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1화
431. 인터뷰 1
[에브리데이 V12]
[날짜 : 2020년 11월 25일]
-PM 10:00 [NEW. 정유진] 주간 스타 기사 대책 회의. (회의 내용 : 악의적인 기사 타이틀 수정 요청 거절. 고소 대응 여부.)
오늘 오후 2시 주간 스타에서 장문기 기자가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약속되어 있다.
뻥카를 치고 찌라시를 써내긴 해도 장문기 기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양반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장문기 기자는 내가 건네준 정보로 인해 팀장 승진을 눈앞에 앞두고 있다.
그가 마음에 쏙 들진 않아도 이제껏 상부상조해 온 사인데 이런 사고를 친다고?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기에 난 곧장 장문기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벨 소리 이후 장문기 기자가 전화를 받는다.
-여~어~ 정 팀장. 반가워.
장문기 기자의 목소리가 예상외로 밝았다.
“장 기자님. 이따가 인터뷰하는 건 알고 계시죠?”
-당연히 알지. 내가 준비를 얼마나 많이 하고 있는데. 걱정하지 말고 오면 돼!
장문기 기자에게 정보를 알아보려 했지만 본인도 무슨 일이 생기는지 도통 모르는 눈치였다.
‘일정을 미룰까?’
오늘 인터뷰를 미룬다면 이 일정을 없앨 수는 있을 거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연말까지는 다시 인터뷰할 스케줄이 도저히 나지 않았다.
모레 <화란전>에서 아역들이 퇴장하면 본격적인 촬영 때문에 유진이는 서울에 올 여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주간 스타와의 인연을 끊을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
‘뭔진 몰라도 부딪혀 보자.’
그렇게 결정한 난 장문기 기자에게 신신당부를 가장한 협박을 건넸다.
“오늘 인터뷰. 장난치시면 전 바로 유진이 데리고 나옵니다?”
-에이~ 그럴 리가 있어?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장난질을 쳐? 정 팀장 성격 뻔히 아는데!
“예. 그러면 이따가 뵙겠습니다.”
-오케이. 그러면 1시 50분까지만 오면 돼. 7층 회의실이야.
전화를 끊고 나자 유진이가 럭키와 미미의 새끼들을 품에 안고 걱정하는 눈으로 쳐다본다.
“오빠. 왜요?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뭔가 일이 벌어지는 건 확실한데 나 역시도 그걸 알지 못한다.
“아니 뭐 별건 아니고. 아무리 장문기랑 친해졌다고 해도 연예 신문사니까 방심하지 마. 알지?”
유진이가 백설기와 인절미를 들어 올리며 대신 대답을 시킨다.
“앙!”
“먀아~”
백설기와 인절미가 제법 강아지와 고양이다운 울음소리로 답한다.
“넵! 매니저님!”
“그래. 그러면 난 회사 갔다가 바로 주간 스타로 갈게.”
“넹~”
그때 정인지 주인아주머니가 밥그릇에 사료를 부으며 어미인 럭키와 미미를 부른다.
“럭키. 미미. 와서 밥 먹으렴~ 새끼들은 유진이한테 맡겨두고.”
그 순간 럭키와 미미가 말을 알아들은 듯 몸을 일으킨다.
“왕왕!”
“미야앙~오옹~”
어미들이 움직이자 새끼들이 뒤를 따르려 한다.
그 순간 유진이는 다리를 들어 네 마리가 못 따라가게 막았다.
“행복이 사랑이 설기 절미 니들은 나랑 밥 먹자~”
“왕왕~ 미야아옹~ 낑낑~ 삐익삐익!”
유진이가 행복이와 사랑이를 붙잡았다.
그런데 그때 백설기와 인절미가 탈주를 시도한다.
하얀 포메라니안 새끼인 백설기는 유진이의 뻗은 다리 밑으로 머리를 들이대며 빠져나가려고 한다.
“끼이잉~”
반면 치즈태비 새끼 고양이인 인절미는 발톱을 세우고 유진이의 다리를 타고 넘는다.
“미야~”
유진이가 양손에 행복이와 백설기를 붙잡고 당황해서 외친다.
“오빠. 오빠가 설기랑 절미 좀 잡아줘요!”
“어.”
난 백설기와 인절미를 붙잡은 뒤 두 녀석에게 젖병을 물렸다.
난 그렇게 백설기와 인절미에게 밥을 먹인 후에야 주인아주머니가 해주는 토스트를 먹고 회사로 향했다.
* * *
출근하자마자 내일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 홍보팀 회의가 이어진다.
연예인들의 스타그램 응원 문구로는 상투적이지만 언제나 먹히는 내용이 거론되었다.
