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76화
476. 고안나 2
클럽 루시 마담이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서 설마······ 여자······를 때리려고?”
클럽 루시의 마담이 여자를 앞세운다.
정작 자기는 조폭들까지 동원해 고안나를 협박한 주제에.
“어. 내가 남녀평등 주의라서 말이야.”
내가 멈출 기미가 없자 마담이 황급히 폰을 꺼낸다.
아마도 자기 뒷배인 연성파에 전화를 하려는 것 같다.
그 순간 난 쥐었던 주먹을 빠르게 내뻗었다.
퍽.
주먹에 맞은 폰이 멀리 날아간다.
벽에 부딪힌 폰은 그대로 액정이 박살나 버렸다.
“꺄아악!”
놀란 마담이 뒷걸음질을 치다 제 발에 걸려 홀로 넘어졌다.
꿍.
엉덩방아를 찧은 그녀는 앉은 자세 그대로 뒷걸음치기 시작한다.
“오 오지 마!”
“이제 와서?”
난 마담에게 다가가며 주먹을 살짝 들어 올렸다.
사실 진짜 때릴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 정도로 겁을 줘야 다시는 고안나에게 위협할 생각을 하지 못할 거다.
내가 겪었던 클럽 루시의 마담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와락.
고안나가 등 뒤에서 날 껴안으며 말린다.
“윤호야! 참아! 네가 때리면 이 여자 죽어!”
타이밍 좋게 고안나가 말려준 덕에 쇼는 이쯤 해도 될 것 같았다.
난 잠시 심호흡을 한 뒤 고안나에게 말했다.
“알았어. 안 때릴게.”
“진짜 안 때릴 거지?”
“어.”
그제야 고안나가 두 팔을 풀어준다.
“안나야. 넌 괜찮아?”
“괜찮아. 근데 잠깐만.”
고안나는 날 진정시킨 뒤.
바닥에 주저앉은 마담에게 다가간다.
마담이 떨리는 목소리로 변명했다.
“아 안나야. 내가 원해서 이런 짓을 한 게 아냐. 진짜야.”
고안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알아요 언니. 언니도 힘 있는 사람이 시켜서 그랬겠죠. 다 이해해요.”
마담의 얼굴이 밝아진다.
“그 그래. 나도 오늘 온다는 VIP가 너 데리고 오라고 해서 어쩔 수 없었어. 정말 미안해.”
“알아요. 근데 말이에요 언니. 날 루시에 주저앉히라고 한 그 VIP가 누구예요?”
마담이 흠칫하고 입을 다문다.
“그건 말 못 해.”
“왜요?”
“다른 건 다 말해도 VIP들에 관한 건 말하면 안 되는 거 알잖아.”
아무리 돈이면 다 되는 클럽 루시라고 해도 클럽에서 인정한 진짜 VIP들은 모든 게 예외였다.
그들의 이름과 행동을 밖으로 흘리는 순간.
클럽 루시는 문을 닫아야 할 뿐 아니라 마담 역시도 큰 화를 입기 때문이다.
마담이 두 손을 모으고 다른 제안을 한다.
“미안해. 대신 돈으로 용서를······.”
그때였다.
고안나가 웃음을 지우더니 있는 힘껏 귀싸대기를 날린다.
철썩!
마담의 얼굴이 왼쪽으로 홱 하고 돌아간다.
따귀를 맞은 마담이 멍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고안나의 손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철썩!
두 번째 귀싸대기가 날아갔다.
연속해서 양쪽 뺨을 맞은 마담의 코에서 코피가 주르륵 흘러나온다.
순간 고안나가 마담의 멱살을 잡고 고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누군지 말해! 대체 그 개XX가 누군데 그렇게까지 해서 날 붙잡아 두라고 한 거냐고!”
목숨보다 아끼는 동생을 위협한 까닭에 고안나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컥! 컥! 아 안나야!”
멱살 잡힌 마담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얼굴이 붉게 변하고 있다.
내가 마담을 노리던 때와 상황이 정 반대가 되었다.
난 다급히 고안나를 말렸다.
“안나야. 참아!”
고안나는 내 말도 듣지 않고 멱살을 흔들어댄다.
“놔. 이거 놔!”
난 다급히 고안나의 손을 잡고 외쳤다.
“안나야. 나만 믿어. 그 VIP란 놈이랑 마담. 내가 다 해결해 줄게.”
마담의 멱살을 잡은 고안나가 날 쳐다본다.
커다란 눈에는 눈물이 잔뜩 고여있다.
