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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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9화

49. 인연이 모인다 2

곁에서 대본 책을 든 유진이가 피식거리고 웃고 있었다.

힐끗 쳐다보니 미소의 볼이 살짝 뿌루퉁했다.

설마?

그 두 사람의 마음이 변한 건가?

조만간 유치원에 직접 들러 두 아이를 불러 놓고 물어봐야겠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고!

우리 미소한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하지만 그 전에 미소의 기분을 풀어 주는 게 우선이다.

“미소야?”

내 부름에 미소가 찬찬히 고개를 돌렸다.

“네?”

“우리 미소는 가보고 싶은 곳 없어? 삼촌이 곧 휴가를 받을 것 같은데? 같이 놀러 갈까?”

미소가 벌떡 일어나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어딜 갈까 고민하는 표정이다.

그때 유진이가 소리를 죽여 입을 벙긋거렸다.

‘눈.썰.매?’

‘체리블라썸?’

아 어제 체리블라썸 사진 기사가 올라온 걸 본 건가?

그렇다면.

“미소야. 우리 눈썰매장 갈까?”

“진짜요?”

미소가 기뻐서 까무러칠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말하길 잘했다 싶다.

“당연하지. 손가락 꼭 걸고 약속?”

미소가 내 곁으로 다가와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약속! 삼촌 최고!”

들뜬 미소가 방방 뛰자 유진이는 대본을 내려놓고 미소를 품에 안으며 물었다.

“우리 미소. 좋겠네? 눈썰매장도 가고?”

“응! 히힛.”

“우리 미소 얼마큼 좋아?”

“하늘만큼 땅만큼!”

미소가 두 팔을 벌려 크게 원을 그렸다.

유진이의 유명세가 조금 걱정되지만 스키복으로 완전 무장시키고 고글까지 씌우면 정체를 숨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나도 눈썰매는 정말 오래간만이네.

막 회귀하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미소가 잠깐 화장실에 간 사이 대본을 보던 유진이가 말을 걸어왔다.

“근데 오빠. 휴가를 저희랑 보내도 괜찮아요?”

평소에도 늘 자기들 때문에 내 시간이 없는데 휴가마저 자기들을 위해 쓴다고 하니 마음이 쓰인 눈치다.

“아냐. 나도 가고 싶어서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 그리고 뭐 만날 사람도 없고.”

“그래도요. 좀 쉬셔야 하는데······.”

유진이가 미안한 표정이다.

하지만 미소를 구한 이후 난 그토록 오래 괴롭히던 불면증이 사라진 상태다.

그리고 미소를 보고 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져 잠도 잘 오고 있고.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

“알겠어요. 그러면 썰매장에서는 제가 한턱 제대로 낼게요.”

“올~. 역시 거액의 CF를 찍은 여배우라 그런지 씀씀이가 화통한데?”

“에이. 뭐예요. 그 CF 오빠가 금액 부풀린 거라면서요. 그리고 여배우라뇨. 진짜 그거 적응 안 되는 말인 거 알아요?”

유진이는 괜스레 민망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여전히 자신이 배우라는 게 익숙하지 않다면서.

그때 화장실에 다녀온 미소가 우릴 보고 물었다.

“엄마. 왜 웃어?”

자기만 놓아두고 웃는다며 궁금해하는 미소에게 유진이가 답했다.

“비~밀.”

미소의 볼이 볼통하게 부풀어 올랐다.

마치 화난 복어처럼.

“흥칫뿡!”

자기만 빼놓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자 유진이가 미소의 겨드랑이를 간질였다.

“썰매장에 가서 미소에게 맛있는 거 잔뜩 사준다고 이야기했지롱~.”

“꺄하하하. 엄마. 엄마. 간지러. 간지러. 그만.”

뽀로통한 미소의 볼이 풀리며 자지러지라 웃음을 지었다.

그래.

이게 사람 사는 거지.

그 후로 난 온종일 유진이의 대본 연습을 도와주고 미소의 그림일기를 도와주며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미소에게 고백했던 두 녀석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들을 수가 있었다.

“진구랑 철민이가 나 몰래 정연이한테도 사랑한다 했어요! 근데요! 정연이가 자기도 둘 다 사랑한다고 했어요!”

씩씩대는 미소의 말에 난 콧김을 내뿜으며 맞장구쳤다.

완전 사랑과 전쟁이잖아!

“그 그런 못된 놈들이 있다니. 그래서? 어떻게 했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되묻자 미소가 콧김을 내뿜으며 답했다.

“그래서요. 제가 앞으로 안 놀아 줄 거라고 말했어요.”

허리에 두 손을 올린 미소의 굳은 의지가 보인다.

“잘했어. 우리 미소. 그럴 땐 따끔하게 선을 그어야 해.”

미소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곤 당당히 자신의 벌칙을 내게 털어놓았다.

“그래서 앞으로 이틀간은 걔들이랑 말도 안 할 거예요.”

