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05화
405. 최덕배 3
눈물을 흘리는 덕배에게 손수건을 건넸다.
덕배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은 뒤 응급실 앞에 놓인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우린 곽무혁 팀장이 오기를 기다리며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덕배가 얼마나 힘들게 지난 시간을 보냈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곽무혁 팀장이 도착했다.
“정 팀장. 이 친구야?”
“예. 주민등록증도 없으니까 등록해야 하고 한울이 후견인이 될 수 있게 좀 도와주십시오. 덕배가 안 되면 제가 한울이의 후견인이 되겠습니다.”
곽무혁 팀장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할 게 많은데?”
“대신 이 친구가 저희 회사의 대들보가 될 겁니다.”
곽무혁 팀장이 덕배의 위아래로 훑어본다.
“선 굵게 잘 생겼구나. 피부도 구릿빛이라 그런지 남자답고. 하기야 정 팀장 픽은 믿을만하지.”
“곽 팀장님 보시기에도 그렇습니까?”
“그래. 아 그리고 대표님이 뭐든 다 도와주라고 하셨으니까 뒤는 내게 맡겨.”
곽무혁 팀장이 모든 걸 돕겠다며 약속했다.
덕배가 고개를 넙죽 숙인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여기 정윤호 팀장한테 해야지. 자네의 신원 보증을 섰으니까.”
덕배가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후.
박동준도 할머니를 모시고 응급실에 도착했다.
“어. 동준아. 여기······”
“아 형!”
혹시나 내가 없으면 어쩔까 걱정을 했는지 날 보자마자 환한 얼굴을 짓는다.
원무과장과 이야기를 마치고 나온 곽무혁 팀장이 박동준은 누구냐고 묻는다.
박동준이 움찔하고 목을 움츠린다.
난 소매치기를 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고 박동준 또한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사정을 말하자면 좀 긴데 아무튼 얘도 제가 돕기로 한 친굽니다.”
곽무혁 팀장이 껄껄대며 웃는다.
“정 팀장. 이참에 종교인으로 귀화하는 건 어떤가? 어머님처럼?”
난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예전에 생각은 해 봤는데 쉬운 건 아니더라고요. 아 그리고 동준이 할머니 뺑소니범도 좀 고소해주시면 안 됩니까?”
박동준의 할머니가 눕게 된 건 새벽녘 폐지를 줍다 뺑소니 차에 치였기 때문.
경찰은 어차피 못 잡는다고 고소를 받아 주지 않았지만 난 그냥 모른 척 둘 순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곽무혁 팀장이 성호를 그으며 답한다.
“예~ 신부님.”
곽무혁 팀장의 얼굴에는 장난기 반 감탄 반이 섞여 있었다.
* * *
곽무혁 팀장에게 잠시 아이들을 맡긴 후 서재일 검사를 만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들렀다.
밤 12시라서 그런지 방에는 서재일 검사 혼자만 남아 있었다.
간단한 인사 후 짤막하게 서울역에서 있었던 일의 전후를 설명하자 서재일 검사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는다.
“본 지 얼마나 됐다고. 그 짧은 시간에 또 한 건 하셨네요?”
“예. 뭐······”
“어디 표창장이라도 받도록 추천해드릴까요?”
“아닙니다 검사님.”
받아봤자 별다른 쓸모없는 표창장에는 관심도 없었다.
이후 아주 간단한 참고인 조사가 진행되었다.
왕파리파 식구들은 어차피 다른 여죄가 많아서 큰 문제가 없을 거라 말한다.
그런데 병원으로 돌아가려던 순간 서재일 검사가 날 붙든다.
“은기 씨가 병원에서 암살 시도를 당했을 때 자리를 비웠던 경찰들에 관해서 알아낸 게 있습니다.”
구치소에서 칼을 맞은 강은기가 병원으로 나왔을 때 병실 입구 층을 지키던 경찰들이 잠시 자리를 비웠었다.
그 탓에 강은기를 죽이려는 놈이 칼을 들고 들어올 수 있었다.
강은기를 죽이려고 한 그 암살범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기에 단서는 그 경찰들뿐이었다.
이제야 왜 이 늦은 시각에 보자고 했는지 알 것 같다.
“단서를 찾으신 겁니까?”
“예. 박상곤 의원 쪽 비서 중 한 명이 그 경찰들과 만난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지난번 목맨 그 비서 말고요.”
