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4화
464. 무희의 꿈 1
-이두오 군은 기소유예로 처리할 예정입니다. 정 팀장님.
“그게 정말이십니까?”
-예!
기소유예란 피의자가 범죄를 저지른 건 맞지만 고의성이 없거나 혹은 관여한 바가 아주 미비할 때 검사의 권한으로 내리는 불기소 처분이다.
다시 말해 기록에는 남기지만 주의만 주고 재판에 넘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심장이 터질 듯 기뻤지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두오가 내부고발자에다가 협박을 당한 건 맞지만 그래도 티켓왕의 조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검사님. 혹시······”
하지만 내가 말을 다 끝맺기도 전 서재일 검사가 웃으며 답한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정 팀장님. 저 대한민국 검사입니다. 그리고 이건 저 혼자만의 판단이 아닙니다. 다른 검사들도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혹시······ 어떻게 된 건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서재일 검사가 여기서부터 재미난다며 들뜬 목소리로 말해주기 시작한다.
-실은 티켓왕 그 인간이 매크로를 하나만 쓴 게 아니더군요.
“예?”
-티켓왕이 이두오를 믿지 못했는지 여러 개의 매크로를 썼습니다.
티켓왕 김정훈 경감의 컴퓨터를 압수수색 해서 확인한 결과 사용된 매크로만 총 7개 정도.
그런데 그중 어떤 걸 주로 사용했는지 정확한 데이터를 구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이두오는 그저 매크로 개발자 중 한 명일 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게 진짜 웃긴 건데. 티켓왕이 이두오 군에게 돈을 준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예?”
-이쪽 통장을 뒤져봤는데 이두오 군에게 돈을 이체한 데이터가 전혀 없더군요.
“그렇다면 설마?”
-예. 두 사람 간에 대가를 주고받았다는 걸 저희로서는 증명할 수가 없는 겁니다.
얼토당토않은 일이었다.
김정훈 경감이 모든 거래를 현금으로 한 까닭에 구속될 증거조차 없다니.
-거기다가 두오 군이 내부 고발도 해줬고 구타를 당한 증거도 제시했잖습니까? 그래서 그에 합당한 처분을 내리려고 보니까 딱 기소유예가 나오더군요.
생각지도 못한 기쁜 소식에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한다.
“그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면 됩니까?”
-일단은 와서 자수한 다음에 서류 몇 장 쓰고 돌아가시면 됩니다.
“예! 지금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예. 그리고 죄송한데 오시면서 커피 한 잔만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정 커피를 마셔 버릇했더니 이제 자판기 커피는 영 입맛에 안 맞네요. 이거 어떻게 책임지실 겁니까?
“그거라면 얼마든지 타 드려야죠.”
바로 가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은 뒤 시선을 돌렸다.
눈물범벅이 된 채 서로를 토닥이고 있는 이두오와 이서연이 보인다.
난 두 사람을 향해 서재일 검사와의 대화를 전했다.
이두오가 눈을 끔뻑거린다.
“티켓왕이 저 말고도 매크로 프로그래머를 썼다고요?”
“그래. 거기다 너 돈을 현금으로만 받았다며?”
“예.”
“진즉에 이야기하지 그랬냐?”
설마 나도 모든 돈을 현금으로 받아서 흔적조차 없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었다.
“형.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죠?”
“가서 서류 쓰고 검사님이랑 커피 한잔하고 오면 돼.”
“예? 커피요?”
“어. 그런 게 있어.”
난 이두오에게 당장 서울중앙지검으로 가자 말했다.
이두오가 알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이서연이 날 쳐다보며 말한다.
“윤호 오빠. 저 오늘 일 절대 안 잊을게요!”
오빠와 껴안고 우느라 이서연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다.
“그래? 또 놀러 와도 되지?”
“네! 오빠라면 언제든지요! 그리고 다음에는 오늘보다 훨씬 더 맛있는 밥 해드릴게요!”
“그래. 꼭이다?”
난 이서연을 안심시키며 금방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난 아무런 피해 없이 티켓왕과의 싸움을 마무리 지을 수가 있었다.
* * *
이두오는 기소유예를 받고 난 뒤 곧장 여동생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두오는 다시는 매크로로 해킹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내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티켓파크의 표연지 이사는 이두오에게 벌을 주는 대신 매크로 시스템을 막는 서버 관리자로 스카우트해버렸다.
