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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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7화

47. 골든로드와 박은빈 3

박은빈과 장은영이 싸우는 모습을 본 차태희 AD의 얼굴은 악귀 나찰처럼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백스테이지에 안 나타나서 뭐 하나 찾아와 봤더니······. 이 짓거리 중이었어?”

차태희 AD의 목소리엔 냉기가 폴폴 품어져 나왔다.

난 이주영 매니저와 함께 허리를 반으로 굽혔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마지못해 박은빈과 장은영도 연달아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고개를 숙인 두 사람의 입이 삐죽거린다.

이 와중에도 미안한 마음은 한 톨도 없어 보였다.

“다 필요 없어요. TK 엔터랑 굴렁쇠 엔터 쪽 실장급 이상 담당자. 당장 중계차 앞으로 튀어오라고 해요!”

5옥타브 솔의 고함 소리가 복도를 쩌렁쩌렁 울렸다.

“아 아니 차 AD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성지혁 팀장이 다급히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차태희 AD는 말도 섞기 싫다는 듯 몸을 쌩하고 돌려버렸다.

“아 진짜. X 됐네.”

성지혁 팀장은 사색이 됐지만 박은빈은 콧방귀를 뀌더니 홀로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마치 더는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말이다.

저 싸가지.

자기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쿨한 것 좀 보소.

그런데 장은영도 마찬가지다.

아주 쿨내가 쌍으로 진동을 하네.

‘사고는 자기들이 치고 뒷일은 매니저들 몫이라 이거지?’

그때 장은영이 나를 재촉했다.

“우린 안 가요? 늦었는데?”

조금 전 일은 생각도 안 난다는 듯한 태도다.

금붕어도 아니고.

“예. 갑시다. 은영 씨.”

이주영 매니저는 얼른 가보라며 손짓을 했다.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마친 나는 급히 장은영을 데리고 무대 백스테이지로 이동했다.

그동안 장은영은 내게 단 한마디의 말도 걸지 않았다.

* * *

박한철 실장이 내 전화를 받고 허겁지겁 달려왔다.

“야 인마! 정윤호! 넌 그 사태가 될 때까지 안 말리고 뭐 했어!”

“말렸는데 안 듣더라고요. 힘으로 어떻게 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박한철 실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마치 모든 게 내 잘못인 것처럼 투덜거렸다.

하지만 내가 녹음 파일을 들려주자 씩씩거리며 날 탓하던 박한철 실장의 입이 막혔다.

“PD님 만나실 때 이거 가지고 가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박한철 실장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크흠 ······짜식. 이런 게 있다면 빨리 좀 말하지!”

칭찬 한마디를 안 하네.

박한철 실장은 자신의 까톡으로 녹음 파일을 전해달라 부탁하고선 그대로 달려나갔다.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로 빠르게.

박한철 실장이 사라지자 내가 일을 처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은지유 대리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윤호 씨 참 대단하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녹음할 생각을 다 했대요?”

“박은빈 성격 유명하잖아요. 그래서 혹시나 하고서 녹음했는데 빙고. 얻어걸린 거죠.”

“후우. 나도 앞으로 녹음도 하고 그래야겠어요. 근데 우리 은영이 성격이 만만치 않아서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은지유 대리가 씁쓸한 표정으로 무대 위 골든로드에게 시선을 옮겼다.

골든로드는 <처음처럼! 지금처럼!>이란 4집 미니 앨범의 타이틀 곡을 부르며 객석을 향해 윙크를 날려대고 있었다.

그 난리가 있었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듯 장은영은 손 키스를 객석으로 날려댔다.

상큼 깜찍 발랄한 움직임으로 분홍색 펄이 가득한 무대의상을 흔들어대면서.

『그때처럼! 처음처럼! 나를 향한 그 눈빛~.』

메인 보컬인 장은영이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부르자 관객석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골든로드. 금길만 걷자!”

객석의 20% 정도를 채운 골든로드 팬들이 머리 위로 노란색 야광봉 굿즈를 흔들고 있었다.

열띤 응원이 부러웠다.

하지만 체리블라썸도 좋은 곡을 얻는다면 그 이상의 반응도 얻어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체리블라썸의 곁에는 내가 있으니까.

그때였다.

뒤편에서 걸걸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심각한 표정이야? 무대 잘하고 있구만?”

이동민 실장이 긴 코트에 손을 넣고 몸을 움츠린 채 걸어오고 있었다.

“실장님!”

이동민 실장이 씨익 웃으며 은지유 대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은대리. 차 팀장이 없어도 잘하고 있네. 이젠 제법 관록도 있어 보이고.”

“아 아뇨.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부족하긴. 골든로드 성격을 우리 은 대리가 아니면 누가 감당할까. 회사에 아는 사람들도 다 알아. 은 대리가 수고하는 거. 그러니 힘 좀 내라. 정 못 버티겠다 싶으면 나한테 오고.”

은지유는 말만 들어도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거 분위기 나쁘지 않은데?

