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91화
491. 말을 갈아타다 5
진대운 회장이 진명규 부회장을 자진 사퇴시키겠다고 말한 순간.
진명규 부회장에 관한 3월까지의 일정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그의 생일인 4월 1일부터는 일정이 그대로였다.
[에브리데이 V12]
[날짜 : 2021년 4월 1일]
-PM 09:00 진명규 진성그룹 부회장 선상 생일 파티 (회의 내용 : 파티 참석 연예인 리스트 요구)
즉 진대운 회장의 말대로 석 달이 지나서 부회장으로 복직한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복귀한 부회장이 호화 생일 파티를 벌이는 순간 진성그룹은 곤란을 겪게 될 거다.
내년 4월 7일.
무려 12석이나 뽑게 되는 미니 총선급 재보궐 선거에 나서는 정치인들이 진명규 부회장의 호화 생일파티를 공격하며 서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 재보궐 선거가 끝나고 진성그룹은 정치권의 조사 대상이 된다.
그때의 정보가 내 다이어리에 남아 있었다.
[에브리데이 V12]
[날짜 : 2021년 4월 15일]
-PM 05:00 긴급회의 (회의 내용 : 진성그룹 세무조사. 한지연 차태훈 백세윤 광고 미팅 긴급 취소.)
난 이 정보를 가지고 진대운 회장과 협상을 치를 생각이다.
진대운 회장이 대답 없는 날 쳐다본다.
“자넨 왜 대답이 없나? 더는 이번 일로 나서지 말란 말 못 들었나?”
“제가 멈춘다고 이번 일이 마무리 지어지겠습니까?”
진대운 회장이 어이가 없다는 듯 묻는다.
“자넨 날 뭐로 보나?”
“진성그룹을 맨바닥에서 여기까지 일구신 분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감히······”
진성그룹의 회장이 내게 언성을 살짝 높인다.
하지만 난 덤덤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큰 아드님이 생일 때마다 연예인들과 호화파티를 벌여서 여론이 안 좋아지시는 건 아실 겁니다.”
“그 이야기를 왜 지금 하는 거지?”
“큰 아드님이 다시 돌아오게 되면 분명 이번 생일 때도 똑같이 하시겠죠. 그런데 내년 4월에도 정치인들이 보고만 있을 것 같습니까?”
진대운 회장의 눈이 번뜩인다.
대번에 내 말뜻을 알아차린 거다.
“설마······ 재보궐 선거······”
“예. 무려 12석이나 걸린 미니 총선입니다. 이기기 위해선 여야 할 것 없이 진성을 물어뜯을 겁니다.”
진대운 회장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는다.
정치인들이 작정하고 덤빈다면 재계 25위의 회장 역시 버티기 어려워지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진대운 회장은 더 이상 날 몰아세우지 못한 채 채 깊은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 * *
진대운 회장의 고민이 끝났다.
“최소한 6개월······ 아니 길면 1년까지도 자숙을 시켜야겠군.”
그 순간 내 다이어리에서 진명규 부회장의 9월 말까지 일정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비록 부회장을 완전히 쳐내지는 못했지만 그는 상당히 오랫동안 돌아올 수 없게 되었다.
‘됐다.’
어차피 이번 일만으로 진성그룹의 후계가 단번에 결정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었다.
진명규 부회장이 탄탄하게 자기 세력을 갖춘 데 비해 진성준 전무는 아직 자기 기반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반년 이상 부회장의 자리가 공백이 된다면 그동안 진성준 전무는 자기 세력을 키워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다음번에는 후계자의 지위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고.
어쨌건 현재로선 내가 거둘 수 있는 최고의 승리를 거둔 셈이다.
진대운 회장이 날 보며 나지막이 말한다.
“아직 나이가 어린데 보는 눈이 제법이군?”
반은 칭찬이었지만 반은 경계의 말투가 어려있다.
“과찬이십니다.”
“과찬은 무슨. 그 나이에 그 정도를 내다본다면 절대 보통은 아니지.”
진대운 회장이 다시 한번 날 위아래로 훑어본다.
난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
“내가 간과한 점을 짚어줬으니 내 다시 한번 약속하지. 이번 일로는 자네에게 그 어떤 해도 없을 걸세.”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두 사람은 나가봐. 이제부터 난 난장판이 된 이 일을 정리해야 하니까.”
진대운 회장이 우리 둘에게 축객령을 내린다.
그제야 진성준 전무와 난 인사를 한 뒤 회장실을 나올 수가 있었다.
* * *
회장실을 나오자마자 진성준 전무가 사과를 한다.
