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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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70화

570. 비형랑 3

난 손가락을 풀며 한우혁에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스포츠 마사지와 경락 마사지를 해드리겠습니다.”

“마사······지요?”

“예.”

회귀 전 내가 관리하던 배우 중 연기력은 뛰어나지만 까칠했던 강기태라는 원로 배우가 있었다.

당시 70살이던 강기태는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다 보니 틈만 나면 마사지를 받으러 갔었다.

심지어 촬영 중에도 몸이 불편하다 싶으면 촬영을 멈추고 다녀오곤 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현장을 이탈하는 일이 생기자 평판이 나락을 찍게 되었다.

그래서 난 그의 이탈을 막기 위해 경락 마사지를 익혔다.

다름 아닌 김수명 원장에게 말이다.

비록 전문적으로 배운 김수명 원장에 비해서는 실력이 떨어지지만 내가 악력이 좋다 보니 지금처럼 속성으로 컨디션을 올릴 땐 내가 더 나았다.

한우혁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난 한우혁이 덮고 있는 두툼한 이불을 허리까지 내린 뒤 그의 등 뒤에다가 양손을 가져다 댔다.

“조금 아플 겁니다.”

“괜찮습니다. 저 아픈 건 잘 참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럼 시작합니다.”

난 그 말과 동시 손가락에 힘을 주고 목 뒤의 승모근 상부 부위를 꾹 하고 눌렀다.

순간 잘 참는다고 자신하던 한우혁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끄어어어어! 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 아픈······ 자 잠깐! 실장님. 스톱!”

순간 곁에서 구경하던 미소가 화들짝 놀라 두 손으로 입을 막는다.

“후읍!”

하지만 이내 두 손을 모으더니 한우혁의 눈앞에서 파이팅을 외친다.

“도깨비 삼촌! 힘내세요오~!”

미소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자 한우혁은 부끄러운 듯 입을 꾹 다물고 고통을 참기 시작한다.

덕분에 조금은 편하게 마사지를 할 수가 있었다.

‘미소야. 파이팅.’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미소였다.

* * *

처음에는 강제로 경락을 자극해서 기운을 끌어올린 다음 10분이 지난 후부터는 피로를 풀어주는 데 집중했다.

그러자 비명을 지르던 한우혁은 어느새 눈을 감고 숙면에 빠져 버렸다.

“훅훅······.”

한시도 쉬지 않고 마사지를 했더니 30분 정도 지났을 땐 온몸에 땀이 흥건하다.

그때 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누워 있는 한우혁의 등으로 떨어진다.

뚝. 뚝.

곁에 있던 미소가 수건을 내밀어 내 이마를 닦아준다.

“고마워 미소야.”

“네!”

우리 둘의 목소리가 들리자 한우혁이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뜬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깜빡 잠이 들었나 봅니다.”

마사지의 효과에 숙면까지 취하다 보니 생기 없던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다.

난 그제야 한우혁의 몸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다 됐습니다. 이제 일어나서 움직여 보세요. 불편한 곳이 있으면 말씀하시고요.”

한우혁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팔다리를 돌려본다.

반신반의하던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한다.

“이거······ 오늘 꼬박 밤새워도 될 거 같은데요?”

“일시적인 거니까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한 씬만 찍고 나면 병원으로 모시고 갈 겁니다.”

“예. 실장님.”

이어서 난 한우혁에게 따뜻한 롱패딩을 입힌 뒤 미소와 함께 대기 천막을 나섰다.

다시 나타난 한우혁이 체력을 회복한 걸 확인하자 스태프들도 안도한 표정을 짓는다.

오복희 PD가 날 향해 엄지를 치켜들더니 확성기를 잡고 외친다.

“자자 오늘 마지막 씬 촬영가겠습니다. 집중들 해서 NG 없이 한 방에 갑시다! 그리고 저희도 조금 쉬죠.”

현재 시각 오후 9시 20분.

곧 <화란전> 2화가 방송될 시각이다.

오복희 PD는 오늘 이 씬을 마지막으로 찍은 뒤 <화란전> 2화를 보자고 말한다.

