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72화
572. 한모금 우유 2
한우혁은 어머니에게 들은 상황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동네에 있는 한모금 우유의 대리점 사장이 저희 집에 우유랑 비피더스 유산균 음료랑 해서 몇 박스나 선물로 보내왔다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요.”
대리점 사장의 이름은 ‘양아진’으로 동네에서도 인성이 나쁘기로 소문난 인간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자기 집으로 찾아와서는 잘 부탁한다고 하더란다.
그 순간 유문호 부장이 회귀 전 했던 최악의 짓 중 하나가 떠올랐다.
‘한우혁을 갑질 배우로 묻어버리려는 거군.’
난 내 기억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즉시 에브리데이를 실행시켰다.
[에브리데이 V12.2]
[날짜 : 2021년 7월 14일]
-PM 10:00 <연예계 방방곡곡> “중견 배우 P 씨. 우유 광고 모델을 조건으로 대리점에 과도한 요구. 갑질 배우 탄생?” (회의 내용 : 가짜 뉴스. 한모금 우유 사업부 유문호 부장의 셋업으로 추정됨. 피해자와 같은 사례가 있는지 사내 스타들을 상대로 조사할 것.)
회귀 전.
유문호 부장은 TK 엔터의 박준식을 상대로 ‘갑질 배우’라는 누명을 뒤집어씌운 적이 있다.
당시에는 박준식이란 중견 배우가 광고 계약을 앞두고 광고 모델료를 30% 더 달라고 요구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그러자 유문호 부장은 처음에는 박준식 집 근처의 대리점 사장을 이용해 한모금 우유에서 나온 모든 제품을 박준식 집으로 배송시키기 시작했다.
그러자 박준식은 한모금 우유가 자신에게 잘 보이려 한다고 생각하고는 별다른 의심 하지 않고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박준식이 계약금을 높여주지 않는다며 최종적으로 광고 계약을 깬 순간 유문호 부장은 해당 대리점주에게 거짓 인터뷰를 시켰다.
-박준식 배우가 저희 회사에서 출시하는 모든 제품을 매일 협찬해 달라고 하더군요. 제가 싫다고 했더니 그럼 본사의 광고 모델을 거절하겠다며 협박하길래 그만······.
-연예인이 이 정도로 치사하게 갑질하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협찬 때문에 하루 12만 원씩 손해를 봤습니다. 본사에서 그 사실을 알고 안 도와줬으면 전 어떻게 됐을지······.
-특히 박준식 배우의 어머니가 더 심했습니다. 제일 비싼 제품을 친구들에게 준다고 4개씩 더 달라고 해서······.
당시 그 일로 박준식은 날아오르던 기세가 꺾이더니 꽤 오랫동안 ‘갑질 배우’란 오명에 시달려야 했다.
그때와 같은 일이 한우혁에게 도 일어날 수 있었기에 전화 통화 중인 한우혁에게 물었다.
“우혁 씨. 혹시 어머니가 음료수를 마시거나 집으로 들이셨는지 물어보세요.”
“아 예.”
한우혁이 폰에 대고 묻는다.
“엄마. 혹시 받은 것들을 마시거나 집으로 들였어요?”
한우혁이 날 보며 고개를 젓는다.
“아니랍니다. 우유 박스가 워낙 무겁기도 하고 뭔가 이상해서 그냥 집 앞에다가 가만히 놔뒀다네요. 마시지도 않았고요.”
“잘됐습니다. 그러면 통화 녹음 상태로 전화를 걸어서 이런 거 필요 없으니 도로 가져가라고 하세요. 그래도 안 가져가면 일단 집 앞에 그대로 놔두라고 하세요.”
“그냥 말입니까?”
“예. 일부러 그러는 거니까 절대로 집 안에 들이지 말라고 하세요. 뇌물은 집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는 순간 받은 게 되는 겁니다.”
“아니 우유가 무슨 뇌물까지나······.”
“언론이 물면 그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 가령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한모금 우유 광고를 핑계로 협찬을 요구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우유 광고는 한상희한테 넘어갔잖습니까?”
“공식적으로는 결정이 난 게 아닌 상황이잖습니까? 만에 하나 광고 모델이 결정되기 전에 그 대리점 사장이 인터뷰라도 하면 광고를 빌미로 협찬을 하라고 했다는 기사가 뜰지도 모릅니다.”