“죄송합니다. 정 팀장님이 이번 일에 낀 걸 모르게 하려 했는데 아버지는 이미 다 알고 계시더군요.”
“회장님이 어떻게 안 겁니까?”
“제 사람이라 생각했던 사람 중 아버지의 사람이 섞여 있었습니다.”
진성준 전무는 자기 사람이 부족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미 여진수 비서를 통해 자기만의 사람을 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눈마저 속여야 할 정도로 재벌의 후계 전쟁은 만만치가 않았다.
그 순간 진성준 전무의 표정에서 아쉬움이 보인다.
“너무 아쉬워하지 마시죠. 그래도 이만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 아닙니까?”
“하긴······ 그렇군요. 1년 아니 6개월만 형님이 없어도 제 사람들을 늘릴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면 이제부터는 제 사람을······”
그때였다.
“아니 왜 벌써 다 끝난 것처럼 구십니까? 제대로 된 전쟁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요?”
“예?”
“조만간 있을 세진 리조트 인수 건에 대해서 잊으셨습니까?”
앞으로 한 달 뒤.
진성 호텔&리조트가 인수하는 세진 리조트의 분식 회계로 나라가 떠들썩해진다.
진아람에게 말한 그때의 정보는 여전히 내 다이어리에 남아 있었다.
[에브리데이 V12]
[날짜 : 2021년 1월 13일]
-PM 03:00 배우 팀 전체 회의. (회의 내용 : 세진 리조트 인수 시 분식 회계 발각. 차태훈 광고비 미입금.)
순간 진성준 전무가 입을 쩍하고 벌린다.
내 진짜 속내를 알아차린 모양이다.
“그 그렇다면 이번 진명규 부회장의 일이······ 그저 시작이었습니까?”
하여간 이 인간도 천재는 천재다.
“예. 애당초 이번 일로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아람 씨에게 그 일을 알려드린 겁니다. 큰 벽 하나를 걷어냈으니 다음 공격은 좀 더 쉬울 테니까요.”
“이거 참······ 거기까지 생각하고 계셨다니. 전혀 몰랐습니다.”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진명희 대표를 지켜줄 진명규 부회장이 없다.
그러니 이번에는 진명희 대표는 자기 자리를 지켜내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난 그 빈자리에다가 진아람 이사를 올려놓을 생각이다.
그래야 다음번 후계 전쟁을 쉽게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순간 진성준 전무가 자기 아버지처럼 날 훑어본다.
뭐 이런 신기한 인간이 있느냐는 눈빛이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아 아닙니다.”
진성준 전무가 놀란 기색을 지운다.
“아람이랑 이야기해서 제대로 준비해 두겠습니다.”
“예.”
이어서 난 들뜬 진성준 전무를 달래며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일정도 언급했다.
[에브리데이 V12]
[날짜 : 2021년 4월 15일]
-PM 05:00 긴급회의 (회의 내용 : 진성그룹 세무조사 상황. 한지연 차태훈 백세윤 광고 미팅 긴급 취소.)
“그리고 세무조사 쪽은 미리 준비해 두시죠. 진명규 부회장의 호화 생일파티가 아니더라도 이번 일은 타격이 커서 세무조사 자체를 피해 가지는 못할 겁니다.”
“하긴 박 팀장님이 내민 자료가 많다고 했으니 그러는 게 좋겠네요.”
“그러면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저도 뒤처리를 해야 해서요.”
이제부터는 서재일 검사부터 기자들에게 전화해 아쉬움을 달래줘야 했다.
진성그룹 회장이 나서서 덮는다면 우선은 이 일을 여기서 멈출 테니 말이다.
하지만 후계 전쟁이 시작된 이상 진대운 회장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라 자신했다.
레일 위에 올라탄 기차는 이미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 *
진성준과 정윤호가 사라진 회장실.
진대운 회장은 소파에 몸을 기대고 인상을 쓰고 있다.
맞은 편에는 고우식 법무 담당 이사와 40대 초반의 일란성 쌍둥이 두 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키 185cm의 건장한 두 일란성 쌍둥이는 너무도 닮아 안경을 쓴 것으로만 구분이 되었다.
안경을 낀 남자는 비서실장인 석한중.
안경을 끼지 않은 다른 한 명은 경호1실장인 석한일이다.
진대운이 미간을 좁히고 고우식 법무 이사에게 묻는다.
“고 이사. 현 상황 좀 브리핑해봐.”
고우식이 태블릿을 펴고 보고를 시작한다.
“현재 부회장님의 비서실장인 최형운부터 모든 비서팀장들이 대신 죄를 덮어써야지만 부회장님은 다치지 않고 이번 일의 처리가 가능합니다. 게다가 박희준 4팀장이 들고 나간 것 중에서 민감한 정보가 많았습니다.”
