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07화
407. 연기 연습 2
[영상 통화 중 (정유진)]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유진이에게 내가 부탁한 건 20화의 씬 11을 연기한 다음 영상으로 녹화해 달라는 것.
연기 연습은 혼자서 하는 것보단 상대가 있는 편이 월등히 낫다.
그러니 만약 덕배가 유진이가 펼치는 연기를 영상으로 마주 보면서 연기 연습을 하게 되면 상당히 도움이 될 거라 확신했다.
회귀 전의 주영인이나 민규리라면 이 방법을 떠올렸어도 부탁조차 못 했을 거다.
부탁을 듣는 즉시 쌍욕을 하면서 감히 매니저가 배우한테 이딴 걸 시키냐고 했을 테니까.
하지만 착한 유진이는 흔쾌히 녹화해 주겠다 대답했다.
유진이가 내 배우라 천만다행이다.
[영상 통화 중 (정유진)]
-미소랑 온천욕 다 끝났으니까 바로 녹화해서 보내 드릴게요~
-응! 삼촌. 그러면 난 걸인 역 할게요!
신이 난 두 사람 덕에 부담이 조금 줄어든다.
“고마워 둘 다.”
유진이와 미소가 키득거리며 환한 얼굴로 대답한다.
-그러면 빨리 오세요~
“응!”
한 가지 대책을 마련했으니 이젠 최지영 배우의 집으로 가서 레슨을 받을 차례였다.
* * *
최지영 배우의 집에 도착해 초인종을 누르자 강시아가 쪼르르 달려 나왔다.
“팀장님!”
“우리 시아 연습 열심히 하고 있었어?”
“네! 선생님이 너무 재미있게 가르쳐 주셨어요!”
<지리산> 영화는 이미 크랭크인 되어 활발하게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 아역배우 강시아도 첫 현장으로 투입을 기다리는 상황.
오늘 마지막 레슨을 끝낸 강시아는 내일 나와 함께 <지리산> 촬영 현장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그리고 난 <지리산>의 현장에도 덕배를 함께 데려갈 생각이었다.
오늘 연기 레슨에 이어 현장에서 이태풍과 고재수의 연기를 보게 된다면 오디션을 앞둔 덕배에게 큰 도움이 될 테니까 말이다.
덕배를 준비시키기 위해서는 난 뭐든 다 할 생각이었다.
강시아와 인사를 나누는 동안 강시아의 엄마도 달려 나와 나를 반겼다.
“정 팀장님. 어서 들어오세요.”
청각 장애가 있는 강시아의 엄마는 새로 보청기를 얻고 난 이후 발음이 점점 또렷해졌다.
특히 여유가 생긴 탓인지 표정도 많이 밝아져 있었다.
나로 인해 바뀐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격한 감동이 몰려온다.
“많이 좋아지셨네요.”
“팀장님. 덕분. 이에요.”
두 손을 맞자고 인사를 나누자 최지영이 곧장 연습실로 가자고 말한다.
“정 팀장님. 시아 연기 레슨은 끝났으니까 덕배 연습을 바로 하러 갈까요? 오늘은 같이 들어와도 돼요.”
“예. 배우님.”
덕배와 난 곧장 최지영을 따라 연습실로 향했다.
* * *
최지영의 집에 마련된 연습실.
삼면은 흡음 소재로 되어 있고 한쪽 벽면은 통 거울로 되어 있다.
그리고 연습실 한쪽에는 모니터링을 할 수 있게 장비가 세팅되어 있었고.
게다가 카메라 여덟 개가 사방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다양한 각도에서 모니터링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내부에 냉장고까지 설치되어 있었고.
“완전 제대로네요.”
“좀 과하죠?”
알토란의 박우민 이사는 최지영을 빠르게 예전으로 돌리기 위해 연습실에 엄청난 투자를 해놓았다.
“과하긴요. 저희 회사 연습실도 이 정도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자신이 한 연기를 모니터로 볼 수 있다면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해진다.
최지영이 덕배를 바라본다.
“그러면 바로 시작할게요.”
“예.”
이미 인사를 나눈 터라 최지영은 친근하게 덕배의 이름을 부른다.
“덕배는 두 씬만 하면 된다고 했지?”
덕배가 긴장한 듯 침을 꼴딱 삼킨다.
“예.”
“이제까지 한 번도 연기는 배워본 적 없고?”
“예. 없습니다.”
“오케이. 그러면 일단 대본을 보고 대사 읽는 연습부터 해볼까?”
덕배가 태블릿을 펼쳐 자세를 잡는다.
그 순간 난 덕배가 집에서 연기 연습을 했다는 걸 알렸다.
