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71화
571. 한모금 우유 1
<화란전>의 세트장.
유제품 업계 2위 한모금 우유에서 광고 제의가 들어왔다.
현재 광고가 하나도 없는 한우혁이었지만 ‘한모금 우유’의 광고를 받을 순 없다.
한모금 우유의 이번 광고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에브리데이 V12.2]
[날짜 : 2021년 2월 14일]
-PM 10:00 <연예계 방방곡곡> ‘한모금 튼튼 우유’ 불법 허위 광고. 판매 취소 처분. (보고 사항 : 광고 모델 한상희. 이미지 타격 불가피.)
‘한모금 튼튼 우유’는 작년 말부터 유통되고 있는 신상품인데 먹기만 하면 골다공증이 사라진다는 기능성 우유다.
초기에는 꽤 판매가 저조했지만 한상희가 광고 모델이 되어 판매량이 급증한다.
그러나 곧 시민 단체에서 모든 광고 내용이 허위라는 걸 밝혀낸 뒤 판매 중지 명령이 떨어진다.
그 결과 해당 제품의 광고 모델이던 한상희는 상당한 이미지 타격을 입게 된다.
그때의 일이 여전히 내 다이어리에 남아 있었기에 난 유문호 홍보부장의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유문호 부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날 노려본다.
“저번에 유진 씨한테 한 제안도 거절하더니 이번에도 또 이럴 거야?”
아무 대꾸를 하지 않자 유문호 부장은 기분이 상했는지 언성을 높인다.
“이봐 정 실장. 괜히 밀당하지 말고 원하는 금액이나 말해 봐. 솔직히 유진 씨야 우리가 광고비 감당이 안 되어서 넘어간 거지만 우혁 씨는 복귀하고 첫 작품이잖아. 설마 우리 한모금이 그 정도도 감당 못 할 거라고 보나? 엉?”
유문호 부장은 한우혁의 연기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는지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마음 같아서는 ‘저리 가! 가란 말이야!’를 간절히 외치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기에 결국 비장의 수를 꺼냈다.
“실은 저희 우혁 씨가 생생 우유만 먹습니다. 죄송합니다.”
난 한모금 우유와 매출이 거의 같아 치열하게 싸우는 경쟁사인 업계 3위 생생 우유를 언급했다.
그러자 유문호 부장이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리며 거부감을 드러낸다.
“생생······ 우유?”
“예. 타사 우유를 먹으면서 이쪽 광고를 맡는 건 상도의가 아니지 않습니까? 괜히 이상한 소문이 돌 수도 있고요. 아 물론 전 한모금에서 나온 저지방 우유만 먹습니다. 우유 하면~ 역시~ 한모금이죠. 에~”
내가 생각해도 이런 변명이 통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뭐라도 해야 했기에 한모금 우유 캐치프라이즈의 CM송을 불러줬다.
‘우유하면 역시~ 한 모~금!’이라는 중독성 있는 CM 송을.
하지만 이미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한 유문호 부장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상도의 같은 소리 하네. 하기 싫으면 그냥 관둬!”
유문호 부장은 씩씩거리더니 고개를 홱 하고 돌린다.
갑자기 광고 모델을 바꾸려고 한 까닭에 마동팔 본부장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하지만 유문호 부장은 적반하장으로 짜증을 낸다.
“마 본부장. 그 표정은 뭐야? 지금 기분 상했다고 나한테 시위하는 거야? 엉?”
순간 마동팔 본부장이 굳은 얼굴을 냉큼 바꾸고 덩치에 맞지 않게 두 손을 모은다.
상대는 우유 업계 2위의 광고주였기 때문이다.
“아 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잠깐 회사 돌아가는 일을 생각하다 보니 표정이 일그러졌습니다. 오해십니다.”
유문호 부장이 헛기침하며 말한다.
“크흠~ 그러면 한상희. 아직도 광고할 생각은 있어?”
마동팔이 애써 웃음을 지으며 답한다.
“물론······입니다!”
“알았어. 그러면 카페 M에 가 있을게. 현장 정리되면 그리로 와. 조건이나 맞춰 보게.”
“예. 예. 감사합니다. 부장님.”
유문호 부장은 툴툴거리며 주차장으로 향한다.
마동팔 본부장이 유문호 홍보부장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숙인다.
나 역시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인사가 끝나자 고개를 든 마동팔 본부장이 으르렁거리며 내게 경고한다.
“야 정 실장. 오늘 일. 함부로 떠벌리면 너 진짜 가만 안 둔다. 알지?”
“압니다.”
