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59화
459. 트레비앙 3
성은수 팀장이 안무팀을 맡은 지는 벌써 5년째.
안무팀은 승진이 쉽지 않은 부서지만 대신 연봉도 높고 회사 내에서 꽤 좋은 대우를 받는다.
직책은 팀장이지만 수많은 댄서를 키우는 선생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도 그녀는 2년 전부터 상습적으로 법인카드를 써서 개인물품을 샀었다.
그런데 그게 발각되자 성은수 안무 팀장은 싹싹 빌기 시작한다.
마스카라가 번진 검은 눈물을 흘리며 산발 된 머리카락을 하고서 말이다.
“대표님!! 한 번만 봐주세요! 이제 안 그럴게요! 네~? 어흐흑.”
그러나 회의실의 그 어떤 누구도 그녀를 동정하지 않았다.
성공하기 위해 한창 놀고 싶은 마음을 참고 인생을 바친 아이들에게 악담한 선생인 까닭이었다.
잠시 후.
강감찬 대표가 부른 경호원들이 나타났다.
안창훈 팀장은 알아서 나가겠다며 벌떡 일어나서 나간다.
“놔! 혼자 나갈 테니까!”
하지만 성은수 안무 팀장은 달랐다.
트레비앙을 상대로 폭언을 내뱉고 제멋대로 한 주제에 어떻게든 쫓겨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쳐댄다.
“대표니~임~!! 본부장니~임! 잘못했어요~”
그러다 결국 경호원들에게 달랑 들려 회의실 밖으로 쫓겨나고 있었다.
“대표님~~ 잘못했어~요~”
회의실 밖으로 쫓겨나는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메아리처럼 쩌렁쩌렁하게 복도를 울렸다.
그 순간 내 다이어리의 일정도 사라지고 있었다.
[에브리데이 V12]
[날짜 : 2021년 1월 13일]
-PM 11:00 <일정 삭제>
(삭제된 일정 : 성은수 안무 팀장 법인카드 부정 사용 (회의 : 내부 징계 위원회 개최.))
* * *
성은수 팀장이 회의실에서 끌려 나간 후.
한소유 실장이 나와 손을 잡았다는 것도 알렸다.
강감찬 대표는 크게 기뻐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가수 파트의 실장들이 모조리 강감찬 대표의 라인으로 줄을 섰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성은수 그 친구와는 적당히 합의해야겠군. 서로 고소하면 우리도 잃을 게 많으니까.”
강감찬 대표는 자신이 과하게 화를 낸 건 한소유 실장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리고 성은수 안무 팀장을 반드시 해고할 거라는 사실도 알렸다.
“아니 저를 위해 그러실 것까지는······.”
“아니지. 지금 한 실장한테 문제가 생기면 트레비앙은 어떻게 될지 생각해봐. 애들 챙겨야 하는 사람이 그러면 쓰나?”
잠시 생각하던 한소유 실장이 대답한다.
“생각이 짧았습니다. 시키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때 주저하던 한소유 실장이 한마디를 더 한다.
“그리고 그동안 죄송했습니다. 서예종 라인이랍시고 대표님 하시는 일에 일일이 반대만 했는데······ ”
강감찬 대표가 손을 들어 올린다.
“됐어. 언제나 윗사람들이 문제지 실무를 뛰던 자네가 무슨 잘못이 있나?”
한소유 실장이 다음으로는 날 쳐다본다.
“그리고 정 팀장님도 이번 일······ 진짜 고마워요.”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우린 다 같은 굴렁쇠 아닙니까?”
“그러게요. 우린 다 같은 굴렁쇠네요.”
한소유 실장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그렸던 굴렁쇠 엔터의 모습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때였다.
회의실 밖에서 소곤대는 소리가 들린다.
도란희와 트레비앙이 연습실을 나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그때 강감찬 대표가 밖을 향해 소리친다.
“들어들 와라.”
기다렸다는 듯 회의실의 문이 열린다.
달칵하고 열린 문으로 아직 땀에 젖은 트레비앙이 줄줄이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강감찬 대표가 빙긋이 웃는다.
“그래. 우리 트레비앙.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왔어?”
강감찬 대표는 알면서도 일부러 모른 척 질문을 한다.
한 마디라도 더 대화를 나누며 트레비앙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였다.
그때 트레비앙의 리더 오지아가 앞으로 한 걸음 걸어 나왔다.
그녀의 표정에서 숨길 수 없는 긴장감이 엿보였다.
그동안은 서예종 라인과 강감찬 대표 라인 사이에서 트레비앙 멤버들도 윗사람들의 눈치를 보곤 했었기 때문이다.