고무적인 소식이었다.
“그러면 이제 박 의원 쪽으로 바로 조사가 들어가시는 겁니까?”
“아니요. 어설프게 들어갔다가는 저번처럼 실패할 수 있어서 증거를 더 모을 생각입니다.”
지난번엔 박상곤 의원의 비서가 모든 걸 떠안은 까닭에 모든 게 막혔었다.
그러나 이번엔 절대 빠져나갈 수 없게 증거를 모아서 끝을 볼 거라고 한다.
순간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휴~.”
서재일 검사가 씨익 웃는다.
“어? 그 한숨 뭡니까? 설마 그동안 제가 놀고 있었다고 생각하신 건 아니죠?”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다.
하지만 검사 앞에서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절대 아닙니다. 검사님.”
“정 팀장님. 이런 건 거짓말을 또 못 하시네. 하하하.”
한참 웃던 서재일 검사가 검사실에서 커피를 타서 내민다.
“그동안 절 지켜보는 눈이 많아서 일이 늦어졌습니다. 하지만 저 진짜 죽으라고 일했습니다. 그리고 최만식 대표에 관해서도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미래상상 저축은행 놈들이 장난질 친 것도 벌써 마킹 하고 있으니까요.”
천천히 접근하고 있어 시간이 걸리겠지만 두 사람 모두를 확실히 처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동안 서재일 검사는 내게서 얻은 정보들을 토대로 최만식 대표와 박상곤 의원 둘 다 쳐낼 칼날을 갈고 있었다.
“그러니 마음 편히 놓고 계십시오. 이번에는 확실하게 끝장을 볼 겁니다.”
수사가 잘 마무리되면 최만식 대표는 더 이상 굴렁쇠 엔터에 영향을 끼칠 수 없을 거다.
그러면 난 서예종 일파와 김동수를 굴렁쇠 엔터에서 몰아낼 수 있게 될 거고.
회귀한 이후.
줄곧 바라던 일들이 점점 더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 * *
새벽 1시.
다시 칠성 병원으로 돌아왔다.
곽무혁 팀장은 덕배와 박동준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회사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응급실에 도착해 전화를 걸자 덕배가 급히 밖으로 나온다.
“형. 오셨어요?”
“한울이는 좀 어때?”
“아까보다 훨씬 좋아졌어요. 형 찾고 있는데 잠깐 보실래요?”
“그럴까?”
덕배를 따라 병실 안으로 향했다.
3번 침대에 한울이가 링거 바늘을 왼팔에 꽂은 채 산소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한울이를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들자 한울이가 날 보면서 배시시 웃으며 입을 연다.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는 탓에 소리가 울렸지만 천천히 말을 한 까닭에 한울이의 말을 알아들을 순 있었다.
“슈퍼맨······ 삼촌······이다······”
슈퍼맨 삼촌.
강북 칠성 병원 응급실에 누워있는 한울이는 날 그렇게 불렀다.
코트를 휘날리며 자신의 목숨을 구해줬다면서.
그 순간 가슴이 뭉클해져 왔다.
“삼촌은 슈퍼맨 아냐. 건물에서 나온 뒤에는 형이 너 업고 뛰었어.”
“맞······아······요. 슈퍼맨.”
한울이는 힘겹게 말을 이으며 눈웃음을 짓는다.
티 없는 한울이의 눈웃음에 마음을 졸이며 뛰었던 모든 고통이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 그렇다 치고. 우리 한울이. 이제 몸은 좀 어때? 괜찮아?”
한울이가 또다시 눈웃음을 배시시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끄덕.
한울이의 새하얗게 창백하던 얼굴에는 이제 핏기가 차올라 복숭아처럼 발갛게 달아올라 있다.
냉골이던 방에 비해 이곳에는 온기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한울아. 조금만 참아. 일단 병원에 며칠 입원할 거야. 그리고 퇴원하면 깨끗한 집으로 이사 가자. 알았지?”
순간 한울이가 당황한 표정으로 형을 쳐다본다.
“나······ 보육원······ 싫어······ 안가······요.”
덕배가 놀라서 빠르게 현 상황을 설명한다.
“한울아. 그게 아냐. 너 보육원 보내는 거 아니야. 앞으로는 형이 여기 슈퍼맨 삼촌이랑 일할 건데 슈퍼맨 삼촌이 우리 새집 알아봐 주신대. 형은 우리 한울이 절대 보육원 안 보내. 형 믿지?”