한동안 연예계에서 떠났던 배우가 거절한 광고를 주가가 한참 오르는 한상희가 구걸하듯 받았다는 게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말할 생각도 없었지만 그것보다는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다.
만에 하나 이대로 한상희가 광고를 수락한다면 조만간 구설수에 오르락내리락할 게 틀림없다.
그렇게 되면 <화란전> 시청률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게 내가 걱정하는 바였다.
난 유진이가 주연인 드라마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치기 싫었기에 눈을 딱 감고 그에게 조언을 해줬다.
“마 본부장님. 그 광고. 웬만하면 받지 마시죠?”
마동팔 본부장이 무슨 개떡 같은 소리냐는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야 정윤호. 지금 또 무슨 수작이야?”
“수작은 아니고······ 요즘 한모금 우유 쪽에 안 좋은 소문이 돌고 있어서요. 시사 탐사대 쪽 AD한테 들은 건데 제품을 너무 과장해서 광고가 되어 있다네요.”
난 내가 알고 있던 미래를 SBC 제작 팀의 이름을 팔아 슬쩍 말해주려 했다.
하지만 마동팔 본부장은 내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끊어버렸다.
“뭔가 들은 게 있는가 본데 대기업이 과대광고하는 거 어디 하루 이틀이야? 그런 거 다 가려 받으면 들어올 광고도 못 받아. 에이~ 난 또 뭐라고.”
마동팔 본부장은 더는 듣기 싫다며 연기를 마친 한상희에게로 향한다.
‘이래서 옛말에 줘도 못 먹는다는 말이 나왔군.’
아마 시청률 영향은 약간 있겠지만 빠진 만큼 내 쪽에서 올릴 방법을 찾아야겠다.
그때 촬영을 마친 한우혁과 유진이가 내 쪽으로 다가온다.
‘그래. 이 둘만 있으면 시청률이 떨어지기는커녕 올라가겠지.’
한상희가 문제를 일으킨다고 해도 내 배우들이 노력하면 그 정도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다가온 한우혁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는 게 보인다.
다리도 떨리는 걸 보니 이제 마사지의 효과도 거의 끝나고 있는 게 확실했다.
“몸은 좀 어떠세요?”
한우혁이 한숨을 내쉰다.
“유진 씨한테 안 묻히려고 열심히 했더니······ 힘이 하나도 없네요.”
유진이가 그런 게 아니라며 손을 절레절레 흔든다.
“아니에요. 저야말로 우혁 선배 때문에 얼마나 긴장했다고요~”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서로의 연기를 칭찬한다.
끝도 없이 이어질 칭찬을 말리며 축하를 보냈다.
“두 사람 모두 수고했습니다. 그러면 우혁 씨. 일단 병원부터 가시죠. 이대로라면 곧 쓰러질 것 같습니다.”
“예. 그래야겠네요.”
체력이 바닥 난 터라 한우혁을 병원에 데려가서 수액을 맞고 휴식을 취하게 하려던 그때였다.
오복희 PD가 확성기를 잡고 외친다.
“화란전 2화. 지금 막 시작합니다!”
그사이 밤 10시가 되었나 보다.
어제 있었던 <화란전> 1화의 1분째 시청률은 17.3% 그리고 최종 19.8%.
다들 오늘은 시청률이 얼마큼 될지 궁금해하며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대나무 숲에서 나는 바람 소리만 들리던 그 순간 오복희 PD의 폰에서 청명한 소리가 들려온다.
까톡!
모두가 침을 꼴딱 삼키며 오복희 PD를 쳐다본다.
오복희 PD가 까톡 메시지를 보고 힘차게 외친다.
“2화 1분째 시청률은 18.1%로 시작했어요!”
순간 스태프들과 배우들 모두 환호성을 내지르기 시작한다.
“그게 정말입니까?”
“고생한 보람이 있었군요.”
“캬~ 이거 역대급 드라마 한 편 나오는 거 아닌지 몰라?”
어제 KBC와의 다툼 때문에 시청률이 잠시 기록적으로 튀었는데 오늘도 그게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현재 2화는 아역들과 조연들이 드라마를 이끌어가고 있는 상황.
일반적으로 성인 배우들로 교체되는 시기에 시청률이 확 뛰는 걸 고려해 보면 시작부터 엄청난 성적을 달성하는 중이었다.
그때 현장의 2인자인 박중서 카메라 감독이 묻는다.
“PD님. 그러면 정희왕후는 얼마 나왔습니까?”
“거긴 14.5%로 출발했다네요.”
“거참······ 역시 만만치 않네요. 이 와중에 그런 성적 나오기 쉽지 않을 텐데······.”
