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95화
495. 내부자와 외부자 1
[실시간 검색어]
1위 굴렁쇠 엔터 정윤호.
2위 리버스 엔터 추락사고
3위 이태풍 얼짱 매니저
······
‘내가 실시간 검색어 1위라고?’
연예인도 하기 힘든 실검 1위를 내가 하고 있다니.
터무니없는 순위에 오른 내 이름을 보자 괜스레 헛웃음이 나온다.
그때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본 미소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외친다.
“우와~ 유노 삼촌. 1등이야!”
유진이가 웃으며 미소의 말에 대꾸한다.
“그러게~ 우리 윤호 오빠. 연예인보다 더 인기 많다. 그치?”
“응! 유노 삼촌이 짱이야!”
미소가 행복한 얼굴로 쌍 엄지를 치켜세운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자 나도 자연스레 웃음이 난다.
순간 에브리데이가 말한 행복한 일들이 실검 1위가 아니라 바로 이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살아있는 미소의 해맑은 웃음을 볼 수 있는 것.
그리고 미소를 보고 웃는 유진이는 보는 것 말이다.
그나저나 대체 왜 이런 일이 생겼나 했더니 연예 사회 기사 면이 도배된 까닭이었다.
[(단독) 신사동 리버스 엔터 추락사고 영상]
[(단독) 리버스 엔터 주영인과 미소양 구출 영상]
(댓글)
-순간속도 20. 판단력 20.
-이분 주영인이랑 미소도 구하고 파견 나온 작업자분까지 구했대요.
-근데 너무 낯이 익은데. 황룡 영화제 때 이태풍 매니저 아냐? 그 난독증에서 구해줬다는 그 매니저.
-맞음. 정유진이랑 미소 매니저이기도 함.
-굴렁쇠 정윤호라고 업계에서 유명함.
-이열~ 얼짱. 완전 내 스탈~인데?
그리고 내가 주영인과 미소를 구한 영상 말고도 심지어 내가 구한 작업자 인터뷰 영상도 있었다.
[(단독) 추락 현장 작업자 인터뷰]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는데 그 순간 힘내라는 목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래서 에어매트가 펼쳐질 때까지 견뎠습니다. 그분 아니었으면 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겁니다. 제 딸들도 꼭 찾아뵙고 감사를······.
영상 속 작업자는 낯부끄러울 정도로 감사를 해댔다.
덕분에 내 이름과 내가 데리고 있는 연예인들의 이름이 모두 노출되고 있었다.
그제야 부재중 전화와 읽지 않은 카톡이 눈에 들어온다.
부재중 전화 120통.
읽지 않은 메시지 320개.
회사부터 연예 기자들까지 다들 미친 듯이 연락을 했었나 보다.
비행기 모드로 해놓은 탓에 연락이 오는 줄도 몰랐다.
곁에 있는 김성운 PD가 씨익 웃으며 되묻는다.
“인터뷰하실 거죠?”
난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보도국 먼저 불러 놓고서 이제와서 허락을 구하십니까?”
“에이. 내가 우리 정 팀장님 성격을 몰라요? 허락 구하면 튈 게 뻔하잖아요.”
역시나 김성운 PD는 너무도 날 잘 알고 있다.
“그러면 유진이와 미소. 그리고 여기 리버스 엔터의 부대표까지 인터뷰에 다 참석해주는 조건이면 하겠습니다.”
이수찬이 고개를 갸웃한다.
“형님. 저도요?”
“그래. 너도.”
내가 예상한 대로 기사의 댓글에는 오늘 같은 날 작업을 시켰다며 리버스 엔터를 비난하는 글들이 있다.
사태가 번지기 전에 막으려면 확실한 사과를 해 두는 게 좋았다.
“알겠습니다.”
그 즉시 동생들은 식탁을 치워 공간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사이 난 회사에다가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윤호야. 괜찮냐! 다친 곳은 없고?
그 순간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졌다.
모두가 오늘 일을 마치 가십처럼 떠들어 대지만 무엇보다 내 걱정을 먼저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마다 마치 강감찬 대표가 내 아버지처럼 느껴진다.
“예. 전 괜찮습니다.”
-후우~ 다행이다. 네 등 바로 뒤로 무거운 세제 통이랑 공구 상자가 떨어지길래 깜짝 놀랐다. 그나저나 이런 일이 있었으면 미리 전화를 했어야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죄송합니다. 다친 데도 없는데 걱정하실까 봐서요.”
-그래도 다음부터는 꼭 이야기해. 그래야 더 걱정을 안 하지.