“저희 실장님은 어떻게 되나 궁금해서 찾아왔어요.”
리더인 오지아가 어려운 상황에서 말을 꺼낸다.
강감찬 대표가 흐뭇하게 웃으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허허. 걱정하지 마라. 너희 실장님은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그 순간 트레비앙이 환호를 내지르며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감사해요!”
“저희 열심히 할게요.”
트레비앙은 강감찬 대표의 대답을 듣고선 한소유 실장에게 와락 안긴다.
여전히 땀이 젖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는 세 사람이다.
그런데도 한소유 실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엄마처럼 세 사람을 끌어 안아주고 있었다.
“얘들아! 우리 보란 듯이 성공하자!”
트레비앙이 다 같이 입을 모아 외친다.
“네!”
* * *
성은수 팀장이 쫓겨난 직후.
강감찬 대표는 팀장급 회의를 열었다.
성은수 팀장이 쫓겨나며 소란을 떨었기에 회의실에 들어오는 서예종 출신 직원들의 안색은 어둡기만 했다.
모든 팀장급 이상 직원이 모이자 강감찬 대표가 한소유 실장에게 지시를 내린다.
“한 실장은 트레비앙 안무 교체하고 뮤직비디오 재검토해. 시간이 촉박한 일이니 비용은 크게 신경 쓰지 말고.”
“예. 대표님.”
이어서 강감찬 대표는 이 자리의 유일한 대리인 안무팀 최은진 대리를 쳐다본다.
안무팀의 2인자 최은진 대리도 서예종 출신인데 회귀 전에는 탑 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해 재능을 꽃피웠다.
섬세한 성격에 온건한 태도로 많은 가수들과 언니 동생 하는 사이로 잘 지내기도 했고.
“안무팀은 앞으로 최은진 대리가 맡아. 이번 인사 승진 때 팀장 발령낼 테니까 그리 알고.”
최은진 대리가 바싹 얼어 고개를 숙인다.
“예 대표님.”
“그리고 당분간 박선녀 원장을 보조하는 데 집중하고. 연말 합동 콘서트에 차질 없도록 각별하게 신경 쓰도록.”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박선녀 원장의 위상도 그녀를 처음 만날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현재 50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인기 유튜버에다가 체리블라썸의 과 의 안무를 짠 능력자였기 때문에 업계 누구도 감히 그녀를 내려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최은진 대리가 너무 선선히 대답하자 강감찬 대표가 빙긋이 웃으며 말한다.
“최 대리. 박 원장 옆에서 잘 보고 배워 둬. 우리도 언제까지나 박 원장한테 신세를 질 수는 없지 않나? 응?”
순간 최은진 대리의 얼굴이 밝아진다.
강감찬 대표의 말은 박선녀 안무가는 외부인이니 능력만 키우면 앞으로 최은진 대리에게 안무를 맡기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이어서 강감찬 대표는 예음 기획을 인수하며 모셔온 안예음 이사에게 가수 1실을 도와달라 말했다.
한소유 실장이 1실을 완전히 장악하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서였다.
안예음 이사는 회사를 직접 경영해 본 경영자에다가 걸그룹을 프로듀싱한 경험이 있는 프로듀서였다.
거기다 서예종 출신이기도 했기에 서예종 후배들도 휘어잡고 가수 1실을 장악하기엔 최적의 인물이었다.
그렇게 강감찬 대표가 가수 1실을 빠르게 장악하자 주호성 팀장과 서예종 라인들이 좌불안석 불안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상영 이사도 없고 김동수도 없는 이 상황에서 강감찬 대표를 견제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이어서 강감찬 대표가 날 쳐다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그리고 정 팀장!”
순간 모두의 시선이 내게 모인다.
“예 대표님.”
“올해 영화제에서 거둔 성과를 격려하고자 특별 보너스를 지급한다.”
나뿐만 아니라 다들 거기까지는 예상한 수순이다.
그런데 강감찬 대표의 입에서 나온 액수는 내 상상을 초월했다.
“회사의 대주주이신 최은태 회장님께서 1억의 상여금을 주라고 지시를 내렸다.”
“예?”
회의실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억 단 위 상여금은 회사가 창립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내에 입금될 테니까 그리 알아.”
“예 대표님.”
순간 웅성거리는 소란이 커지며 회의실에 모인 모두의 눈에서 부러움과 당황 시기와 질투가 묻어 나온다.
강감찬 대표가 그런 직원들을 보고는 호통을 친다.
“다들 부러워 만하지 말고 자네들도 괜찮은 배우를 구해와서 성공시켜! 성과만 내면 일억이 아니라 이억인들 못 줄까!”
