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79화
579. 그들의 계획 4
MBS의 <전지적 관찰 시점>과 양지선이 출연하는 <천하 소년> 실내 세트장은 다행히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그래서 난 정상봉을 MBS로 부른 다음 양지선을 지켜보게 한 뒤 이곳으로 달려왔다.
박은성의 귀를 솔깃하게 할 광고 제안을 들고선 말이다.
“대형 광고가 3개가 들어왔습니다.”
현재 박은성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바로 노출도였다.
보통은 TV 출연의 빈도가 줄어들면 자연스레 인기가 하락하고 결국엔 광고마저 따지 못하게 되는 상황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난 걱정하는 박은성을 달래기 위해 인기의 척도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광고를 제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박은성의 눈이 큼지막하게 변한다.
“어 어디야? 정 실장?”
“예. 대천백화점과 유명 건설 나머지 하나는 희망 병원 옥외 광고입니다.”
난 대천그룹의 김애련 부회장과 우먼즈 장지혜 대표의 남편인 유명 건설 대표 한명주에게 좋은 광고 모델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듣고선 그 광고의 모델로 박은성을 추천했다.
이어서 난 마지막 광고 하나를 최은태 회장이 후원하게 될 희망 병원에 관한 광고로 선정했다.
희망 병원은 조만간 구로에서 확장 이전을 하게 되는데 그때 병원의 간판 역할을 할 광고 모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오기 시작한 박은성에게 자연스럽게 건강검진을 유도할 수 있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광고 3개가 들어오자 박은성이 부끄러워하며 말한다.
“저기······ 솔직히 요즘은 나도 활동이 좀 뜸했잖아. 그런데 어떻게 그런 광고들이 들어왔어?”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최종 협상을 해봐야겠지만 대천이랑 유명 건설 광고료는 7억 이상이 될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럼 나 아직 안 죽은 거 맞지?”
“에이 죽긴 누가 죽었다고 합니까? 길 가다 물어보세요. 천하의 박은성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는지!”
박은성은 그제야 활짝 웃기 시작했다.
그동안 꽤 마음을 졸였는지 평소보다 큰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때 화장실에서 나오던 백세기와 내 눈이 마주쳤다.
내가 이 현장에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백세기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하지만 난 그런 백세기를 무시하고 박은성에게 마지막 광고 이야기를 꺼냈다.
마지막 광고는 앞선 2개의 광고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망 병원 광고는 광고비가 1억입니다.”
앞선 광고보다 월등히 광고비가 적자 박은성이 고개를 갸웃한다.
“응? 1억? 으음······ 옥외 광고라면 그냥 거절하는 건 어때? 괜히 싸구려 취급당하면 그건 오히려 손해 아냐?”
“제가 대형 광고라고 한 거 잊으셨습니까?”
“아니. 그건 아는데······.”
대형 광고치고는 금액이 적다 보니 도통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이 광고에는 옵션이 달려 있다.
“광고 모델을 하는 동안 희망 병원에서는 은성 씨에 대한 특급 VIP 건강검진 패키지를 제공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아······.”
“요즘 몸이 안 좋으시다면서요? 그래서 특별히 구한 광고입니다. 은성 씨가 오래 활동하시려면 지금부터 미리미리 관리를 받으셔야죠.”
특급 VIP 건강검진이라는 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하자 박은성이 부끄러운 표정을 짓는다.
광고 모델비는 적지만 실제로는 마지막 광고가 가장 값어치 나가는 것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순간 박은성이 조심스레 입을 연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우리 정 실장이 이렇게 날 생각해주는지 모르고······.”
아마도 백세기한테 흔들렸다는 걸 말하려는가 본데 좋은 매니저란 배우에게 사과를 말하게 해선 안 되는 법이다.
그래서 난 씨익 웃으며 그의 말을 막았다.
“감사는 여기 우리 오 팀장님한테 하시면 됩니다. 사실 몸이 안 좋다는 것도 오 팀장님이 저에게 말씀해 주셔서 안 겁니다. 여기 오 팀장님이 2실에서는 가장 세심한 분이시라서요.”
난 일부러 오덕구 팀장을 띄워줬다.
나보다담당 매니저인 오덕구 팀장과의 신뢰가 깊어져야 앞으로 이런 일이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자 박은성이 오덕구 팀장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고맙습니다. 오 팀장님. 덕분에 제가 호강을 하는군요.”
