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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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0화

50. 인연이 모인다 3

내가 펼쳐놓은 것은 오늘 새벽 대본실에서 받아 온 최성문 감독의 대본집이다.

“최성문 감독님 새 시나리옵니다. 한창 캐스팅 중인 작품인데 주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더군요.”

예술과 흥행을 둘 다 잡는다고 평가받는 몇 안 되는 감독이 바로 최성문 감독이다.

이태풍이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기도 하고.

“저희와 계약하신다면 앞으로 3개월 이내에 이태풍 씨가 이 작품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당연히 주연으로요.”

언제 이런 걸 준비했냐는 듯한 오덕구 팀장의 시선이 느껴졌다.

하지만 모른 척하고 이태풍과의 대화에 집중했다.

“제 제가 최 감독님의 작품에 주연으로요? 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반신반의하는 눈빛이다.

“태풍 씨가 제 가이드를 따라만 주신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난독증이 해결된 이태풍이라면 어디 가도 연기력이 빠진다는 소리를 들을 수준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상당히 잘하는 편이라고 해야 했다.

내가 한 제의를 들은 이태풍은 잠깐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이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고 싶습니다. 최성문 감독님의 영화에 출연하는 게 평생의 꿈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제 별명 아시죠?”

불안한 눈빛.

말 한마디에서도 자신 없는 속내가 그대로 드러났다.

연기하고 싶지만 자신의 현실을 정확히 아는 탓이다.

거짓말도 못 하는 성격이라 솔직한 대화가 이어졌다.

“잘 압니다.”

단호한 내 태도에 이태풍의 얼굴에 혹시나 하는 기대가 어렸다.

“꼭 주연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정말로 최성문 감독님 작품에 출연할 수만 있다면요.”

일단 미끼는 물었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최성문 감독의 작품에 오디션이라도 보려면 내가 그의 콤플렉스를 안다는 걸 말해야 했으니까.

난 구성철 실장을 힐끗 쳐다봤다.

구성철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둘이 대화하겠다는 신호에 대한 대답이다.

감사하다고 고개를 끄덕인 뒤 이태풍에게 말했다.

“저기 잠시 둘이서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이태풍이 고개를 갸웃하다 마당을 가리켰다.

“저기 정자에 커튼을 쳐 놓았으니 춥지 않을 겁니다. 거기서 말씀하시죠.”

* * *

자리를 마당으로 옮기자 이태풍이 급히 물어왔다.

“혹시 스폰······ 같은 거 뛰어보라고 말씀하시려는 거 아니죠?”

“전혀 아닙니다.”

“후우. 그건 다행이네요. 그러면요?”

남의 약점을 말하는 건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그 전에 한 가지만 확인하겠습니다. 데리러 오려고 하는 매니저분 성함이 이대호 씨 맞으시죠?”

“그 그걸 어떻게 아세요? 대호형은 이 업계 사람도 아닌데?”

역시나 그건 변함이 없다.

이대호는 이태풍이 어릴 때부터 친형제처럼 지낸 다섯 살 많은 사촌 형이다.

한국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 출신의 수재로 현재 서울시 공무원이다.

하지만 그도 어릴 적부터 연기에 꿈을 가지고 살던 사람이다.

미래에는 이태풍을 필두로 여러 배우들을 매니징하는 성공한 사업가가 되고.

“영입하려는 상대에 대해 알아보는 건 기본입니다.”

“그러면 설마······”

이태풍의 안색이 흐려졌다.

혹시 자기 콤플렉스를 아는 게 아닐까 불안한 눈빛이다.

하지만 그가 난독증인 걸 알고 있다는 걸 말해야만 했다.

그래야 해결책도 알려줄 수 있으니까.

“이태풍 씨. 전 이태풍 씨가 가진 병명에 대해서······”

내 말이 끝난 순간.

이태풍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 * *

정자에서 이야기를 끝낸 난 먼저 들어가 보겠다며 거실로 돌아왔다.

그러자 구성철 실장이 왜 혼자 오냐 물었다.

“잠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조금만 기다리시죠.”

이태풍은 멍하니 정자에 앉아 있었다.

본인의 트라우마를 짚은 다음 그 해결책까지 알려 줬으니까 생각할 게 많겠지.

이태풍이 거실로 돌아온 것은 그로부터 10분이나 지난 후였다.

“구성철 실장님.”

“아 예. 이태풍 씨. 말씀하십시오.”

“혹시. 계약서 준비되셨습니까?”

구성철 실장이 눈짓하자 오덕구 팀장이 냉큼 계약서를 내밀었다.

