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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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10화

410. <지리산> 촬영 현장 3

“오케이~! 퍼펙트합니다!”

박선재 감독은 오동호 촬영감독이 담아내는 영상에 만족한 듯 오래간만에 큰소리를 내질렀다.

순간 박선재 감독과 함께 모니터링을 하던 연출부 직원들도 연신 감탄사를 터트렸다.

“우리 젊은 촬영 감독님이 센스가 있으시네.”

“맞습니다. 이 감독님보다 훨씬 느낌 좋은데요?”

“오 감독. 카메라 잘 잡네~.”

“감독님. 캐릭터 감정이 제대로 실렸는데요?”

여기저기서 칭찬이 터져 나오자 오동호 촬영감독이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긁적였다.

박선재 감독이 흐뭇한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정 팀장님. 이런 인재를 알고 계셨으면 진작에 소개해 주셨어야죠.”

“오동호 촬영 감독님이 여기서 보조 기사를 하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현장을 지켜보던 신종기 대표도 박선재 감독의 말에 동의한다.

“현장 분위기를 보니 나쁜 선택이 아닌가 보군. 정 팀장이 아주 좋은 인재를 추천했어.”

그때였다.

박선재 감독이 신종기 대표에게 뭔가 할 말이 있는지 우물쭈물거린다.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난 박선재 감독이 왜 그러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태식 촬영감독에 비해 지금 오동호 촬영감독이 찍은 결과물이 훨씬 좋기 때문이었다.

“박 감독님. 오 감독님이랑 처음부터 재촬영하고 싶으시죠?”

박선재 감독이 신종기 대표를 슬쩍 곁눈질로 쳐다본다.

“크흠. 그게······”

신종기 대표가 껄껄대며 웃는다.

“그런 건 눈치껏 나 없을 때 알아서 해. 감독이 하겠다는데 누가 말리겠나?”

박선재 감독이 환한 표정을 짓는다.

“정 팀장님. 고재수 씨랑 태풍 씨 스케줄은 괜찮습니까?”

이태풍과 고재수를 쳐다보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인다.

더 좋은 장면을 찍어내는 데 싫어할 배우는 없기 때문이다.

“얼마든지요.”

“저야 우리 팀장님이 하라고 하면 무조건 할 겁니다.”

박선재 감독은 흥분된 표정으로 스태프들에게 재촬영을 선언했다.

“그러면 지난 일주일간 찍은 장면들은 전부 재촬영에 들어가겠습니다. 제작부 연출부들은 촬영 스케줄 조정하세요.”

단 한 씬의 촬영만으로도 영상에는 차이가 드러났기에 모두가 두말없이 박선재 감독의 말에 따랐다.

그때였다.

끼이익.

경첩의 녹슨 소리가 들리며 천왕산장 정문이 열린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문 쪽으로 향했다.

조금 전 화를 버럭 내고 나갔던 이태식 촬영감독이다.

신종기 대표가 미간을 찌푸리며 묻는다.

“또 왜?”

이태식 촬영감독이 쭈뼛쭈뼛하며 말을 꺼낸다.

“저기 대표님······ 헬리콥터 좀 불러주실 수 없겠습니까? 저희 기자재가 많아서요.”

<지리산>의 촬영 스태프들은 산 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할 때 헬리콥터를 이용한다.

사람도 사람이지만 무거운 장비를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신종기 대표는 잠시 팔짱을 낀 채 말없이 노려보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촬영 장비는 내 알아서 내려 줄 테니 자네들은 걸어 내려가.”

반쪽짜리 제안이었지만 이태식 촬영감독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알겠······습니다.”

이태식 촬영감독이 마지못해 인사를 한 뒤 문을 거칠게 닫고 나가 버렸다.

쿵.

천왕산장의 문이 큰 소리를 내며 다시 닫히자 신종기 대표가 미간을 찌푸린다.

“저 인간 저거 아직 정신 못 차렸군.”

혼잣말을 내뱉은 그는 곧장 곁에 있는 이은주 팀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 팀장.”