강감찬 대표의 호통에 질투 어린 시선이 대번에 ‘나도 한번?’이라고 바뀌기 시작한다.
그렇게 강감찬은 채찍과 당근으로 굴렁쇠 엔터를 하나로 묶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내 폰으로 까톡이 도착했다.
[재무팀 정성아 대리 : 정윤호 팀장님. 보너스로 1억 입금했습니다.]
난 그 즉시 까메오 뱅크를 클릭해 잔액을 확인했다.
[까메오 뱅크 : 정윤호 님]
[입금 : 100000000원 (상여금)]
[총 잔액 : 189747320원]
굴렁쇠 엔터는 이번에도 세후 1억이란 돈을 입금해 놓았다.
그동안 상여금이나 월급을 거의쓰지 않았더니 예뜨랑의 지분을 사고도 거의 2억에 가까운 돈이 통장에 들어 있었다.
덕분에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그와 동시에 난 내가 한 노력을 제대로 보상해주는 이 굴렁쇠를 반드시 지키겠노라 다시 한번 맹세했다.
* * *
12월 3일. 새벽 5시.
성은수 팀장이 쫓겨난 뒤 다음 날.
일찍 눈을 뜬 나는 폰을 켜서 기사부터 확인했다.
[TVM <먹방 유람단> 크랭크인!]
[<먹방 유람단>. 요리하는 조카 하루와 까칠한 삼촌 이태풍의 맛집 탐방에서 다시 만나다.]
[TVM <먹방 유람단> 첫 번째 촬영지는 “경주”]
이태풍과 하루 그리고 아역으로 출연하는 미소까지.
내 배우가 셋이나 출연하는 <먹방 유람단>은 오늘부터 경주에서 촬영을 시작한다.
현재 이태풍은 <지리산> 촬영도 병행하고 있었기에 <먹방 유람단>은 당분간 지리산에서 가까운 남해 쪽에서 주로 촬영할 예정이다.
경주까지 차를 타고 가려면 서둘러야 했기에 난 하루를 깨우러 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문을 열자 하루는 이미 다 씻고서 대본을 보고 있었다.
“벌써 일어났네?”
“예. 오늘부터 촬영이라서요.”
날 쳐다보는 하루의 얼굴에는 약간의 흥분이 묻어 나온다.
“잘할 자신 있지?”
“실은 두 번째 현장이라 덜할 줄 알았더니 떨리는 건 더 한 거 같아요.”
배우들은 연기를 알면 알수록 두렵다고들 한다.
그럴 때 가장 좋은 해결책은 딱 하나였다.
“그럴 땐 연습이 최고인 거 알지.”
“네.”
“그리고 불안하면 언제든지 나한테 연락하고 태풍이나 다른 배우한테도 지도받고.”
“그럴게요.”
“그리고 형도 며칠 내로 현장으로 내려갈 테니까 그때 보자. 파이팅하고.”
하루가 킥킥거리며 웃음을 터트린다.
“형. 꼭 우리 엄마 같아요.”
내가 나탈리아처럼 걱정이 많다고 한다.
혹시나 잔소리로 받아들이지나 않을까 걱정했지만 하루는 그런 관심이 좋다며 답한다.
이후 난 샤워를 마친 뒤 준비를 끝낸 하루와 함께 2층으로 향했다.
2층 문을 열자 유진이는 이미 옷을 차려입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유진이 또한 오늘 경주에 내려가서 <화란전> 촬영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날 본 유진이가 대뜸 말한다.
“오빠도 같이 가면 안 돼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오늘은 체리블라썸 티켓팅 준비 때문에 좀 바빠서.”
잠시 후 난 체리블라썸의 연말 콘서트를 노리는 암표상들에게 대처하기 위해서 티켓 판매 대행사를 들러야 했다.
“미소가 같이 내려가자고 성화를 부릴 텐데 오빠 이제 어떻게 해요?”
장난스러운 유진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 미소의 방이 열린다.
미소가 낑낑대며 분홍색 파워터프걸 캐릭터 캐리어를 가지고 나온다.
“영차!”
애를 쓰며 캐리어를 끌던 미소가 날 발견했다.
“어? 삼촌이다!”
미소가 캐리어를 놓고 내게 달려오다 갑자기 멈춰 선다.
그리고는 두 손을 모으고 꾸벅 인사한다.
“삼촌! 안녕히 주무셨습니까아~”
“응. 우리 미소도 잘 주무셨습니까~아~”
장난스레 맞절하자 미소가 키득거리며 웃는다.
