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2화
392. <화란전> 대본 리딩 3
<화란전>의 대본 리딩 중.
오복희 PD가 잔소리한 탓에 신인 배우 민규리가 대본 리딩장 밖으로 뛰쳐 나가 버렸다.
오복희 PD는 곧장 민규리의 매니저를 불렀다.
사색이 된 TNT 엔터의 매니저 장삼덕 실장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P PD님. 쟤가 아직 신인이라 아무것도 몰라서······.”
장삼덕 실장이 오복희 PD를 보며 빌기 시작한다.
오복희 PD가 씩씩거리며 언성을 높인다.
“아무리 신인이라도 기본 교육은 해서 내보내야 할 거 아니에요”
“죄 죄송합니다. 애가 너무 놀라서 그랬나 봅니다. 그러니까 제발 용서를······.”
“됐고. 당장 배역 날아가고 싶지 않으면 TNT 대표님 들어오시라고 해요.”
“PD님! 제발 한 번만······.”
오복희 PD가 눈을 부라린다.
“내 말 안 들려요? 그냥 이대로 배역 날려 버릴까요?”
“아 아닙니다. 대표님께 오시라고 하겠습니다.”
민규리가 제멋대로 행동한 까닭에 TNT 엔터의 매니저만 깨지고 있었다.
결국 대본 리딩은 여기서 종료였다.
오복희 PD가 애써 화를 달래며 말했다.
“다들 오늘 일. 입막음 부탁드려요. 괜한 소문이 퍼지면 모두가 손해니까. 아시죠?”
오복희 PD는 주변을 둘러보며 방송국 내의 일을 밖으로 퍼트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배우들이 다들 고개를 끄덕이자 3일 뒤에 다시 대본 리딩을 하기로 약속일자를 잡았다.
“다음 주 크랭크인은 바로 경주 세트장에서 시작하니까 다들 일정 펑크 안 나게 조율 잘해두세요.”
오복희 PD의 지시에 배우와 스태프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TNT 엔터 장삼덕 실장이 자기 회사 대표가 도착했다고 전했다.
“저희 대표님이. 지금 바로 규리 데리고 PD실로 올라오신답니다.”
“알았어요. 바로 오라고 해요.”
“예. PD님.”
몸을 일으키던 오복희 PD가 날 쳐다본다.
“그리고 정 팀장님은 10분 뒤에 저 좀 뵙고 가세요. 할 이야기가 있거든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몰랐지만 알겠다고 대답했다.
“예. PD님.”
오복희 PD와 류한준 CP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한우주 작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밖으로 나섰다.
남은 배우들은 어이없는 경험을 했다고 혀를 내두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민규리. 쟤 웃기네······.”
“압박감 때문이라잖아요. 근데 저래 가지고 연기나 제대로 하겠어요?”
“모르지 뭐. 하여간 기자들한테 다들 입조심 하자고. 오 PD가 부탁했는데 씹을 순 없잖아.”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인사를 나눌 틈도 없이 대본 리딩장을 나섰다.
바쁜 인기 많은 배우들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미래의 연기돌 오태혁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키 180cm 정도에 중성적인 외모의 오태혁은 다가와서 인사도 못 건네고 그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만 있다.
유진이가 눈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한다.
“왜 그러세요 태혁 씨?”
그제야 오태혁이 허리를 90도로 팍하고 숙이며 인사를 건넨다.
“아깐 고마웠습니다 선배님.”
아이돌식 폴더인사에 당황한 유진이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니에요. 저도 연기를 하다 보면 얼마나 실수를 많이 하는데요 뭘~. 하여튼 연기하시는 거 보니까 앞으로 더 잘하실 거예요. 힘내세요.”
거짓말이다.
회귀한 첫날 이지연 작가 앞에서 실수할 뻔한 이후 유진이는 실수를 거의 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유진이는 상대를 위해 착한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조급해하시지 말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 많이 받으세요. 저도 도울 거 있으면 앞으로 도울게요.”
오태혁의 얼굴이 밝아진다.
“정말이십니까?”
“예.”
고작 2년 차 배우.
그러나 유진이는 다른 사람을 챙길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혼자만 잘난 맛에 사는 배우가 아닌 주변을 살필 수 있게 된 유진이가 조금은 자랑스러웠다.
잠깐의 대화 뒤.
오태혁이 상기된 표정으로 말한다.
“그리고 저 사실 유진 선배님과 미소의 팬입니다.”
“진짜요?”