“예. 대표님.”

“촬영 장비는 우리 회사 거 맞지?”

“예.”

“그럼 산 밑에 내려가면 이 감독이랑 촬영팀들한테 장비 잘 받았다고 문자나 보내. 따로 가지고 있는 건 사람 보내서 회수하고.”

이은주 팀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이태식 촬영감독은 LT 엔터의 촬영 장비를 임대해 쓰고 있었다.

하지만 신종기 대표의 성질을 긁어 버린 탓에 그마저도 못하게 되어 버렸다.

냉정해야 할 때 누구보다 냉정해지는 모습을 보니 과연 재벌가의 일원다웠다.

혀를 내두르는 내 모습에 신종기 대표가 고개를 갸웃한다.

“왜 그리 보나?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맺고 끊는 게 확실한 신종기 대표의 생각을 지적할 마음은 없었다.

하마터면 영화를 말아먹을 뻔한 이태식 촬영감독을 옹호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고.

“아닙니다. 대표님. 절 믿고 오 감독을 선택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씨익 하고 웃으며 아부를 하자 신종기 대표가 피식하고 웃는다.

“정 팀장 선택인데 내가 무시할 리가 있나? 뭐 어쨌건 밥이나 먹고 할까?”

“예. 대표님.”

신종기 대표가 스태프들을 쳐다보며 박수를 친다.

“자자. 곧 산 아래서 주문한 풀코스 호텔 요리가 올 거니까 조금 쉬다 먹고 합시다!!”

순간 스태프들은 신종기 대표의 이름을 환호하기 시작했다.

“역시 대표님이십니다!”

“대표님. 싸랑합니다!”

신종기 대표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두 손을 들어 스태프를 진정시켰다.

“허허. 거 뭐 대단한 거라고. 허허허. 그만들 하지. 허허허.”

역시 자기편은 확실히 챙길 줄 아는 신종기 대표다.

* * *

누룽지 해물탕에 초밥 고추잡채와 유린기 그리고 한우 더덕구이까지.

LT 호텔에서 공수한 한 중 일식의 뷔페 요리들이 전부 올라왔다.

게다가 보온장비에 담아온 터라 모든 음식들에 뜨끈뜨끈한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야~ 산속에서 짜장면이라니. 끝내주네.”

“역시 뷔페는 LT 뷔페지! 고기 질부터가 다르다니까!”

난 곁에 있는 덕배에게 유린기를 퍼주며 말했다.

“덕배야. 코앞에서 연기하는 거 보니까 소감이 어때?”

덕배는 접시를 받아들며 상기된 표정으로 말한다.

“뭐랄까······ 촬영 현장이 아니라 꼭 영화 속 세상으로 들어간 것 같던데요.”

“대본을 보고 어떻게 연기하면 되는지 감이 좀 와?”

덕배가 잠깐 고민에 빠지더니 조심스레 말한다.

“어렴풋이요.”

다행히 덕배는 두 사람의 연기를 보며 힌트를 얻은 것 같았다.

그때였다.

신종기 대표가 안유주 실장에게 묻는다.

“고재수 씨는 어디 있나? 식사를 같이했으면 좋겠는데.”

“아 다음 씬 촬영 때문에 먼저 산장 밖에 나갔습니다. 동선을 좀 살핀다고 하네요.”

“다음 씬?”

“예. 씬 57이요.”

씬 57은 천왕산장에 고립된 동아리 멤버들을 사냥하는 살인마 오명진이 삼 일간 산장 밖에서 버티다가 체력을 얻기 위해 꿩을 사냥해 날로 먹는 장면이었다.

광기 어린 고재수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극적인 장면으로 영화의 초반 긴장감을 위해서 꼭 필요한 부분이다.

신종기 대표가 미간을 찌푸린다.

“진짜 살아있는 꿩을 잡아먹고 하는 거 아니지?”

안유주 실장이 답한다.

“네. 꿩을 잡고 나면 그 즉시 죽은 꿩으로 교체할 거고 털만 뽑고 나면 나머지는 소품으로 대신할 예정입니다.”