응?

고작 이틀?

미소야.

너 너무 용서가 빠른 거 아니니?

* * *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구성철 실장이 날 불렀다.

“이태풍 그 친구. 네 말대로 카메라 울렁증이라면······. 김 실장한테 엿 한 번 먹여보자.”

허락이 떨어졌다.

이태풍을 영입하기 위해 남은 시간은 단 하루.

“잘 생각하셨습니다. 실장님.”

“대신에 일단은 1년 단기 계약이다. 그래도 받아들이겠냐?”

그 정도야 각오했다.

회사도 내 말만 믿고 큰돈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받아들일 겁니다.”

“그럼 오 팀장. 연락처 받았지?”

“예. 아까 전 소속사에 있던 동기 놈에게 연락해 이태풍씨 개인 번호를 받았습니다.”

“그래. 그럼 전화 걸어 봐. 영입 건으로 만나고 싶다고.”

오덕구 팀장이 전화를 걸자 몇 번의 벨 소리 이후 상대편에서 이태풍의 느릿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녕하십니까? 굴렁쇠 엔터의 오덕구 팀장이라고 합니다.”

-굴렁쇠요?

“예. 굴렁쇠 2실의 오덕구 팀장입니다.”

-아 예······

오덕구 팀장은 현재 상황을 잘 알고 있으니 계약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자고 용건을 밝혔다.

“······조건은 최대한 맞춰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잠깐 멈칫하던 이태풍이 한 가지 질문을 해 왔다.

-그러면 혹시 매니저도 한 명 같이 영입해 주실 수 있습니까?

내가 미리 알려 준 탓에 오덕구 팀장이 망설임 없이 답했다.

“물론입니다. 전문 매니저든 가족이든 친구든. 한 명까지는 가능합니다. 급여에 관해선 논의가 필요하고요.”

이태풍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저기 그러면 내일 오후 3시가 괜찮습니다.

하지만 난 오덕구 팀장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다이어리엔 김동수가 내일 오후 1시에 이태풍을 만난다는 일정이 여전히 그대로니까.

[에브리데이 V10]

[날짜 : 2020년 1월 14일]

-PM 01:00 청담동 H 빌라 이태풍 영입 미팅.

김동수는 우리 2실이 제시하는 금액보다 몇 배는 더 높여 부를 거다.

늦게 갔다간 김동수와 계약할 수도 있으니 무조건 오늘 만나야 했다.

오덕구 팀장은 내 신호를 보곤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잠시라도 괜찮습니다. 오늘 봤으면 합니다.”

잠시 조용하던 이태풍이 답했다.

-그러면 지금 바로 와 주실 수 있나요? 3시간 뒤 약속이 있거든요.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짐을 챙겼다.

“혹시 모르니까 이거 챙겨라. 법무팀에서 받아온 서류다.”

구성철 실장의 말에 서류를 받아들었다.

가계약이라고 하더라도 서류로 작성해둬야 뒤탈이 없으니까.

그때였다.

“이야. 뭐 바쁘신가 봅니다?”

김동수 실장이 아침부터 주영인과 함께 우리 사무실에 나타났다.

주영인은 <파란 하늘>의 첫째 김하늘이나 입을 법한 나풀거리는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의상에 힘을 빡 준 걸 보면 오늘도 스케줄이 있는 듯했다.

“인터뷰 있냐?”

구성철 실장의 질문에 김동수가 답했다.

“예. ‘바로스타’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서요.”

연예 잡지 업계 3위랑 단독 인터뷰를 잡았다고 한다.

보통은 같은 작품에 같은 회사의 두 여배우가 캐스팅되었으니 공동 인터뷰를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김동수 실장은 우리 2실에는 그 일정을 전혀 통보하지 않고 있었다.

어제의 보복이라도 하듯.

구성철 실장은 두 사람을 가만히 응시하다 말했다.

“그래? 그럼 인터뷰 잘해라.”

구성철 실장의 덤덤한 태도에 김동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속을 긁으러 왔는데 덤덤한 반응을 보인 탓에 두 사람이 외려 당황하고 있었다.

“아 예······.”

구성철 실장이 오덕구 팀장과 날 보며 어서 가자 말했다.

그런데 등을 돌린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다.

우린 지금 김동수를 엿 먹이러 가는 거니까.

얼떨떨한 표정의 김동수와 주영인을 놓아둔 채 우린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부우우웅.

엔진 시동을 걸자 구성철 실장이 나지막이 말했다.

“오늘 반드시 이태풍 영입하자.”

“예. 실장님.”

아침부터 김동수가 도발한 덕에 이태풍의 영입이 쉬워질 거 같다.

김동수 그 인간도 쓰일 데가 있네?

* * *

끼이익.

“집 좋구나.”

이태풍은 청담동 고급 빌라촌에서 살고 있었다.

워낙에 집돌이라 CF로 번 돈을 집에 다 투자했다고 들었다.