“예. 유앤미 팬클럽 회원이기도 합니다. 팬 카페 아이디는 귀염뽀작이고요.”
“귀염뽀작이요?”
오태혁은 머리를 긁적인다.
“그 그건 제가 지은 게 아니라 저희 멤버들이 장난스럽게 지어준 아이디라서······.”
차세대 보이 그룹 넘버 원인 레이븐의 리더가 유진이와 미소의 팬이라니.
유진이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그 순간 내 뒤에 서 있던 미소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오태혁을 올려다본다.
“오빠. 진짜 엄마랑 제 팬이에요?”
오태혁이 고개를 빠르게 위아래로 끄덕였다.
“어 어······ 미소야.”
미소가 씨익 웃더니 날 쳐다본다.
“삼촌. 내 가방 좀 주세요!”
“가방은 왜?”
“이 오빠한테 줄 거 있어요.”
“알았어.”
나는 미소에게 분홍색 파워터프걸 가방을 건넸다.
가방을 받은 미소가 지퍼를 찌익 하고 연 뒤 자기가 좋아하는 형광색 파워터프컬 스티커 모음집을 건넸다.
“이거 제 선물이에요!”
설마 이런 걸 받고 좋아할까 싶었지만 오태혁은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오태혁이 들뜬 표정으로 받은 스티커의 뒷면을 내밀었다.
“저기 미소야. 혹시 여기에 사인 좀 부탁해도 될까?”
“네!”
기분이 좋아진 미소는 테이블에 스티커를 놓고 사인을 하기 시작했다.
“정~ 미~ 소~ 됐다!”
미소가 자기 이름을 적으며 사인을 마쳤다.
오태혁은 이번엔 유진이에게도 사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유진이가 웃으며 미소의 사인 곁에 사인을 남겼다.
오태혁이 고개를 다시 한번 숙인다.
“평생 보물로 간직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유진 선배님!”
“네~ 수고하세요.”
“오빠. 빠이~”
오태혁이 미소에게 받은 스티커를 마치 금덩이처럼 소중히 품 안에 안고 대본 리딩장을 나섰다.
그때 왕 역할을 맡은 우리 회사의 송지환과 이 왕후 역의 최지영이 우리 곁으로 왔다.
송지환이 유진이에게 엄지를 치켜세운다.
“하도 이곳저곳에서 정유진 정유진 해서 얼마나 연기 잘하나 싶었는데······ 실제로 보니 장난 아니다 너?”
송지환의 칭찬에 유진이가 얼굴을 붉힌다.
“아니에요. 선배님.”
“아니긴 뭐가 아냐. 아까 태혁이 쟤를 아예 가지고 놀더니만?”
최지영이 피식 웃는다.
“가지고 노는 게 뭐야 태혁이가 들으면 화낼라.”
두 사람은 나이가 같아 친구처럼 지내는 말을 편히 한다.
그때 송지환이 우릴 쳐다보며 말한다.
“최 배우랑 나는 오늘 한가한데 정 팀장하고 유진이는 어때? 밥이나 같이 하지.”
최지영이 어이가 없다며 웃는다.
“두 사람이 지금 얼마나 바쁜데 밥을 먹자고 해? 그리고 나도 바빠!”
“야 밥 한 끼 할 시간도 없어?”
“당분간은. 정 팀장이 꽤 재미있는 아역을 하나 발굴했거든. 곧 영화에 들어가는데 내가 레슨 해 주고 있어서 나도 집으로 바로 가봐야 해.”
강시아를 키운다는 이야기에 송지환이 관심을 보인다.
“그래? 그러면 걔. 나도 한번 볼 수 있을까?”
“왜?”
“정 팀장 픽이면 어차피 잘 될 애 아냐? 나중에 선생님 소리 들으면서 평생 보답 받으려면 지금부터 침 발라 둬야지.”
송지환은 내게 보답하고 싶다는 말을 그렇게 돌려서 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송지환이 날 쳐다보며 묻는다.
“정 팀장. 나도 걔 좀 봐줘도 돼?”
‘이거 대박인데?’
탑 배우 두 사람이 붙는다는 건 강시아에겐 둘도 없을 기회였다.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송지환이 씨익 웃는다.
“오케이. 아 참. 그리고 우리 와이프가 정 팀장 자주 집에 데려오래. 그때 와서 타 준 정 커피가 자꾸 생각난다더라고.”
강시아의 레슨비로 정 커피라면 얼마든지 타줄 수가 있었다.
“잔뜩 타서 집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 * *
오복희 PD실의 앞 복도.
