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2화
412. 김법민 오디션 2
에이스 엔터의 서이준이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베이지색 하프코트를 펄럭이고 갈색 웨이브펌 머리카락을 날리면서.
오복희 PD 앞에 선 서이준이 밝은 목소리로 묻는다.
“PD님. 잘 지내셨어요?”
“그래. 이준이. 오래간만이네. 연습 많이 했어?”
“저 아시잖아요. 죽도록 했죠.”
“맨날 말만 그러지? 너 요즘 압구정에서 자주 보인다는 소문이 있던데?”
“아니에요 이번에는 진짜예요.”
“그래? 알았어. 한번 기대해 볼게.”
“예. 감독님.”
오복희 PD와 인사를 나눈 서이준은 준비한 부채 소품을 쫙하고 펼친다.
살랑살랑 부채를 흔들자 한량 같은 김법민의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우주 작가가 설정한 김법민의 캐릭터와는 조금 달랐지만 워낙 곱상하게 생긴 외모라 이질감은 없었다.
오복희 PD는 양옆으로 기와집이 늘어서 있는 서라벌 거리 세트장에 의자를 놓고 앉았다.
“오디션이지만 실전같이 하기로 한 건 아시죠? 방심하다가는 사고 나니까 다들 긴장들 하세요.”
지금부터 오디션을 볼 20화 씬11은 궁 밖으로 나온 ‘유화 공주’가 서라벌 거리를 질주하는 마차에 걸인이 치이려는 걸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유화 공주’는 걸인을 밀쳐내는 데까지는 성공하지만 정작 자신은 몸을 피하지 못해 마차에 치일 위기에 놓인다.
그때 때마침 십 년간의 당나라 유학을 끝내고 돌아온 ‘김법민’이 그 광경을 목격한다.
‘김법민’은 날렵하게 몸을 움직여 ‘유화 공주’를 구해내고 그녀와 얼굴을 마주한다.
자신이 구한 여인에게 첫눈에 반한 ‘김법민’.
십 년간 유학 생활로 인해 ‘김법민’은 처음엔 자신이 구한 여인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나 급히 달려온 여자 호위 무사의 말을 듣고선 그녀가 자기 집안의 정적인 ‘유화 공주’라는 걸 깨닫게 되는 씬이었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당혹스러운 심리 변화를 연기해야 했기에 꽤 어려운 오디션이었다.
오복희 PD는 걸인역과 마부역의 액션 배우들에게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한 다음 유진이를 불러들였다.
“유진 씨. 상대 배우들이 다 신인들이니까 수준 좀 맞춰주세요.”
현재 <화란전>에서 유진이의 연기력에 버금갈 수 있는 사람은 몇 없다.
그렇기에 유진이가 작정하고 연기를 했다가는 ‘김법민’ 역에 오디션을 보러 온 세 사람은 아예 묻혀 버릴 수도 있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감독님. 제 오디션이 아니니까 호흡을 맞추는 데 주력할게요.”
“네. 부탁할게요. 그리고 배우들 오디션까지 직접 나와줘서 고마워요.”
“다 같이 잘 되자고 하는 일인데 도울 수 있는 건 도와야죠.”
유진이가 맞춰주는 연기를 하겠다고 하자 그제야 안도하는 오복희 PD다.
이어 오복희 PD는 서이준에게 말한다.
“이준아. 유진 씨가 맞춰준다고 해서 방심하지 마. 죽을힘을 다 해도 유진 씨 연기를 따라가기 힘들 테니까.”
“에이~ 저도 알아요. 유진 선배 연기 잘하는 거.”
대답을 마친 서이준은 긴장한 표정으로 유진이를 쳐다본다.
“그러면 잘 부탁드립니다. 유진 선배님.”
“그래요. 이준 씨.”
나 역시 그 틈을 타 곁에 앉은 덕배에게 말했다.
“덕배야. 경쟁자들의 연기도 눈여겨봐. 그것도 공부야.”
“예. 형.”
오디션에선 앞선 배우의 연기력에 기가 죽지만 않는다면 뒤 순번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그 순간 스태프들이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를 보낸다.
오복희 PD가 고개를 끄덕인 뒤 손을 들어 올린다.
“자 그러면 레디~ 액션!”
그와 동시에.
서라벌 거리 세트장의 끝자락에서 두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가 빠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실전 같은 오디션 시작이다.
* * *
유진이가 걸인을 밀치고 쓰러지자 서이준이 유진이를 향해 몸을 날린다.