이번처럼 다른 매크로 프로그래머들을 막는 것으로 지난 잘못을 대신하라고 말이다.
덕분에 이두오는 제대로 된 직장을 갖게 되었고 안정적으로 이서연을 돌볼 수가 있게 되었다.
이후 난 이두오의 여동생 이서연에게 수명 클리닉을 소개해줬다.
언젠가 다시 두 발로 걷게 되기를 기원하며 말이다.
그렇게 이두오의 남매 일을 깔끔히 마무리 짓고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음 날.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잔 난 눈을 뜨자마자 연예면부터 확인했다.
오늘의 연예면은 체리블라썸 콘서트 매진 사태와 티켓왕에 관한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체리블라썸 콘서트. 단 59초에 8천석 매진!]
[굴렁쇠 엔터테인먼트 “팬들의 성원에 감사하며 조만간 추가 콘서트 일정을 발표할 것.”]
[경찰 대학 출신의 ‘티켓왕’ 그동안 끼친 피해 규모의 합산만. 대략 50억가량.]
기사들을 본 순간 묵었던 체증이 다 사라지는 것 같았다.
회귀 전에도 잡지 못한 티켓왕을 잡았기 때문이다.
순간 회귀한 게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 새삼 느낄 수가 있었다.
이후 몇몇 기사들을 체크한 뒤 샤워를 하고선 경주 <화란전> 세트장으로 내려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캐리어에 짐을 싸는 도중 한소유 실장에게서 까톡 메시지를 받았다.
[한소유 실장 : 정 팀장님. 여기 박 원장님 에어로빅 학원인데 한번 와주실 수 있으세요?]
한소유 실장은 트레비앙의 안무가 벌써 짜졌다며 확인을 부탁한다.
[한소유 실장 : 그리고 우리 애들이 정 팀장님에게 한번 보여 보자고 계속 졸라대네요. 바쁘더라도 잠시 들러서 얘들 좀 달래주세요.]
“가기 전에 한번 보고 내려가야겠네.”
트레비앙의 멘탈 케어를 위해서라도 바로 가겠다고 대답했다.
서둘러 짐을 싼 나는 곧장 박선녀 원장님의 에어로빅 학원으로 향했다.
* * *
박선녀 에어로빅 학원.
형형색색의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자 연습실 한가운데 트레비앙 3인조가 주저앉아 있었다.
“어? 정 팀장님 오셨다! 일어나 어서!”
내가 들어가자 땀범벅 된 트레비앙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날 반긴다.
오지아와 홍말숙 그리고 성지효.
며칠 전과는 달리 세 사람의 얼굴에선 그늘이 사라져 있었다.
“안무 나왔다며? 새 안무는 좀 어때? 마음에 들어?”
오지아가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완전 마음에 들어요.”
다행이다.
그때 원장실에서 박선녀 원장이 한소유 실장과 함께 나온다.
“호우~! 이게 누구야? 우리 정 팀장님~?”
“새벽부터 고생이 많으십니다.”
이제 겨우 오전 8시인데 6시부터 나와서 2시간 동안 연습을 시켰다고 한다.
“에이~ 고생은 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근데 온 김에 애들 연습한 것 좀 볼래요?”
“부탁드립니다.”
박선녀 원장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지시를 내렸다.
“얘들아~ 세트 포지션.”
“네~!”
박선녀 원장이 지시를 내리자 트레비앙이 빠르게 자리로 향한다.
“다들 심호흡하고 레디~ 호우~!”
베이스 드럼이 울리는 순간 세 사람이 동시에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일렉트로닉 힙합 걸그룹의 안무다 보니 세련되고 멋진 안무가 이어진다.
그런데 이전 안무와는 달리 합을 맞춘 군무의 완성도가 올라갔고 개개인의 실력을 선보일 수 있도록 솔로 파트도 충실하게 살아있었다.
고작 사흘 동안 여기까지 해내다니.
역시 박선녀 원장의 실력은 대단하다 싶었다.
잠시 후 1절이 끝났다.
박선녀 원장이 손뼉을 치며 지시를 내렸다.
