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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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3화

53. 다가오는 위협

SBC 지하주차장에 있는 승합차 안.

유진이는 녹아내린 찹쌀떡처럼 의자에 축 늘어졌다.

“수고했어. 유진아.”

“휴우. 대본 리딩은 처음인데··· 엄청 힘드네요. 연기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가 않은 것 같아요.”

“주영인 때문에 분위기가 살벌해진 거지 원래는 안 그래. 대본 리딩은 원래 배우들끼리 캐릭터 합 맞추는 게 주목적이니까.”

“그래요?”

“어. 근데 한 가지만 묻자. 너 설마 대본 전체를 다 외운 거야?”

유진이가 잠깐 고민하다 답했다.

“거의 다 외우긴 했는데 제대로 소화한 건 아니에요. 근데 저 실수 몇 번 했는데 티 안 났어요?”

실수?

대체 어디서?

현장에 있던 연기자들도 못 알아볼 정도의 실수라고?

이런 연기 천재가 작정하고 덤볐으니 주영인도 밀리지.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어버렸다.

유진이가 내 안색을 살피고 한숨을 폭폭 내쉬었다.

아직 부족하다는 유진이의 겸손한 태도에 난 애써 놀란 속내를 감췄다.

아주 좋아.

그런 자세.

대본을 받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여기까지 해낼 줄은 나조차 예상하지 못했다.

“미소와 놀아주느라 바쁠 텐데 대본 분석할 시간이 어디 있었어?”

“미소는 저 연습하는 동안은 방해 안 해요. 조용히 그림 그리고 공부하고 있어요.”

“착하네.”

하지만 유진이는 미소 이야기가 나오자 미안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더 놀아줘야 하는데 못 놀아줘서 안타깝다며.

“대신 나중에 눈썰매장에서 많이 놀아주자.”

“아 맞다. 그 눈썰매장 말인데요. 회사에다가는 제가 이야기할게요. 오빠도 제가 가고 싶다고 막 떼를 썼다고 하세요.”

“어쭈. 벌써 배우 꼬장 찬스를 쓰려고? 노 생큐네요.”

“아 아직은 좀 그런가? 힛.”

배우가 가고 싶다고 하면 어디든 따라가는 게 매니저의 역할.

회사에 휴가를 요청하는 게 아니라 업무로 하고 놀러 가자는 유진이다.

“그런데요. 일단 오빠가 하라는 대로 남자 배우들한테 선을 긋긴 했는데 괜찮을까요?”

“주성진이랑 최종혁?”

“예. 그래도 같은 드라마에 출연할 동료 선배님들인데 너무 무례하게 군 것 같아서 마음이 좀······.”

“아 아냐. 잘했어. 두 사람과는 눈도 마주치지 마.”

그때였다.

난 최종혁이 접근했을 때 느꼈던 ‘불안감’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촉이 왔다.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게 당연한 것.

내 머릿속으로 한 사람의 얼굴이 스쳐 지나쳐 가고 있었다.

‘마동팔’.

그 인간이라면 같은 회사의 배우 최종혁에게 유진이를 유혹하란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

아니 가능성 정도가 아니라 가만있으면 그게 이상할 인간이다.

가장 아끼는 가수인 박은빈이 유진이에게 배역도 광고도 뺏겼는데 보고만 있으면 마동팔이 아니지.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그 대가로 최종혁은 드라마의 주연 같은 걸 약속받았을 거고.

‘생각할수록 이거 그림이 딱딱 맞네.’

예전보다 팬들이 너그러워졌다지만 연예인들에게 열애설만큼 무서운 게 없다.

한번 스캔들이 생길 때마다 팬들이 뚝뚝 떨어져 나가니까.

특히 신인 여자 연예인은 스캔들 한 방에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

남자 잘못 만나 한 방에 나가떨어진 여배우들을 줄만 세워도 운동장 세 바퀴는 나올 거다.

유진이의 경각심을 깨우기 위해 주성진과 최종혁이 일으킨 각종 사건 사고들에 대한 썰을 풀기 시작했다.

언론에 나온 건 극히 일부고 사건이 터지기 전 회사에서 무마시켰던 비화들을.

유부녀를 건드리다가 남편 되는 사람이 집에서 회사까지 찾아가 난동을 피운 일이라던지 동시에 여러 여자를 건드리다가 촬영 현장에서 들켰던 일까지.

그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이어지자 유진이의 눈이 번뜩 뜨였다.

막장 드라마를 보는 열혈 시청자들의 눈빛 같다.

“우와! 대박! 야외에서 그랬다고요? 어머 웬일이래?”

리액션 참 찰지게 하네.

하긴 막장 연예계의 이야기는 꽤 재미나긴 하지.

다만 유진이가 그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 생각하면 여전히 몸이 부르르 떨린다.

