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34화
434. 수학능력시험 날 1
끼이익.
승용차가 멈추고 문이 달칵하고 열렸다.
아는 얼굴이다.
김찬성 변호사.
그는 이지연 작가의 개인 변호사이면서 과거 이시윤을 구하러 왔을 때 함께 왔던 동료이다.
김찬성이 내리며 놀란 눈을 한다.
“어? 정 팀장님도 오셨습니까?”
“변호사님이 여긴 어쩐 일로요?”
“하하. 시윤이 시험장에 데려다주려고요.”
“아 저도 그럴 생각이었는데······.”
“잘됐네요. 그러면 같이 올라가시죠?”
생각해보니 준비한 선물은 미리 집에서 준 다음 입혀서 나오는 게 좋을 것 같다.
“잠깐만요.”
난 준비한 옷을 챙겨 김찬성 변호사와 함께 아파트 공동현관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순간.
공동현관 앞으로 검은색 승합차 한 대가 지나가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런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조폭처럼 생긴 떡대들이 여럿 타고 있다.
그 순간 ‘오늘의 운세’가 떠올랐다.
‘설마 몸조심을 하라는 게 저놈들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면 설마 우성찬이 보낸 놈들인가?’
현재 우성찬은 모든 걸 잃고 감옥에 갇힌 상태.
특히 이시윤이 합의도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꽤 높은 형량을 받은 상태였다.
항소심을 신청했다던데 요즘에도 계속 합의서를 써달라고 애원(?)을 가장한 협박을 해온다고 들었었다.
그렇다면 저놈들은 아마도 우성찬의 부모가 보낸 놈들일 거다.
이참에 합의서도 받아내고 수능도 망치게 만들기 위해서.
‘일석이조를 노린다 이거지?’
에브리데이 덕에 짧지만 대비할 시간을 벌었다.
그리고 내가 있는 한 이시윤의 인생이 망가질 일은 없다.
난 그 순간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김찬성 변호사에게 들고 있던 종이가방을 내밀었다.
“김 변호사님. 이것 좀 받아 주세요.”
롱패딩과 목도리 장갑이 든 종이 가방을 건네자 김찬성 변호사가 고개를 갸웃한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래도 우성찬네 집안 쪽에서 시윤이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조금 전 조폭처럼 보이는 놈들이 이 앞을 지나갔습니다.”
김찬성 변호사의 얼굴이 싸늘하게 변한다.
“그러면 바로 경찰을 부르시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신고하면 그냥 이 주변을 얼쩡거렸다고 할 게 뻔하고 나중에라도 시윤이가 더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종이가방을 받아든 김찬성 변호사가 걱정스러운 눈을 한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 생각이 있습니다.”
난 놈들을 유인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시윤이 오늘 시험을 망치지 않도록 말이다.
“시윤이는 예민한 성격이니까 절대 알리지 마십시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고 하고서 옥상으로 올라간 다음에 반대쪽 통로로 빠져나가세요. 차는 놔두고 택시 타고 가시고요.”
김찬성 변호사가 눈을 끔뻑인다.
“설마 정 팀장님이 혼자 해결하시려고요?”
“예.”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김찬성 변호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띠잉.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저 싸움 잘하는 거 아시잖습니까?”
“아니 그래도요!”
난 김찬성 변호사를 엘리베이터 안으로 밀어 넣으며 말했다.
“시윤이한테는 제가 함께 못 가서 미안하다고 해주시고요 시험 잘 치라고 전해 주세요.”
“최대한 빨리 시윤이 보내놓고 전화하겠습니다! 절대 다치면 안 됩니다.”
난 씨익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띠잉.
엘리베이터가 닫힌다.
난 그 즉시 1층 공동현관으로 나갔다.
공동현관 바로 곁에 있는 경비실은 순찰 중이란 표시판만 세워진 채 경비원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조폭들이 탄 승합차가 주차할 자리를 찾아 멈춰 섰다.
덜컹.
차 문이 열리고 두툼한 검은색 오리털 점퍼를 입은 떡대들 다섯이 내린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도 썼기에 얼굴을 잘 알아볼 수가 없었다.
순간 김찬성 변호사의 말대로 경찰을 부를까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누가 사주를 했는지’를 실토하게 하려면 그들을 유인한 다음 입을 열게 만들어야 했다.
그 일을 경찰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
단 무턱대고 충돌했다간 위험할 수 있었기에 주머니 안으로 손을 넣고 단축번호를 꾹 하고 눌렀다.
-형님? 이 이른 시각에 웬일이십니까?