그 순간 한우혁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한다.
한우혁 역시 신인 시절 언론에 의해 루머에 시달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난 한우혁에게 괜찮다고 말한 뒤 어머니를 달래라고 말했다.
한우혁이 고개를 끄덕이곤 내가 시킨 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엄마. 혹시 우유랑 그건 그대로 놔두시고요 혹시 다른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해 주세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이후 한우혁은 엄마와의 전화를 끊은 뒤 내게 묻는다.
“진짜로 광고를 거절했다고 그렇게까지 나옵니까?”
“나오고도 남을 겁니다. 유문호 부장의 눈에 이미 저희는 개념 없고 싸가지 없는 인간들처럼 보일 테니까요.”
한우혁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하지만 난 이런 경우를 너무도 많이 봤다.
갑질에 익숙한 사람들은 거절을 당하면 극심한 모욕감을 느낀다.
게다가 상식이 통하는 인간들이 아니었기에 종종 미친 짓을 하곤 한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죠?”
해결책은 그리 어렵진 않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상대가 전쟁을 걸어온다면 그대로 전쟁에 응하면 된다.
어디서부터 반격을 시작할까 고민하던 난 첫 번째로 이태원 대리점 사장을 골랐다.
인성이 나쁘다면 약점도 많을 터.
그를 무너뜨리면 자연스레 반격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게 분명했다.
“우혁 씨. 이태원 대리점주에 대해서 상세히 좀 말씀해 주실래요?”
한우혁이 씩씩거리며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그 사람 완전 양아치입니다.”
“양아치요?”
한우혁이 씩씩대며 며칠 전 이야기를 해 준다.
“일주일 전에 우리 집 인근의 태원 보육원에 사는 아홉 살짜리 고아가 폐기된 우유를 마셨는데 그 아이를 기어코 도둑으로 몰아서 돈을 뜯으려고 하던 놈입니다. 제가 지나가다가 보고 대신 돈을 물어줬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그 아이는 경찰서 구경을 했을 겁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해결책이 번뜩이며 떠올랐다.
“그 정도 쓰레기라면······ 오히려 처리하기가 쉽겠네요.”
난 뒤를 내게 맡기라고 말한 뒤 한우혁을 이영진과 함께 대기 천막으로 보냈다.
그리고 곧장 ‘스타 패치’의 한연홍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연홍 기자는 연말 황룡영화제 시상식 때 이태풍의 뒤를 캐려다가 내게 약점이 잡힌 인물이다.
그때부터 내 정보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에게 회사 내 박준서 부장이 한모금 우유 쪽 사람과 만나는지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모금 우유 유문호 부장은 ‘스타 패치’의 박준서 부장과도 꽤 친한 사이.
그러니 유문호 부장이 가짜 뉴스를 내려면 가장 먼저 스타 패치를 찾을 게 뻔했다.
만약 박준서 부장이 기사를 쓰는 타이밍을 미리 알게 되면 우리가 먼저 기사를 제보해서 여론전을 주도할 수가 있었다.
-예. 그럴게요. 그런데 한모금 우유랑 무슨 일이라도 벌이세요?
“자세한 건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물론 그 대신 다른 언론사에는 건 몇 개 드리고요.”
-그런 거라면 생큐죠!
한연홍 기자는 얼마든지 돕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어서 난 이번 일을 확실히 마무리 짓기 위해 한유식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대표님. 저 정 실장입니다.”
순간 한유식의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 정 실장. 성규환 계약 건이라면 아직 협상 중일세. 예상했던 것보다 진척이 느리군 그래.
<연무(煙霧)>의 남자 주인공 소속사인 TNT에서는 성규환을 달라는 제안에 조금 더 고민해 보겠다며 즉답을 피하고 있단다.
“며칠 시간 끌 겁니다. 요즘 성규환이 잘 나가고 있잖습니까.”
-그렇긴 하지.
“예. 그래서 말인데 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한 가지 다른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자네 부탁이야 얼마든지 들어줘야지.
나는 잠시 깊은숨을 들어 마신 뒤 한유식에게 말했다.
“내일 보육원에 우유를 좀 기부해주십시오. 돈은 제가 지금 보내드리겠습니다.”
-우유를 기부해?
난 한우혁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듣던 한유식이 싸늘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런 일이라면 언제든 말하게! 내가 돕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유문호 부장이 꾸민 계획을 저지하기 위한 일이 착착 진행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 * *
한모금 우유 이태원 2호 대리점.
