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30화
430. 김동수의 몰카 5
-아오~ 진짜. 내가 이럴 때마다 섬뜩해서 못 살겠다니까? 박수무당 그 양반. 진짜 신기 있는 거 맞지? 엉?
날새는 몸서리가 친다며 빠르게 말을 이어간다.
“왜?”
-최성애를 직접 찾은 건 아닌데······ 막 흔적을 발견 했수다.
“흔적이라니?”
-지금 여기 LA 한인 타운인데 삼 개월 전에 위조 신분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수.
나야. 정윤호. 언제쯤 찾을 수 있겠어?”
-어? 옆에 같이 있었어?
“그래.”
순간 날새가 묻는다.
-혹시 난 언제 죽는지 아시오?
“뭔 소리야.”
-너무 용해서 그런 것도 아는가 싶어서.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언제쯤 찾을 수 있는지 이야기해 봐.”
-거 숨 좀 쉬어가면서 일합시다. 여긴 한국이랑 달라서 까딱하면 총 맞아!
날새는 이미 LA 갱들이 자기 머리에 총부리를 두 번이나 겨눴다며 길길이 날뛴다.
“당신. 명줄 길어서 쉽게 안 죽으니까 그딴 걱정하지 말고. 말해봐.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날새가 씩씩거리며 대답한다.
-크흠. 거 좋은 소리네. 일단 위조 신분 만들어준 인간한테 접근하는 중이요. 그러니까 대충 각 나오면 연락하겠수다. 그리고 쪼지 않아도 내가 지금 죽도록 노력하고 있수다. 내가 이 기회에 김동수 주호성 최만식한테 제대로 복수할 생각이거든!
날새는 미국에서 고생하는 걸 두 배 아니 열 배로 돌려주겠다며 이를 갈고 있었다.
“알았어. 수고하고.”
-수고는 말보다 돈으로 해주쇼! 활동비가 넉넉해야 일을 좀 빨리하지.
이수찬이 흔쾌히 대답한다.
“오케이. 2배로 주지.”
-거 시원시원해서 좋네. 끊수다!
전화를 끊자마자 이수찬이 묻는다.
“형님. 진짜로 날새는 안 죽습니까?”
박수무당 정스타라는 소문 탓에 이놈이고 저놈이고 날 예언자 취급이다.
하지만······
“아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예? 그런데 왜 그런 말씀을······.”
“마음이라도 편해야지. 그리고 날새 저 인간은 조금이라도 위험해지면 알아서 잘 피할 거야. 그러니 당연히 죽을 확률이 낮을 거고. 아참. 그래도 돈이랑 같이 방탄조끼는 한 벌 사줘.”
“과학의 힘을 빌리라 이겁니까?”
“그래.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미신에 의존해?”
그런데 그때였다.
[발신자 : 김동수]
“이 인간이······ 왜 전화했지?”
금고를 털린 김동수가 전화를 해왔다.
* * *
압구정역 근처 길거리 포차.
김동수가 만나자는 말에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하려 했었다.
하지만 의심을 살 것 같아 태연하게 알겠다고 대답했다.
난 이수찬의 건물에서 나와 10분 정도 걸어갔다.
아파트 사이에 있는 길거리 포차에 도착한 뒤 붉은색 비닐 입구를 젖혔다.
텅 빈 포차 안에는 김동수가 혼자서 처량하게 소주를 들이켜고 있다.
“크으~”
어릴 때 겪은 지독한 가난이 싫어서 커서는 절대 이런 허름한 곳에서 술을 안 먹던 김동수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가 혼자서 어묵탕 한 그릇을 시켜놓고 연신 소주를 붓고 마시기를 반복했다.
머리는 산발이 되어 있고 옷까지 찢어진 채로.
주인아주머니도 힐끗힐끗 쳐다볼 정도로 형편없는 상태였다.
‘파일들을 잃어버린 게 충격이 크긴 컸나 보네.’
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터벅터벅 다가가 맞은 편에 앉았다.
김동수가 고개를 빼꼼히 들어 올린다.
붉어진 눈에는 증오가 담겨 있었다.
“정윤호!”
“왜 불렀습니까?”
“너지~ 이~ 쉐~키야!”
난 알고도 모른 척 시치미를 뚝 떼었다.
“갑자기 불러내서 뭔 소리입니까?”
난 자리에 앉은 다음 어묵탕의 어묵꼬치를 잡아 간장에 푹 찍어 덥석 베어 물었다.
시간이 흘러 팅팅 분 어묵이지만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맛이 좋은 것 같았다.
김동수가 거친 숨을 내쉬며 꼬인 발음으로 말한다.