골든로드 때문에 늘 고생인 은지유 대리를 가수 2실로 이동시킬 방법이 떠올랐다.

몇 달 뒤.

골든로드의 리더 장은영은 의상 문제로 변덕을 부리며 은지유 대리를 자르라고 몰아세우는 사건을 일으킨다.

다행히 죄 없는 은지유 대리가 싹싹 빌어 넘어가긴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타이밍에 맞춰 아예 가수 2실로 자리를 옮길 수 있게 손을 써 볼 생각이다.

물론 그걸 가능하게 하려면 체리블라썸이 흥해서 인력 충원이 필요해야 하겠지만.

‘지유 누나. 조금만 더 고생하세요. 꼭 옮겨 드릴게요.’

은지유 대리와 이야기를 마친 이동민 실장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박 실장은 어디 갔냐? 이 인간 또 담배 피우러 간 거 아냐?”

“아닙니다. 중계차 쪽으로 가셨습니다.”

“중계차? 왜?”

이동민 실장의 물음에 조금 전까지의 상황을 전했다.

전모를 다 들은 이동민 실장은 히죽 웃으며 장난을 걸어왔다.

“웬만하면 녹음 파일 주지 말지 그랬냐. 박 실장 그 인간 혼 좀 나게.”

“그럴 걸 그랬나요?”

“하하하. 아니다. 아무리 미워도 같은 회사인데 그럴 수야 있나. 하여튼 그 와중에 잘도 그 생각을 떠올렸네. 잘했다.”

이동민 실장이 화통하게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 * *

최은혁 PD의 앞에 선 마동팔 본부장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마동팔 본부장님. TK 엔터에서 저 엿 먹이기로 작정이라도 한 겁니까?”

최은혁 PD의 목소리에서 냉기가 뚝뚝 흘렀다.

거기다 박한철 실장이 음성 파일을 플레이하자 TK 엔터는 아주 그냥 죽일 놈이 되어 있었다.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굴렁쇠 엔터완 달리 TK 엔터는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었으니까.

그 탓에 마동팔은 하루에 두 번이나 무거운 고개를 숙여야 했었다.

최은혁 PD에게 몇 번이고 허리굽혀 사과한 마동팔은 씩씩대며 쁘띠모의 대기실로 돌아왔다.

콰앙!

잔뜩 화가 난 마동팔이 거칠게 문을 열어젖혔다.

“야. 박은빈. 너 제정신이냐? 여기가 어디라고 싸움질이야?”

마동팔의 꾸중에 박은빈이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아 누가 싸우고 싶어서 싸웠나? 기집애가 선배한테 따박따박 덤벼들잖아요!”

“그래도 그렇지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 많은 데서 꼭 그래야 했냐? 녹음까지 당해서 내가 아주 X망신을 당했다. 굴렁쇠에서 기사로 뿌려버리겠다고 하더라고!”

박은빈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녹음이라니.

그런 걸 준비해 뒀을 줄이야.

하지만 그 순간 박은빈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본부장님. 혹시 그거 그 매니저가 녹음한 거 아녜요?”

“그 매니저라니? 무슨 소리야?”

화가 가득 난 마동팔은 박은빈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 그 왜 있잖아요. 밀가루 반죽 매니저! 현장에는 여자 하나랑 그 매니저만 있었다고요. 여자 매니저는 말리느라 녹음 못 했을 거고. 그 밀가루 반죽 매니저는 팔짱 끼고 가만히 보고 있었다고요!”

순간 마동팔 본부장도 인상을 팍 찌푸렸다.

늘 정장을 입고 있는 그 젊은 놈이라면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남을 배짱이 있는 놈이었으니까.

“정유진 매니저라면······ 풋내기 주제에 멀끔한 정장 빼입고 다니는 그놈?”

“예. 그 사람이요. 내가 그랬잖아요. 그 매니저 좀 이상하다고. 1년 차가 맨날 정장이나 입고 다니고. 자기가 무슨 실장급도 아니고.”

박은빈의 짜증이 멈추지 않자 마동팔이 인상을 썼다.

사과해도 모자랄 상황에 따박따박 고함을 치고 있었으니까.

“어허! 뭐 잘했다고 큰 소리야? 조용히 안 해?”

마동팔의 인상이 구겨지자 박은빈은 인상을 찌푸리며 한걸음 물러섰다.

“알았어요. 저도 잘못한 거 알거든요. 그보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거 아니죠?”

이를 빠드득 갈던 마동팔 본부장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박은빈. 조용하랬지? 다른 애들 듣는다.”

힐끗 뒤를 돌아본 박은빈도 그제야 감정을 다스리고 목소리를 낮췄다.

“혹시······?”

“그래. 이미 작업 들어갔다.”

“진짜요?”

“내가 언제 허튼 말 하는 거 봤냐? 건수 하나 걸리면 터트리려고 하고 있으니까 넌 모른 척이나 해라. 제발 좀 성질 죽이고.”

대기실 한편에 있는 쁘띠모의 멤버 정수희와 여진영은 딴짓을 하느라 두 사람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

“알았어요.”