오덕구 팀장이 당연한 걸 했을 뿐이라며 웃는다.
이어서 난 마지막으로 박은성의 걱정거리마저 덜어줬다.
“그리고 최근 프로그램 수가 줄어서 걱정 많았을 텐데 몸 상태가 좋아지면 제대로 푸쉬가 들어갈 테니 믿고 기다려 보십시오.”
“알았어.”
“자 그럼 광고 세 개 다 진행할까요? 배우님?”
그때였다.
박은성이 오덕구 팀장을 쳐다 보며 의견을 묻는다.
“오 팀장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받을까요?”
박은성은 오덕구 팀장의 의사를 물으며 이제껏 무시한 걸 사과하고 있었다.
오덕구 팀장은 박은성의 뜻을 알고선 빙그레 미소를 지어준다.
“당연히 하셔야죠. 배우님.”
“하하하.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하죠.”
박은성이 날 쳐다보며 씨익 웃는다.
“오케이. 정 실장. 광고 셋 다 할게. 언제부터 하면 돼?”
“금액이랑 일정 조율이 필요하니까 오 팀장님이랑 협상하고 날짜 알려 드릴게요.”
“오케이. 알았어. 그렇게 할게.”
그때 <전지적 관찰 시점>의 AD가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외친다.
“곧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출연진들 착석해 주세요!”
박은성은 오해해서 미안하다며 사과한 뒤 급히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순간 오덕구 팀장이 날 보며 고맙다고 인사를 건넨다.
“정 실장 덕에 한고비 넘겼네.”
“아뇨. 저 없어도 잘하셨을 겁니다.”
“겸손은······.”
“그나저나 팀장님. 광고 세 개 중에서 희망 병원 광고를 제일 서둘러 주십시오. 그리고 건강검진 받을 때 갑상선을 주로 봐달라고 해주십시오.”
“갑상선은 왜?”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피곤해 지는 건 주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 같은 병 때문이라고들 하더라고요.”
내가 박은성의 스케줄을 줄이는 대신 개별 출연 단가를 높여놓은 건 에브리데이에 남아 있는 일정 하나 때문이다.
[에브리데이 V12.2]
[날짜 : 2021년 11월 12일]
-PM 10:00 <연예계 방방곡곡> “배우 박은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당분간 모든 활동 중지.”
아직도 박은성에 관한 일정이 그대로였기에 난 오덕구 팀장에게 서둘러 달라 부탁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라······ 알았어. 그쪽을 집중적으로 봐달라고 할게.”
오덕구 팀장은 연신 병명을 되뇐 뒤 세트장 한쪽에 마련된 자기 자리로 향했다.
그 이후 난 백세기와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가 어디 있는지를 찾았다.
하지만 백세기는 어느덧 사라지고 없었다.
“하여튼 야비한 인간이라니까······.”
그때였다.
지이잉.
폰이 울리더니 오늘의 운세가 업데이트되었다는 정보가 떠오른다.
[에브리데이 V12.2]
[날짜 : 2021년 1월 20일]
[오늘의 운세 : 고진감래. 힘든 일들이 모두 지나가고 기쁨이 찾아온다.
(삭제된 운세 : 잡아 놓은 큰 물고기들이 도망칠 수 있다. 얼기설기 얽혀진 그물을 더욱 촘촘히 조여야 한다. 내부의 적을 조심하라.)]
‘됐다!’
운세가 바뀌었다.
배우들을 지켜냈다는 만족감에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난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다.
내 배우를 뺏으러 온 이상 그 이상의 대가를 치러야 했으니까 말이다.
다만 그 전에 먼저 매니저로서 해야 할 일은 처리해 놓고.
난 배우 2실 단톡방에다가 현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남긴 뒤 양지선이 촬영을 하고 있는 MBS <천하 소년> 세트장으로 이동했다.
* * *
MBS 건물 앞 중화요리 백룡.
4번 방 테이블에는 고량주와 요리들이 잔뜩 깔려 있다.
가장 먼저 방에 도착한 백세기는 관우 엔터 출신의 실장들을 기다리며 홀로 고량주를 따라 마시기 시작했다.
벌컥벌컥.