덕배가 빠르게 한울이를 다독였다.
한울이가 그제야 안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한울아. 그러니까 한울이는 걱정하지 말고 낫는 것만 신경 쓰자?”
그런데 그때였다.
한울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올려다본다.
“한울아. 왜? 어디 아파?”
“슈퍼맨······삼촌······ 저······ 병원비······ 돈 많이 나오면······ 우리 형······ 힘든데······”
한울이가 이번에는 병원비 때문에 형이 힘들 거라며 걱정하고 있었다.
고작 7살.
형을 위하는 마음이 친형제보다도 애틋했다.
난 웃으며 한울이를 달랬다.
“우리 한울이는 그런 거 신경 쓸 필요 전혀 없어. 형이 이제부터 돈 엄~청 벌 거야.”
“진짜······요?”
“그래. 그러니까 우리 한울이는 빨리 나아서 하고 싶은 것도 하고 학교도 가자. 어때?”
한울이가 덕배를 올려다본다.
“형······. 나······ 진짜······ 그래도 돼?”
덕배가 한울이를 살포시 껴안아 준다.
“그래. 이제 형이 다 해 줄게. 뭐든 해 줄게. 그러니까 앞으론 절대 그러지 마. 아프면 아프다고 이야기하고. 너 없으면 형은 어떻게 살라고?”
덕배가 눈물을 흘리자 한울이가 형에게 안겨 배시시 웃는다.
“알았······어 형······ 이제는 절대······ 안 그럴게.”
두 형제가 끌어안은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간호사가 주사를 놓으려 다가왔다.
“한울이. 웃으니까 보기 좋은데?”
한울이가 다시 한번 눈웃음을 짓는다.
간호사가 피식하고 웃는다.
“우리 한울이. 크면 형처럼 미남 되겠는데?”
형처럼이라는 말에 한울이가 더욱 좋아하는 표정을 지었다.
간호사가 주사를 놓으며 다시 한번 말한다.
“한울이는 형 좋아?”
한울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네. 형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덕배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간다.
동생을 위해서 뭐든 다 하려고 한 게 왜인지 알 것 같았다.
간호사는 두 사람이 보기 좋다며 한울이를 더욱 정성스레 살펴봐 주기 시작한다.
잠시 후.
주사를 놓은 뒤 상태를 확인한 간호사가 내게 상황을 설명했다.
“열도 많이 가라앉았고 호흡도 좋아졌어요. 이제 보호자 분들도 한시름 놓으시고 좀 쉬세요. 입원실 나면 바로 연락드릴게요.”
“아 그런데 박동준 씨 할머니 상태는 좀 어떻습니까?”
“으음······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검사를 해 봤더니 뼈에는 문제없었어요. 대신에 영양실조가 심하신데 그건 잘 드시고 푹 쉬면 금방 회복되실 거예요.”
뺑소니 차에 부딪힌 이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문제가 커졌단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한울이는 동준이 할머니랑 쓰게 2인실로 부탁합니다.”
“네 그렇게 전할게요.”
간호사가 사라지고 난 이후 내가 해야 할 일을 알아차렸다.
“덕배야. 한울아. 잠깐 여기 있어. 나 잠깐 동준이 할머니한테 다녀올게.”
난 덕배에게 동생을 맡긴 뒤 박동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5번 침대.
박동준은 자기 할머니의 곁에서 두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박동준의 할머니 양인자 여사가 손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랜다.
“할미가 이래서 우리 강아지가 많이 힘들지?”
“아냐. 할머니. 나 하나도 안 힘들어.”
씩씩한 척 답하지만 박동준의 눈가엔 눈물이 가득했다.
난 두 사람이 대화를 끝낼 때까지 잠깐 기다렸다 인기척을 내었다.
“크흠.”
순간 박동준의 할머니가 몸을 일으키려 애를 쓴다.
“끄응······”
“누워 계세요. 어르신.”
박동준의 할머니가 몸을 일으키다 멈추고 한숨을 내쉰다.
“이렇게 도와주셨는데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하고······. 독지가님을 뵐 면목이 없습니다.”
박동준의 할머니는 나를 독지가로 오해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어르신.”