대리점 사장 양아진은 한모금 우유 본사 유문호 부장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는 중이었다.
-양 사장. 한우혁 씨 집으로 우유는 잘 보내뒀어?
“아이고 물론이죠. 두 노인네들이 당황하던데 그냥 턱 하니 내려놓고 왔습니다.”
-잘했어. 그러면 오늘도 또 찾아가. 돈 아까워하지 말고.
“저기······ 근데 오늘도 어제처럼 우유를 안 받으면 어떻게 하죠?”
-걱정하지 마. 노인네들이라서 아마도 아까워하다가 손을 댈 거야. 원래 노인들은 아까운 거 그냥 못 내버려 두거든. 그러니까 양 사장은 그냥 내려만 놓고 오면 돼. 아 그리고 오늘은 기자들이 몇몇 뒤 따라갈 거니까 눈치껏 잘하고.
“알겠습니다. 그러면 일이 끝나는 대로 기자들과 인터뷰 하겠습니다.”
-그래. 이번 일이 끝나면 양 사장이 원하던 이태원 직영 1호 대리점을 넘겨주지.
과거와는 달리 사람들은 우유 배달을 많이 시켜 먹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양아진이 맡은 이태원 2호 대리점의 수익도 반의 반 토막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그런데 유문호 부장이 가짜 증언을 해주면 현재 이태원에서 장사가 제일 잘 되는 직영 1호 대리점을 주겠다고 한다.
“알겠습니다. 돈 벌 기회를 주신다는 데 뭘 못하겠습니까?”
-하하. 역시 양 사장은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니까. 그래. 그렇게만 하면 돼.
달칵.
전화를 끊고 나자 양아진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간다.
“1년에 5천씩은 더 벌겠네. 킥킥킥.”
양아진은 돈을 벌기 위해 거짓 이야기를 퍼트리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똑똑.
대리점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초라한 옷을 입은 아홉 살 정도의 아이가 나타났다.
일주일 전.
자신의 가게 앞에서 폐기하려 내놓은 우유를 먹은 보육원 아이였다.
양아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노려본다.
“왜 왔어 인마? 설마 또 따지러 왔어?”
아이가 몸을 부르르 떨며 자신을 노려본다.
그러자 양아진이 콧방귀를 끼며 삿대질을 한다.
“어린 새X가 어디서 눈을 부릅떠? 어른 무서운 줄 모르고!!”
그때였다.
아이의 뒤로 비싼 정장을 빼입은 한유식과 이아은 부부가 나타났다.
아이는 두 노부부를 향해 말한다.
“여기······ 예요.”
우진한은 그 말을 마친 뒤 갈색 투피스 정장을 입은 이아은의 뒤로 숨어버린다.
이아은은 다정히 우진한을 감싸 안으며 등을 토닥거려 준다.
순간 양아진은 한유식과 이아은을 향해 미간을 찌푸리며 말한다.
“당신들은······ 누구쇼?”
한유식이 대리점 안으로 들어오며 묻는다.
“으흠. 근처 보육원에 기부하러 왔는데 내가 누군지까지 밝혀야 하는가?”
한유식은 값비싼 옷을 입고 따분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양아진은 그의 차림에서 짙은 돈 냄새를 맡았다.
“우유······ 를 기부하신다고요?”
“그렇네. 뭐 내키지 않으면 돌아가고.”
“아 아뇨.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선생님. 원하는 대로 어디든지 보내드리겠습니다. 돈만 맞춰주시면 매일매일 배달도 됩니다.”
양아진은 눈앞에 있는 사내에게 최대한 뜯어먹을 생각을 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딱 봐도 호구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웬 횡재수냐?’
양아진은 기쁜 기색을 감춘 채 한유식을 향해 무슨 조건이든 맞춰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유식이 우진한을 가리키며 말한다.
“그러면 이 아이가 있는 태원 보육원에 곽 우유 500만 원어치만 보내줄 수 있겠나? 하루에 50개씩. 돈이 다 될 때까지.”
양아진이 활짝 웃음을 짓는다.
“물론이죠. 다만 배달을 하게 되면······ 개당 가격이 좀 높긴 합니다만. 좋은 걸로 보내드리면 200ml당 1천 원은 할 겁니다.”