“소품? 죽은 꿩? 그래도 먹는 건 똑같잖나?”

“아. 그건 나중에 치킨을 뜯어 먹는 장면을 CG 팀에서 합성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아 그런가~?”

신종기 대표가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런데 그 순간.

고재수는 연기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이란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 * *

위이이잉.

천왕산장의 건물 뒤편 산비탈을 향해 인공 눈 기계가 새하얀 눈을 쏟아낸다.

나무 사이사이와 나뭇가지 잎에 눈이 내려앉자 폭설이 내린 것처럼 보인다.

달칵.

인공 제설기가 작동을 마쳤다.

박선재 감독이 두꺼운 점퍼를 입고 확성기를 붙잡았다.

“소품팀. 적설량 20cm로 맞췄습니까?”

산비탈에 있던 소품팀이 자를 푸욱 찔러 넣어 확인한다.

“감독님. 20.5cm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대충 그 정도면 됩니다. 그러면 살아있는 꿩 가지고 오세요.”

소품팀이 살아있는 꿩 한 마리를 가지고 온다.

푸드드득.

꿩이 날개로 홰를 치고 있었지만 발목에 낚싯줄을 달고 있어 도망갈 수는 없게 되어 있다.

산비탈을 오른 소품팀은 고재수의 앞 3m 정도 떨어진 나무에 꿩 다리와 연결된 낚싯줄을 감았다.

이어서 고재수는 새하얀 보호복을 입은 채 산비탈로 향했다.

그리고 이후 오동호 촬영감독이 덕배의 도움을 받아 올라간다.

“덕배야. 잘 좀 잡아줘.”

“예. 감독님.”

조금 전 산 밑에서 음식과 함께 촬영을 도울 촬영 스태프 다섯 명이 올라왔지만 덕배가 눈앞에서 연기를 보고 배우는 게 많아 이번 촬영까지만 부탁해 놓은 상태였다.

스테디 캠을 든 오동호 촬영감독도 산비탈에 자세를 잡고서 최종 오케이 사인을 내렸다.

“감독님. 촬영 팀 준비됐습니다.”

박선재 감독이 긴장한 표정으로 외친다.

“재수 씨만 준비되면 바로 가겠습니다.”

고재수는 고개를 끄덕인 뒤 눈이 쌓인 산비탈에 털썩 누웠다.

새하얀 색깔의 보호복을 입은 터라 얼굴만 살짝 드러난다.

고재수가 말없이 손가락으로 오케이 표시를 하자 오동호 촬영감독이 외친다.

“감독님. 준비 다 됐습니다.”

박선재 감독이 주변을 돌아보며 외친다.

“자 실수 없이 한 방에 갑시다. 레디~ 액션!”

광기 어린 살인마 오명진의 모습을 보여주는 씬 57의 촬영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 순간 나 역시 홍보 자료로 쓰기 위해 폰으로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 * *

낚싯줄에 발목이 묶인 꿩은 도망가기는커녕 자기 앞에 놓인 먹이를 열심히 쪼아먹기 시작한다.

촬영을 위해 굶겨 놓은 터라 모이를 먹는데 정신이 없었다.

그때 극 중 3일간 배를 주렸다는 설정인 고재수가 엉금엉금 눈을 헤치며 기어간다.

옷 사이로 차가운 눈이 들어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3m 2m 1m.

코앞까지 다가갔을 무렵.

고재수는 잠깐 움직임을 멈췄다.

몸을 웅크리고 숨을 죽인 그는 꿩이 다시 모이로 고개를 숙였을 때 잽싸게 몸을 던졌다.

덥석.

푸드드득.

고재수의 손에 잡힌 꿩이 날갯짓을 하며 달아나려 해보지만 이미 늦었다.

그 순간 씬57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되었다.

고재수가 키득키득 웃더니 입맛을 다시며 입을 쩍하고 벌렸다.

그리고는 꿩의 목덜미를 향해 입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설마······ 진짜 먹는 거 아니겠지?’