진대운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다.
“파일들은 대부분이 암호화되었다면서?”
“암호화되지 않은 파일 10%만 해도 만만치 않은 거라······”
진대운이 한숨을 내쉰다.
“허······ 이런. 정말로 이번 한 방에 명규의 브레인들이 다 날려야 한다는 말인가?”
“예. 게다가 비자금을 담당하던 비서들도 책임을 지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진대운은 조금 전 진성준과 정윤호 앞에서는 별것 아닌 척 굴었다.
그러나 예상외로 피해가 막심했다.
비자금도 비자금이지만 비서실이 날아간 게 무엇보다 심각한 타격이었다.
최형운 비서실장과 비서팀장들은 모두가 진대운이 박아놓은 수재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있었기에 진명규 부회장이 부회장직을 유지하며 진성그룹을 일궈갈 수 있었다.
그런에 이번 한방에 그들이 싹 다 쓸려나가게 생겼다.
진대운이 한숨을 내쉬고 석한중 비서실장에게 묻는다.
“하아~ 그러면 원래대로 복구하는 데 얼마나 걸리겠어?”
“최소 1년은 걸릴 겁니다.”
“1년이라. 거참. 하······”
한숨을 내쉰 진대운이 지시를 내린다.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면 다른 놈이 자리를 넘보기 시작한다. 부족해도 내년 3월 말까지는 일단 채워 넣어. 그리고 아니다 싶으면 그때 갈아치워.”
“알겠습니다.”
진대운은 사실 갑작스레 벌어진 이 일이 조금 당혹스러웠다.
자기 두 아들은 기질이 달라도 어지간한 동년배들보다는 여러모로 나은 존재들이었다.
첫째인 진명규는 지능은 약간 떨어져도 과단성만큼은 뛰어났다.
그러니 유능한 인재들을 붙여주면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반면 둘째는 지능이 뛰어나지만 그룹을 이끌기에는 과단성이 부족했다.
그래서 형제간에 싸움을 의도적으로 일으켜 둘째에게는 야성을 심어 주려 했다.
그러면 그 싸움에서 누가 이기든지 간에 차기 진성그룹의 회장으로 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테니까.
단 두 형제가 싸우는 건 앞으로 4년이나 5년이 지난 후가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공격을 먼저 할 거라고 생각한 진성준이나 진아람 모두 자기만의 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성준은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놈의 도움을 받아 기습작전을 훌륭하게 성공시켰다.
그 일은 기뻤으나 진성준을 돕는 자는 심히 신경에 거슬렸다.
정윤호.
그놈 때문에 자신이 짜놓은 계획들이 모두 어그러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자기 앞에서 눈도 끔뻑하지 않는 담력까지.
보면 볼수록 탐이 나고 보면 볼수록 경계심이 드는 놈이다.
진대운은 애써 정윤호에 대한 생각을 떨치고 석한중 비서실장에게 말했다.
“정윤호라고······ 했지?”
“예.”
“뒤를 캐봐. 까딱하다가는 진성이 남의 손에 넘어갈 수도 있겠다.”
석한중이 놀란 눈으로 되묻는다.
“너무 지나친 과대평가가 아닙니까? 천하의 진성이 고작 일개 매니저에게 넘어가다뇨?”
“아니야! 고작 27살의 나이에 내가 짠 판을 뒤집었어. 거기다가 아람이가 관심을 두고 있다지?”
“예. 그렇긴 합니다만······”
“만약 그놈이 내 사위가 된다면 어떻게 될 거 같은가?”
“설마······”
“그래. 지금이야 성준이와 아람이가 친남매로서 서로를 보살폈겠지. 하지만 내 자식 중에 가장 똑똑하고 패기 넘치고 때론 독해지는 애가 바로 아람이다. 그런 아람이가 정윤호라는 날개까지 달면 어찌 될 것 같으냐?”
그 순간 회장실에 모인 자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정윤호와 진아람이 손을 맞잡으면 재계의 거물 진대운이라고 해도 힘겨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진대운은 가신들의 속내를 알아채고 경고하듯 말한다.
“아들 두 놈 중 한 놈에게 후계 자리를 주겠다고 말을 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난 죽기 전에는 현역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 명심해!”
후계 전쟁을 빌미로 아들들을 키우려는 생각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진짜 목적은 아들들이 자신을 뒷방 늙은이로 몰아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후계 전쟁을 한답시고 싸우게 되면 지금처럼 자신이 나서서 영향력을 발휘할 일이 많아지니까.
그리고 서로 싸우느라 아비를 몰아낼 생각도 하지 못할 거고.