“진짜지? 윤호야 진짜 맞지? 나 우리 유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그런 일 없어. 내가 약속할 테니까 이제 그 손 놔.”
고안나가 마지못해 두 손을 놓았다.
탁.
순간 마담이 목을 붙잡고 숨을 몰아쉰다.
“콜록! 콜록!”
눈물을 펑펑 쏟는 고안나를 달래며 마담에게 말했다.
“마담. 더 험한 꼴 보기 싫으면 안나를 꼭 데려오라고 한 그 VIP가 누군지 알려주시죠?”
“말······ 말······ 못 해!”
“말해야 할 텐데요? 저 소리 안 들립니까?”
쿵쿵쿵.
내가 들어온 비상구 쪽으로 수많은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정 팀장! 괜찮나?”
우렁찬 최영호 은행장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깁니다!”
최영호 은행장이 내 목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서둔다.
비상 출입구로 들어온 최영호 은행장이 입구에 쓰러진 네 명을 보고 지시한다.
“이것들. 일단 묶어 둬.”
“예.”
최영호 은행장이 일행들에게 지시를 마친 뒤 우리에게 성큼성큼 다가온다.
순간 마담의 눈이 큼지막하게 커진다.
“은행장······님?”
“우리 이 마담. 얼굴이 여엉~ 엉망이군.”
마담이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 은행장님이 어떻게 여길······.”
최영호 은행장이 손을 들어 올린다.
“오늘은 대흥 저축 은행장이 아니라 명동 어르신 명을 받고 온 거니까 지금부터 잘 생각하고 대답하게.”
명동 어르신의 이름으로 움직이겠다는 것은 대호파의 수장으로 폭력을 쓰는 데 거침없을 거라는 엄포였다.
겁에 질린 마담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연성파가 뒷배에 있고 VIP의 권력이 세다고 한들 최은태 회장의 이름이 나온 이상 자신을 도와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 알았어요.”
최영호 은행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자. 그럼 VIP 이름은?”
클럽 루시의 마담 이홍연이 그제야 눈을 질끈 감고 외친다.
“홍성범이요.”
“홍성범? HK 그룹 4남?”
“예. 그 인간이 저희 클럽 루시에 한 달 전부터 VIP로 등록되었어요. 그자가 안나를 보고 한눈에 반해서 오늘 꼭 데려다 놓으라고 했고요.”
HK 그룹의 4남 홍성범.
HK 의류 대표 승진을 코앞에 두고 있는 그는 한때 유진이를 광고 모델로 삼으려고 하던 개망나니였다.
광고 모델로 여배우들을 끌어들인 다음 농락하는 거로도 유명했었고.
그런데 그가 또다시 내 눈앞에 나타났다.
이번에는 유진이가 아닌 내 친구 고안나를 노리고서 말이다.
‘이 정도면 악연이군.’
최영호 은행장이 날 달랜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깨끗이 처리해 주라는 어르신의 지시가 있었으니까.”
“아뇨. 그놈은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
“정 팀장이?”
최은태 회장이 HK 그룹을 직접 건들게 되면 일이 커진다.
명동 사채 시장의 큰손이 재계 12위의 HK 그룹과 싸우게 되면 정부와 검찰 전체가 나설 테니까.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내가 다이어리의 힘을 빌려서 홍성범만 제거하는 게 낫다.
“그냥 행장님은 여기만 좀 커버해 주십시오.”
“그 정도로 되겠나?”
“예.”
“알겠네.”
고개를 끄덕인 최영호 은행장이 싸늘한 표정으로 마담을 쳐다본다.
마담이 다급히 외친다.
“저 다시는 안나한테 연락 안 할 거예요! 클럽 루시도 닫을게요! 진짜예요! 믿어주세요!”
최영호 은행장이 폰을 꺼내더니.
“그 이야기. 어르신 앞에서 다시 한번 약속해.”
마담이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끄덕인다.
“아 알았어요.”
최영호 은행장이 스피커폰으로 최은태 회장에게 전화를 건다.
-영호냐? 어찌 되었냐?
“이미 정 팀장이 현장을 싹 다 정리해 놓았습니다.”
-하여간 난 놈은 난 놈이군. 이번 기회에 좀 도와주고 생색을 내려 했더니 글렀네. 허허.
현장 상황을 전해 들은 최은태 회장이 마담의 이름을 부른다.
-이 마담. 거기 있나?
얼굴이 퉁퉁 부은 마담이 코 양쪽을 휴지로 막은 채 대답한다.