붉은 벽돌로 된 높은 담벼락 때문인지 집이 아니라 중세의 성을 찾아온 기분이다.

띵동.

-누구세요?

“굴렁쇠 엔터에서 왔습니다.”

-네. 잠깐만요.

달칵.

짧은 대답 이후 지잉 하는 소리와 함께 오크색 문 왼쪽에 있는 주차장의 문이 들어 올려졌다.

“주차 걱정 안 해도 되겠네.”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댈 곳이 세 군데나 있다.

차를 대고 들어가자 잔디가 깔린 마당에 정자가 하나가 보였다.

네 방향으로는 바람을 막는 실외용 커튼이 늘어져 있어 아늑하게까지 보였다.

“저기서 고기 구워 먹으면 딱 좋겠네. 안 그러냐?”

구성철 실장의 투박한 말투에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실제로도 그런 용도로 쓰는 장소니까.

현관문 앞에 도착하자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렸다.

“어서 오세요.”

남자인 내가 봐도 반할 정도로 잘생긴 이태풍이 우리를 맞았다.

긴 머리를 아무렇게나 질끈 묶고 있는데 그 자체로도 화보였다.

큰 키에 조각 같은 얼굴 긴 팔다리.

이태풍은 집에서 입고 있는 옷도 하나의 스타일로 완성하고 있었다.

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다.

다시 봐도 너무 잘생긴 탓에 강제로 시선이 고정될 정도다.

하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니라 함께 온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이태풍은 그런 시선이 익숙한 듯 탓하거나 하는 일 없이 거실로 우릴 안내했다.

잠깐 뇌가 정지한 듯 멈춰 있던 구성철 실장이 헛기침을 한다.

“크흠. 진짜 잘생겼네.”

“그 그러게요. 실물이 훨씬 나은데요?”

하지만 이 향기 많은 꽃에는 가시가 있었다.

나 말고는 아무도 빼지 못하는 가시가.

넓은 거실에 도착하자 커다란 TV가 놓여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광이었던 그는 영화를 보는 게 취미란 걸 보여주듯 다양한 DVD가 책장에 꽂혀 있었다.

하지만 난독증 때문인지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심지어 만화책도.

“집에 마실 게 이거밖에 없어서요.”

거실에 있는 테이블에 잣을 띄운 수정과를 내미는 이태풍이다.

“잘 마시겠습니다.”

시원한 수정과를 한 입 머금은 구성철 실장과 오덕구 팀장은 간단한 인사 후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태풍에게도 우리에게도 많은 시간이 없었으니까.

“저희 회사로 오시면······”

오덕구 팀장의 영입 설득에 이태풍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난 그사이 추억에 잠겼다.

회귀 전.

병실에 누워 눈을 감고 있는 내게 이태풍이 다가와 귓속말을 했었다.

아마도 잠들어 있는 줄 알고 말한 거겠지만 난 그 말을 잊지 않고 있다.

-나 살려놓고 왜 혼자 죽냐? 일어나 좀. 어? 나랑 같이 꼭 한번 일해 보자며? 형······.

서글픈 이태풍의 목소리가 가슴을 울렸지만 죽어가던 난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죽은 뒤에야 이렇게 이태풍과 다시 일할 기회가 찾아왔다.

‘태풍아. 이번 생엔 고생하지 않게 해줄게.’

회귀 전 이태풍의 난독증을 고쳐준 건 3실에 오고 난 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이태풍은 접대용 배우로 지내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한 차례 자살 시도를 했었다.

그때 이태풍이 연기를 못하는 원인을 알게 된 나는 난독증을 치료할 방법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생엔 시작부터 연기를 못해 느끼는 그 고통을 없애줄 생각이다.

그사이 오덕구 팀장이 계약 설명을 끝냈다.

“1년 단기 계약이라고요?”

이태풍이 묻자 구성철 실장이 솔직히 대답했다.

“다른 조건은 다 맞춰 드릴 수 있습니다만 계약 기간만은 신중 하려 합니다. 대신 다음에 들어가실 작품이 정해지면 곧바로 다년 계약으로 자동 변경되는 조항을 삽입했습니다.”

구성철 실장이 어려운 말을 꺼내자 이태풍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난 그 타이밍에 맞춰 구성철 실장에게 눈짓했다.

고개를 끄덕인 구성철 실장이 날 가리키며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여기 정윤호 매니저가 이태풍 씨를 강력히 추천했습니다.”

이태풍이 고개를 천천히 돌리더니 나와 눈을 마주쳤다.

“이분이요?”

그래 나다.

태풍아.

내게로 모인 시선을 보며 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가 이태풍 씨를 강력히 추천했습니다. 이태풍 씨를 위해 준비한 플랜이 있으니까요.”

그 말과 함께 준비한 파일을 테이블에 펼쳐놓았다.

순간 이태풍의 눈이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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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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