수능 대박!
찍는 게 모두 정답!
그때 도란희가 손을 번쩍 들어 올린다.
“팀장님! ‘여기서 떨어지면 네 인생은 끝장! 임전무퇴의 마음으로!’ 어때요?”
도란희는 오늘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애들이 무슨 화랑이야? 지금이 삼국시대야? 끝장? 악플로 우리 연예인들 스타그램 댓글 창이 끝장나는 거 보고 싶니?”
주먹을 쥐자 도란희가 은지유 대리 뒤에 숨으며 투덜거린다.
“아니 그러니까 그런 각오로 수험장에 들어가라는 거죠.”
“시험 망치라고 고사 지내? 걔들 전부 다 전투는커녕 당장이라도 강물에 다 뛰어들고 싶은 애들일 텐데······.”
그때 정상봉이 묻는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이건 어떻습니까? 팀장님.”
“전통적인 수능 응원 문구는 아닌데······ 왜 세 번이나 반복해서 말해?”
정상봉이 머리를 긁적인다.
“저 금메달 따기 전에 속으로 스스로한테 보내던 응원입니다. 노력은 할 만큼 했으니까 용기를 잃지 말자는 뜻으로요.”
순간 다들 정상봉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하긴 그때 우리 상봉이가 금메달 딸 때 1분 남겨놓고 지고 있었지?”
“그때 구호라면 괜찮은 거 같은데?”
모두가 찬성의 의사를 밝힌다.
“오케이! 그걸로 하자. 김 대리는 바로 정 팀 스타그램에 올리고 앞에는 수능 대박이라는 말을 붙여줘.”
“예. 팀장님.”
그렇게 회의를 끝내고 나니 오후 1시 30분이다.
서둘러 주간 스타로 가려던 순간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 : 정유진]
유진이는 현재 이영진과 함께 주간 스타에 먼저 간 상황.
안 그래도 오늘 아침에 악의적인 기사가 뜬다는 일정이 있었기에 난 다급히 유진이의 전화를 받았다.
“어 유진아. 왜?”
-오빠. 오늘 저······ 소이영 선배랑 같이 인터뷰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오늘 너 혼자만 인터뷰 잡았는데?”
-지금 소이영 선배가 저랑 같이 인터뷰 한다고 회의실에 와 있어요. 영진 오빠는 무슨 영문인지 알아보러 갔고요.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유진이를 안심시켰다.
“바로 갈게.”
-알았어요. 근데 오빠. 오늘 인터뷰는 장문기 기자님이 아니라 새로 오신 팀장님이 진행하신대요.
“새로 온 팀장이라니? 누구?”
-으음······ 이름이 뭐더라 유채화?
“혹시 유채민?”
-아는 사람이에요?
알다마다.
유채민은 아버지가 조명일보 대기자 출신으로 소위 ‘꽃뱀’이라고 불리는 연예 기자 중 하나였다.
미스코리아 출신의 엄마 외모를 물려받아 연예인에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미모의 소유자인데 그 미모를 이용해서 기사들을 따내다 보니 붙은 별명이다.
문제는 그녀가 기사를 쓰는 대상을 차별한다는 거다.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는 건 아니지만 유독 여배우들을 대상으로는 까칠한 기사를 썼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안 사실이지만 유채민 팀장은 자신이 여배우가 되지 못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어서 그런 거였다.
‘이제야 새로운 일정이 뜬 이유가 이해되는군.’
장문기 기자가 아닌 유채민 팀장이 유진이를 인터뷰해서 생긴 일이다.
“유진아. 유채민 기자 여배우 엿 먹이는데 타고 난 선수야. 우선은 인터뷰 들어가는 걸 최대한 늦춰 봐봐.”
-알았어요. 그러면 화장실에 들어가서 최대한 버텨볼게요. 빨리 오세요.
“오올~ 정유진. 제법인데?”
-저도 이제 짬이 있잖아요~
“일단 끊어. 곧 다시 전화할게.”
-네~
나와 함께 지내다 보니 얘도 잔머리가 많이 늘었다.
더군다나 나와 통화를 한 덕인지 유진이의 목소리는 한층 밝아져 있었다.
난 전화를 끊자마자 회의실을 나섰다.
그리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며 장문기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묻기 시작했다.
* * *
장문기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사정을 알 수 있었다.
장문기 기자는 정 팀에 관련된 단독 기사를 몇 번이나 따내며 특종 건수를 톡톡히 올려 승진 일 순위였다고 한다.
