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60화
560. 예비소집 1
[에브리데이 V12.2]
[날짜 : 2021년 1월 12일]
-PM 03:00 [NEW. 박상규] 이사연 병원 방문 (기타 : 이사연 손가락 움직이기 시작 손 마사지기도 구매할 것.)
계약이 끝나면 이사연의 병실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새로 뜬 일정에는 이사연의 상태가 좋아진다는 내용이 있었다.
회귀 전에도 이사연은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급속도로 좋아졌다.
에브리데이는 바로 그 일이 벌어진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를뻔했다.
애써 기쁨을 억누르고 시계를 확인하니 현재 시각은 오후 2시 30분.
마음이 급해졌다.
“대표님. 그럼 저흰 이제 가보겠습니다.”
강감찬 대표가 황급히 묻는다.
“서두르지 말고 오늘은 식사나 함께하지 그러냐?”
“아 병원에 계신 이사연 누님께도 오늘의 좋은 소식을 전해 드려야죠.”
강감찬 대표가 껄껄대며 웃는다.
“하긴 그것도 그렇겠구나. 알았다. 빨리 가서 계약서부터 보여줘라. 식사는 다음에 하면 되지.”
“예.”
박상규도 날 따라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면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대표님.”
“그래요. 우리 박 배우는 이사 끝나고 나면 그때 자리 한번 합시다.”
“예. 대표님. 그리고 다음엔 말 편하게 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박상규의 영입에 있어서 끝없는 배려를 해 준 강감찬 대표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하고 나오려는 순간 갑자기 강감찬 대표가 말한다.
“아 정 실장. 앞으로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오늘 강상준이 정 실장 널 배정해 달라고 하더라.”
“강상준이요?”
“그래. 그 녀석이 자기한테 유리한 것 하나는 잘 챙기잖냐.”
난 박상규가 들으라는 듯 말했다.
“전 죽었다 깨어나도 그 인간을 맡을 생각이 없습니다.”
강감찬 대표가 껄껄대며 웃는다.
“하하하. 실은 나도 그렇게 말해뒀다. 우리 정 실장은 나도 어찌 못한다고. 그래도 조심은 해야 할 거다.”
“명심하겠습니다.”
아버지같이 온화한 미소를 짓는 강감찬 대표에게 인사를 한 뒤 박상규와 함께 굴렁쇠 엔터를 나섰다.
굴렁쇠 엔터와의 전속 계약서와 <도플갱어> 출연 계약서를 손에 든 박상규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 * *
구로 희망병원 410호.
병실에 도착하자 시계가 오후 2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미소의 부탁을 받고 미리 사 둔 전동 마사지 베개와 음료수를 갖고 찾아왔다.
같은 병실에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음료수를 돌리는 사이 박상규는 아내의 곁에 앉아 굴렁쇠 엔터와의 전속계약서와 <도플갱어> 출연 계약서를 펼친다.
“여보. 이거 보여?”
이사연은 기분이 좋은지 눈을 연신 깜빡거리고 있었다.
음료수를 다 돌린 난 이사연의 곁으로 왔다.
그리고는 침대 옆에 놓인 태블릿을 들고 그녀의 눈 깜빡임에 맞춰 문자를 조합했다.
[여.보.당.신.이.될.줄.알.았.어.요.]
아내가 눈으로 써준 글자를 읽은 박상규가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래. 그러니까 당신도 힘내서 일어나자.”
깜-빡.
이사연이 눈을 깜빡인 순간 난 준비해온 전동 마사지 베개의 포장을 벗겼다.
“이건 미소가 잠자는 백설 공주 이모한테 전해달라는 선물입니다.”
박상규가 웃으며 이사연의 머리를 넘겨준다.
“여보. 선물 받았으니까 한 번 해보자.”
아내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린 박상규는 가장 약한 단계로 마사지기를 작동시켰다.
지잉.
전동 마사지기가 움직이며 이사연의 뒷목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현재 시각 오후 2시 59분.
다이어리가 말한 오후 3시까지는 1분 남았다.
지이잉~
전동 마사지 베개가 꿈틀거리며 그녀의 목 뒤를 자극한다.