50도나 되는 독한 고량주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데도 몸에 열이 넘쳐 올라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자신이 알던 정윤호는 결코 이런 유능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처럼 순발력이 있지도 않았고 광고주들과 직접 관계를 트며 광고를 따오는 능력도 없었다.
그래서 주변에서 굴렁쇠 엔터의 정윤호가 대단하다고 말해도 내심 콧방귀를 꼈다.
자신이 굴렁쇠로 가면 그 평가는 자신의 것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인정해야 했다.
오늘 현장에서 만난 정윤호는 과거의 그가 아니었다.
신중하고 조심스럽고 매번 다이어리를 끼고 살면서 일정을 적던 정윤호.
그때의 새파란 풋내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자신의 결정을 확신하고 추진하는 경력자가 있을 뿐이었다.
“그나저나 이 일을 어떻게 한다······.”
사실상의 선전 포고를 한 것치고는 너무나 초라한 결과만 얻었다.
자신이 제안했던 이 일을 이제는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때.
드르륵.
문이 열리면서 소지민 실장이 들어왔다.
인사도 없이 자리에 앉은 그녀도 고량주 병을 잡아 든다.
그리고는 자작을 하더니 작은 사기잔에 고량주를 가득 채운 뒤 단숨에 원샷을 해버렸다.
“소 실장님은 왜 그러세요?”
“오늘 정윤호 그놈 때문에 개망신 제대로 당했어요. 거기다 우리 지선이도 뺏겼고요.”
양지선을 눈앞에서 뺏겨버린 그녀는 연신 고량주를 들이켜며 타는 속을 달랬다.
그리고 잠시 후.
드르륵.
다시 문이 열리며 이번에는 백상범 실장과 주호성 팀장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백세기는 두 사람을 보고 어떻게 되었는지를 물으려 했다.
하지만 두 사람도 자리에 앉자마자 고량주를 병째 들고 마시기 시작했다.
“크으으!”
들을 것도 없이 오늘 일이 전부 실패로 돌아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고량주를 두 번 세 번 들이켠 백상범 실장의 입에서 지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도저히 뚫릴 기미가 안 보여. 장준혁이 나보고 딱 한 마디 하더라. 심심하면 가서 운동이나 하래. 배 나왔다고. X발!”
주호성도 역시 똑같은 타입의 말을 한다.
“저도 송지환 배우한테 제대로 혼났습니다.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고 하시는데 거참.”
정윤호가 도대체 어떻게 배우들을 관리했는지 흔들어 보려 해도 각이 안 보인다는 두 사람이다.
하지만 백세기는 이대로 포기할 수가 없었다.
여기서 물러나면 모든 실패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써야 할 테니까.
“이대로 포기하면 최만식 대표님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다들 아시죠?”
최만식의 이름을 팔자 다들 골머리를 싸기 시작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
순간 자기 배우를 빼앗긴 소지민 실장이 가장 먼저 호응했다.
“맞아요. 정윤호 그 새X 가만 놔두면 큰일 날 놈이에요. 그리고 자칫하다가는 여기 계신 실장님들도 자식처럼 관리해 온 배우들 빼앗기고 피눈물 흘릴 수도 있어요.”
눈이 돌아간 소지민 실장의 말을 백세기가 거든다.
“어차피 다 같은 배를 탔잖습니까? 오늘은 시작일 뿐이니까 계속 흔들어 봅시다.”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자 백상범과 주호성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실패를 인정하기엔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실패를 인정하지 않은 자들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 * *
저녁 8시.
하루 종일 양지선의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 뒤 강남에 있는 그녀의 숙소에 도착했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자 양지선의 눈에 하트가 그려져 있다.
“실장님. 대박. 진짜 오늘 스케줄 장난 아니게 빡빡했는데 왜 이렇게 힘이 안 들죠?”
난 MBS에서 2개의 프로그램 KBC에서 1개의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동안 그녀를 세심하게 관리했다.
우선 차량으로 이동하는 동선을 최대한 짧게 잡고 세트장과 건물 사이에서 도보로 이동하는 거리마저 줄였다.
그리고 중간에 그녀가 피로를 느끼지 않도록 충분한 수분과 음식을 섭취할 수 있게 도왔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스케줄이 끝나도 체력이 남아돌고 있었다.