당장이라도 말려야 하나 생각할 때 즈음 박선재 감독이 황급히 촬영 중단을 외쳤다.

“커 컷! 오케이!”

순간 아슬아슬하게 고재수의 이빨이 꿩의 목에 닿은 채 멈춰 버렸다.

박선재 감독은 이런 일을 예상이라도 한 듯 절묘한 타이밍에 촬영을 끊었다.

그리고는 급히 소품팀에 지시를 내린다.

“최 최 팀장님. 빨리 꿩부터 교체하세요!”

스태프가 놀란 눈으로 급히 죽은 꿩을 가져간다.

고재수가 살아있는 꿩을 넘기더니 죽은 꿩을 홱 하고 낚아채었다.

그리고 입맛을 다시며 꿩의 목에다가 다시금 이빨을 들이대었다.

순간 박선재 감독이 확성기로 외친다.

“재수 씨. 이빨로 털만 뽑으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CG로 처리할게요.”

고재수가 광기 어린 표정으로 배역 몰입을 유지하고 있자 박선재 감독은 빨리 촬영을 끝낼 심산으로 곧장 큐를 외쳤다.

“씬 57. 이어서 레디~ 액션!”

그 순간 고재수가 이빨로 죽은 꿩의 목을 깨물었다.

우드득.

뼈를 씹는 소리가 생생히 들리자 보고 있던 스태프들의 안색이 파리하게 변한다.

“퉷퉷.”

고재수는 이빨로 꿩의 털을 뽑고 뱉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짐승이라도 된 듯 번뜩였고 입가에 묻은 털은 살인마의 광기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작스레 고재수가 입을 쩍하고 벌린 뒤 털이 빠진 꿩의 살코기를 덥석 베어 물었다.

그리고는 남아 있는 잔털과 함께 씹어대기 시작했다.

우적우적.

빠드득.

“큭큭큭······”

꿩의 뼈와 살이 씹히는 소리와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섞여 오명진이란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생생히 드러내고 있었다.

고재수가 광기 어린 연기에 현장 스태프들이 넋이 나가버렸다.

‘말려야 해.’

박선재 감독에게 부탁하려고 입을 열던 순간 갑자기 고재수의 목울대가 움직인다.

꿀꺽.

그 순간 박선재 감독이 화들짝 놀라 외쳤다.

“컷컷! 오케이! 재수 씨 뱉으세요! 먹으면 안 됩니다!”

경악한 스태프들이 고재수에게로 달려간다.

그리고 그들의 맨 앞에는 가장 먼저 움직인 내가 달려가고 있었따.

* * *

“카아악~ 퉤!”

고재수가 목구멍으로 삼킨 꿩고기를 뱉는다.

한껏 일그러진 얼굴이지만 일말의 후회는 없어 보였다.

한참이나 생 꿩고기를 게워낸 고재수에게 가글을 내밀었다.

“재수 씨. 여기요.”

가글을 받아든 고재수가 입을 씻는다.

“이거 무지하게 비리네요. 예전에 닭 회를 먹어본 적이 있어서 비슷할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잡은 지 얼마 안 됐는지 피가 좀 흘러나오기도 하고요. 하하하.”

두 번은 못 하겠다면서 웃는 고재수를 보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성공하려는 절박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순간 고재수가 날 보며 겸연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잘해보려고 하다 보니······ 제가 좀 오버했죠?”

“아닙니다 재수 씨. 하지만 앞으론 그러지 마세요. 건강이라도 상할까 봐 걱정됩니다.”

고재수가 그럴 줄 알고 구충제는 미리 먹어 놓았다고 말한다.

“근데 구충제는 나중에 먹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 그런가요?”

고재수는 다시 생각해보니 하나 더 먹어야겠다며 부산을 떨기 시작했다.

그 순간 고재수를 한국 최고의 성격파 배우로 홍보할 방법이 떠올랐다.

‘재수 씨. 저만 믿으세요.’

내 배우가 최선을 다해 연기했으니 그걸 세상에 알리는 건 바로 매니저인 내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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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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