“어 수찬아. 여기 잠실 임대 아파트인데 애들 몇 명만 좀 보내주라.”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길게 설명하긴 힘들고 가는 동안 내 위치를 계속 말할게. 상대는 다섯. 분위기를 보니까 제대로 된 조폭 놈들이다. 그런데 이 녀석들을 잡아서 물어볼 게 있어.”
-바로 애들 보내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그래.”
그때였다.
10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대장으로 보이는 깍두기 머리와 눈이 마주쳤다.
“응? 넌······ 정윤호 맞지?”
깍두기 머리를 한 떡대가 폰을 꺼내 나와 비교해 본다.
옆에 있는 일행이 고개를 끄덕인다.
“맞습니다. 형님.”
‘설마 시윤이뿐만 아니라 나도 타겟인 건가?’
하긴 생각해보면 그날 우성찬의 앞을 막아선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였다.
놈들은 이시윤뿐만 아니라 나도 노리고 있던 거였다.
순간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 든다.
놈들이 날 노린다면 유인하기가 조금 쉬울 테니 말이다.
그 순간 깍두기 머리를 한 떡대가 내게 묻는다.
“그런데 넌 천호동에 안 있고 왜 여기 있어?”
난 미리 기다렸다는 듯 뻔뻔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우성찬이 혹시나 사람을 보낼까 싶어서 기다리고 있었지. 아참. 시윤이는 이럴 줄 알고 벌써 시험장으로 보냈으니까 포기하고.”
깍두기 머리의 떡대가 인상을 쓴다.
그리곤 서로를 쳐다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쑥덕거린다.
다섯 명 모두를 어떻게 유인할까 생각하던 순간 깍두기 머리가 갑작스레 외친다.
“저 새X라도 잡아!”
깍두기 머리가 가장 앞서 날 잡으러 뛰어온다.
그 순간 나머지 넷도 그 뒤를 따른다.
하지만 미리 대비하고 있던 난 경비실 쪽 화단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발이 보이지 않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타타닥.
오늘의 운세를 보고 옷과 신발 끈을 단단히 여미어둔 덕에 뛰는 발걸음은 어떤 때 보다 가벼웠다.
몇 걸음을 달린 다음 고개를 돌려서 확인했다.
다행스럽게도 다섯 놈 모두가 날 따라오고 있었다.
난 놈들이 날 포기하지 못하도록 다시 한번 큰 소리로 외쳤다.
“잡아봐. XX XX들아~”
순간 조폭들이 눈이 뒤집혀 버렸다.
“넌 잡히면 뒤졌어~”
“거기 안 서?”
“이 XXX. 잡히면 회를 쳐 버릴 거여~”
수능시험 아침부터 달리기 시합이 벌어지고 있었다.
* * *
임대 아파트의 샛길을 따라 뒷문 쪽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곧장 아파트 근처에 있는 올림픽 공원으로 뛰어들어갔다.
평소 같았으면 공원에는 사람들이 운동하러 나와 있었겠지만 수능 날 새벽에다 워낙 춥다 보니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따라오는 조폭들이 헉헉대며 내 뒤를 따른다.
덩치가 크고 발이 느린 놈들이라 순식간에 따돌릴 수도 있었지만 난 잡힐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하며 올림픽공원 수변 무대 쪽으로 놈들을 유인했다.
잠시 후 수변 공원에 도착한 순간 숨을 고르며 다섯 놈이 오기를 기다렸다.
“후우~”
88호수를 등진 올림픽공원 수변 무대는 둥그런 원형 무대와 반원형의 관람객석이 계단처럼 놓여있다.
난 여전히 켜져 있는 폰으로 이수찬에게 현재 위치를 알렸다.
“올림픽공원 수변 무대!”
-예. 형님. 거의 다 와 갑니다. 조금만 버티십시오.
“오케이.”
그때였다.
다섯 명의 조폭이 관객석 가장 상단부에 도착했다.
“XX 놈이······ 어딜 계속 도망가? 헉헉헉.”
놈들은 펑퍼짐한 엉덩이를 관객석에 턱하고 걸치곤 숨을 헉헉 몰아쉰다.
워낙 살이 찐 체형들이다 보니 고작 달리기 몇 분했다고 다들 혼절하기 일보 직전이다.
더군다나 숨이 턱까지 온 터라 이미 쓰고 있던 마스크도 벗어 던졌다.
하나같이 얼굴이 흉악하게 생긴 놈들이다.
“헉헉헉.”
난 거친 숨을 몰아쉬는 놈들에게 물었다.
“우성찬네 부모가 보냈냐? 나랑 시윤이를 데려오라고?”