그런데 그 순간 이사연이 눈을 빠르게 깜빡인다.
박상규가 깜짝 놀라 전원을 끈다.
“여보. 왜? 안 좋아?”
이사연이 다시 눈을 빠르게 깜빡거린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고? 어 잠깐만.”
박상규는 이사연이 눈으로 말하는 걸 옮겨적기 위해 태블릿을 그녀의 눈앞에다 가져다 댄다.
“첫 번째 글자는······ 어. ‘ㅇ’. 두 번째는 ‘ㅜ’ 그리고 받침은 있어? 어······ ‘ㅁ’이라고? 합쳐서 ‘움’ 맞지?”
한 글자씩 물어보며 박상규가 아내의 말을 옮겨적는다.
“두 번째 글자는 ‘직’ 맞지? 어. 그다음 글자는 뭐라고? ‘ㅇ’에다가······.”
이어서 세 번째 그리고 네 번째 글자가 완성되었다.
순간 글자를 확인한 박상규의 동작이 멈췄다.
[움.직.여.요.]
“움직인다고?”
그 순간 내 폰의 시계가 오후 3시를 가리켰다.
그와 동시에 이사연의 오른쪽 검지가 움직인다.
톡.
톡.
톡톡톡.
어디서 들리는 소리인지 감을 잡지 못하던 박상규의 눈에 침대를 두드리는 아내의 손가락이 들어왔다.
“어······. 어······. 다 당신······?”
이사연의 손가락이 다시 침대를 두드린다.
그 순간 박상규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움직이는 아내의 손을 잡았다.
“여 여보!!”
박상규는 눈물을 흘리며 아내를 껴안았다.
아내의 손을 붙잡은 박상규는 가슴이 벅차오른 듯한 표정으로 병실이 떠나가라 그 소식을 알렸다.
“움직······ 인다!”
그와 동시에 같은 병실을 쓰던 환자와 보호자들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축하하기 시작했다.
“아이구~ 잘됐네.”
“새댁! 이제 금세 일어나서 달리기도 하고 하겠네.”
“축하해요 상규 씨!”
“경사 났네~”
병실에 있는 모두가 축하해준다.
그리고 박상규는 누워있는 아내에게 장하다며 연신 뽀뽀를 해대고 있었다.
난 가슴이 뭉클해지는 광경을 보며 조용히 속으로 말했다.
‘형님. 이젠 행복하시죠?’
이사연도 회복하기 시작했으니 이제부터 박상규의 인생에는 꽃길만 펼쳐질 거다.
그리고 난 그 곁에 늘 함께 있어 줄 생각이다.
그게 매니저인 내가 할 일이니까 말이다.
* * *
삑삑삑-.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1월 13일 수요일.
오후 1시였다.
어제 밤늦게까지 박상규와 <도플갱어> 촬영 스케줄을 상의하다 아침이 되어서야 잠들 수 있었다.
기지개를 켜고 거실로 나와 TV를 켰다.
때마침 뉴스가 나온다.
TVK의 장하진 리포터는 HK 전자 본사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있다.
-지금 이곳은 HK 전자 본사 건물 앞입니다. 시민 단체와 해고자들의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HK 그룹 3세 홍석준 대표의 횡령과 주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가 확인되어······.
HK 그룹에서 그동안 홍석준 대표의 구속만은 막으려고 애썼지만 결코 막지 못했다.
잠시 후.
홍석준 대표가 수갑을 차고 긴급 체포되어 나오는 장면이 방영되고 있다.
소환장을 보냈는데 끝까지 변호사만 보내고 직접 조사는 피하다가 생긴 일이다.
-야! 니들 내가 누군지 몰라? 앙? 이것들이······ 야! 찍지 마! 찍지 말라고!
홍석준 대표는 끌려가는 그 순간까지 분수를 모르고 손가락질하고 고함을 쳐댄다.
“자기 무덤을 자기가 파네.”
이 정도면 판사도 봐주기가 힘들 것 같다.
“잘 가라~ 홍석준.”
HK 그룹 후계자 중 2명이 구속된 데 관여한 게 조금은 신경 쓰였지만 오늘 내 관심사는 HK 그룹이 아니었다.