그런데 그때 미소가 내 몸 앞에 다가와 고개를 치켜들고 묻는다.
“근데요~ 삼촌~”
“응?”
“삼촌도 오늘 같이 가면 안 돼요?”
역시나 미소가 두 손을 모으고 큰 눈을 끔뻑거린다.
가슴이 아렸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미안. 삼촌은 체리블라썸 언니들 표를 훔치는 나~쁜 사람들 잡으러 가야 해.”
암표상을 잡으러 간다는 걸 쉽게 설명했다.
미소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의견을 밝혔다.
“그건 경찰 아저씨한테 맡기고 미소랑 같이 내려가요!”
“하하하.”
회귀 전 정보를 아는 내가 꼭 필요하다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감이 안 온다.
할 수 없지.
난 미소의 얼굴에 시선을 맞추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미안. 경찰 아저씨들이 삼촌 도움이 꼭 필요하대. 대신에······ 최대한 빨리 끝내고 내려갈게? 응? 약속.”
미소가 멈칫하다 새끼손가락을 건다.
“아라써요. 약속!”
해야 하는 일은 많았지만 그렇다고 유진이와 미소를 등한시할 수는 없다.
이 두 사람은 언제나 내게 1순위였으니까.
난 두 사람의 캐리어를 1층으로 내려준 뒤 이영진과 정상봉이 들어오길 기다렸다.
휘이잉~.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난 두툼한 롱코트를 펼쳐 펭귄처럼 미소를 껴안았다.
이어서 난 미소를 품에 안고 미소의 두 발을 내 발 위에 올렸다.
그리고는 이영진과 정상봉이 올 때까지 마당을 뒤뚱거리며 돌아다녔다.
“꺄하하~ 삼촌! 삼촌! 한 바퀴 더요! 더”
“오케이. 손님. 한 바퀴 더~”
잠시 후 주차장 문이 열리고 마당으로 차들이 들어온다.
그제야 난 미소를 내려놓고 이영진과 정상봉에게 조심하라 말하며 배웅을 마쳤다.
“다들 잘하고 와!”
세 사람이 차 안에서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난 옷을 갈아입고 곧장 티켓 판매 대행사로 향했다.
* * *
신림동 티켓파크 본사.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돌 공연과 연극 공연 티켓의 온 오프 판매를 대행하는 곳이다.
우린 8천석 규모의 합동 콘서트 티켓 예매 대행을 티켓파크에 맡겼다.
티켓 구매일까지는 삼 일이 남았는데 관련 내용이 오늘부터 기사로 올라오고 있었다.
[“2020년 체리블라썸 & 강하나” 연말 합동 콘서트!]
[연말을 뜨겁게 달구기 위해 굴렁쇠 엔터의 가수들이 모두 모이다!]
[체리블라썸 연말콘서트 : 12월 6일 티켓파크에서 독점 판매! (오후 8시부터 구매 가능)]
난 외부 손님 대기실로도 쓰이는 7번 소회의실에서 회사에서 따라 온 은지유 대리와 함께 앉아 담당자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끼익.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우릴 담당하는 이환희 팀장이 나타난다.
“굴렁쇠 엔터에서 오신 분들이시죠? 반가워요. 이환희라고 해요.”
“반갑습니다.”
간단한 인사를 하고 나자 이환희 팀장이 태블릿으로 현재 진행 상황을 말해준다.
“체리블라썸 합동 콘서트 공연은 12월 26일. 토요일. 코엑스 컨벤션홀 DX홀. 8천 석.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맞죠?”
“예. 맞습니다.”
“그러면 예약 일시는 3일 뒤. 오후 8시부터 오픈할 거고요······.”
하나씩 준비 항목 체크를 하던 도중 이환희 팀장이 날 보고 묻는다.
“그런데 오늘은 왜 팀장님까지 오셨어요? 그저 점검만 할 뿐이라서 할 말은 이게 끝인데······.”
그때 은지유 대리가 날 대신해 말해준다.
“저희 팀장님이 암표상 때문에 걱정이 많으셔서요.”
“하긴 연말 콘서트가 암표상 때문에 난리죠. 근데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티켓파크 시스템은 암표상을 확실히 막을 수 있어요.”
이환희 팀장은 프로그램으로 대량으로 구매하는 매크로를 걸러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티켓파크가 그런 시스템을 갖추는 건 5년이나 지난 후였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쏘아주려는 순간 갑자기 폰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알림 : 2020년 12월 26일. ‘김세리’의 새로운 일정이 생겼습니다.]
12월 26일은 합동 콘서트일.
에브리데이는 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