스마트워치의 녹음 앱을 켜놓고 물었지만 대장으로 보이는 깍두기 머리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답한다.
“그딴 건 알 것 없고! XX놈이······ 넌 그냥 오늘 뒤졌다고 복창이나 해.”
안 속는군.
그렇다면 시간이라도 끌어야겠다.
“에이~ 대충 짐작하고 있는데 뭘 또 그렇게 가리냐? 우성찬이나 우성찬 부모가 보낸 거 맞잖아. 안 그래?”
그때 대장 옆의 뱁새눈을 한 놈이 숨을 헉헉대며 말한다.
“형님. 이놈의 말이 길어지는 걸 보니까 아무래도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것 같습니다. 경찰이라도 오면 골치 아파질 수도 있습니다!”
들켰다.
하지만 깍두기 머리의 대장이 숨을 몰아쉰다.
“상관없어. 입구에서 여기까지 뛰어오면 5분은 걸려. 시간 넉넉하니까 얼른 잡기나 해.”
“예.”
순간 다섯 명이 몰이사냥을 하듯 계단처럼 층이 나뉜 관객석을 밟으며 천천히 내려온다.
대장 깍두기는 정중앙.
뱁새눈과 얼굴 흉터는 오른쪽.
검은 얼굴과 큰 머리는 왼쪽에서 날 잡으러 내려온다.
다섯 놈 중에서 가장 약해 보이는 건 검은 얼굴 쪽.
놈부터 쓰러뜨려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10m 정도 거리에서 놈들이 발걸음을 멈춘다.
대장 깍두기 머리가 날 노려보며 비릿한 웃음을 짓는다.
“원래는 그냥 널 데리고만 가서 조금 훈계나 하려고 했는데 아침부터 이렇게 우릴 뜀박질하게 한 값을 좀 치러야겠다!”
“뭔 값?”
그 순간 깍두기 머리를 한 대장이 외친다.
“다들 연장 꺼내!”
그와 동시에 다섯 명이 기다렸다는 듯 품에서 약 30cm 정도의 칼을 꺼내 든다.
‘빌어먹을.’
칼날 길이만 대략 20cm가량 되는 사시미칼.
그런데 칼의 형태를 본 순간 놈들이 위협만 하는 조폭이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놈들이 들고 있는 사시미칼은 앞 5cm 정도만 칼날이 보이고 나머지는 검은색 전기테이프로 칭칭 감아놓았다.
칼날 대부분에 두툼하게 테이프를 감아둔다면 칼을 쓰는 사람들의 손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실수로 상대를 죽이지 않을 깊이로만 찌를 수가 있었다.
그리고 칼을 이렇게 손을 봐뒀다는 건 상대가 이런 칼을 위협용이 아니라 실제로 휘두른다는 뜻이었다.
그때 깍두기 머리의 대장이 날 노려보며 말한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할 생각이 없었는데······ 다 네가 자초한 거다.”
난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그걸 믿으라고?”
“못 믿어도 할 수 없고. 얘들아. 큰형님 말씀도 있고 하니까 많이 안 다치게 살짝 기스만 내.”
“예. 형님!”
대장의 신호에 따라 칼을 든 놈들이 천천히 거리를 좁혀온다.
9m 8m······
놈들과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아무리 내가 싸움에 익숙하다지만 칼을 상대하는 건 무리다.
날이 잘든 칼은 사람의 근육을 가볍게 가르고 지나간다.
실수로 스치기만 해도 영원히 불구가 될 수도 있었기에 일단은 놈들과 싸우는 것보다는 아군이 올 때까지 버티는 게 상책이다.
만에 하나를 위해 이곳으로 놈들을 유인한 게 천만다행이다.
난 놈들이 다가오는 걸 보며 입고 있던 캐시미어 코트를 훌러덩 벗어 버렸다.
뱁새눈을 한 조폭이 키득거리며 웃는다.
“크크크! 야! 너 돌았냐? 그걸로 팔에 감고 막아 보려고?”
뒤이어 큰 머리 조폭이 낄낄대며 말한다.
“영화를 많이 보셨나 본데. 그건 이 사시미 칼이 얼마나 잘 드는지 실전 한 번 안 뛰어 본 인간들이 하는 착각이야.”
난 놈들을 향해 쌍 중지를 세우며 외쳤다.
“착각 같은 소리 하네. 이거나 먹어라!”
난 쌍 중지를 흔들어대곤 벗어놓은 캐시미어 코트를 놈들에게 던져버렸다.
펄럭.
캐시미어 코트가 시야를 가린 사이.