그런데 아버지가 조명일보 대기자라는 빽을 가진 유채민 팀장이 들어오는 바람에 승진 이야기가 쏙 들어갔단다.
더군다나 새로 온 유채민 팀장이 소이영을 갑자기 데려온 다음 두 사람의 공동 인터뷰를 잡았다고 한다.
경쟁작인 MBS의 <화란전>과 KBC의 <정희왕후>의 여배우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긴장감을 조성하는 게 더 자극적이지 않겠냐며 말이다.
심지어 편집장까지 편을 든 까닭에 장문기 기자는 그대로 밀려났다고 한다.
난 전화 통화로 구체적인 사정을 들은 뒤 액셀을 꾸욱하고 밟았다.
잠시 후.
주간 스타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장문기 기자가 급히 내게로 뛰어온다.
“정 팀장! 왔어?”
“인터뷰는요? 시작했습니까?”
“아니. 내가 내려올 때까지만 해도 아니었어.”
“알겠습니다. 바로 올라가시죠.”
난 장문기 기자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인터뷰가 있는 7층으로 향했다.
회의실 앞의 복도에는 인터뷰 중인 여배우들의 매니저가 있었다.
간단한 인사를 한 뒤 난 회의실로 시선을 돌렸다.
투명한 유리로 회의실은 내부가 훤히 보인다.
긴 회의실 탁자의 가운데 유진이가 앉아 있고 한쪽으로는 TNT 엔터 소속인 소이영이 있다.
그리고 그 맞은 편에 유채민 팀장이 오영희 기자와 함께 앉아 있었다.
‘시작했네.’
올해 32살인 유채민 팀장은 목덜미까지 오는 갈색 생머리를 하고 꽤 세련된 복장을 한 채 다리를 꼬고 있었다.
끼와 재능이 없어 그렇지 비주얼로는 여배우들에게 하등 뒤질 게 없는 외모다.
그래서인지 여배우들에게 더욱 자격지심을 갖고 있었다.
그때 이영진이 날 발견하고 빠르게 다가왔다.
“팀장님. 제가 말려봤는데 유진이가 일단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괜찮아. 잘했어. 괜히 트러블 일으키는 것보단 낫지. 그런데 언제 인터뷰 시작했어?”
“이제 막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당장이라도 유진이를 인터뷰장에서 빼내고 싶었다.
하지만 무작정 인터뷰를 중단시킨다면 오늘 기사는 유진이가 더욱 신랄한 저격을 당하게 될 터.
소이영을 겁내서 유진이가 인터뷰에서 도망을 갔다는 둥 <정희왕후>에게 밀린 <화란전>이라는 둥.
온갖 수식어를 갖다 붙은 기사가 뜰 게 분명했다.
그러니 일단 상황을 지켜보며 끼어들 타이밍을 노릴 생각이다.
‘실수할 때를 기다렸다가 한 번에 엎어야겠군.’
난 그때를 위해 이영진에게 조심스레 속삭였다.
“영진아. 일단 편집장은 뭐 하고 있는지 좀 알아봐 줘.”
“편집장은 왜요?”
“이딴 걸 허락한 이유가 있을 거 같아서.”
주간스타의 편집장이 장문기 기자의 인터뷰를 넘기고 유채민 팀장의 편을 들고 있다.
그 말인즉슨 오늘의 기사가 악의적으로 나가는 건 편집장도 관여하고 있단 소리였다.
“몰래 사람들 만나서 떠보겠습니다.”
“수고.”
그러는 사이 유진이의 인터뷰는 계속되고 있었다.
* * *
회의실 안.
유채민 팀장이 유진이를 바라보며 묻는다.
-유진 씨한테 질문드릴게요. 처음으로 주연을 맡으신 소감이 어떠세요? 부담감이라던지. 뭐 그런 거.
-부담이야 늘 있죠. 시청자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니까······
-에이~ 유진 씨. 대답이 너무 상투적이다. 재미없게.
-예?
-이래선 기사 못써요. 으흠······ 일단 질문 수위를 좀 올려볼게요.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소이영 씨와 격돌하는데 시청률에서 이길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지난번에는 유진 씨의 완승이었으니까 이번에 하실 만도 한데······ 어때요?
인터뷰를 하는 유진이와 소이영의 얼굴에 일순간 어색한 표정이 지나간다.
대답이야 어렵지 않지만 마음먹고 왜곡하면 이미지를 망치기 딱 좋은 질문이다.
회의실 유리창 밖에서 손을 흔들어댔더니 유진이가 내가 온 걸 알아차렸다.
‘진정해.’
내 수신호를 보고 유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한번 두번 심호흡한 유진이가 얼굴에 웃음을 띤다.