오복희 PD의 지시에 스태프들은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부리나케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 * *

월성의 담벼락 곁에 선 한우혁은 카메라 동선을 확인하며 조감독과 함께 짧은 리허설을 하는 중이다.

그때 메이크업 수정을 마친 유진이가 내 곁으로 다가온다.

잠시 후 한우혁과 연기를 할 유진이는 손에서 대본책을 놓지 않고 있다.

“유진아. 컨디션 괜찮아?”

유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예. 저야 오늘 몇 씬 안 찍었으니까요. 근데 오빠. 우혁 선배 연기 장난 아니지 않아요? 진짜 혼을 담은 거 같았어요.”

“간절해서 그래.”

4년 전 발병한 이후 꾸준히 항암 치료를 하던 그는 연기를 다시 할 수 있기만을 바랐다.

그러다 그 간절한 소망이 이뤄지자 영혼과 체력을 갈아 넣어 연기를 하고 있었다.

유진이는 내 대답을 듣더니 갑자기 두 손을 불끈 쥐고 각오를 다진다.

“오빠. 저 진~짜~ 열심히 할게요!”

“응?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

“뭐랄까 우혁 선배 연기를 보니까 제가 얼마나 나태했었는지 알 것 같아요. 사실 전 먹고 살려고 연기한 거잖아요. 그런데 상까지 받고 나니까 최근에는 좀 들떠서 노력도 안 하고 게을렀던 거 같아요.”

어이가 없었다.

노력이 부족하다는 건 그저 본인의 생각일 뿐 실제로 유진이는 연기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는 스타일이었다.

‘아니 대체 누가 너보다 더 노력한다고?’

먹고 자고 미소랑 놀아주는 시간을 제외하면 유진이는 단 한순간도 연습을 소홀했던 적이 없었다.

절대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하려던 순간 내 곁에 있던 미소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맞아 엄마! 요즘에 나도 학교 공부한다고 연기 공부는 덜 했었어! 근데 앞으로는 둘 다 열심히 할 거야!”

미소가 두 손을 꼭 쥐고 의욕을 불태운다.

유진이가 그걸 보곤 외친다.

“우리 미소. 그러면 엄마랑 누가 더 열심히 하나 내기할까?”

“응!”

유진이와 미소는 새끼손가락을 걸더니 서로에게 힘을 내자고 응원한다.

‘아니. 니들이 그렇게 주먹을 불끈 쥐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고?’

때마침 저 멀리 이번 촬영을 같이할 정화 공주역의 한상희가 다가온다.

최근 소주 ‘진짜 이슬’ 광고를 재계약한 덕분인지 표정부터 발걸음까지 자신감이 넘친다.

그러나 그 자신감이 깨질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한상희. 미안하다. 네가 첫 번째 희생자가 될 것 같다.’

각오를 다진 유진이와 목숨을 건 한우혁 사이에 끼어 연기할 한상희가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때 유진이가 각오를 다진 뒤 내게 말한다.

“오빠. 다녀올게요.”

한우혁의 연기에 지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진 탓인지 평소보다 훨씬 기합이 들어가 있었다.

“어 어······ 그래.”

유진이가 몸을 돌려 천천히 걸어 나간다.

잠시 후.

한상희를 준비시킨 마동팔이 슬그머니 내 곁으로 다가왔다.

“어이~ 정 실장.”

“잘 지내셨습니까?”

에이스 엔터가 반으로 쪼개진 뒤 최근 TK 엔터가 업계 1위로 된 까닭인지 고개가 빳빳하다.

“나야 잘 지냈지. 그런데 정 실장. 요즘 굴렁쇠 잘 나간다며?”

굳이 싸울 생각이 없었기에 적당히 호응을 해줬다.

“TK 엔터는 업계 1위가 되셨는데 그게 더 축하받을 일이죠. 축하드립니다. 업계 1위.”

“하하하. 그렇게 되는 건가? 그래 고마워.”

그런데 그때였다.

“여~ 두 사람. 여기 있었어?”

그때 갑자기 뒤쪽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마동팔 본부장이 고개를 돌린다.

“어? 유 부장님. 오셨습니까?”

올해 46살에 이대팔 가르마를 한 ‘한모금 우유’의 홍보부장 유문호이 나타났다.