“저기 최 배우님. 제가 방해하려는 건 아니고······ 아까 덕배가 혼자서 연습을 좀 했는데 그것부터 확인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래요? 알았어요. 그럼 그것부터 보죠.”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 최지영은 연습의 결과부터 보여달라 한다.
“덕배야. 부담가지지 말고 아까 했다는 연습부터 보여줄래?”
덕배가 태블릿을 내려놓고 호흡을 골랐다.
그리고 잠시 후.
“시작······ 하겠습니다.”
허락이 떨어진 순간 덕배의 연기가 시작됐다.
『당신이 그 유명하다던 유화 공주였단 말이오?』
첫눈에 반한 대상이 정적이라는 걸 알아차린 김법민의 안타까운 심정이 한 문장의 대사에 담겨 있었다.
하지만 대번에 문제점이 드러났다.
‘표정이 너무 무미건조하네.’
대사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덕배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집에선 문밖으로 나오는 목소리만 들은 터라 알 수 없던 문제였다.
“오케이~ 거기까지.”
최지영이 눈웃음을 빙긋 짓는다.
“재미있네 우리 덕배? 진짜로 연기는 처음 하는구나?”
“예.”
“그래도 대사에는 꽤 깊이가 있는데? 연구를 많이 해서 그런가?”
최지영이 호기심을 보이며 다시금 묻는다.
“그러면 이번엔 다른 버전으로 해볼래? 아까 집에서 다양하게 연기해봤다면서?”
덕배가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한번 똑같은 대사를 읊는다.
그런데 조금 전과는 느낌이 확 달라졌다.
이번엔 당장이라도 상대를 껴안을 듯한 탐욕이 묻어 나왔다.
덕배의 대사를 듣자 최지영이 빙긋이 웃는다.
“이거 재미있네. 혹시 다른 버전도 있어?”
“예.”
“내가 됐다고 할 때까지 계속 연기해봐.”
덕배는 고개를 끄덕인 뒤 똑같은 대사를 연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또다시.
덕배는 각각 다른 감정을 담아 몇 번이고 같은 장면을 연기했다.
여전히 표정에는 변화가 없지만 적어도 발성과 감정 전달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컷! 거기까지!”
최지영이 웃으며 날 쳐다본다.
“정 팀장님은 어디서 애를 구했어요? 표정 연기도 안 되고 호흡이랑 템포는 완전히 날 것인데······ 표현력이 좋네요. 목소리도 너무 듣기 좋구요.”
부족함은 많았지만 대사에 무게감이 있다고 한다.
특히나 목소리가 좋아 같은 대사를 해도 좀 더 좋게 들린다면서.
최지영은 칭찬을 한바탕 늘어놓다가 궁금한 듯 묻는다.
“솔직히 말해봐 덕배야. 오디션 볼 분량은 몇 번이나 읽었니?”
“아 그게······ 기억이 안 납니다.”
“기억이 안 나?”
“수십 번은 넘게 본 거 같은데 그 뒤로는 안 세었습니다.”
“헐~”
말도 안 된다는 듯 최지영이 혀를 내두른다.
“그러면 그때마다 같은 대사를 매번 다르게 읽은 거니?”
“예. 이해가 잘 안 가서요.”
최지영이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벌써 프로들이나 하는 캐릭터 연구를 하고 있었어?”
“예? 전 그냥 몰라서······”
덕배가 당황하자 최지영이 손을 들어 올린다.
“괜찮아 칭찬하는 거니까. 다만 지금은 그렇게 연습하면 안 돼.”
“그러면 어떻게 하죠?”
“일단은 네가 연구한 캐릭터 중에서 딱 하나만 살리자.”
“하나만이요?”
“그래. 그리고 그 한 캐릭터로 오디션 할 씬만 죽어라고 파는 거지.”
<화란전>의 ‘김법민’역의 오디션은 단 두 씬만을 본다.
유화 공주와 펼치는 일반 연기 20화 씬 11 국선과 펼치는 액션 연기 20화 씬 33.
그중 최지영에게 바라는 건 일반 연기인 20화 씬 11의 레슨 하나만이었다.
“그리고 김법민 역에 지원하는 다른 애들도 10대 후반이라며? 걱정하지 마. 조금 전에 네가 보여준 실력이면 한 씬만 집중적으로 파면 충분히 겨뤄볼 만해.”
고작 한 씬.
그 한 씬을 갈고 닦으면 합격 가능성이 있다는 최지영이었다.
덕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합격만 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다 하겠습니다!”
<화란전>의 ‘김법민’은 이번 오디션에 통과만 한다면 실제 촬영 시작까지는 두 달 동안의 여유가 있다.