“어쨌건 상황이 심각해질 수도 있으니까. 뭔가 감이 안 좋다 싶으면 무조건 날 찾아.”

“알았어요.”

내 이야기가 끝나자 그제야 유진이는 의자에 기댔다.

“오빠. 저 좀 잘게요. 갑자기 좀 졸려요.”

“그래 쉬어.”

오늘 대본 리딩 현장은 정신적으로 꽤 힘들었을 거다.

첫 드라마 <아침이 간다>와는 달리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주요 배역이었으니까.

난 의자에 기대 잠에 빠진 유진이를 보며 다시 한번 다짐했다.

‘걱정하지 마 유진아. 너한텐 티끌만큼도 손 못 대게 할 테니까.’

난 혹여나 유진이가 깰까 어느 때보다 조심스레 차를 몰았다.

* * *

“씨X!”

지하주차장에 내려온 최종혁은 욕설을 내뱉었다.

최종혁의 매니저 유한석은 갑작스레 짜증을 내는 최종혁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왜 그래 종혁아?”

“주성진 그 새X가 정유진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잖아!”

“주성진? 그 인간이 왜?”

“몰라. 지가 먼저 유진이를 찍었다고 하더라고.”

“그 그럼 어떻게 하냐? 마 본부장님이 한 제안······”

“아 열 받는데 계속 말 걸지 좀 마. 나도 생각 좀 하게!”

최종혁의 매니저 유한석은 인상을 찌푸렸다.

나이 차이가 무려 6살이나 나지만 형 대접은커녕 언제나 발아래로 내려다보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하여튼 싸가지 하고는.’

그때였다.

지이잉.

유한석이 들고 있던 폰이 울렸다.

“종혁아. 본부장님 전화.”

“마 본부장?”

“그래.”

“줘 봐.”

최종혁은 숨을 고르곤 전화를 받았다.

“예. 예. 아 시키는 대로 했어요. 그랬다니까요? 겨우 인사했죠. 예. 그러면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요? 유진이 매니저가 밀착 방어를 하는데.”

최종혁은 건너편의 마동팔이 다그치는 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어떻게든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김종삼 감독 차기작에 주연으로 넣어 주신다는 약속이나 지켜요. 그리고 상대 배역은 박은아 누님으로요. 예. 안다니까요?”

전화를 끊은 최종혁이 혼잣말을 내뱉었다.

“후우. 정유진 같은 풋내기는 내 스타일 아닌데······”

그때였다.

달칵.

최종혁의 바로 옆에 세워둔 차가 열리더니 호리호리한 여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미안해서 어쩌죠? 뜻하지 않게 오빠 통화를 내가 들어버린 것 같은데.”

차에서 내린 주영인이 입꼬리를 올리고 웃고 있었다.

* * *

담당 매니저인 강명길 팀장이 제작진과 스케줄에 대한 협의를 하느라 잠시 늦어지는 사이.

주영인은 먼저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에서 쉬던 중 우연히 최종혁의 통화를 들어 버렸다.

이 순간 주영인의 머리가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꼴 보기 싫은 정유진과 최종혁과의 스캔들이 터지면 더는 그 얼굴을 안 봐도 될 테니까.

“주영인? 니가······ 왜 여기에?”

작당 모의를 들킨 최종혁과 매니저 유한석의 이마 위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주영인은 정유진과 같은 굴렁쇠 엔터 소속이니까.

“통화하기 전에 조심 좀 하시지 그러셨어요? 명색이 배우라면 주변에 사람이 있나 없나 살폈어야죠.”

최종혁은 주영인의 눈치를 보며 애써 변명을 하려 했다.

“그 그게 아니라. 너 지금 무슨 오해를 하는 거 같은데······”

“오해는 무슨. 정유진을 무너뜨리는 대가로 드라마 주연을 받겠다고 하시는 것 같던데?”

최종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주영인이 핵심을 다 들었으니까.

“X발. 니가 아무리 떠들고 다녀 봐라! 난 부인할 테니까.”

“화내지 마세요. 오빠 곤란하게 하려는 건 아니니까.”

“짜증 나게 그게 뭔 소리야? 쉽게 말해.”

“뭐긴 뭐예요. 하려던 일이나 잘하시라고요. 전 입 꾹 다물고 있을게요. 협조할 일이 있으면 협조도 해 드리고.”

최종혁은 주영인의 태도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둘 사이가 안 좋은 건가?’

다행이란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그러고 보니 너도 오늘 후배한테 밟혔지?”

주영인이 인상을 찌푸린 채 가시 돋친 말투로 대꾸했다.

“괜히 내 성질 건드리지 말고 하려던 일이나 제대로 하세요. 그리고 봤죠? 걔 매니저 보통 아니니까 어설프게 굴었다간 망신만 당할 수도 있어요.”