“XX. 아무리 생각해도 너 맞아~ 네가 아니고서야~ 우리 집을 털 놈이 없어~”
김동수는 씩씩대며 어묵 꼬챙이로 날 가리킨다.
난 다 먹은 어묵 꼬챙이로 김동수가 날 가리키는 꼬챙이를 툭하고 쳐버렸다.
김동수의 손에 든 꼬챙이가 바닥으로 틱하고 떨어진다.
그리고선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뭔 소리입니까?”
“몰라서~ 물어? 내 아지트! 이X~ 네 네가 턴 거잖아! 이 쉐~X야!”
오우~ 똑똑한데?
하지만 쪽지를 남긴 사람이 누군지를 확신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러니 이렇게 윽박지르는 거고.
순간 김동수의 머리를 더욱 엉망으로 만들어야겠다 싶었다.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건지······ 그리고 아지트는 또 뭡니까?”
“모 몰라? 압구정 오피스텔?”
“오피스텔 샀습니까?”
“······.”
“이야~ 우리 김 실장님. 정직당해도 돈이 많으신가 봅니다? 오피스텔도 사고?”
김동수의 눈에 혼돈이 어린다.
난 태연하게 어묵을 하나 더 먹으며 답했다.
“절 의심하기 전에 주위 사람부터 의심하는 게 우선 아닙니까? 가령 그 위치를 아는 사람이라던지요.”
그 순간 김동수가 테이블을 쾅하고 두드린다.
“그 그러면 양태민. 이 새X가······ 혹시 날 배신하고······.”
못된 짓을 한 사람들은 이게 문제다.
적이 워낙에 많다 보니 자신의 수족도 믿지 못하고 의심을 한다.
그 의심이 또다시 적을 만드는 걸 알지 못하고.
이후 김동수는 혼자서 이놈 저놈의 이름을 대며 씩씩거린다.
감옥에 있는 이기철 이사와 강명길 팀장의 이름부터 최만식 대표 심지어 강지영과 강감찬 대표의 이름까지.
그러는 사이 난 포차 아주머니에게 부탁해 탱탱한 어묵을 더 주문했다.
포차 아주머니가 금세 뜨거운 어묵탕을 한 그릇 내어놓는다.
저녁때부터 먹은 것이 없어 어묵으로 배를 채우고 있는데 갑자기 김동수가 새로 나온 어묵을 들고 날 가리킨다.
“야! 정윤호.”
“왜요?”
“너······넌······ 뭐가 그렇게 잘 났냐? 씨~”
“잘난 것 없습니다.”
“지X. 넌 내가 하는 게 뭐든 마음에 안 들지? 그치?”
그건 잘 아네.
아무 대답도 안 했더니 김동수가 씩씩거리며 어묵을 덥석 베어 문다.
“아~ 뜨뜨~ 퉤퉤.”
혀를 덴 김동수가 먹던 어묵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이X······ 뭐 이리되는 게 없어.”
김동수에게는 최악의 날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반대로 내게는 최고의 날이고.
김동수가 씩씩거리며 차가운 술을 한 잔 더 왈칵 들이킨다.
더는 할 말이 없는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술 드셨으면 집에 가서 잠이나 자세요. 앞으로는 불러낸다고 나올 일도 없을 테니. 그렇게 아시고요.”
그때였다.
김동수가 일어선 내 팔을 덥석 잡는다.
“너······ 진짜 네가 그런 거 아냐? 내가 다 용서해줄 테니까······ 파일만 돌려줘. 그렇게만 해주면 내가······ 천만······ 아니······ 2천만 원 줄게. 응? 넌 그런 자료 안 쓰는 놈이잖아 응? 착한 놈이잖나?”
이게 진짜 불러낸 이유였군.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나온다.
난 가만히 김동수의 눈을 보다가 팔을 탁하고 쳐버렸다.
“뭔진 몰라도 연예인들 약점이 담긴 자료인가 본데 적당히 하십쇼. 연예인들한테 진심으로 대하고 좋은 작품을 제안해 승부 해야지. 어디 쌍팔년도도 아니고 구질구질하게 상대 약점을 잡습니까?”
그 순간 김동수가 발악하듯 외친다.
“야! 정윤호. 그렇게 고고하게 군다고 지금처럼 계속해서 성공할 줄 알아? 너 이 새X······ 넌······ 아직 위쪽 세상이 어떤지 몰라서 그래. 너도 위쪽 세상을 보게 되면······ 나랑 똑같아질 거야!”
난 가만히 김동수를 쳐다보며 속으로 답했다.
‘올라가 봤어 그 X 같은 세상.’
바락바락 내게 덤벼드는 그의 모습에서 언뜻 내 과거가 보인다.
성공한 이후 나 스스로가 합리화했던 모습이다.
성공한 놈들이 다 그러니까 나 역시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고.