‘김법민’은 극 중 20화부터 등장한 이후 25화부터 점점 비중이 늘어나게 되는 역이기 때문이다.
즉 이 배역은 오디션 합격 이후 연습할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그 점이 내가 이 오디션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근거였다.
나머지 파트는 오디션 합격 뒤에 연습하면 되니까 최지영 배우가 날 쳐다본다.
“유진이랑 펼치는 일반 연기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데 액션 연기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회귀 전 액션만큼은 업계 전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잘하던 사람이 바로 덕배였다.
그렇기에 난 승부수를 던졌다.
잘하는 액션 연기 연습은 최소한도로 하고 부족한 일반 연기 연습을 최대로 하는 것으로.
최지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요. 그러면 전 20화 씬 11만 연습시킬 거예요.”
“부탁드립니다.”
“아 참. 만약에 오디션에 합격하면 그 뒤는 어떻게 할 거예요?”
“그때도 배우님께 부탁드릴까 합니다.”
최지영이 씨익 웃는다.
“알았어요. 그러면 일단은 먼저 오디션에 합격부터 시켜야겠네요.”
아무래도 그녀를 부활시킨 건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순간 최지영이 도전 의식이 불타는 표정으로 덕배를 쳐다본다.
“시간 없으니까 바로 간다? 이제부터는 날 ‘화란전’의 유화 공주라고 생각하고 해.”
“예. 선생님!”
그 순간 최지영의 레슨이 시작되었다.
* * *
최지영은 자신이 유화 공주가 되어 덕배의 상대를 했다.
하지만 연기를 하고 쉴 때마다 거칠게 덕배의 실수를 몰아세웠다.
“그게 웃는 거니?”
“예!”
“아냐. 넌 그렇게 웃을지 몰라도 김법민은 훨씬 외향적인 사람이잖아! 다시! 이제 넌 최덕배가 아니라 김법민이 되어야 해!”
“예!”
“다시! 거울 봐! 연습실에 거울이 왜 있겠니? 자기 동작을 직접 보란 말이야! 얼마나 어색한지!”
“예!”
한 번 두 번 세 번.
최지영이 수도 없이 반복을 지시하는데도 덕배는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았다.
사실 같은 장면을 계속 연기하도록 하는 건 배우에게 굉장한 스트레스를 준다.
그래서 현장에서도 NG가 나기 시작하면 다들 예민해지는 거고.
하지만 덕배는 매번 지적받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실수를 조금씩 보완해나가고 있었다.
어제와 오늘 이틀간 잠도 자지 않은 상태라 컨디션이 엉망진창일 텐데 말이다.
한참이 지난 후.
덕배가 온몸이 땀이 젖었을 무렵 최지영이 숨을 몰아쉬며 먼저 손을 들었다.
“아······ 항복. 항복. 난 더 못해······토 나올 거 같아요······”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최지영이 이마의 땀을 닦는다.
급히 차가운 물을 내밀자 숨도 쉬지 않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물을 다 마신 최지영이 덕배를 쳐다보며 말한다.
“내가 이 판에서 본 신인 중에 제일 독한 게 덕배 너야. 대단해. 정말.”
같은 연기만 100번.
최지영은 중간부터 오기로 버텼다면서 감탄사를 연발한다.
덕배에게도 물을 건네자 덕배도 목이 탄 듯 벌컥벌컥 마신다.
최지영이 물을 다 마신 덕배에게 웃으며 말한다.
“이제부터는 너 혼자 해봐. 그리고 쫄지 마. 현장에서도 신인에게는 큰 기대를 안 해. 게다가 선배들도 배려해 주실 테니까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연기해도 돼. 알았지?”
“예!”
최지영의 조언을 듣는 순간 덕배는 벌떡 일어나 심호흡을 한 번 내뱉고는 곧바로 연기 연습을 이어갔다.
한 시도 쉬지 않고 연습이 반복한 덕에 덕배의 연기는 조금씩 발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덕배가 죽을힘을 다해 연습에 열중하자 쉬고 있던 최지영과 강시아도 조용히 대본을 펼치고 연습하기 시작했다.
덕배의 열정과 노력이 두 사람에게도 전염되고 있었다.
* * *
다음 날.
난 일행들과 함께 LT 타워 옥상 헬기 착륙장을 찾았다.
신종기 대표가 헬리콥터로 우릴 <지리산> 촬영장에 데려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은주 팀장 강시아의 모녀와 함께 LT 엔터의 신종기 대표를 기다리며 내 곁에 선 덕배의 상태를 살폈다.