순간 영업용 미소를 띤 유진이가 유채민 팀장의 짓궂은 질문에 대꾸하기 시작했다.
-시청률은 숫자일 뿐이죠. 그리고 연기라는 건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청률과 상관없이 소이영 선배의 연기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고요.
유진이가 담백하게 답하자 유채민 팀장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에이~ 진짜 너무 하신다. 이렇게 재미없는 인터뷰를 누가 읽어요? 지금 누리꾼들 관심은 둘 중 어느 드라마가 이길지 거기에 관심이 쏠려있는 거 몰라요?
유채민 팀장은 그 뒤로 계속해서 유진이를 흔들어댄다.
하지만 유진이는 흥분하지 않고 덤덤하게 인터뷰를 이어갔다.
‘잘한다. 정유진!’
유진이가 흔들리지 않자 유채민 팀장은 실망했다는 표정으로 소이영에게 시선을 돌린다.
-유진 씨가 너무 틀에 박힌 대답을 하시니까 이영 씨한테 물을게요. 이영 씨는 복수전을 하게 된 소감이 어떠신가요?
잠시 유진이를 바라보던 소이영이 입을 열었다.
-유진 씨와 다시 맞붙게 되어서 어떻냐고요? 흥분돼요. 조금 솔직히 말하면 제대로 복수도 하고 싶고요.
-복수요?
-어머 실수. 방금 전 건 적당히 순화해서 써 주실 거죠?
-당연하죠~. 그런데 우리 이영 씨. 화끈하구나? 나 이런 스타일 너무 좋아~
유채민 팀장이 엄지를 치켜세우자 소이영이 맞장구를 친다.
-그럼 언니. 오늘 제 분량 좀 기대해도 돼요?
-물론이죠. 팍팍 밀어드릴게.
유채민 팀장과 소이영이 언제 봤다고 언니 동생이라면서 흥겹게 인터뷰를 이어간다.
그때 사라졌던 이영진이 다급히 다가왔다.
“팀장님.”
“어 왜.”
“편집장이랑 TNT 유강석 대표가 함께 있던데요?”
“뭐? 유강석 대표가?”
“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진 모르겠지만 편집장실에서 신이 났더라고요.”
그 순간 오늘 일의 진짜 배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소이영의 소속사인 TNT 엔터의 유강석 대표가 이 판을 꾸민 거다.
‘유 대표. 당신이 범인이군.’
아마도 유강석 대표는 소이영을 부활시키기 위해서 경쟁 작품 주연인 유진이의 이미지를 깔아뭉개려고 한 게 틀림없다.
그리고 주간 스타의 유채민 팀장과 최민준 편집장은 그 대가로 돈을 받아 먹었을 거고.
‘그렇다 이거지?’
구체적인 상황을 알자 마자 대책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그중 가장 마음에 든 건 주간 스타를 발칵 뒤집는 거였다.
‘그래. 그게 제일 낫겠네.’
그때였다.
유채민 팀장이 다시금 유진이에게 기습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유진 씨도 라이벌이라고 생각할 만한 사람이 있을까요?
소이영의 인터뷰를 듣던 유진이가 깜짝 놀라 답한다.
-전 평소 라이벌에 대해선 생각을 안 해서 잘 모르겠어요. 다만 딱 한 명 신경이 쓰이는 사람이 있긴 해요.
유채민 팀장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그와 동시에 앞에 놓인 노트에 뭔가를 쓰기 시작한다.
그녀의 인터뷰 습관이다.
번뜩이는 기사 타이틀이 떠오르는 일단 써놓고 보는.
-그게 누구죠?
-영인이요. 지금 중국에서 영화 찍고 있는 주영인이요.
그때였다.
-아~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주영인 씨 빼고는 경쟁 상대도 안 된다? 여기 있는 이영 씨는 아예 라이벌 후보에도 못 들어간다. 이 말이죠?
유채민 팀장은 유진이의 말꼬리를 잡고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더는 참을 필요가 없다.
어차피 깽판을 치기로 마음 먹은 이상 지금이 들어갈 순간이다.
난 곧장 곁에 있던 장문기 기자에게 언성을 높였다.
“장 기자님. 저따위 인터뷰를 하려고 날 잡은 거 아닙니다. 지금 들어가서 인터뷰 뒤엎을 거니 편집장님께 그렇게 전해 주세요.”
“응? 정 팀장. 기 기다려 봐.”
장문기 기자가 화들짝 놀라 날 말리려 한다.
하지만 난 그 손을 뿌리친 채 곧장 회의실을 문을 열었다.
모든 걸 파투낼 생각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