난 간단한 인사 뒤 박동준의 곁에 앉았다.
“어르신. 몸이 다 나으시면 생계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박동준의 할머니가 덤덤히 말한다.
“우리 손주가 아직 어리니까······ 다시 폐지를 주우러 가야지요.”
“그러지 마시고 한울이랑 덕배를 좀 돌봐주실 순 없겠습니까? 제가 한 달에 200만 원씩 드리겠습니다.”
조금 전 덕배와의 이야기로 박동준의 할머니가 한울이를 유독 아끼고 챙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난 할머니가 낫게 되면 덕배와 한울이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는 중이었다.
박동준의 할머니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저 같은 늙은이한테 그 큰돈을 주신다고요?”
“예. 덕배가 이제 배우로 데뷔를 할 거라서 집안일을 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어린 한울이를 혼자 둘 수도 없고요. 같이 살 보호자가 필요한데 전 너무 바빠서 그럴 수가 없습니다.”
“저 말고도 다른 더 좋은 사람이 있을 텐데······”
“아뇨. 제가 볼 땐 어르신이 딱입니다. 그러니 어르신께서 덕배 한울이와 함께 살아주셨으면 합니다. 월세와 생활비는 당연히 따로 챙겨드리겠습니다.”
박동준의 할머니가 눈을 끔뻑거린다.
“이 늙은이가 쓸모가 있을지······”
“평소에도 한울이를 잘 챙겨주셨다면서요? 꼭 좀 도와주십시오.”
간절히 부탁하자 박동준의 할머니가 자기 손자를 한번 바라본다.
그러고는 눈을 딱 감고 말한다.
“그러면 이 늙은이가 두 팔 걷어붙이고 한울이를 돌보겠습니다. 덕배나 한울이 모두 제 손자 같은 아이들이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퇴원하시는 대로 바로 이사 준비하시죠.”
난 혹시 몰라 할머니에게도 명함 한 장을 건넸다.
순간 박동준이 날 쳐다본다.
“형. 저기······ 저한테는 시키실 일 없어요?”
“너한테?”
“형이 이렇게까지 해주시는데 저도 뭐라도 해야죠. 전 돈은 필요 없으니까 심부름이라도 막 시키세요.”
어떻게든 은혜를 갚고 싶다는 말에 웃으며 답했다.
“그러면······ 넌 공부해.”
“예?”
“16살짜리가 일은 무슨! 까불지 말고 넌 할머니 퇴원하시는 대로 공부나 열심히 해.”
덩치는 크지만 애나 다름없는 박동준이 내 눈치를 본다.
“전 학교 안 다니는데······”
“학원은 뒀다 국 끓여 먹니? 검정고시라도 보고 고등학교는 제대로 가야지.”
박동준이 내 눈치를 살피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네······”
박동준의 할머니가 흐뭇하게 웃음을 지었다.
“우리 동준이. 이제 큰일 났네. 공부는 하나도 못 하는데······ 어떻게 하니?”
“하 할머니! 내가 안 해서 그렇지 했다 하면 뭐든 잘하는 거 알면서!”
박동준의 얼굴이 빨개지고 있었다.
올해 굴렁쇠 엔터에서 연봉을 제외한 보너스만 최소 5억 이상.
두 사람의 생계를 건사하는 건 내게 아무런 문제도 아니었다.
* * *
다음 날 아침.
2인 입원실이 나자마자 한울이와 박동준의 할머니를 입원실로 옮겼다.
1653호에 두 사람을 옮기고 난 뒤 박동준에게 지켜보라고 하고선 잠시 병원 밖으로 나왔다.
필요한 물품도 사고 잠깐 눈을 붙인 뒤 덕배와 한울이의 주민등록증과 출생등록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집으로 가려는 순간.
갑자기 오복희 PD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 : 오복희 PD]
경주 촬영장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싶어 급히 전화를 받았다.
-정 팀장님. 아침부터 연락드려 죄송해요.
“아닙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그 순간 오복희 PD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낸다.
-혹시 10대 후반에 남자 배우 한 명만 소개해 줄 수 있을까요? 배역 한 자리가 펑크가 나버렸어요.
마침 덕배의 나이는 19살.
그동안의 고통을 보답이라도 받듯 덕배의 앞길에 꽃길이 깔리고 있었다.
오복희 PD가 제안한 배역은 그저 그런 배역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