오늘은 <화란전>의 첫 방송일이자 미소의 초등학교 예비소집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후우~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있으려나······.”
난 습관처럼 에브리데이의 오늘 운세를 확인했다.
그런데 눈에 띄는 문구가 보인다.
[에브리데이 V12.2]
[날짜 : 2021년 1월 13일]
[오늘의 운세 : 나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자가 있다.]
아마도 잠시 후.
예비소집에 참석하는 미소 사진을 찍으려는 기자들 때문에 뜬 운세인 것 같다.
“조심해야겠군.”
난 그 즉시 유진이와 미소의 경호를 전담하는 TOP 경호의 최양한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천호 제일 초등학교 예비소집은 오후 3시였다.
2시 30분이 되었을 때 난 옷을 차려입고 1층으로 향했다.
학교 갈 마음에 들뜬 미소는 점심때부터 메고 있던 파워터프걸 캐릭터 가방을 멘 채로 날 반겼다.
“앗! 유노 삼촌이다! 유노~ 삼촌~”
미소가 내 쪽으로 달려온다.
그 뒤로 백설기와 인절미가 따라서 날 반기러 온다.
“왕왕!”
“냐아~옹!”
미소가 내 앞에 서서 날 올려다본다.
그리고 백설기와 인절미가 그 옆에서 날 올려다보고 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응. 미소는?”
“저도 잘 잤어요!”
난 미소를 향해 싱긋 웃어주고 물었다.
“미소는 학교 가는 거 좋아?”
“네! 진짜 가고 싶었어요.”
회귀 전 미소는 초등학교도 가지 못하고 목숨이 다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미소가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간다고 가방을 메고 있다니!
감개무량하다.
“그래. 우리 미소. 초등학교 가면 공부 열심히 해야 해?”
“네~~!”
순간 백설기와 인절미가 마치 따라 하듯 외친다.
“왕!”
“냐옹~!”
그때 유진이가 미소가 입을 옷을 들고 거실로 나타난다.
“오빠. 은별이는 오늘 올 수 있대요?”
우리 집 근처로 집을 옮긴 채상우와 이미리의 딸 은별이도 천호 제일 초등학교에 함께 다니게 되었다.
소아백혈병 환자였던 은별이는 현재로선 1차 치료를 끝낸 상황이다.
원래 채상우와 이미리 대리는 안전하게 3월 입학식 때나 데려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병원에서 최대한 빨리 정상 생활을 하는 것이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는 말에 오늘 예비소집에 참석하기로 했단다.
“어. 조금 이따가 여기로 올 거야. 그리고 한울이도 올 거고.”
은별이뿐 아니라 덕배의 동생인 한울이도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한울이는 암사동에 있는 유진이의 집에 살지만 운이 좋았다.
특히 셋 다 1학년 1반으로 배정받은 터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때였다.
지이잉.
마당에 있는 주차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1층 창문으로 밖을 쳐다보니 연소희 팀장이 덕배와 한울이를 데리고 오고 있다.
차에서 내린 덕배는 말끔한 검은 정장을 차려입고 있다.
한울이는 갈색 코트에 흰색 운동화를 신고 검은 가방을 메고 나타났다.
유진이가 사준 옷을 입은 두 사람은 잘생김을 한껏 뿜어내고 있었다.
동생의 보호자가 된 덕배가 멋쩍은 듯 웃으며 다가왔다.
날 발견한 한울이가 해맑은 웃음을 짓고 고개를 꾸벅 숙인다.
“윤호 삼촌. 안녕하세요.”
예전에 봤을 때보다 많이 살이 올라왔는데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피부가 하얗다 보니 마치 아역 배우 같다.
“한울이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네?”
“예. 삼촌 덕분에요.”
한울이가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는다.
그때 미소가 한울이의 곁으로 다가가서 오른손을 내민다.
“한울아! 오늘 내 손 꼭 잡고 있어야 해? 절대 놓치면 안 돼?”
미소는 아직 몸이 약한 한울이를 지키겠다며 큰소리를 친다.