마동팔이 어디론가 전화하는 사이 폰으로 포털 연예면을 검색하던 박은빈이 비명을 내질렀다.

“아 진짜. 뭐야! 얘가 내 광고 뺏어간 거였어?”

[버거퀸의 새 얼굴은 신인 배우 정유진!]

[정유진 버거퀸의 새로운 광고 모델로 발탁!]

[부진한 박은빈을 대신해 신성 정유진을 광고 모델로 사용한 버거퀸!]

[박은빈의 연기 도전. 처참한 실패.]

네이브에선 버거퀸 신상품 광고 모델로 정유진이 발탁되었단 기사가 올라오고 있었다.

3일 전.

박은빈은 버거퀸으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긴 했어도 위약금을 받았기에 억지로 참고 넘겼다.

연예계에선 비일비재한 일이니까.

하지만 막상 자신을 밀어낸 사람이 정유진이란 사실을 안 순간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박은빈은 마치 득음이라도 하듯 대기실 안에서 고함을 꽥꽥 내질렀다.

그 탓에 성지혁 팀장은 박은빈을 달래느라 애를 써야 했다.

“본부장님. 나 로티리아나 매그넘으로 광고 좀 잡아줘요! 무조건 얘랑 맞붙을 수 있는 거로요!”

“그게 내 마음대로 되냐? 엉?”

“아 해 달라고요! 아니면 재계약 안 할 거니까~아!”

5옥타브 파의 고음에 마동팔은 지끈대는 머리를 부여잡고 대기실을 나왔다.

대기실 복도로 나온 마동팔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나다. 저번에 말한 대로 진행해. 그래. 정유진 걔랑 스캔들 한 건 터트리면 내가 너 하고 싶은 작품이 뭐든지 간에 팍팍 시켜준다니까?”

전화를 끊은 마동팔의 눈에서는 번뜩이는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 *

다사다난했던 뮤직스테이지를 끝낸 뒤 제설작업을 마친 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뒷좌석에선 체리블라썸 멤버들도 어지간히 지쳤는지 저마다 흐트러진 모습으로 잠이 들어 있었다.

“얘들아. 다 왔어.”

한명호 팀장의 외침에 체리블라썸이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켰다.

“수고하셨습니다.”

비몽사몽 한 상태인데도 체리블라썸 멤버들은 반사적으로 고개부터 숙였다.

“니들도 수고 많았다.”

그런데 차에서 내린 세리가 운전석으로 다가왔다.

“매니저 오빠.”

“응?”

“오늘 진짜~ 진짜 고마웠어요.”

세리가 그 말과 함께 허리를 굽혔다.

순간 반대편에 있던 체리블라썸도 내 쪽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매니저 오빠.”

“아이돌 대전 때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오빠 덕분에 저희. 오늘 꿈만 같았어요.”

오늘 감사 인사만 몇 번째 듣는지 모르겠다.

“별로 해준 것도 없는데? 괜찮으니까 고개 들어.”

“왜 해준 게 없어요? 오빠 덕분에 무대 하나 더 섰지 저희한테 신겨준 신발 때문에 SNS에 저희 사진 한가득 나왔는데요?”

“신발?”

운전하느라 몰랐는데 SNS에서 오늘 신은 어글리슈즈가 화제였다고 한다.

네이브 실검 순위에 5위까지 오를 정도로.

“일이 잘되려니 이런 것까지 다 얻어걸리네. 올해는 뭔가 될 모양이다.”

“그럼 얼마나 좋게요.”

“그럼 저흰 들어가 보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어. 편히 쉬어라.”

그런데 숙소로 들어가던 우연희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매니저 오빠. 그럼 내일 봬요~.”

“내일 안 된다니까?”

하지만 우연희는 들은 척 만 척이다.

“몰라요~. 내일도 꼭 오세요”

“유노 오빠! 내일 봐요!”

“내일! 투머로우!”

우연희의 말에 체리블라썸 멤버들도 다들 꺅꺅대며 내일 보자고 우기더니 숙소로 뛰어 들어갔다.

한명호 팀장이 날 보며 쓰윽 웃음을 지었다.

“윤호야. 쟤들 말대로 내일도 좀 도와줄 수 없냐? 쟤들이 이렇게 밝은 게 처음인 거 같다.”

“죄송합니다. 내일은 스케줄이 하나 있어서요.”

“아 스케줄 있었냐?”

“예.”

안타깝지만 내일은 꼭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김동수 실장.

그를 엿 먹이는 일을 하나 해야 했으니까.

그때였다.

『지구를 파괴하는 울트라기가~ 슈퍼~ 소니~~이익~ BOMB!』

깜짝이야.

한명호 팀장의 폰에서 엄청난 벨 소리가 울렸다.

아들이 보는 애니메이션 주제가인가 보다.

“이 실장님이시네. 무슨 일이지?”

한명호 팀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전화 통화를 이어질수록 한명호 팀장의 얼굴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예. 예. 실장님. 예? 그거 정말입니까? 체리블라썸한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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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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