“여 여기 있습니다만. 읽어보시고 마음에 드시면······”

이태풍은 계약서를 읽지도 않고 맨 뒷장으로 넘기고선 펜을 들었다.

저거 안 좋은 습관인데.

“여기에 싸인하면 됩니까?”

그때 구성철 실장이 이태풍의 손을 잡았다.

구성철이 고개를 저었다.

파트너가 아닌 인생 선배이자 어른으로서.

“싸인하기 전에 계약서는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변호사에게 확인도 하시고요. 제가 하루의 시간을 드릴 테니······”

하지만 이태풍은 고개를 저었다.

“그 말씀만으로도 충분히 믿음이 갑니다. 저 형님만 제게 붙여주시면 뭐든 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이태풍의 손가락은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순간 내게로 모든 시선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잠깐 멈칫하던 구성철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풍 씨의 전 소속사가 부도가 났지만 그래도 계약해지 내용 증명은 해야 합니다.”

“예. 뭐 그것도 알아서 해주세요.”

이태풍은 계약에 관한 걸 모두 일임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나만 붙여달라.

그게 유일한 조건이었다.

사실 이렇게 될 줄은 나도 몰랐었다.

조금 전 단둘의 대화 동안 그가 가진 난독증을 해결하기 위해 준비한 자료를 넘겼다.

그 자료란 시나리오를 내가 직접 읽고 녹음한 음성 파일.

간단한 해법이지만 이것보다 확실한 해결책은 없었다.

사실 난독증은 뇌에서 문자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부분에 문제가 생기는 질병이다.

머리가 나빠 글을 못 읽는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사실 그건 지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천재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액션의 마에스트로 성룡도 난독증이었으니까.

문제는 많은 환자들이 자신의 증상을 속인다는 점이다.

글을 읽을 줄 모른다는 이유로 바보 취급받을 게 뻔하니까.

이태풍도 그와 같았다.

하지만 이태풍은 글자를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대신 청력이 뛰어났다.

그래서 회귀 전 지금처럼 대본을 읽어 음성 파일로 준 뒤로는 그의 연기는 확연히 바뀌었다.

그 후 톱스타 반열에 들게 된 건 당연한 일이고.

싸인을 하기 전 구성철 실장이 내 상황을 짚었다.

“사실 여기 정윤호 매니저는 가수 2실과 배우 2실을 동시에 담당하는 형편이라 태풍 씨 전담이 될 수는 없습니다. 최대한 스케줄을 조정해 보겠지만 전담 매니저 한 분은 따로 필요할 겁니다.”

“어차피 매니저 한 분을 데리고 갈 거니까 그건 괜찮습니다.”

이태풍이 괜찮다고 말하며 내 쪽을 쳐다본다.

부담될 만큼 강렬한 눈빛으로 무게를 잡으면서.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살짝 긴장했건만 정작 이태풍의 입에서 나온 말은 어처구니없는 말이었다.

“저기······ 그리고 말 편하게 하세요. 윤호 형님.”

겨우 그 이야기 하려고 무게를 잡은 건가?

하여간 분위기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그래. 나도 잘 부탁한다.”

이태풍과 악수를 마치자 구성철 실장이 사인을 마친 서류를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자. 그러면 일단 이야기가 끝났으니까 이만 가보겠습니다. 태풍 씨도 약속 있으시다면서요?”

순간 이태풍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그 약속은 취소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이태풍이 개구쟁이처럼 씨익 하고 미소를 지었다.

무슨 말인지 물었더니 이태풍이 답했다.

“실은 오후에 굴렁쇠 3실의 강명길 팀장님이랑 약속이 있었거든요. 오늘 이야기가 잘되면 내일은 김동수 실장님과 만나 도장을 찍기로 했고요.”

아차 했으면 진짜로 이태풍을 김동수에게 뺏길 뻔했다.

“설마 우리 2실과 3실 사이에서 간을 본 거야?”

이태풍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땐 윤호 형님을 몰랐으니까요.”

하긴 난독증이 있는 거지 멍청한 타입은 아니었지.

“아이고. 이거 김동수 실장에게 미안해서 어쩐다? 본의 아니게 새치기를 한 셈이 되어버렸네.”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구성철 실장의 얼굴에도 짓궂은 웃음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다이어리의 일정 하나가 삭제되고 있었다.

[에브리데이 V10]

[날짜 : 2020년 1월 14일]

-PM 01:00 <일정 삭제>

(삭제된 일정 : 청담동 H 빌라 이태풍 영입 미팅.)

드디어 김동수에게 한 방 먹였다.