“예. 꼭 그러겠습니다.”
-하여간 안 다쳤으면 됐다. 그런데 유진이랑 미소는 좀 어떠냐? 두 사람도 많이 놀랐을 텐데 괜찮고?
“예. 지금 감자탕집에서 밥 먹고 있습니다.”
-다행이네.
그때였다.
강감찬 대표가 주저하다 조심스레 묻는다.
-영인이는······ 괜찮냐?
강감찬 대표에게 주영인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자신이 직접 발굴해서 키워냈지만 스스로 굴렁쇠 엔터를 떠나갔으니 말이다.
“예. 그리고 영인이한테도 주치의 만나서 처방받으라고 했습니다.”
-잘했다.
이어서 강지영 본부장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걱정했다며 회사 소식을 전해준다.
다시 한번 회귀한 이후 굴렁쇠 엔터를 지키고 동료들을 챙긴 게 보람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1년 전에도 네가 뉴스를 타더니만 올해도 뉴스를 탔구나. 역시 정 스타가 네 팔자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그때는 장문기 기자가 멋대로 올린 영상이 인터넷에 떠올랐다.
그래서 내 별명이 정스타가 되었었지.
‘장 기자가 난리겠네.’
아니나 다를까 장문기 기자의 까톡이 잔뜩 들어오고 있었다.
“대표님. 저 다른 곳도 전화를 해봐야 해서 끊어야겠습니다.”
-그래. 목소리 들었으니까 됐다. 내일 보자.
그런데 전화를 끝내고 장문기 기자에게 전화할 무렵.
문을 열고 한 무리의 일행들이 들어온다.
“김 PD! 여기 있어?”
“예. 최 PD님.”
MBS 보도국의 최양수 PD가 스태프를 데리고 찾아왔다.
“정 팀장! 이 친구.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 진짜 전화가 안 되어서 혼났네.”
“아 그게요······.”
“아니다. 인사는 나중에 하고 인터뷰부터 따자. 이따가 뉴스에 내보내야 해서.”
난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곁에 선 리포터와 인터뷰를 시작했다.
“오늘 신사동 추락사고를 막은 굴렁쇠 엔터의 매니저 정윤호씨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장은 아직······.”
날 시작으로 유진이와 미소 그리고 리버스 엔터의 이수찬과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감자탕 뼈가 수북하게 쌓인 테이블 바로 곁에서 말이다.
그렇게 난.
1년 전과 조금은 다른 ‘정 스타’가 되었다.
* * *
명동 사천성 중식당.
최은태 회장을 제외한 굴렁쇠 엔터의 주주 세 명이 한데 모여 있다.
최은태 회장의 양아들이자 지하 금융권의 실세 최만식 대표.
한일 무역의 대표주자인 LSP 그룹 이상필 회장.
벤처캐피탈 업계의 황태자라 불리는 트루엔젤스 박형문 대표.
세 사람은 방상영 이사가 쫓겨난 이후 굴렁쇠 엔터 내부의 일이 자신들 뜻대로 돌아가지 않자 골머리를 앓는 중이었다.
그 탓에 다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고급스러운 일식 요리에는 손도 대지 않고 연신 술만 들이마시고 있다.
그때 박형문이 사케 잔을 뱅그르르 돌리며 묻는다.
“최 대표. 이제 어떻게 할 셈인가? 우리 수족들이 다 잘린데다 동수 그놈은 뭘 하는지 연락도 안 되지 않나?”
최만식은 대답 없이 미간을 찌푸린다.
이어서 이상필 회장이 거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뭔가 특단의 대책을 내야 할 것 같아. 이대로 보고만 있다가는 굴렁쇠 엔터가 정윤호 그놈한테 다 먹히게 생겼어.”
최만식의 얼굴이 한층 더 일그러진다.
박형문이 눈치를 보다 은근히 달래듯 말했다.
“최 대표. 지금 이런 분위기에서는 관우 엔터를 합병해봤자 정윤호 그놈한테 먹힐 것 같지 않나? 그러니 그냥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서 우리 뜻대로 굴리는 게······.”
그때였다.
쾅!
최만식이 마시던 사케잔을 테이블에 내리꽂았다.
잔에 담긴 술이 사방으로 튀며 앞에 있는 두 사람의 옷을 적셨다.
“아니 이 친구가!”
“이봐! 최 대표! 아무리 우리 말이 고까워도 그렇지······.”
최만식이 싸늘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쳐다본다.
빨갛게 달아오른 최만식의 얼굴을 본 순간 두 사람은 얼른 입을 다물었다.