그러나 회귀한 이후 알 수 있었다.
인생에 언뜻 지름길이 있어 보여도 그 길의 끝은 절벽이다.
언젠가 천 길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지고야 마는.
조금 빨리 가려고 얄팍한 수작을 부리다가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기 발목을 잡게 된다.
회귀 전 한국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부사장에게서 홀로 외로이 죽어가던 환자 1로 전락했던 나처럼 말이다.
그러니 가장 빠른 길은 차근차근 옳은 길을 걸어가며 언젠가 빛이 날 그날을 위해 꾹 참고 견디는 것뿐이었다.
이미 한번 겪어본 삶이었기에 난 확신을 갖고 외쳤다.
“당신의 그런 말도 안 되는 궤변에 동참해줄 생각 없어. 그러니까 강요하지도 설득하지도 마. 당신이 택한 길은 위로 올라가는 길이 아니라 지옥으로 가는 길이니까.”
탁.
난 그 말을 마친 뒤 주머니에서 오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아주머니. 이 양반이 마신 것까지 제가 계산하겠습니다. 남은 건 팁 하세요.”
“아이고~ 고맙습니데이~”
어두웠던 아주머니의 얼굴이 밝아진다.
난 김동수를 잠깐 내려 보다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우당탕.
돌아보니 일어나려다 다리가 꼬인 김동수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가슴팍에 어묵 간장을 잔뜩 묻힌 채로.
“너······ 인마······ 어 언젠가 내 앞에 와서······ 살려달라고 하는 날이 있을 거야······ 반드시······.”
난 그런 김동수를 보며 차분히 답했다.
“그럴 일 없습니다. 내가 다시 죽는 한이 있어도.”
회귀 전이라면 모를까 절대로 그럴 일은 없다.
난 술에 취해 휘청대는 김동수를 뒤로 하고 포장마차 밖으로 나왔다.
차가운 새벽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난 그 바람을 맞으면서 다시 한번 다짐했다.
서예종을 쳐내고 내가 만들 굴렁쇠 엔터에는 저딴 인간쓰레기들이 없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이다.
* * *
어젯밤 김동수와 만난 뒤 곧바로 중앙 지검으로 가서 서재일 검사까지 만났다.
서재일 검사로부터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김동수의 기소가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법무법인 태성의 곽현성 변호사가 검사와 판사 쪽 라인에 힘을 썼다면서.
서재일 검사는 일을 돕지는 못할망정 방해만 된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를 해댔다.
덕분에 난 그의 술 상대를 해주느라 새벽 5시가 넘어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눈을 번쩍 뜨자 오전 9시.
창으로 따뜻한 햇빛이 얼굴에 내리쬐고 있다.
기지개를 켠 나는 어제 금고에서 가져온 파일을 확인했다.
“이게 결국 내 손에 들어왔구나.”
회귀 후 그렇게 찾던 X-FILE.
물론 지금은 일부분일 뿐이지만 이것만으로도 김동수에 대한 목줄 하나는 쥐게 된 셈이다.
덕분에 아침부터 제법 기분이 상쾌했다.
반 차를 얻어서 오래간만에 푹 잤더니 몸도 개운했고.
침대에서 일어난 난 이제는 습관이 된 것처럼 오늘의 연예면을 확인했다.
[KBC 대하사극 <정희왕후> 소이영 전격 발탁!]
[인생작 <환란>에서도 정희왕후 역을 맡았던 소이영. 2년 후 같은 배역. 다른 연기에 도전하다.]
“소이영이······ 정희왕후의 주연을 맡았다고?”
회귀 전 안소정이란 배우가 맡았던 역할인데 이 좋은 역이 소이영에게 가다니.
“하긴 편성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긴 했겠군.”
소이영은 2년 전 <환란>이라는 사극 영화에서 세조의 아내인 정희왕후 역할을 맡았었다.
신인답지 않은 심도 있는 연기를 펼쳐 조연에도 불구하고 명성을 얻었다.
그런데 KBC가 주영인한테 주연 제안을 했다가 거절당하자 시간이 급해진 나머지 사극이 가능한 데다 운 좋게 같은 인물을 연기한 소이영을 주연으로 내세운 모양이다.
비록 소이영의 전작 <돈의 축제>가 한 자리대 시청률로 끝나긴 했지만 그건 연신 무리수를 던지는 홍장미 작가의 대본이 문제였을 뿐이다.
소이영의 연기는 상당히 호평이기도 했고.
‘그나저나 얘들이랑은 어떻게 이렇게 엮이지? 악연도 이런 악연이 또 없네······’
소이영과 민규리.
탑 엔터테인먼트 시절 내가 ‘우환 삼 대장’이라고 부른 여배우 중 두 명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또 한 명이 떠 오른다.