한울이는 부끄러워하면서도 미소의 오른손을 잡는다.
“응. 알았어.”
그 모습을 본 유진이가 웃으며 조용히 속닥인다.
“오빠. 우리 미소 착하지 않아요?”
“그래. 세상에서 제일.”
미소가 보는 눈으로 모두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싸움 따위는 없을 것 같다.
그때 주차장 문이 열리고 채상우와 이미리의 차가 들어온다.
뒷좌석 문이 열리며 은별이가 내린다.
은별이는 분홍색 파카를 입고 목에 목도리를 하고 붉은 털모자를 쓰고 있다.
아직 완벽히 회복되지 않아 3월까지는 병원에 더 다녀야 했지만 예비소집에 참여하게 된 터라 기쁜 기색이 가득하다.
다만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 상태라 붉은 털모자를 쓰고 있다.
은별이가 다가와 우리 모두에게 고개를 숙인다.
“안녕하세요 윤호 삼촌.”
“그래. 은별아. 이제 안 아프니?”
“네. 하나도 안 아파요.”
그때였다.
미소는 한울이의 손을 꼭 잡은 채 은별이에게 다가갔다.
“은별아! 정말 안 아파?”
“응. 이제 다 나았어! 근데 혹시나 몰라서 3월까지는 계속 지켜봐야 한 대.”
“으음. 알았어~ 그러면 오늘 은별이 너도 나랑 꼭 붙어 다녀. 내가 지켜줄게.”
미소가 각오에 찬 표정으로 왼손을 내민다.
은별이가 빙그레 웃으며 미소의 손을 잡는다.
“응. 그리고 3월에는 같이 소풍 가자. 나 가보고 싶은 데 엄청 많아.”
“진짜? 우와~ 신난다!”
미소가 은별이의 손을 잡고 방방 뛴다.
은별이도 몸 상태가 많이 좋아진 건 맞는지 미소와 함께 제 자리에서 뛰기 시작했다.
다만 그 덕에 한울이도 함께 방방 뛰어야 했다.
‘미안해 한울아. 우리 미소가 좀 활달해.’
하지만 미소 덕분에 의사가 되겠다고 책만 읽던 한울이도 조금은 활달하게 변하고 있었다.
“자 이제 그럼 가볼까요?”
“예. 출발하시죠.”
우린 정인지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한 뒤 차량 2대에 나눠 올라 천호 제일 초등학교로 향했다.
* * *
천호 제일 초등학교까지의 거리는 700m 정도쯤 된다.
하지만 안전 문제 때문에 차를 타고 이동했다.
한울이와 덕배 그리고 연소희 팀장과 함께 유진이와 미소는 첫 번째 승합차에 함께 타고 움직였다.
그리고 은별이는 채상우와 이미리 대리가 모는 차를 타고 바로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한 대로.
학교 앞에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는 TOP 경호 최양한 대표의 연락이 왔다.
-정 실장님. 정문 쪽 기자들은 50팀 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후문 쪽은 문이 닫혀 있어서 기자들 4팀 정도만 있고요.
“알겠습니다. 어디로 들어갈지 결정 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연락을 주시면 길 뚫겠습니다.
기자와의 충돌은 피하는 게 좋았기에 난 닫힌 뒷문을 열기 위해 천해주 교장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천해주 교장 선생님은 정문에 가득한 기자를 봤는지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정 실장님. 혹시라도 괜찮으시면 모레 오시겠어요? 그날 미소의 담임 선생님이 학교 오는 날이거든요.
오늘 아침에 뜬 운세도 있었기에 그럴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백미러에 미소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 선생님을 만나고 친구들을 만날 생각으로 들뜬 미소는 내 통화를 듣고선 슬픈 기색이다.
난 그 즉시 머리를 굴려 방법을 찾아내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미소를 실망시킬 순 없었기 때문이다.
“혹시 후문 좀 열어주실 수 있습니까?”
-그거야 별일 아닌데 어떻게 하시려고요?
“성동격서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신호를 보내면 후문 좀 열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난 전화를 끊은 뒤 골목길로 차를 몰았다.