굴렁쇠 엔터의 네 주주 중 가장 어린 최만식이었지만 막 나가기로는 네 사람 중 최고였다.
“이 최만식이! 정윤호 그놈한테 졌다고 인정이라도 하라는 겁니까? 고작 매니저 자식 따위한테?”
최만식의 말에 가시가 잔뜩 돋쳐 있다.
실은 최만식 역시 관우 엔터를 합병하는 걸 취소할까도 생각했었다.
김동수는 정직 상태에서 연락도 되지 않고 있었고 대안으로 밀었던 방상영 이사는 정윤호의 상대가 되지 못해 그대로 튕겨 나가버렸으니까.
그러다 보니 오랜 경력을 가진 관우 엔터의 대표 김관우를 밀어 넣는다고 해도 정윤호와 강감찬 콤비를 상대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빌어먹을 자식!’
정윤호 이놈은 어떻게 된 게 하루도 쉬지 않고 온 세상이 자기 것인 것처럼 온통 휘젓고 다녔다.
게다가 정윤호가 키우는 배우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에 실렸고 하다 하다 이제는 본인도 뉴스에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고작 매니저 한 명에게 밀려 의도한 바를 이루지 못한다면 자신의 자존심이 도저히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만식이 눈을 부릅뜨며 말한다.
“이미 손을 써 뒀으니 지켜들 보세요.”
이상필과 박형문이 기세에 눌려 최만식의 체면을 세워주며 슬쩍 물러선다.
두 사람은 현재 최만식을 차기 명동의 우두머리로 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그럼 그렇지! 우리 최 대표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넘어갈 사람은 아니지.”
그때 눈치를 보던 이상필이 묻는다.
“그나저나 손을 쓰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이번에 강감찬 대표가 우릴 상대하겠다고 영입하는 놈 중에 한 놈을 포섭했습니다.”
순간 이상필과 박형문의 눈이 반짝인다.
“자신 있어 하는 거 보니까 보통 놈은 아닌가 보네?”
최만식이 씨익 웃는다.
“에이스 엔터의 백세기 팀장이란 놈인데 그놈처럼 고아 출신에 나이 차이가 일곱 살이나 나서 정윤호가 친형처럼 대한답니다. 그런데 능력도 김동수만큼이나 출중합니다. 돈을 좀 밝히기는 하지만 충분히 정윤호를 상대할만할 겁니다.”
이상필과 박형문이 씨익 웃는다.
“이야~ 어디서 그런 놈을 찾았어?”
“운이 좋았습니다.”
“잘 됐군.”
대안이 있다는 말에 다행이라 생각한 두 사람은 그제야 헛기침하며 시선을 맞춘다.
고개를 끄덕인 이상필이 최만식의 빈 잔에 사케를 부어준다.
“그건 그렇고. 자네 박상권 의원 딸과 약혼은 물 건너간 건 아니지?”
“그래 그 일은 왜 이렇게 늦어지는 건가?”
최은태 회장의 간섭에서 벗어나려면 반드시 강력한 뒷배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뒷배로는 비록 뇌물 수수 사건으로 위세가 줄어들었지만 차기 대통령에 가까운 박상곤 의원이 적임자였다.
최만식이 그제야 웃음을 짓는다.
“조만간 날을 잡을 겁니다. 대신 박상곤 의원이 부탁한 게 있습니다. 그걸 처리하느라 제가 굴렁쇠나 다른 일에 소홀했었고요.”
“부탁?”
최만식은 두 사람의 잔에 술을 채우며 박 의원이 말한 일을 말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일에는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는 것도.
부담스러운 액수였지만 이상필과 박형문은 기꺼이 내겠다고 약속했다.
최은태 회장에게서 벗어나려면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최만식은 만족한 표정으로 이번엔 두 사람의 잔에다 술을 따라줬다.
‘그놈이 잘해줘야 할 텐데······.’
최만식은 굴렁쇠 엔터에 박아넣는 백세기 팀장이 제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며 자신도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술을 들이켜도 정윤호에 관한 생각이 쉽사리 털어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던 놈이 어느덧 거슬릴 정도로 크게 자라 자신의 앞길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눈을 번쩍 뜨자 3층 거실 천장이 보인다.
창문으로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져 나른한 기분을 들게 한다.
그래서 난 누운 채로 에브리데이를 확인했다.
‘오늘의 운세’에는 확실히 예전보다 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에브리데이 V12.1]
[날짜 : 2020년 12월 13일]
[오늘의 운세 : 운명이 변하듯 사람도 변한다. 경계심을 가져야 하는 날이다.]