* * *

“네. 수고하셨습니다.”

주영인과 단독 인터뷰를 마친 바로스타의 정웅석 기자가 인터뷰 종료를 알렸다.

포토그래퍼가 장비를 챙기는 사이 김동수 실장이 정웅석 기자를 회의실 한편으로 데리고 가 조용히 속삭였다.

“오늘 기사 좀 잘 부탁해. 지금이 우리 영인이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기니까.”

“크흠. 기사야 써 봐야 아는 거죠. 쓰다 보면 막힐 수도 있고 잘 풀릴 수도 있고······”

정웅석 기자가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싶자 김동수 실장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새하얀 봉투가 정웅석 기자의 품속으로 들어간 순간 그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어이쿠. 뭐 이런 걸 다. 걱정일랑 마시고 마음 편히 계십시오. 기사는 끝내주게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하여간 우리 3실에서 제대로 밀어 볼 참이니까 바로스타도 힘 좀 써 줘.”

김동수 실장의 제안에 정웅석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사람 띄우는 것 하나는 잘하잖습니까? 근데 김 실장님. 정유진 씨는 안 보이네요? 여기까지 온 김에 그쪽 인터뷰도 따 갈까 하는데······”

“하지 마.”

“예?”

“하지 말라고.”

웃음이 사라진 김동수 실장의 눈빛을 본 정웅석 기자가 입을 닫았다.

둘 사이가 나쁘다는 걸 모를 정도로 멍청한 사람은 아니니까.

순간 정웅석 기자의 머리가 급속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쁜 쪽으로.

“그럼 유진 씨 기사는 제가 알아서 해도 괜찮겠습니까?”

정웅석 기자의 말에 김동수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찌라시를 쓰던 이미지를 망가뜨리든 상관하지 않겠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해달라는 의미다.

“흐흐. 그럼 알아서 요리해드리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죠. 영인 씨도 수고했어요.”

정웅석 기자가 포토그래퍼와 함께 사라지자 회의실에는 둘만 남았다.

주영인이 의자에 몸을 기대며 웃음을 지웠다.

“아 얼굴에 경련 나는 줄 알았네. 왜 저렇게 인터뷰가 길어요?”

김동수 실장은 투덜대는 주영인을 달랬다.

저래도 기사 하난 제대로 뽑아낸다며.

“그런데 내일이 리딩 첫날인데. 얼굴 보기 불편한 애랑 같이 다니게 생겼네요.”

“그래서 내 누누이 말하잖아. 불안하다 싶으면 싹이 자라기 전에 밟으라고.”

“그게 맘대로 되나 뭐?”

주영인이 시크한 표정으로 답하며 몸을 일으켰다.

또각또각.

주영인의 구두소리가 멀어지자 김동수는 오른팔이나 마찬가지인 강명길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 실장님.

“그래. 나야. 이태풍은 어떻게 됐어?”

-그 그게······ 이태풍 그놈이 이미 다른 곳과 계약을 했다며 문자 한 통화만 보내고 약속 장소에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뭐? 갑자기 왜? 미리 계약 조율하고 도장 찍을 약속만 남았는데 뭔 소리야? 상대는 누구래?”

-저도 그것부터 알아보려 했는데 아무리 문자를 보내도 대답을 안 합니다.

쾅!

김동수가 거칠게 내던진 핸드폰이 산산이 조각났다.

“도대체 어떤 새끼가 가로챈 거야!”

재계 17위 대천 그룹의 부회장이자 대천백화점 사장 김애자 여사가 이태풍의 열렬한 팬이라는 걸 알고 곧바로 이태풍의 영입을 서둘렀었다.

그런데 이 일이 실패로 돌아갈 줄이야.

‘젠장! 대천 그룹의 대형 광고를 독점할 절호의 기회였는데.’

수억은 중간에서 슬쩍할 수 있던 건이 날아가 버리자 김동수는 짜증을 멈추질 못했다.

“이거 마가 끼었나? 요즘 들어서 하는 일마다 왜 이래?”

이제껏 단 한 번도 막히지 않고 고속 질주했던 삶이다.

그런데 최근 몇 달간 자신의 앞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걸림돌이라도 생긴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유진. 그래 걔 때문이야.”

강감찬 대표가 발굴한 그녀가 <아침이 간다>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였던 것부터 같다.

“아니 1년 차 때문인가?”

따지고 보면 자신에게 바락바락 대어 들던 정윤호 그 1년 차를 만난 이후부터 꼬였던 것 같았다.

“둘 다 밟아야지. 안 되겠어.”

김동수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두 사람을 치워버릴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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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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