한모금 우유는 유제품 판매를 주로 하는 회사로서 우유 업계에서는 2위였다.

“크흠. 정 실장님도 같이 있었네?”

“유 부장님.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나야. 뭐. 잘~ 못 지낼 게 있겠어?”

예전에 유진이에게 들어온 한모금 우유 광고 모델 제의를 단번에 거절했더니 아직도 퉁명스러운 반응이다.

그런데 그때 유문호 부장이 마동팔에게 말한다.

“마 본부장. 촬영 끝나면 근처에서 상희 씨랑 같이 좀 보지?”

순간 마동팔 본부장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호 혹시 저희 상희가 광고 모델로 결정 났습니까?”

“그래. 조건에서 큰 이견만 없으면 한상희로 결정될 거야.”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요즘 한상희가 잘나가서 그런 거지 뭐.”

두 사람은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난 이들의 대화에는 관심이 없었다.

한모금 우유란 회사 자체에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대화하는 사이 오복희 PD가 드디어 확성기를 붙잡았다.

“자~ 다들 조용히 하고 스태프들. 준비 결과 보고해요!”

이제 오늘의 마지막 씬인 5화 엔딩 씬을 촬영할 차례였다.

* * *

<화란전> 5화 엔딩 씬.

도깨비 비형랑은 자신이 사는 대나무숲을 찾아온 유화 공주를 월성의 궁궐 담벼락까지 배웅해준다.

그런데 그곳에는 첫째 정화 공주의 부하들이 도깨비를 포획하려 잠복을 하고 있었다.

정화 공주는 전설로 내려오는 도깨비를 잡은 다음 계약을 맺어 여왕으로 만들어달라고 요구할 생각이다.

그중 가장 먼저 준비를 마친 유진이와 한우혁이 월성의 담벼락에 서서 신호를 보냈다.

“저희는 준비됐습니다.”

한상희 역시 두 사람에게 10m 떨어진 곳에서 검은 복장을 한 스턴트맨들과 함께 외쳤다.

“여기도요.”

마지막으로 왼쪽 소나무 숲에서도 검은 망토를 두른 스턴트맨들이 외친다.

“저희도 준비 끝났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가 모인 순간 오복희 PD가 확성기를 붙잡았다.

“성벽 뒤에 있는 액션 팀! 거긴 어때요?”

순간 약 2m 높이 궁궐 담벼락 너머에서 이제껏 들려왔던 것보다 더 많은 인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예! PD님! 준비 끝났습니다!”

모든 준비 상태를 확인한 오복희 PD가 마지막 디렉팅을 했다.

“자······ 대규모 액션은 한 명만 실수해도 끝이니까 다들 집중합시다. 리허설한 대로만 하면 되니까 쓸데없이 긴장하지 말고요. 자. 갑니다. 레디~~ 액션!”

* * *

5화 엔딩 씬.

비형랑을 연기하는 한우혁과 유화 공주를 연기하는 유진이가 나란히 발걸음을 옮긴다.

한우혁은 비형랑이 늘 들고 다니는 대금을 손에 쥔 채 퉁명스러운 표정인 유진이를 달래기 시작했다.

『앞으론 직접 찾아오지 말고 반디를 통해 소식을 전하도록 하여라. 알겠느냐?』

유진이가 발걸음을 멈춘다.

그러고는 섭섭하다는 표정으로 한우혁을 빤히 쳐다본다.

『비형랑 아저씨. 저 보기 싫으세요?』

『그럴 리가 있나. 다만 저 성안의 흉험한 자들이 너를 노리고 있으니 걱정되어 그러는 게지. 명심하거라. 난 도깨비고 넌 인간이다. 내가 비록 너를 아끼나 이렇게 현신한 몸으로는 약해지지 않느냐? 그러니 다시는 날 직접 보러 오지 말거라.』

극 중 도깨비는 천신(天神)의 대리자이자 만물의 수호자.

직접 몸을 드러내고 인간을 해치게 되면 천신(天神)의 노여움을 사서 일시적으로 힘을 잃고 위기에 빠질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한우혁은 한껏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언제 어디서든 유화 공주를 노리는 적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진이가 고개를 푹 숙인다.