현재 굴렁쇠 엔터는 12월에 있는 바쁜 행사 와중에도 관우 엔터와의 합병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합병에 맞서기 위해 강감찬 대표도 서예종 출신이 아닌 배우와 매니저들을 영입하고 있었다.
오늘은 그 중 팀장급 인원들 일부를 먼저 만날 예정이다.
그런데 에브리데이는 마치 그 사람들을 조심하라는 듯 말하고 있었다.
“오늘 영입하는 사람들이 변했다고?”
일단 오늘 오는 팀장급들은 4명.
하나하나가 믿을 만한 사람으로 골라놓았다.
그런데 그 중 대체 누굴 의심해야 할지 감이 오진 않았다.
다만 에브리데이는 단 한 번도 내게 거짓을 말한 적이 없다.
‘믿을 수 없지만 믿지 않을 수도 없지.’
어제의 일 덕에 에브리데이에 대한 믿음이 더욱 굳건해졌다.
난 일단 만난 다음에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혼란스러운 생각을 수습했다.
난 폰을 내려놓은 뒤 출근 준비를 하기 위해 힘겹게 상체를 일으켰다.
그때였다.
“피유유~.”
귀여운 애기 콧소리가 들린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미소가 파워터프걸 파자마를 입고 대짜로 뻗어있다.
어젯밤 놀란 미소를 달래느라 같이 자자고 했더니 3층으로 올라와서 같이 잔 까닭이다.
그때였다.
이번에는 왼쪽에서 콧바람 소리가 들린다.
“휘유유~.”
왼쪽에는 미소와는 다른 색깔의 파워터프걸 파자마를 입은 유진이가 두 손을 꼭 모으고 자고 있다.
하지만 들리는 소리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음냐~ 음냐~.”
“고로로롱~.”
“으음~.”
발밑에서도 사람들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그러고 보니 얘들도 있었지.’
체리블라썸 멤버들과 강하나와 도란희 그리고 하루까지.
모두가 3층 거실에서 다들 같이 자고 있는 중이다.
어제 유진이와 미소가 다들 걱정된 나머지 다 같이 몰려와 함께 잔 까닭이다.
그나저나 벌써 새벽 5시 30분이다.
다들 연말 스케줄이 가득했기에 당장 일어나야 했다.
난 폰을 꺼내 블루투스 스피커로 체리블라썸의 음원을 플레이했다.
그 순간 쩌렁쩌렁한 기상 음악이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허리~업~ 리슨~ 업~』
체리블라썸의 이 들리자 모두가 몸을 비비적대며 정신을 차린다.
“으응······.”
“몇 시야······.”
“으어어~.”
다들 상반신을 일으켰지만 세리는 다른 사람과 달랐다.
세리는 눈을 감고 벌떡 상체를 일으킨 다음 허리업 댄스를 추기 시작한다.
두 손을 하늘 위로 올리면서 말이다.
그러자 반쯤 잠에서 깬 우연희와 양은비 그리고 은아까지도 상체만 일으킨 채 아등바등 손을 위로 올려 춤을 추기 시작한다.
노래에 따라 자연스레 튀어나오는 안무.
연예인들의 직업병이었다.
“다들 정신 차려. 밥 먹어야지.”
음악을 끄자 그제야 아이들이 두 손을 내린다.
“응? 몇 시예요?”
“5시 30분.”
“으으. 더 자고 싶어······.”
아이들을 깨우는 게 안쓰러웠지만 스케줄이 쏟아지는 연말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내 폰으로 전화가 걸려온다.
[발신자 : 주영인]
‘어제 말하려고 한 것 때문인가?’
전화를 받자 생각한 대로 어제 못한 이야기를 해주겠다며 만나자고 말한다.
-오빠. 지금 집 앞이에요. 좀 볼 수 있을까요?
“알았어.”
난 유일한 매니저 도란희에게 말한 뒤 세수만 하고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 * *
천호동의 근처 카페.
모자를 푹 눌러쓰고 예약된 룸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가자 주영인은 안영희 실장과 함께 와 있었다.
테이블에는 이미 커피가 놓여있었기에 따로 주문하지 않고 주영인의 맞은 편에 앉았다.
“잘 잤어?”
“덕분에요.”
“다행이네. 근데 왜 이렇게 아침부터 보자고 한 거야. 그렇게 급한 거야?”
“예.”
“뭔데?”
주영인이 심각한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그런데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어처구니가 없는 이야기였다.
“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