KBC의 대표가 교체된 뒤숭숭한 와중에도 정희왕후는 나름 선방을 하고 있었다.
카메라 감독이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하자 오복희 PD는 자신만만하게 웃는다.
“두고 보세요. 오늘 찍은 영상이 방송을 타면 차이가 확 벌어질 거니까!”
오복희 PD는 한우혁이 연기한 비형랑이 나간다면 큰 반향이 있을 거라 단언한다.
박중서 카메라 감독이 씨익 웃는다.
“하긴~ 오늘 카메라 안에 잡힌 모습만 보여주면 기대해도 되겠지.”
박중서 카메라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스태프들이 웃으며 맞장구를 친다.
“당연하죠 감독님. 우리 비형랑이랑 유화 공주 나오면 다 끝난 거지 뭐.”
“한우혁 배우님! 앞으로도 오늘처럼만 부탁합시다!”
“저희가 한 컷 한 컷 역대급으로 찍어 드릴 거니까 힘내세요!”
“유진 씨도 잘 부탁드려요!”
3년 전.
가장 핫한 신인 시절에도 받아보지 못한 스태프들의 인정을 받자 한우혁은 감격에 겨워 몸을 떨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한우혁이 감격에 차 허리를 굽힌 순간 오늘의 열연에 화답하는 박수가 다시 한번 세트장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 * *
마동팔은 주차장으로 한상희를 데리고 오는 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
‘정윤호. 그 박수무당이 하는 말이 사실이면 어떻게 하지?’
정윤호는 고분고분한 구석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모든 일에 방해만 되는 얄미운 인간이다.
그러나 그 점을 떼놓고 보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추진력은 누구도 따르지 못할 정도였고 자기 배우와 관련된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인간이었다.
그런데 업계 2위의 우유 업체가 최고의 조건을 제시해도 핑계를 대며 광고를 포기해 버렸다.
그렇다면 한모금 우유에 문제가 있다는 정보가 사실일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설령 그 말이 맞다고 해도 무턱대고 광고를 안 한다고만 할 수는 없다.
최근 소주 광고 때문에 한껏 기가 산 한상희라면 근거도 없이 광고를 취소했다가는 격렬하게 항의해 올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일단 상황을 보고서 최종 결정을 하려던 순간 어느덧 주차장에 도착해 버렸다.
마동팔은 한상희에 앞서 승합차의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상희야. 타.”
그런데 한상희가 차에는 타지 않고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본부장님! 저 주연급이라면서요? 근데 대우가 왜 이래요?”
마동팔의 미간이 구겨졌다.
“야! 내가 귀 바로 옆에서 고함치지 말랬지!”
하이톤의 고성을 쏟아낸 한상희가 입술을 삐죽인다.
그러나 한 번 터지기 시작한 한상희의 불만은 멈출 줄을 몰랐다.
“아 지금 그게 중요해요? 오늘 현장 스태프들이 굴렁쇠 배우들만 챙긴 거 못 봤어요? 진짜 이대로 보고 있을 거예요? 뭔가 회사 차원에서도 대책을 좀 세워야 할 거 아니에요?”
한상희는 정화 공주로서 모두의 이목을 살 걸 생각하고 배역에 지원했다.
정유진이야 주연이니 그렇다고 쳐도 설마 굴렁쇠 엔터의 한우혁에게도 밀릴 줄은 몰랐다.
이러다가는 자칫 한우혁에 비해서도 분량이 줄지 모르겠다는 불안으로 한상희는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사실 실력 차이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만 마동팔은 그 점을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에 다른 이야기로 한상희를 달래기 시작했다.
“야. 설마 우리 회사가 그런 거 하나 준비 안 해 뒀겠어? 이번 주말에 인터뷰 8개를 잡아 놨고 예능도 새로 하나 들어갈 거니까 안심해. 원래 인기라는 건 노출도야 노출도!”
TK 엔터에서 한상희를 신경 쓴다는 말을 들은 순간 그제야 한상희가 얼굴에서 짜증을 지웠다.
그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눈웃음을 짓기 시작한다.
“에이~ 그러게 진작 좀 신경 써 주면 써 준다고 말을 해주시지~잉~ 꼭 투정을 부려야 들어주세요 예?”
“인마. 다 때가 되면 해주려고 했지. 걱정하지 말고 넌 나만 따라오면 돼!”
“네이~ 네이~ 본부장님~”
한상희가 장난스레 손을 비빈다.
“아 참. 그보다 한모금 우유에서 유 부장님이 너 광고 모델로 뽑는다고 찾아오셨는데 갈 거지?”