더군다나 난 PD와 작가진들을 만나 적절한 로비로 다음 주 출연 분량을 추가로 받아내기까지 했다.
덕분에 그녀는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매니저라면 이 정도는 해야죠.”
“에이~ 말도 안 돼. 다른 매니저들이랑 다니면 얼마나 힘든데요. 근데 이러다가 나 정 실장님한테 반하면 어떻게 하죠?”
난 피식 웃으며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저뿐만 아니라 배우 4실과 가수 2실 매니저들은 전부 이 정도는 합니다.”
양지선이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그러면 진짜 좋겠네요. 하여간 오늘 고마웠어요. 그럼 내일 회사에서 뵙고 이야기 더 해요. 실장님.”
“예. 쉬세요. 아침에 저희 4실 로드매니저를 보내겠습니다.”
“네~”
양지선이 기분 좋게 인사를 하고 숙소로 들어간다.
그렇게 양지선의 케어를 마친 난 다시금 핸들에 손을 올리고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그럼 시작해 볼까?”
애당초 관우 엔터의 실장급 매니저들을 굴렁쇠 엔터에서 다 내보낼 생각이었다.
가진 것 하나 없는 빈털터리로.
하지만 그들보다 먼저 내칠 사람이 있었다.
백세기.
친한 형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내 뒤통수를 치려고 한 바로 그 배신자를 말이다.
그래서 난 백세기에 대해서 낱낱이 알고 있는 그의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액셀을 밟았다.
* * *
회귀 전 백세기를 형으로 생각할 당시 그의 여자친구인 이선혜와도 친하게 지내며 누나 동생으로 부르곤 했다.
이선혜는 연예인들을 주로 받는 강남 ‘이브 헤어샵’의 실장을 맡고 있는데 지난 10년간이나 백세기의 뒷바라지를 했었다.
백세기는 이선혜의 부모가 유산으로 남긴 빌라를 판돈에다가 이선혜가 밤늦게까지 번 돈으로 PD들을 접대하고 여배우들에게 선물을 줘가며 영업해서 승승장구했었다.
그래서 난 당연히 두 사람이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다.
당시의 백세기는 이선혜가 만든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백세기는 이선혜가 바람을 피웠다는 핑계로 그녀와 결별했다.
그리고 얼마 후 백세기는 에이스 엔터 출신의 3년 차 여배우 ‘한정연’을 자기 새로운 여자친구라며 내게 소개해줬었다.
하지만 회귀한 이후에야 알게 되었다.
그 모든 게 거짓말이라는 것과 백세기는 현재 ‘한정연’과 양다리 상태라는 걸 말이다.
그래서 난 이선혜가 더이상 백세기에게 농락당하지 않도록 그 사실을 알리고 백세기에 대해서 아는 사실을 전해 듣기 위해 이곳으로 찾아왔다.
끼이익.
5층짜리 빌딩을 통째로 쓰는 ‘이브 헤어샵’의 주차장에 차를 대었다.
은빛 장식이 된 화려한 문을 열고 헤어샵 안으로 들어갔다.
24시간 하는 헤어샵이다 보니 밤에도 불이 훤하게 밝혀져 있다.
딸랑.
“어서 오세요!”
벨 소리와 함께 아르바이트 직원이 달려 나온다.
“아 정 실장님! 안녕하세요.”
연예인도 자주 오는 헤어샵이라서 그런지 아르바이트생이 업계에서 제법 유명해진 내 얼굴을 알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기 이선혜 실장님을 뵐 수 있을까요?”
“이 실장님은 지금 4층에 계세요. 그런데 내일까지 엘리베이터가 점검 중이라서 걸어 올라가야 해요. 이쪽으로 오세요.”
“예.”
난 아르바이트생을 따라서 내부 계단을 통해 4층으로 향했다.
천천히 계단을 오르며 이야기를 하던 도중 4층에 발을 디뎠을 때였다.
찰싹~
손바닥과 뺨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4층을 울리더니 뒤이어 찢어지는 고성이 울려 퍼진다.
“야! 너 지금 내 머리를 어떻게 한 거야?”
4층에 고개를 내민 순간 이선혜가 뺨을 부여잡고 손님에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이선혜 실장에게 뺨을 때린 손님은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인물이었다.
‘당신이 여긴 왜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