마치 삼촌과 헤어지기 싫어하는 어린 조카같이 돌부리를 걷어찬다.

『칫. 칫.』

유진이가 걷어찬 작은 돌멩이가 성벽에 부딪힌다.

달그락.

탁탁.

여왕이 되기 위해 권력투쟁을 하는 유화 공주도 도깨비 앞에선 철없는 10대의 모습이다.

그때였다.

짙은 어둠 속에서 한상희가 천천히 걸어 나온다.

사박사박.

고무신이 고운 모래를 밟는 소리가 울린다.

『그자가 바로 소문의 도깨비구나.』

『언니가······ 배후였어요?』

한상희가 탐욕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호호홋. 고맙구나. 네가 직접 그 도깨비를 이리 끌고 와 주었다니! 덕분에 비를 부르고 바람을 부린다는 도깨비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계림의 여왕은 내가 될 것이야!』

말을 마친 한상희가 씨익 웃으며 손을 들어 올린다.

순간 뒤쪽에 있던 복면을 한 사내들이 우르르 나타난다.

『저자를 사로잡아라. 잡는 자에게는 금화 100냥을 주마.』

『명을 받들겠습니다!』

검은 복면의 사내들이 괴성을 지르고 달려 나온다.

그때였다.

한우혁이 대금을 쥔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외친다.

『멈춰라!』

우뚝.

달려오던 남자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추고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그러나 한상희가 표독한 얼굴로 다시 지시를 내렸다.

『포획조는 뭣들 하느냐!』

이번에는 왼쪽 숲에서 검은 망토를 쓴 남자들이 나타났다.

10명 되는 포획조들은 나타나자마자 일제히 망토를 벗어 버렸다.

스르륵.

순간 망토 아래서 닭의 피에 적신 붉은 옷이 드러난다.

도깨비가 싫어하는 닭 피 냄새가 사방을 퍼져 나간다.

그러자 한우혁이 소매로 코를 가리며 비틀거리기 시작한다.

이제껏 평온했던 한우혁의 표정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유화! 도망치거라! 이자들은 도깨비를 상대할 방법을 안다.』

피를 싫어하는 도깨비에게는 절체절명의 상황.

하지만 유진이는 혼자 두고 갈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한우혁은 이를 꽉 깨물더니 유진이의 앞을 가로막았다.

어떻게든 유진이를 지키겠다는 얼굴에는 목숨을 건 각오가 묻어 나온다.

그와 동시에 한우혁의 입에서는 쩌렁쩌렁한 포효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흡사 사자후 같은 목소리다.

『더는 다가오지 마라! 이를 어긴다면 천신께서 노하시더라도 너희를 도륙 내겠다!』

어디에 그런 힘이 숨어있을까 싶을 정도로 세트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였다.

한우혁의 패기에 달려가던 포획조 스턴트맨들이 그 자리에 굳어버린다.

지시를 내린 한상희 역시도 한우혁의 이글거리는 눈빛에 겁을 먹고 자기 연기를 잊어버렸다.

NG라도 해도 무방했지만 워낙 리얼한 반응 때문인지 오복희 PD는 NG를 부르지 않고 상황을 지켜본다.

그러자 내 곁에 있는 마동팔 본부장이 두 손을 펼치며 폴짝폴짝 뛴다.

한상희에게 정신을 차리라는 거다.

한상희가 그걸 보고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잇기 시작한다.

『저 적의 기세에 걸음을 멈추다니 너희같이 한심한 것들을 어찌 칼 찬 무사라 하겠느냐~~! 오늘 저자를 잡지 못하면 내가 친히 너희 가족을 도륙 내고야 말 것이다!』

그 순간 잠깐 멈췄던 붉은 피를 뒤집어쓴 사내들이 다시 한번 고함을 치며 달려 나간다.

『와~~~』

죽음을 도외시하고 덤벼드는 이를 노려보던 한우혁은 들고 있던 대금을 마치 검을 잡듯 두 손으로 잡는다.

그런데 그때였다.

유진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와 한우혁을 막았다.

한우혁을 쳐다보는 눈에는 처연하고 미안함이 가득하다.