“네에~ 회장니임······.”
-응? 목소리가 왜 그래?
“아 아니에요······.”
-쯧쯧. 쥐어 터졌나 보군. 뭐 자업자득이라 생각해. 그리고 자네. 오늘 안으로 가게 비우게.
“오늘······이요? 정리하는 데만 해도 며칠은 걸릴 텐데······요?”
-잔머리 굴리지 말게 이 마담. 가게는 내가 인수해 줄 테니까. 그리고 연성파 장 사장에게도 연락하지 마. 그쪽도 내가 처리할 거야.
“알겠······어요.”
-그리고 노파심에서 말하네만 혹여 실수로라도 안나 양 앞에 나타나지 말게. 그땐 이렇게 좋게는 안 넘어갈 걸세. 알아들었나?
마담이 몸을 파르르 떤다.
최은태 회장의 경고를 어겼을 때 일어날 일이 자연스레 떠오른 까닭이다.
“그 근처에도 안 나타나겠습니다. 회 회장님. 아예 한국을 뜰게요.”
마담이 무릎까지 꿇은 채 싹싹 빈다.
더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난 최은태 회장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 최영호 은행장에게 뒷정리를 부탁했다.
그리고선 고안나를 데리고 클럽 루시에서 나왔다.
회귀 전 고안나가 절대 벗어나지 못했던 그곳에서 말이다.
* * *
HK 의류 홍성범 전무의 방.
일을 끝낸 홍성범 전무는 클럽 루시에 가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났다.
“마담이 잘 준비해 놨으려나······.”
그때 문이 벌컥 하고 열리며 김승문 비서실장이 나타났다.
“전무님. 클럽 루시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게 뭔 개소리야? 거기 장사가 얼마나 잘 되는데 왜 문을 닫아?”
“조금 전 루시의 마담한테서 연락을 받았는데 경찰이 덮쳤다고 합니다.”
“경찰?”
“예. 일단 바지사장이 대신 잡혀갔고 마담은 겨우 빠져나와서 잠수탄다고 연락 왔습니다.”
“XX. 하필이면 왜 오늘인데?”
홍성범 전무는 마음에 둔 고안나를 이번 기회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래서 특별히 데려오라고 말을 해뒀는데 클럽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죄송합니다.”
“죄송? 죄송하면 다야? 뭔가 방법을 찾아와야 할 거 아냐?”
“대신 VIP 클럽 로제로 예약을 잡아뒀습니다. 이따가 그곳으로 모시······.”
그때였다.
홍성범이 성큼성큼 다가가 김승문의 명치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퍼억.
“컥······.”
김승문이 명치를 부여잡으며 바닥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
“야 이 새X야. 내가 술 때문에 그래? 오늘 안나 데려오기로 한 건 어쩔 거냐고!”
김승문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몸을 웅크렸다.
“끄으윽.”
“야. 엄살떨지 말고 일어나! 그렇게 세게 안 쳤어!”
김승문은 가슴 전체로 퍼지는 통증 탓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지랄 맞은 성격인 홍성범이 또다시 주먹질이나 발길질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승문은 숨을 헉헉대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 같은 소리 하지 말고 안나 걔 어디 사는지 알지?”
잠시 망설이던 김승문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홍성범이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XX. 직접 간다. 안내해!”
홍성범은 자신이 직접 가겠다며 억지를 쓴다.
놀란 김승문이 홍성범의 팔을 붙잡았다.
“저 전무님. 곧 대표 승진도 있는데 자중······하셔야 합니다.”
홍성범이 싸늘한 표정으로 김승문을 쳐다본다.
“이거 안 놔? 뒤질라고 이 새X가?”
김승문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홍성범의 팔에서 손을 뗐다.
“죄 죄송합니다.”
“마지막 경고다. 다시는 내 몸에 함부로 손대지 마. 알았어?”
“예. 전 전무님.”
“뭐해? 빨리 앞장 안 서고!”
김승문은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엘리베이터로 향할 수밖에는 없었다.
* * *
고안나를 무사히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뒤.
기다리고 있던 고유나와 이수찬과 동생들을 모두 데리고 고안나의 집 근처 삼겹살집으로 이동했다.
이수찬은 클럽 루시에서의 일을 듣더니 잽싸게 백수가 된 고안나의 스카우트에 나섰다.
“누님. 저희 회사에서 연예인으로 데뷔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하지만 고유나는 대번에 선을 그었다.
