 긴 한숨을 내쉬고선 오산 제일 운송이란 회사를 박살 내야겠다고 다짐했다.
‘니들은 이제 뒤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