최종혁이 킬킬거리며 웃었다.

“야. 배우도 아니고 매니저 따위가 어떻게 날 막아? 촬영하다 보면 단둘이 있을 기회가 얼마나 많은데. 너도 알잖아? 나랑 유진이랑 극 중에서 이어지잖아.”

“그래서 하는 말이에요. 잘 좀 해 보시라고요.”

최종혁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주영인도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최종혁이 맡은 성맑음과 유진이가 맡은 김노을은 티격태격하면서도 결국에 사랑에 빠지는 역할이다.

주영인이 주성진과 주인공 커플인 것처럼 말이다.

남녀가 붙어 있으면 정이 드는 법.

그러니까 최종혁의 시도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다.

뭐 안 되어도 상관없다.

주영인이 원하는 건 정유진이 스캔들에 휘말리는 것뿐이니까.

“여튼. 오빠가 성공하면 내가 오빠한테 선물 하나 해줄게요.”

최종혁이 코웃음을 친다.

“됐어 너한테 받을 게 뭐가 있다고.”

이번 작품에서는 조연을 맡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본과 배역이 워낙에 좋았기에 승낙한 것일 뿐.

최근에는 좀 주춤하지만 최종혁도 명색이 주연급 배우다.

“이 오빠 또 착각하시네. 내 선물은 그런 게 아닌데?”

“그러면······?”

“오빠. 박은아 선배 좋아하죠? 내가 그 선배와 좀 친하거든요. 두 분 사이에 다리를 좀 놓아 드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때요?”

주영인의 뜻하지 않은 제안에 최종혁의 안색이 완전히 풀렸다.

연상의 글래머를 좋아하는 최종혁에게 33살의 농염한 미인 박은아를 소개받는 건 더 바랄 나위가 없는 선물이니까.

“지 진짜지? 두말하기 없기다?”

“물론이죠. 나 한 입으로 두말하는 그런 사람 아닌 거 아시잖아요.”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각자 다른 의도를 가지고서.

* * *

최종혁과 전화를 끊은 마동팔의 입에서 이빨이 갈리는 소음이 흘러나왔다.

“XX 등X 같은 게······”

그때 휴게실로 들어오는 한 남자가 있었다.

아르마니 정장에 금색 실테 안경이 잘 어울리는 유쾌한 인상의 남자는 바로 TK 엔터의 이인자 천이상 이사였다.

“어이~. 우리 본부장 표정이 왜 그래? 또 어떤 망나니가 사고라도 친 거야?”

천이상은 한국 굴지의 대기업에서 법무팀을 이끌던 변호사 출신으로 회계와 경영을 도맡아 음지 사업들을 모조리 세탁하고 현재의 TK 엔터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전국구 조폭 출신의 김태권 대표와는 고교 시절부터 절친한 선후배 사이였고.

마동팔이 급히 허리를 굽혔다.

“이사님께서 휴게실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천이상이 휴게실에 있는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2개 뽑았다.

“자. 마셔. 가끔은 이런 게 좋더라고. 설탕이 많아서 머리가 잘 돌아가거든.”

“아. 예.”

꿀꺽꿀꺽.

단번에 캔을 비운 두 사람이 휴게실에 비치된 촌스러울 정도의 화려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말해 봐. 무슨 일이야?”

“아. 종혁이 때문에요.”

“최종혁? 그 인간 또 사고 쳤냐? 내가 혼 좀 내줘?”

천이상은 주먹을 쓰는 타입이 아니다.

하지만 주먹을 쓰지 않고도 상대방을 파멸시킬 수 있는 힘을 가졌기에 어떤 의미로는 조폭보다 더 무서웠다.

마동팔이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은 제가 녀석에게 일 하나를 시켰는데 잘 해낼지 모르겠습니다. 시작부터 자신 없는 소리나 하길래 짜증이 나더라고요.”

“일?”

마동팔로부터 사정을 들은 천이상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

“동팔아. 정유진을 밟아서 얻는 게 뭐냐?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드라마국 국장도 질색할 게 뻔하잖아. 또 김솔잎 작가 뒤에 이지연 작가도 있고······”

이지연 작가를 떠올리자 마동팔도 입맛이 썼다.

“은빈이가 재계약 조건을 그렇게 걸었습니다.”

길게 설명할 것도 없이 그 한마디로 천이상은 상황을 받아들였다.

쁘띠모의 리더 박은빈의 까탈스러움은 회사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게 싫다고 연간 수십억을 벌어들이는 돈줄을 이대로 놓칠 수도 없는 상황.

“하여튼 은빈이 그X. 그 지랄 맞은 성격만 좀 고치면 좋을 텐데······”

타사의 배우를 스캔들로 묻어버리는 것 정도로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두 사람이다.

그저 이 일로 닥칠 이익과 손해를 저울질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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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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