진대운 회장의 본심을 들은 가신들은 그제야 진성그룹을 일군 거인답다는 생각들을 품었다.
석한중 비서실장이 고개를 숙인다.
“명심하겠습니다 회장님. 그러면 일단 정윤호에 관해 본격적으로 조사해 보겠습니다.”
지시를 마친 진대운은 정윤호가 사라진 문을 보며 아쉬운 웃음을 짓는다.
“연예계에 두긴 아까운 놈인데······”
알 듯 모를듯한 그의 말에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 * *
진성그룹을 나온 직후 서재일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재일 검사가 당황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진성그룹 부회장실의 비서실장부터 비서들이 일제히 검찰로 찾아와 모든 걸 자기들이 했다며 자수하고 있다면서 말이다.
“진대운 회장이 시킨 일입니다.”
진대운 회장을 만나서 있었던 이야기를 전하자 서재일 검사가 깊은 한숨을 푹 내쉰다.
-아······ 그런 거라면 조만간 윗선에서도 압박이 내려오겠군요.
“혹시 파일에서 진명규 부회장에 관한 직접 증거는 안 나왔습니까?”
-이런 놈들 특징이 절대 자기 손은 직접 더럽히지 않는다는 겁니다.
서재일 검사는 아무래도 이번 일을 덮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암호화된 파일이 검찰에게 넘어간 이상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만에 하나 진명규 부회장이 도저히 살아날 가망성이 보이지 않는 위기에 몰린다면 다들 자기가 살기 위해 암호를 불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때가 진짜.
진명규 부회장이 끝장 나는 날이 될 거다.
“언젠가 암호를 부는 놈들이 나타나게 될 겁니다.”
-혹시 무슨 정보라도 있습니까?
난 그 부분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뇨. 그냥 진성준 전무가 후계자로 결정되면 누군가 한 명은 배신하지 않겠습니까?”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일단 박 팀장의 조사도 이쯤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서재일 검사는 그때를 기다리겠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더 파봤자 어차피 중간 희생자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난 그렇게 서재일 검사와 전화를 끊은 뒤 최소혜 기자와 장문기 기자와도 통화를 마쳤다.
두 사람 역시 아쉬워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이 희생양이 된 탓에 수정 기사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덕분에 올라왔던 기사들은 내려가고 곧이어 수정 기사들이 도배되기 시작했다.
[(속보) 진성그룹 진명규 부회장. “비서진들의 개인적인 일탈 사과. 도의적인 책임으로 부회장직 사퇴.”]
[(속보) 진성그룹 “모든 의혹은 소설.”]
[(단독) 진성그룹 최형운 비서실장. 진명규 부회장의 신임을 이용해 100억대 횡령]
[에이스 엔터. “안유현의 차가 퍼지는 바람에 도움을 받았을 뿐. 오해는 금물”]
[(특종!!) 에이스 엔터 S급 여배우 K모 씨. 일반인과 결혼을 전제로 열애!]
······
네티즌들은 진성 그룹에서 손을 쓴 기사를 믿지 않고 한동안 떠들어댔다.
하지만 진성에서 손을 써서 터트린 S급 연예인의 열애썰이 뜨기 시작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난 연예기사면을 보며 잔잔한 웃음을 터트렸다.
다음은 절대로 이렇게는 막지 못할 테니 말이다.
그때 진아람 이사에게서 까톡이 도착한다.
[진아람 이사 : 오빠에게서 이야기 들었어요. 다음번에는 제 차례인 거 아시죠? 기대하고 있을게요.]
난 까톡을 읽은 뒤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럽시다.”
난 이 후계 전쟁을 오래 끌 생각은 없었다.
* * *
집으로 돌아오니 새벽 2시 34분.
정확히 1년 전의 회귀하기 전 새벽녘 잠에 빠지던 시간이다.
“그러고 보니······ 회귀한 지도 벌써 1년이네.”
마치 이대로 잠이 들면.
1년 전 회귀 전처럼.
잠깐 깨어났다가 다시 죽을 것 같다는 어이없는 생각이 든다.
“설마.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모든 게 꿈을 아니겠지?”
충격과 공포를 안겨줬던 판타지 소설 한 권의 제목이 스쳐 지나간다.
갑자기 온몸이 부르르 떨린다.
“에이~ 그럴 리가 없지. 이렇게 생생한데! 무 무슨 그런 무서운 소리를!”
하지만 난 쓰러지듯 침대에 누운 뒤 폰의 시계가 35분도 아닌 36분을 가리킬 때까지 눈을 뜨고 있다가 천천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난.
정말로 터무니없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