그때 유진이를 향해 다가오는 쌍두마차.
실제로는 절대 치이지 않을 거리지만 유진이는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 순간 서이준이 유진이를 껴안고 데굴데굴 굴러 마차를 피한다.
마차가 지나가자 서이준이 옷에 묻은 흙을 턱턱 털어내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고개를 든 유진이의 얼굴을 본 순간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파르르 떨리는 볼살이 조금은 어색했지만 유진이는 서이준의 연기 수준에 맞춰 다정하게 연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마치 오태혁을 처음 만났을 때처럼 이끌어 주면서.
덕분에 서이준의 연기가 한층 빛나고 있었다.
“컷~! 오케이.”
오복희 PD가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이야~ 이준이 너 이번엔 진짜 연습 많이 했구나?”
서이준이 어깨를 으쓱한다.
유진이가 도와준 것도 모른 채로.
“제가 그랬잖아요. 연습 많이 했다고.”
곁에 있던 한우주 작가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할 시간이 별로 없었을 텐데 꽤 매력적으로 김법민을 그려 내셨네요. 마음에 들어요. 이준 씨.”
“감사합니다. 작가님.”
오복희 PD가 들뜬 표정으로 다음 지시를 내렸다.
“그러면 이제 액션도 한번 볼까?”
“예. PD님!”
이제 액션을 보기 위한 두 번째 오디션이 시작된다.
아무도 없는 밤.
서라벌 거리에서 만난 국선과 김법민이 무술 대결을 펼치는 씬이었다.
오복희 PD가 <화란전>의 무술감독 안석칠을 부른다.
“안 감독님. 잘 좀 부탁드립니다.”
“예. 피디님.”
안석칠 무술감독이 두 개의 목검을 가지고 온다.
본 방에 들어가면 가검을 쓰지만 오디션용으로 경량 목검을 들고 나왔다.
안석칠 무술감독은 어떻게 목검을 휘둘러야 할지 동선과 동작을 세세하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핵심은 동작을 크고 멋지게 표현하는 겁니다. 액션 연기는 액션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지 배우들끼리 싸우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다치지 않게 절대로 정해진 궤적 이외로는 칼을 휘두르지 않는 것입니다.”
안석칠 무술감독이 두 번 세 번 똑같은 궤적으로 검을 휘둘러서 보여준다.
“합은 타이밍이 중요하니까 잘 보세요.”
안석칠 무술감독은 이어서 두 사람에게 합을 맞춰보라며 지시를 내린다.
잠시 후.
리허설이 끝난 뒤 액션 연기를 보는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하아압~!”
기합은 우렁찼지만 서이준은 액션 연기에는 소질이 없었다.
멋진 동작만 표현하는 간단한 요구였지만 상대의 액션에 따라가지 못해 몇 번이고 합이 어긋났다.
덕분에 두 사람 모두 다칠뻔한 일도 생겨 버렸다.
“커트! 됐어요 거기까지! 더 하면 사고 나겠네요.”
오복희 PD가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서이준은 태연하게 땀을 닦으며 답했다.
“준비할 시간이 너무 짧았던 건 PD님도 아시잖아요. 일단 합격만 시켜주시면 제대로 준비해서 올게요. 또 액션은 스턴트맨이 대신해도 되잖아요?”
서이준이 윙크를 하자 오복희 PD가 어처구니없다며 웃는다.
“하여튼 저 잔머리하고는. 일단 옆으로 빠져서 기다려.”
“예. PD님.”
서이준은 지친 표정을 띠며 자신의 대기 의자로 향한다.
그런데 우리 앞을 지나가다 덕배와 눈이 마주치자 피식하고 웃는다.
마치 네가 이런 연기를 할 수 있겠냐는 듯 말이다.
하지만 덕배는 일절 그 눈빛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이 본 것들을 소화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은 박정민!”
박정민은 어느새 옷을 갈아입었는지 몸에 짝 달라붙는 푸른 두루마기까지 걸친 뒤 유진이의 앞으로 걸어 나왔다.
유진이가 반갑다며 인사를 건넨다.
“잘 부탁해요. 정민 씨.”
그런데 그때였다.
박정민은 음흉한 눈웃음을 건넨다.
“네 누나.”
선배도 아니고 뜬금없는 누나란 호칭에 유진이가 당황했다.
‘뭐지 저 뺀질이 자식은?’
연예계만큼 관계에 엄격한 곳도 드물다.
나이가 많아도 데뷔가 느리면 철저히 존칭을 쓰고 선배 후배를 따지는 곳이 바로 여기니까.