난 그대로 난간을 밟고 뒤쪽 호수에 뛰어들었다.
첨벙~.
큰 물보라가 튀며 내 몸은 차가운 겨울 호수 바닥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 * *
88호수의 평균 수심은 2m.
차가운 물로 뛰어든 나는 호수 밑바닥을 따라 잠영을 시작했다.
추운 겨울의 호수다 보니 전신을 차가운 얼음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진다.
게다가 물속이 온통 시커멓다 보니 두려움이 절로 일어났다.
그 탓에 심장 박동이 미친 듯 빨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꽉 깨물고 공포를 참으며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다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서야 물 밖으로 나왔다.
“푸핫······ 헉헉헉.”
겨울 호수에서 몸을 담그고 찬바람을 맞으니 얼굴이 찢어지는 것만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
정신을 잃을 것같이 아찔한 추위가 느껴진다.
하지만 난 눈을 부릅뜨고 주변 상황을 살폈다.
수변 무대 위에서 조폭들이 경악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걸 볼 수 있었다.
대략 20m의 거리.
그리 멀진 않았지만 차가운 겨울 호수에 뛰어들 용기까지 내진 못하고 있다.
깍두기 머리를 비롯한 조폭이 난간을 붙잡고 고래고래 고함을 치기 시작한다.
다들 한 손에는 사시미칼을 든 채였다.
“미 미친놈아!”
“저 또······또라이 새X!”
그 순간 대장인 깍두기 머리가 외친다.
“다들 구경만 하지 말고 당장 가서 잡아!”
뱁새 눈을 한 놈이 외친다.
“혀 형님! 직접이요?”
“그래!”
어쩔 줄 몰라 하는 놈들을 보며 난 물 위에 둥둥 떠서 놈들을 도발했다.
“드 드루······와······ 드루······와.”
난 물 위로 양손 중지를 올려대며 연신 도발을 해댔다.
흥분한 깍두기 머리가 사시미 칼을 들어 올리며 외친다.
“크아아악! 당장 뛰어 들어가서 잡아! 저 새X 못 잡으면 니들도 죽여버릴 테니까!”
대장 깍두기가 다시 한번 발악하자 결국 네 명의 부하들이 칼을 입에 물고 뛰어들 준비를 한다.
하지만 너무 추운 까닭에 다들 윗옷을 벗지도 않고 있다.
‘등신들.’
두툼한 오리털 점퍼도 벗지 않고 칼을 입에 물고 수영한다고?
현직 UDT 요원들도 쉽게 못 할 일이다.
하지만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었다.
난 고민하는 놈들을 향해 다시 한번 도발했다.
“쪼 쫄······았냐? 쫄보······새X들······ 드루······와. 드루와······.”
추운 나머지 입이 절로 덜덜 떨린다.
순간 대장 깍두기가 다시 한번 소리쳤고 네 명의 동생들이 일제히 겨울 호수에 뛰어들었다.
첨벙!
거대한 물보라가 튄 이후 네 명의 조폭이 다시금 물 위로 쏙하고 올라온다.
그런데 네 명의 조폭들 모두는 입에 물고 있던 칼을 놓쳐 버렸다.
“어푸~ 어푸~”
“컥컥.”
오리털 점퍼가 물을 듬뿍 빨아들이자 네 명의 조폭들은 수영은커녕 움직이지도 못하고 발버둥을 친다.
호수의 물 깊이는 대략 2m지만 곳곳에는 다리만 뻗으면 서서 숨을 쉴 수 있을 정도로 낮은 곳도 있다.
그러나 패닉에 싸인 놈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날 쫓기는 커녕 호숫가 쪽으로 나가고 있었다.
“형님! 사 살려주세요!”
“어푸어푸! 나 죽어!”
“사 살려······줘······.”
네 명의 동생들이 날 잡기는커녕 살려달라 외쳐대자 대장 깍두기 머리가 어쩔 줄을 모르고 괴성만 질러댔다.
“으아악~ 정윤호. 너 이 새X······.”
됐다.
이제 이수찬의 동생들이 오면 대장 깍두기 머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네 놈을 건져 심문하면 된다.
그때였다.
“형님!”
“형님. 어디 계세요~”
이수찬이 보낸 동생들 20명 정도가 우르르 달려오고 있었다.
전세 역전이다.
그 순간 난 속으로 다짐했다.
‘깍두기. 넌 내가 반드시 물에다가 처넣고야 만다.’
추위와 분노 때문에 이가 빠드득 갈렸지만 이제부터 갚아 줄 생각에 입꼬리가 씰룩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