“마음은 고마운데 됐어. 나처럼 클럽에서 일했던 경험 있는 사람이 연예인은 무슨~.”
“과거를 싹 지우고 활동하는 연예인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저희가 누님 뒷정리는 싹 다 해놓을 테니까······.”
고유나가 고개를 젓는다.
“됐어. 너희들한테 그런 부담 지우기 싫어. 어차피 연예인 하려고 한 것도 아니었고.”
이수찬의 말대로 이 업계에서는 고안나가 다니던 클럽보다 훨씬 더한 곳의 출신들이 많다.
하지만 고안나는 이수찬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며 선을 그었다.
난 가만히 보고 있다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면 스타일리스트는 어때?”
고안나가 고개를 돌린다.
“스타일리스트?”
“어. 너 지금 메이크업이랑 옷 입는 거. 직접 다 하는 거잖아.”
고안나는 클럽에 나가면서도 돈을 아끼기 위해 자신이 직접 동대문이나 보세가게들을 돌아다니며 쇼핑을 했었다.
그래서 싸고 품질 좋은 가게들은 많이 알고 있었고 액세서리 역시도 자신이 직접 고른 보세 상품이었다.
그런데도 모두는 그녀가 착용한 걸 명품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좋아 보였다.
이 정도면 센스가 넘치다 못해 충분할 정도였다.
“그런 거라면······ 괜찮을지도?”
고안나가 관심을 보인다.
그 순간 이수찬이 빠르게 답한다.
“오케이. 그러면 우리 회사 스타일리스트로 오세요 누님. 안 그래도 우리 스타일리스트가 없어서 고생입니다.”
고안나가 조심스레 묻는다.
“내가 해도 될까?”
“그렇다니까요?”
난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미리 대리랑 양소리 대리한테 가끔 가서 스타일링에 관해 배워. 내가 말해둘게.”
고안나가 이수찬과 날 쳐다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그렇게 할게. 그리고······ 고마워 두 사람 모두.”
이수찬은 신이 나서 당장 사택으로 이사도 하라 말한다.
그동안 연락을 끊고 살던 벌이라며 말이다.
‘자식. 신났네.’
그러고 보니 이수찬은 어릴 때부터 다정한 고안나를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덕분에 고안나는 그토록 오랫동안 벗어나고 싶었던 클럽에서 벗어나 리버스 엔터의 스타일리스트가 되었다.
* * *
회식을 마친 직후.
고안나와 고유나를 집으로 배웅했다.
최은태 회장이 나섰지만 혹시라도 클럽 루시에서 나온 인간들이 집에 들이닥칠까 봐서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고안나는 괜찮다고 했지만 난 고안나의 집 문고리와 방범창을 다 체크 한 뒤에야 안심을 놓을 수가 있었다.
그 사이 고안나는 부엌으로 가서 시원한 음료수를 가져왔다.
“이거 마시고 가.”
“어 생큐. 그리고 문제 생기면 바로 나나 수찬이한테 연락해.”
“알았어.”
음료수를 마시고 돌아서려는 데 고안나가 다시 한번 말한다.
“고마워 윤호야. 정말 너 아니었으면······”
“우리 사이에 무슨. 감사는 한 번이면 됐으니까 엄마한테 전화나 드려.”
고안나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응.”
그런데 그때였다.
띵동.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현재 시각은 늦은 밤 11시.
“안나야. 누구 올 사람 있어?”
“아니. 없는데?”
혹시나 연성파가 사람을 보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잠깐만. 조용히 있어.”
인터폰의 외부 화면 버튼을 눌렀다.
스크린으로 HK 그룹의 4남 홍성범과 비서실장 김승문의 모습이 보인다.
‘이것들이 이제 집까지 찾아와?’
고안나를 클럽 루시에 묶어두려고 한 놈들이 제 발로 집을 찾아왔다.
어차피 홍성범을 만나면 박살 낼 생각이었는데 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
“안나야. 방에 들어가 있어.”
고안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아냐. 여기 있을게.”
“아니. 내 말 듣고 방에 들어가서 문 걸어 잠그고 있어. 없는 척 조용히 있어.”
“대신에 위험하다 싶으면 경찰 부를 거야. 알았지?”
“그래.”
고심하던 고안나가 방으로 향하며 막 나오던 고유나의 입을 막고 들어간다.
난 폰의 동영상 기능을 켜놓은 뒤 신발장 위에 올려놓았다.
‘악연은 이쯤에서 끝내자 홍성범!’
난 이참에 홍성범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겠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