그런데 평소 알던 사이도 아니면서 상대가 예의를 갖춰 높임말을 해주는데 초면에 누나라고?
원래 여자한테 들이대는 성격인 건 알았지만 새삼 목격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그때 오복희 PD가 지시를 내린다.
“정민이. 그리고 유진 씨. 준비됐나요?”
유진이는 잠시 당황했지만 프로답게 금세 감정을 지웠다.
“예. 준비됐습니다.”
“그러면 바로 갈게요. 레디~ 액션!”
촬영이 시작된 이후.
박정민이 유진이를 붙잡고 굴러서 피하는 단계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몸을 일으키던 박정민은 손을 뻗어 유진이의 허리를 감싸 안아 자신의 쪽으로 확 하고 잡아당겨 버렸다.
‘저 자식이 어디서 감히······.’
멋대로 여배우에게 스킨십을 하는 건 금기다.
연기를 하다 보면 애정씬과 스킨십이 자연스레 나오긴 하지만 그건 상대 배우의 동의를 받고 벌어지는 일.
하지만 박정민은 허락도 없이 제멋대로 유진이의 허리를 감았다.
고작 19살짜리가 말이다.
그 순간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절대 유진이와는 같은 작품을 할 수 없게 할 거라고.
‘오디션이 끝나면 보자······ 박정민.’
박정민이 멋대로 유진이에게 손을 댔지만 유진이는 자연스레 그 손을 뿌리치고 나와 연기를 이어갔다.
이 와중에도 자기 역할을 잊지 않고 말이다.
잠시 후.
오복희 PD가 컷을 외친다.
“컷! 오케이. 이야~ 박정민. 너도 연기 많이 늘었네?”
“감사합니다.”
박정민이 고개를 숙이며 대꾸한다.
하지만 그때 한우주 작가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연기는 좋았는데······ 캐릭터 해석은 틀린 것 같네요. 김법민은 그렇게 끈적거리는 성격이 아니에요. 명심하세요.”
박정민이 태연히 웃으며 답한다.
“수정하겠습니다.”
멋대로 유진이의 허리를 감싼 것만 뺀다면 박정민의 연기는 확실하게 서이준보다 나았다.
그저 스윗하기만 했던 서이준에 비해 복합적인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해냈으니까.
“자 다음은 액션 연기를 볼까?”
박정민이 오디션을 마치고 대기 의자로 돌아가는 유진이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박정민! 뭐해? 정신 안 차려?”
박정민이 이크하고 고개를 돌린다.
“죄송합니다 감독님.”
박정민은 이어서 안석칠 무술감독이 건넨 목검을 받았다.
박정민은 검도 3단.
목검을 손에 든 박정민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가볍게 목검을 휘둘렀는데도 부웅하는 소리가 들린다.
확실히 검도를 한 탓인지 휘두르는 동작과 속도가 예사롭지는 않았다.
“자 그러면 액션 연기도 한번 볼까?”
“예. 감독님.”
목검을 잡은 박정민의 얼굴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 * *
타탓!
합을 맞춘 액션 연기였기에 서이준 때와는 달리 꽤 멋진 그림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내 곁으로 온 유진이는 박정민의 액션 연기에 관심도 두지 않고 투덜거린다.
“오빠. 쟤 왜 저렇게 치근덕거려요? 19살짜리가?”
조금 전 언제 봤다고 누나라 부른 것부터 허리를 껴안은 것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 든다고 한다.
“걱정하지 마. 내가 오디션 끝나면 쟤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을 테니까.”
유진이의 얼굴에서 화가 옅어지고 웃음이 깃든다.
“알았어. 아 그렇다고 패진 말고요.”
“패긴 내가 누굴 팬다고 그래?”
유진이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음······ 그러면 묻어버릴 거예요?”
“뭘 또 그렇게 살벌하게 말해? 그냥 조용히 다독거릴 생각이야.”
유진이의 얼굴에는 이제 환한 웃음이 깃들고 있었다.
“에이~ 잘도 그러겠다. 우리 윤호 오빠가.”
요즘 들어서 유진이가 나보다 더 날 잘 아는 것 같다.
그때였다.
“그만! 오케이~!”
오디션이 끝나고 호쾌한 액션을 선보인 박정민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는다.
박정민이 보인 좋은 연기에 오복희 PD도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역시 검도를 배워서 그런지 잘하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액션에서 워낙 차이가 나다 보니 서이준의 존재감이 옅어지고 박정민이 유력한 후보로 치고 올라와 버렸다.