『죄송해요 아저씨. 아저씨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응? 그게 무슨 말이더냐?』

『어릴 적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들었어요. 그래서 전······ 아저씨를 노리는 것들을 쓸어버리고 싶었어요.』

『그랬었······구나.』

『죄송해요. 하지만 이젠······ 제가 아저씨를 지킬 거예요.』

그 말을 마친 유진이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철없는 유화 공주의 모습이 사라지고 위엄있는 군주의 카리스마가 뿜어 나오기 시작했다.

유진이는 자신을 죽이려고 드는 이들을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품 안에서 작은 종을 꺼내 흔들었다.

짤랑~ 짤랑~

맑은 종소리가 어두운 밤하늘에 울려 퍼진다.

그 순간 담 너머에서 군중의 외침 소리가 들려온다.

『와아아~』

유진이는 그 함성을 듣자 싸늘한 목소리로 외친다.

『유화군은 지금부터 나와 비형랑을 호위하라!』

군주의 위엄이 실린 목소리가 월성에 울려 퍼진다.

그 순간 월성 담벼락 위로 군청색의 복장을 한 사내들이 일제히 날아오른다.

휙휙휙.

무려 50명은 넘을 법한 이들이 낮은 궁궐 담벼락을 넘어 착지한다.

탁탁탁.

순식간에 50명이 한우혁과 유진이를 감싼다.

달려오던 스턴트맨들이 일제히 발걸음을 멈춘다.

그러자 유진이는 도열한 스턴트맨들을 향해 마치 일국의 여왕이라도 된 듯한 위엄 있는 목소리로 외친다.

『유화군은······ 지금부터 적들을 섬멸하라!』

수십 명의 스턴트맨들이 일제히 대답한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챙!

검집에서 일제히 빠져나오는 검의 소리가 마치 악기처럼 맑고 경쾌하게 울린다.

『와~~』

군청색의 도복을 입은 유화군이 닭 피를 뒤집어쓴 괴한들과 격돌하며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이후 한상희는 복면 사내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도망을 칠 수 있었다.

그렇게 5화 씬 마지막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 * *

“커~~엇! 오케이! 이야~ 대박인데요 유진 씨 우혁 씨?”

오복희 PD가 흥분해서 외친다.

한우혁과 유진이가 보여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에 흠뻑 반한 까닭이다.

대규모 군중 씬이었지만 한우혁과 유진이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며 연기를 펼쳤다.

덕분에 모든 배우들이 한우혁과 유진이의 연기에 휘말려 들러리가 되어버렸다.

심지어 한상희마저도.

그로 인해 마동팔 본부장은 팔짱을 낀 채 불만 어린 표정을 짓고 있다.

한상희 역시도 주요 배역인 정화 공주가 아닌 그저 조연 1처럼 보였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내 생각대로 각성한 한우혁과 각오를 다진 유진이로 인해 피해자 1호가 탄생해 버렸다.

그때였다.

마동팔 본부장 곁에 있던 한모금 우유의 유문호 부장이 내 옆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러고는 상기된 표정으로 내게 묻는다.

“정 실장. 저 배우······ 3년 전인가 4년 전에 그 배우 맞지? 위암으로 은퇴했던 그 배우. 이름이 한우······ 뭐였는데?”

“한우혁입니다.”

“아 맞다. 그런데 언제 복귀했어? 방송에서는 못 본 거 같은데?”

“이 작품이 복귀한 후 첫 현장입니다.”

“그렇다 이거지······.”

그때였다.

“그러면 혹시 저 배우. 우리 제품 광고 맡을 생각 없어?”

“예??”

분명 조금 전까지 한상희로 모델이 확정되었다고 들었었다.

하지만 한우혁이 놀라운 연기를 보이자 마음이 바뀐 모양이다.

그러자 뒤따라온 마동팔 본부장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진다.

“부장님!”

유문호 부장은 마동팔 본부장을 무시하고 내게 말한다.

“2년 차 최고 대우를 해주지. 그러니까 신인상 받은 배우들 급 정도로 해주겠다~ 이 말이야. 어때?”

그가 파격적인 대우를 제안한다.

하지만 난 이 광고를 받을 생각이 없다.

이 시점 한모금 우유의 광고에는 나만이 알고 있는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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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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