후문을 200m 앞두고서 차를 세우자 은별이가 탄 차가 우리 차 뒤에 따라 선다.
난 고개를 돌려 유진이에게 말했다.
“유진아. 미소랑 한울이만 저 차에 태워서 들여보내자.”
“아이들만요?”
“어. 네가 정문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시작하면 후문에 있는 기자들이 정문으로 넘어 올 거야. 그 사이에 후문으로 채상우 씨 차에 탄 미소랑 은별이랑 한울이를 들여보내는 거지.”
“오~ 좋은데요?”
덕배도 좋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예. 형. 그렇게 해요.”
“오케이. 그러면 두 사람한테 모자와 마스크랑 목도리 씌워. 기자들이 못 알아보게.”
“예.”
두 아이는 눈 깜짝할 사이 눈만 빼고 가려졌다.
마치 미쉘린의 마스코트 같은 모습이다.
“얘들아. 연 팀장님 따라서 내려. 이따 보자?”
“예~~”
연소희 팀장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미소와 한울이의 손을 잡고 내린 다음 채상우의 차에다가 데려다주고 돌아온다.
“실장님. 됐어요.”
“예.”
이어서 난 정문에 있는 최양한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 대표님. 저희가 정문에서 인터뷰로 하면서 시간을 끄는 사이 애들을 후문으로 들여보낼 겁니다. 그러니까 소란을 좀 떨어주십시오.”
-아 알겠습니다. 그러면 후문에 있는 녀석들도 잠깐 정문으로 이동시키겠습니다. 기자들이 따라오게요.
“그러면 생큐죠.”
-그러면 정문에서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난 연소희 팀장에게 말했다.
“정문으로 갑시다.”
“예. 실장님”
우린 왔던 골목을 되돌아 나간 다음 정문으로 향했다.
* * *
천호 제일 초등학교의 정문으로 차를 몰고 가자 기자가 잔뜩 몰려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TOP 경호의 최양한 대표는 기자들을 한쪽으로 몰아 놓은 채 인간 바리게이트를 쳐놓고 우릴 기다리고 있다.
최양한 대표가 연신 타일렀지만 기자들은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겠다며 아웅다웅하고 있었다.
TOP 경호의 경호원들을 부르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다.
오늘은 <화란전>의 첫 방송일이기도 하다 보니 미소뿐 아니라 유진이까지 찍으려고 많은 기자가 왔기 때문이다.
승합차를 갓길에 대자 경호원들이 급히 달려와 우리 차 옆에 붙는다.
난 차에서 내리려던 유진이에게 말했다.
“유진아. 먼저 연 팀장이랑 같이 내려서 인터뷰하고 있어. 난 여기서 애들 들어가는지 확인할게.”
아이들이 후문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해야 했기에 난 차에서 내릴 수가 없었다.
“알았어요. 오빠. 애들 들어가면 말해주세요. 다시 차로 돌아올게요.”
“오케이.”
유진이가 눈웃음을 짓고 차에서 내린다.
차 문이 열리자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트리며 외치기 시작했다.
“정유진 씨! 오늘 ‘화란전’ 첫방송에 대한 소감 한마디만 부탁드립니다.”
“‘화란전’ 현장 스태프들이 뽑은 가장 매너 좋은 배우로 정유진 씨가······.”
“저기 미소 양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유진이가 손을 흔들며 인터뷰에 응하기 시작했다.
2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기다리던 연락이 도착했다.
[채상우 : 후문에 기자들이 사라져서 안전하게 학교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애들 데리고 먼저 교실에 가 있겠습니다.]
작전 성공이다.
그때였다.
지잉~
폰에서 진동이 온다.
오늘의 운세가 변경되었나 싶어서 급히 에브리데이를 확인했다.
하지만 에브리데이는 새로운 일정이 떴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알림 : 2021년 1월 13일. ‘정유진’에 관한 새로운 일정이 등록되었습니다.]
그런데 새롭게 뜬 일정을 확인한 순간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오늘의 운세와 새롭게 뜬 일정은 다름 아닌 유진이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미소가 아니었어!’
난 그 즉시 운전석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즉시 인터뷰 중인 유진이에게로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