덕배는 오늘로써 3일째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있었는데도 여전히 대본 읽기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틈틈이 유진이가 찍어준 ‘20화 씬 11’의 연기 영상을 태블릿으로 틀어 놓고선 영상 속 유진이와 연기 합을 맞춰 보곤 했다.
덕분에 덕배는 처음보다는 확실히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때였다.
투다다닥.
프로펠러의 로터가 돌며 바람을 아래로 쏘아 내며 내려온다.
덜컹.
헬리콥터가 착륙한 순간 옥상 문이 열리며 LT 엔터의 신종기 대표가 비서와 함께 나타났다.
“정 팀장! 바로 타지.”
“예. 대표님!”
신종기 대표와 인사를 한 뒤 열린 헬리콥터의 뒷문으로 올랐다.
헬리콥터의 문을 열고 다 같이 오른 다음 헤드셋을 꼈다.
헤드셋 덕분에 소음이 조금 줄어든다.
신종기 대표가 헤드셋에 대고 말한다.
-정 팀장. 옆에 앉은 친구가 새로 영입한 친구인가?
“예. 대표님.”
-남자답게 생겼군. 우리 영화에도 출연시킬 건가?
덕배는 외모만으로도 신종기 대표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화란전>의 김법민 역만 해도 버거울 정도였기에 다른 배역을 맡을 순 없었다.
“죄송합니다. 아직은 신인이라서 힘들 것 같습니다.”
-흠······ 그래? 아쉽군. 대신 다음 영화에는 꼭 출연시킬 수 있지?
다음 영화라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예. 대표님.”
약 50분 정도가 지난 후.
헬리콥터의 창문 아래로 <지리산>의 촬영지인 ‘천왕산장’이 보였다.
그리고 이곳에서 난.
덕배에게 두 번째 레슨을 시켜줄 생각이다.
* * *
투다다닥.
우릴 천왕산장 앞 공터에 내려 준 헬리콥터는 스태프를 몇 명 다시 태우고 하늘로 치솟아 오른다.
헬리콥터의 프로펠러가 일으키는 바람에 쌓여 있는 인공눈이 사방으로 휘날린다.
첫눈이 내리기 전이지만 폭설이 내린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인공 제설기로 만들어 놓은 눈이었다.
헬리콥터 소리가 멀어지자 박선재 감독과 이젠 그의 아내가 된 제작실장 안유주가 우릴 반긴다.
“어서 오세요. 대표님.”
신종기 대표가 웃음을 짓는다.
“내가 또 와서 방해된 건 아닌지 모르겠군.”
제작사이자 배급사의 대표가 현장을 자주 들락거리는 건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니다.
하지만 <경계 너머로>로 1400만 명의 관객을 달성한 이태풍이 있었기에 신종기 대표는 종종 이곳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어디 보자~ 우리 주연 배우님은 어디 계신가?”
“산장 안에서 촬영 대기 중입니다. 잠깐 쉬는 타임이라서요.”
“아. 그렇군.”
신종기 대표는 당장이라도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눈치였지만 인사를 나눌 수 있게 잠시 옆으로 자릴 비켜준다.
덕분에 나도 박선재 감독과 인사를 나눴다.
“좀 늦었습니다. 감독님.”
크랭크인이 들어간 지 벌써 며칠이나 지났기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굴렁쇠 매니저 분들에게 사정은 들었습니다. 여러모로 바쁘셨다고요.”
“예. 대신 앞으로는 최대한 시간을 빼서 자주 찾아오겠습니다.”
괜찮다며 웃음을 짓던 박선재 감독이 함께 온 강시아를 쳐다본다.
“시아도 왔구나.”
강시아가 허리를 반으로 접으며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그래. 그동안 연기 연습은 많이 했니?”
“네! 최지영 선생님께 많이 배웠습니다!”
인사를 마친 박선재 감독이 내 곁을 바라본다.
“그런데 이 훤칠한 친구는 누굽니까? ”
박선재 감독이 군침을 흘린다.
큰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
깊은 눈빛을 가진 덕배였기에 당장이라도 영화에 출연시키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아. 제가 새롭게 영입한 친구인데 오늘은 견학차 데리고 왔습니다.”
“그러면 여기까지 왔으니 단역이라도 시켜보면 어떨까요? 견학보다는 실전 한 번 뛰는 게 훨씬 공부가 될 텐데······”
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아직 연기 경험이 없는 친구라······.”
이 기회에 경험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덕배는 당장 내일이 오디션이었기에 그럴 수 없었다.
박선재 감독이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 전 다음 기회를 노려야겠네요. 자자. 다들 들어가시죠.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 감독님.”
그렇게 우린 박선재 감독의 뒤를 따라 천왕산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산장 안으로 들어간 순간 터무니없는 상황이 벌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