“일단 여기까지.”
박선녀 원장이 그만이라고 외친 순간 아이들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숨을 헐떡이며 쉬는 트레비앙을 보고 박선녀 원장이 말한다.
“지아는 인트로에서 반박 늦게 들어갔고 말숙이는 중간 파트에서 오른손 어디 갔니? 갈 곳 잃었어? 지효는 세 군데서 안무 기억 안 났지? 이런 일 없도록 끝없이 반복하자?”
“예!”
아직 완벽하지 않다 보니 지적이 바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건 연습만 하면 극복될 문제다.
그런데 딱 한 가지.
포인트 안무가 보이지 않았다.
포인트 안무란 엉덩이춤 허리 튕기기 춤 의자 춤 등등처럼 춤을 보는 순간 딱 하고 그 곡이 떠오르게 하는 안무를 말한다.
‘어떻게 된 거지? 원장님이 포인트 안무를 모를 리가 없는데······’
순간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난 회귀 전 <트레비앙>을 스타로 만든 ‘내가 최고!’의 포인트 안무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 박선녀 원장이 내 얼굴을 보고 묻는다.
“왜요? 팀장님. 뭐 이상해요?”
“아 그게······ 포인트 안무가······ 없는 거 같아서요. 혹시 제가 못 본 거라면······”
내 말이 끝나기도 전 박선녀 원장이 엄지를 치켜세운다.
“이야~ 역시 우리 정 팀장님. 딱 한 번 보고 바로 알아내시네.”
“아직 포인트 안무는 안 넣은 게 맞습니까?”
“네. 시간이 촉박해서 전체 안무만 짜서 연습 중이고 포인트 안무는 구상이 떠오르면 나중에 넣을 거예요.”
그럼 그렇지.
박선녀 원장이 포인트 안무를 놓칠 리가 없다.
그런데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소리를 듣자 회귀 전 기억하는 <트레비앙>의 포인트 안무를 보여줘야겠다 싶었다.
난 이미 성공하는 포인트 안무를 알고 있었으니까.
“저기······ 원장님.”
“네. 정 팀장님?”
“혹시 제가 어제 생각해본 포인트 안무 하나만 짧게 보여드려도 될까요?”
박선녀 원장이 씨익 하고 입꼬리를 올린다.
“정 팀장님이 춤은 잘 못 추긴 해도 가슴 속에는 소울이 충만한 게 확실해요. 그냥 이참에 내일부터 에어로빅 다시 시작하는 게 어때요?”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난 딱 잘라 말한 뒤 거울 앞으로 나갔다.
“딱 한 번만 보여드릴게요.”
난 음악도 없는 상태에서 회귀 전 내가 본 <트레비앙>의 ‘내가 최고!’ 춤을 재현하기 시작했다.
‘내가 최고!’ 춤 줄여서 ‘최고 춤’.
오른쪽 다리를 쭉 뻗으며 앉은 다음 카리스마 있는 표정을 지은 채 엄지로 가슴팍을 가리키는 안무였다.
“우선 여기서 다리를 뻗으며 밑으로 앉아 줍니다. 끄읍······”
제 자리에서 오른쪽 다리를 쭉 찢으며 앉았다.
순간 사타구니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애써 참으며 멋있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여기선 엄지를 척 세워서 가슴을 가리킵니다. 얼굴에는 오만할 정도로 자신감을 담아서 보여주고요. 그리곤 잠시 대기하고요.”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잠깐 견뎌야 했다.
뒤이어 어깨 털기 동작까지 마무리를 지어야 했기 때문이다.
난 찢어진 다리를 오므리며 그대로 일어났다.
그리곤 어깨를 한번 털었다.
“여기까지······ 입니다.”
박선녀 원장이 손뼉을 치며 날 가리킨다.
“봤지? 얘들아? 저게 포인트 안무야. 한눈에 팍 들어오잖아. 난 좋은 데 너희들 생각은 어때? 저걸로 갈까?”
“네! 원장님!”
임팩트 있는 포인트 안무가 생기자 다들 들뜬 표정을 짓는다.
트레비앙 멤버들과 박선녀 원장의 환호가 쏟아졌지만 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조금 전 다리를 찢은 게 무리가 온 모양이다.