한상희가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하죠! 주님 다음으로 중요한 광고주님이 오셨는데 가야죠. 대신 내일 오전부터 촬영이니까 술은 못 마셔요.”
“걱정하지 마. 술은 내가 마시면 돼.”
하지만 말술인 유문호 부장의 술을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동팔 본부장은 한숨부터 나온다.
그것도 모르고 마냥 기분이 좋아진 한상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차에 올랐다.
이어서 마동팔은 사이드 문을 닫은 채 운전석에 타려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곤 잠시 차에서 떨어져 김태권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촉이 좋은 김태권 대표라면 정윤호가 말한 이야기에 대해서 느끼는 게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표님. 저 동팔입니다.”
-어 왜?
“실은 한모금 우유 광고 말입니다. 한상희를 광고 모델로 쓰겠다는 제안을 받았는데 좀 찝찝한 일이 있었습니다.”
-무슨 일?
마동팔은 차분하게 정윤호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정윤호 그놈이 그렇게 말했단 말이지?
“예.”
-혹시 상희한테는 계약 확정했다고 알렸나?
“모델로 선정되었다는 이야기만 했을 뿐 계약이 확정되었다는 이야기는 안 했습니다.”
-오케이. 내가 별도로 그 일에 대해 알아볼 테니까 넌 오늘 유 부장 만나서 적당히 비위만 맞춰줘.
“그러면······ 계약은 어떻게 합니까?”
-한 일주일 정도만 미뤄. 책임은 나한테 미루고.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왕 만나는 김에 유 부장 성질 좀 살살 긁어 봐.
“성질을 긁으라뇨?”
-유 부장 그놈 성질머리에 살짝 긁어만 주면 정윤호한테 망신당한 일을 복수하려고 할 거야.
“정윤호 그놈에게 덤터기를 씌우자는 말씀이시군요.”
-그래. 기 한번 꺾어놔야지.
에이스 엔터가 반으로 쪼개진 이후 TK 엔터는 어부지리로 업계 1위가 되었다.
그리고 김태권 대표는 업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무섭게 덩치를 키우고 있는 굴렁쇠 엔터를 꼽았다.
굴렁쇠 엔터의 에이스 정윤호를 견제할 기회를 잡았으니 뭐라도 하긴 해야만 했다.
-조심해라 동팔아. 정윤호 그놈. 예전에 네가 알던 놈이 아니다. 이번에 KBC 대표를 날린 것도 그놈 작품이니까 절대로 직접 손 쓰지 마. 알아들어?
“알고 있습니다. 유 부장이 혼자 날뛰도록 바람 좀 넣겠습니다.”
-그래. 네가 수고가 많다.
어느덧 너무 커버린 정윤호는 이제는 TK 엔터로서도 직접 상대하기 어려운 존재가 되어 있었다.
* * *
한우혁이 비형랑으로 열연을 펼친 다음 날.
링거를 맞고 잠이 든 한우혁은 오늘 오후가 되어서야 촬영에 나설 수가 있었다.
그리고 어제 <화란전> 2화에서 최고 시청률은 20.1%를 넘겼다.
그래서 오늘은 열띤 분위기 속에서 촬영이 이뤄지고 있었다.
또한 한우혁은 어제 연기를 하면서 ‘감’을 잡았는지 유진이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오늘도 열연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예상보다 빠르게 <화란전> 비형랑 파트의 촬영이 이어지고 있었다.
“컷! 오케이~ 조금 쉬다가 하죠.”
“예.”
한우혁이 숨을 몰아쉬고 내 쪽으로 다가온다.
“실장님. 후우. 저 오늘도 마사지 좀 해주시면 안 됩니까?”
“알겠습니다. 천막으로 가시죠.”
그때였다.
지이잉~
한우혁을 대신해 들고 있던 폰이 울린다.
[발신자 : 어머니]
난 즉시 한우역에게 폰을 건넸다.
“우혁 씨. 어머니 전화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한우혁이 전화를 받고 어머니와 통화를 한다.
“예? 한모금 우유 대리점의 그 양아치 사장이 우유랑 각종 유제품을 들고 집으로 찾아왔다고요?”
한우혁의 입에서 ‘한모금 우유’란 말이 나온 순간 등골이 싸해졌다.
바로 어제 뒤끝 있는 유문호 부장의 광고 제안에 퇴짜를 놓았기 때문이다.
난 그 즉시 전화 통화 중인 한우혁에게 어떤 일인지를 물었다.
한우혁이 표정을 굳힌 채 자세한 사정을 말해준다.
“아 그게요······.”
역시나 내 생각대로 터무니없는 짓이 벌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