장소연.
올해 21살의 나이로 28살의 소이영과 24살의 민규리 보다 어린 막내인데 그녀 또한 만만치 않은 성격이다.
아직까지 연예계 데뷔는 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하여간 그 세 사람은 지랄맞은 성격에도 나름 잘(?) 어울렸고 덕분에 수많은 사건 사고를 함께 일으켰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자다가 비명을 지르고 일어날 정도로 울화통이 치민다.
어쨌건 소이영은 <돈의 축제>로 망가진 커리어를 살릴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최대한 안 얽혀야겠군.”
난 폰을 덮은 뒤 샤워를 하고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분유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아침 일찍 일어난 유진이가 암사동 동물병원에서 데려온 럭키와 미미 그리고 새끼 2마리씩을 돌보고 있었다.
미소가 이름을 지은 백설기와 인절미 외의 새끼들은 한울이가 직접 행복이와 사랑이로 지었다.
거실에 있던 유진이가 날 발견하고 분유통을 흔든다.
“오빠. 잘 잤어요?”
“잘 자긴 했는데 삭신이 쑤신다. 아 혹시 소이영이 정희왕후 주연 된 거 봤어?”
“예. 아침에 뉴스 봤어요.”
“너무 부담 갖지 마. 소이영이 잘한다고들 하지만 니가 한 수위니까. 안 쫄면 무조건 이겨. 알지?”
유진이가 씨익 웃는다.
“전 그냥 제 배역만 신경 쓸래요.”
“좋은 자세야. 아참 그리고 내일 수능 이벤트 준비 잘하고 있지?”
오늘은 11월 25일.
내일 있을 대학수능시험 때문에 굴렁쇠 엔터 배우들도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네. 은솔이에게 줄 선물도 포장 다 해놨어요.”
내일 새벽 유진이는 청주에서 시험 치는 차은솔을 응원하러 갈 예정이다.
차은솔은 회귀 전 최고의 홈마면서 유앤미 팬클럽 회원.
이미 수시 합격을 통보 받았기에 수학능력시험은 최저학력 기준만 맞추면 되는 터라 시험을 보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그리고 체리블라썸의 팬클럽 회장단인 횡성여고 4인방 역시 내일 수능을 치기 때문에 체리블라썸도 응원을 간다.
“아참. 난 내일 다른 데 가니까 상봉이가 데려다줄 거야.”
“응? 미소도 같이 청주에 갈 건데······ 오빠는 우리 놔두고 어디로 가려고요?”
유진이가 눈을 부릅뜨고 째려본다.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이시윤. 기억나?”
“아 알죠. 걔. 우성찬한테 죽을 뻔한 애 맞죠? 공부 잘하고.”
“어. 내일 시윤이 부모님이 일 나가신대서 혼자 고사장에 가는가 보더라고. 그래서 데려다주면서 응원하려고.”
이시윤은 <먹방의 대가>의 전 주인공 우성찬을 쳐낼 때 인연을 맺었던 우성찬의 학폭 피해자였다.
당시 이시윤은 학폭 사건을 고소한 뒤 잠실 최고한정식집인 ‘우선재’를 운영하는 우명재의 아들인 우성찬에게 칼에 맞아 죽을 뻔했었다.
내가 그 일을 막았고 배우 3실 소속이었던 우성찬은 그 일로 감옥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유진이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요. 그렇다면 제가 양보해야죠.”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순간 유진이가 <화란전>의 유화 공주가 된 듯 분위기를 잡고 대답한다.
“오냐. 내 너를 어여삐 여겨~ 내일 하루는 자유를 주겠노라.”
키득거리는 유진이를 보며 대답했다.
“안 그래도 내일 연차 냈어.”
“알아요~”
“응? 어떻게?”
유진이가 시선을 돌린다.
회사 내 스파이가 말을 한 모양인데 어차피 누군지 대답 안 해줄 거 같아 묻는 걸 포기했다.
“쳇. 하여간 다들 입이 싸서는······.”
난 피식하고 웃고선 오늘 있을 일정을 언급했다.
“있다가 오후에 주간 스타 인터뷰 있는 거 알지? 사전 질문지는 태블릿 바탕 화면에 뒀으니 확인하고.”
“넵!”
오늘은 주간 스타의 <화제 집중! 정유진>이라는 주제로 <화란전>의 여주인공인 유진이를 인터뷰하기로 되어 있다.
장문기 기자가 간절히 부탁해서 약속을 잡은 인터뷰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알림 : 2020년 11월 25일. ‘정유진’의 새로운 일정이 추가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알림에 오늘 날짜의 다이어리를 확인했다.
그런데 그 순간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장문기 기자가······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