순간 트레비앙이 고맙다며 다가온다.
“팀장님!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난 찌릿찌릿하게 올라오는 사타구니의 통증을 꾹 하고 참으며 트레비앙의 인사를 받았다.
“어 그래. 우리 트레비앙. 파이팅! 근데 앉을 땐 조심······해?”
트레비앙의 리더 오지아가 내 고통을 눈치챘다.
“제게 기대세요 팀장님.”
오지아가 웃으며 어깨를 내민다.
애써 괜찮은 척했지만 다리에 쥐가 난 터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신세 좀 지자.”
“얼마든지요.”
난 오지아의 부축을 받으며 연습실 뒤쪽에 있는 의자로 향했다.
이후 쥐가 풀리는 동안 포인트 안무까지 들어간 트레비앙의 춤을 구경했다.
더는 트레비앙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 * *
트레비앙에게 포인트 안무를 알려준 난 유진이의 촬영 때문에 바로 경주로 내려왔다.
오늘 촬영할 씬은 백제의 왕족들이 사신으로 찾아와 휴전을 논하는 자리에서 세 공주가 추는 춤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난 유진이에게 박선녀 원장의 레슨을 받게 했다.
그리고 한국무용으로 이름난 인간문화재 연화선 선생님의 너튜브 춤 동영상을 보고 익히게 했다.
유진이는 두 가지 모두 곧잘 따라했기에 오늘 촬영이 크게 걱정되진 않았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연화선 선생님도 찾아뵈어야 하네.’
올해 60살인 인간문화재 연화선 선생님은 자문을 위해 종종 영화나 드라마 촬영 현장에 오곤 했었다.
그리고 난 그때마다 정 커피를 타 드리며 그녀와 친해졌었다.
춤에는 엄격하다 보니 다들 그녀를 무서워했지만 실제로는 다정다감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내 아픈 과거를 듣고 진심으로 가슴 아파하며 위로해줬었고 앞으로 다 잘 될 거라고 용기를 북돋워 주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전셋집에서 문제가 생겨서 길바닥에 내쫓기게 됐을 때는 조건 없이 보증금을 대준 적도 있었고.
하지만 회귀 전 난 그녀가 베푼 은혜를 갚지 못했었다.
후계자를 찾느라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그녀가 뇌종양으로 허망하게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난 그때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조만간 연화선 선생님을 찾아갈 생각이었다.
그녀가 내게 해준 그 모든 따뜻한 말과 행동에 보답하기 위해서.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화란전>의 세트장이 보인다.
“다 왔다.”
<화란전>의 세트장에 달린 주차장에다가 차를 댄 나는 다급히 메인 세트장으로 향했다.
세트장으로 들어가자 큐시트를 확인하던 금은동 AD가 아는 척을 한다.
“정 팀장님. 이야기 들었습니다. 한우혁 씨가 비형랑 역을 맡아주셨다면서요?”
“아 예.”
“감사합니다. 덕분에 한시름 놓았습니다.”
“별말씀을요.”
“아 그런데 오늘 촬영 이야기 혹시 들으셨어요?”
“왜요?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금은동 AD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실은 안무가가 교체되었어요.”
“안무가가 왜요? 이혜연 안무가님은 MBS 소속인데 교체되고 하고 말고가 있나요?”
“그게요······ 오 PD님이랑 싸우고 아예 경주에 안 내려왔어요.”
“아예. 안 내려왔다고요?
“네. 이혜연 씨가 오늘 촬영은 그냥 지나가는 장면 아니냐면서 설렁설렁하려다가 우리 PD님이랑 어제 한바탕했거든요.”
“음······ 교체될 만했네요.”
오복희 PD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거다.
그런데 그때였다.
금은동 AD가 바뀐 사람의 이름을 말해준다.
“대신에 연화선 선생님이 ‘안무 고문’ 역할로 오셨어요.”
연화선 선생님의 이름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 외쳤다.
“잠깐만요. 인간문화재 연화선 선생님이요?”
“놀라셨죠? 워낙 급이 높으신 분이긴 한데 우리 PD님이 간청해서 간신히 모셨어요.”
마치 운명처럼.
후계자를 찾느라 수술 시기를 놓쳐 죽게 되는 그녀가 내 눈앞에 나타나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