한유식은 상관이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부탁하네.”
양아진은 속으로 기쁨의 포효를 내질렀다.
장사가 안돼서 대리점에 쌓여 있는 재고들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순간 한유식이 말한다.
“대신 영수증은 써줄 수 있지? 내가 기부했다는 기록을 좀 남기고 싶어서 말이야.”
양아진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이런 영감은 기부금 영수증만 쓰고 나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고~ 물론입니다.”
“그러면 내가 가지고 온 영수증 서류에다가 사인을 좀 해주게.”
“예. 알겠습니다.”
이어서 한유식이 주머니에서 수표 다섯 장과 영수증 서류를 꺼낸다.
한유식이 종이 끄트머리를 잡은 채 기부 관련 영수증을 내민다.
“여기 종이에 자네 도장과 기부 금액 액수를 적어주게.”
“예.”
양아진은 별다른 생각 없이 한유식이 가지고 온 종이에 사인을 마쳤다.
그 순간 한유식이 몸을 돌린다.
양아진은 그 뒤를 보며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안녕히 가십쇼~~”
한유식은 대꾸도 없이 이아은과 우진한을 데리고 대리점을 나왔다.
한유식은 대리점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뒤 정윤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 실장. 덫은 깔았네.”
-감사합니다. 그러면 이 뒤도 계획대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준비해 놓도록 하지.”
전화를 끊은 한유식이 옆에 있는 아이를 쳐다본다.
아이의 이름은 우진한.
한유식은 이 아이가 마음에 쏙 들었다.
“진한아 원장님 좀 뵐 수 있을까?”
“네~”
한유식 부부는 정윤호가 내준 1천만 원 수표를 들고 우진한을 따라서 보육원으로 향했다.
이번 일에는 태원 보육원의 도움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 * *
나는 <화란전>의 촬영 현장에 한우혁을 두고 급히 서울로 올라왔다.
마당에 차를 대고 1층 거실로 들어가자 한유식 부부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주인아주머니는 어디 가셨어요?”
“아 인절미랑 백설기를 산책시키신다고 데리고 나가셨다네. 나간 지 10분 정도 됐어.”
요즘 들어 인절미와 백설기가 무럭무럭 자라다 보니 산책도 많이 한다고 한다.
그런데 백설기야 강아지니까 산책을 좋아하는 게 이해가 갔지만 인절미는 고양이면서도 강아지처럼 산책을 좋아하는 건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심지어 똑같이 가슴 줄까지 착용하고서 말이다.
“그건 그렇고 대표님. 보육원에 납품하기로 한 우유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제대로 된 게 왔다던가요?”
한유식이 고개를 젓는다.
“아니. 연락이 왔는데 자네 말대로 유통 기한이 다 된 우유를 보내왔다는군.”
역시나 내 생각대로다.
“역시나 군요.”
“그런데 자네. 설마 일이 이렇게 될 걸 미리 알고 있었나?”
난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예. 제가 보육원 시절에 자주 당했었던 일이라서요.”
내 보육원 시절.
업체에다가 돈을 주는 기부자들의 선의를 이용해 많은 업체들이 중간에서 돈을 떼먹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기부금을 받은 뒤 폐기 직전의 음식을 보내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그때의 일이 지금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까톡 메시지가 도착했다.
[한연홍 기자 : 정 실장님! 우리 회사의 박 부장이 오늘 점심때 한모금 우유의 유 부장이랑 약속 잡았어요!!]
유문호 부장은 스타 패치 박준서 부장과 친했기에 제보를 터트리면 스타 패치에서 제일 먼저 터트릴 줄 알았다.
그래서 한연홍 기자에게 내부 스파이 짓을 맡겨 놓았는데 덕분에 기사가 나는 타이밍을 알 수가 있었다.
기사가 나는 건 오늘 오후 이후.
그렇다면 당장 움직여야 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내 배우를 건드렸으니 나 역시 이 일에 관련된 사람들을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난 즉시 한유식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한 대표님. 시작하시죠?”
한유식은 KBC의 전무 출신이었기에 여전히 KBC 방송국에 힘을 쓸 수가 있었다.
난 그 힘을 빌려 지금부터 이번 일에 얽힌 자들을 모조리 나락으로 떨어뜨릴 생각이었다.
시작은 양아진 사장부터였다.
‘양아진 사장. 이번 기회에 개과천선 시켜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