그리고 이어서 덕배의 오디션 차례가 되었다.
난 덕배의 등을 톡톡 두드려주며 말했다.
“잘하고 와.”
“예. 형.”
덕배는 긴 한숨을 쉬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삼 일간 잠도 자지 않고 익힌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서.
* * *
고작 3일밖에는 시간이 없었지만 덕배는 잠도 자지 않고서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짧은 시간 그가 보인 집중의 강도는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덕배는 죽을힘을 다해 오디션 보는 씬을 수백 번도 넘게 반복해 연습했고 그 결과 꽤 그럴싸한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다만 그 모든 걸 다 해도 능수능란한 박정민의 연기에 뒤처지는 부분들이 드러났다.
수년간 연기를 해온 박정민을 3일 만에 따라잡는 건 역시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만 해도 내 기대 이상이었다.
‘잘했어. 덕배야.’
그때였다.
“컷! 거기까지!”
심사위원들은 덕배의 일반 연기를 꽤 괜찮게 평가했다.
“대사에 깊이가 있네요. 그리고 한 음 한 음을 정확히 발음하는 것도 좋구요.”
“그런데 생각 이상으로 목소리가 좋네. 조금 설렜다 얘?”
“유진이랑 따로 연기 호흡이라도 맞춰봤나? 합이 어떻게 그처럼 딱딱 맞아떨어져?”
지난 삼 일간 최지영 이태풍 고재수 그리고 유진이가 녹화해준 영상의 도움을 받아 연습한 보람이 느껴진다.
그래도 현재까지는 박정민이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일반 연기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딴 데다가 검도 유단자답게 액션 연기에서도 훌륭한 움직임을 보여준 까닭이다.
“이제 덕배 액션을 보고 오디션 끝내죠. 안 감독님. 리허설 부탁드립니다.”
일반 연기에서 조금 뒤진 터라 덕배가 김법민 역을 따내기 위해서는 액션 연기에서 격차를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난 덕배를 믿고 있었다.
덕배가 가진 운동 신경은 나 못지않기 때문이었다.
그때 오복희 PD의 지시를 받은 안석칠 무술감독이 덕배에게 목검을 건넨다.
덕배가 목검을 받아들고 가볍게 손에 쥐는데 자세가 꽤 제대로다.
안석칠 무술감독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덕배 너도 유단자냐? 파지법이 제대로네.”
“아 아닙니다. 무술 감독님이 앞에서 알려주시는 걸 보고 흉내를 내 본 겁니다.”
안석칠 무술감독이 흥미롭게 쳐다본다.
“그걸 한 번에 보고 익혀?”
덕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이거 재미있네. 그러면 혹시 앞에 애들이 한 액션 연기도 기억하냐?”
“어떻게 하면 되는지 기억은 하는데 따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오~ 그래? 알았어. 그러면 바로 합을 한 번 맞춰볼까?”
“예.”
“자세 잡고. 간다~”
보통 세 번 정도 합을 맞춰보고 오디션에 들어간다.
따닥!
목검과 목검이 경쾌하게 충돌했다.
단번에 합이 맞아떨어지자 안석칠 무술감독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PD님. 얜 두 번 연습 할 필요가 없겠는데요?”
“그럼 바로 테스트 들어가도 돼요?”
안석칠 무술감독이 자신 있게 대답한다.
“바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칼을 휘두르는 것만 비교하자면 오랜 기간 훈련을 해 온 박정민을 단번에 이기기 힘들다.
하지만 액션 연기란 무술감독이 짜놓은 액션대로 배우가 구현하는 것.
그렇기에 같은 운동 신경이라면 신체 조건이 좋은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액션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펼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선 두 사람과 달리 덕배는 185cm를 넘어가는 키에 쭉쭉 뻗은 압도적인 팔다리의 길이 덕에 목검을 들고만 서 있어도 소위 ‘멋짐이 폭발’하고 있었다.
“자 준비됐으면 시작합니다.”
이제 내가 오디션에 건 승부수가 맞았는지 확인할 시간.
덕배가 길게 심호흡을 하며 목검을 양손으로 꼭 쥔다.
덕배의 얼굴에선 반드시 이 배역을 따내고야 말겠다는 각오가 묻어 나왔다.
그 순간 오복희 PD가 오디션 시작을 알렸다.
“레디~ 액션!”
우렁찬 외침과 함께 두 사람의 검술 액션 연기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회귀 전 액션 배우였던 덕배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