유진이와 미소를 데리고 왔는데 TNT 엔터의 장삼덕 실장이 PD실 밖에 미간을 찌푸린 채 서 있다.
그때 PD실에서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흘러나왔다.
-유 대표님! 내가 규리 얘를 믿어야 할 이유가 뭐가 있죠?
-PD님. 얘가 멘탈이 좀 약해서 그렇습니다. 좀 이해해 주십시오. 신인이잖습니까?
-만약에 또 그러면요?
-제가 책임지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습니다.
TNT 엔터는 엔터 회사들을 합병해 업계 3위로 치고 올라온 회사다.
그러나 민규리의 일탈 행위는 업계 3위인 회사의 대표가 직접 찾아와 거듭 사과를 할 정도로 대형 사고였다.
나는 유진이에게 미소를 데리고 잠깐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한 뒤 슬그머니 장삼덕 실장에게 다가갔다.
나와 악연인 배우 소이영의 담당 매니저이긴 했지만 다른 회사 매니저들이랑 친하게 지내둬서 나쁠 일은 없다.
연예인들의 모든 정보는 매니저들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PD님이 화가 많이 나셨네요.”
장삼덕 실장이 미간을 찌푸린다.
“왜 친한 척이야?”
“에이~ 실장님도 참. 앞으로 드라마 해가면서 계속 볼 건데 친하게 지내시죠. 앞으로 제가 잘하겠습니다.”
“이 친구 이거 생사람 잡을 일 있어? 우리 이영이가 너랑 정유진이만 보면 이를 빠득빠득 가는데 내가 어떻게 너랑 친하게 지내?”
“실장님이 소이영 전담도 아니시잖아요. 그리고 매니저들끼리 날 세워서 뭐 하시게요?”
“크흠. 그거야······ 그렇지만. 하여간 안 돼.”
“그러지 마시고 우리끼리는 좀 편하게 지내죠. 그나저나 실장님도 참 피곤하시겠네요. 규리 쟤 생긴 거랑 성격 완전 반대인 거 같던데······ 어디서 데려왔습니까?”
장삼덕 실장은 화를 낸 게 무안한지 선선히 대답해 준다.
“우리 대표가 직접 길거리 스카우트 해왔어.”
회귀 전 내가 그녀를 만난 건 탑 엔터테인먼트 이후였기에 그 전 시기는 잘 알지 못한다.
앞으로도 민규리를 자주 볼 것 같았기에 난 장삼덕에게서 정보를 좀 더 캐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오냐오냐하십니까? 고작 신인인데요.”
“아 그거? 연예인 안 하겠다는 애를 데려오느라고 계약 조건이 배우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거든. 그런데 저래서야 본전이나 뽑을지 모르겠다.”
대표가 직접 스카우트했고 막대한 계약금을 줬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거기다 TNT 대표 말고는 민규리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고생깨나 하겠네.’
그때였다.
달칵.
문이 열리는 소리에 벽에 기댔던 장삼덕 실장이 얼른 자세를 바로 한다.
동시에 PD실 안에서 오복희 PD의 호통 소리가 들려온다.
“하여간 다시 한번 이런 일 생기면 그땐 MBS 드라마국에서는 TNT 애들 다 출연 정지시킬 거니까 알아서 해요!”
허리를 반으로 굽힌 TNT 유강석 대표와 민규리가 함께 나온다.
죄송해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지은 유강석 대표와 달리 민규리는 입이 뿌루퉁한 채다.
잘못은 했지만 인정하기는 싫다 이거다.
PD실을 나오던 유강석 대표가 날 알아본다.
“굴렁쇠. 정 팀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대표님.”
180cm의 키에 스프라이트 명품 정장을 입은 그는 왼쪽 손목에 파텍 필립 시계를 차고 있었다.
올해 38살이지만 몸 관리를 탄탄히 한 터라 20대 후반으로 보일 정도였다.
“안 그래도 정 팀장님을 한번 뵙고 싶었는데 반갑네요. 지금은 좀 그렇고······ 이따가 밤에 저 좀 뵐 수 있을까요?”
“무슨 이야기를 하시려고요?”
“들어보셔서 손해 될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유강석 대표는 과감한 인수 합병으로 2년 후에 잠깐 업계 1위를 달성하는 능력자였다.
하지만 그 성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엔터 회사 1위를 만들며 생긴 빚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유강석 대표가 할 이야기는 대충 짐작이 간다.
스카우트 제의.
하지만 내게 전혀 관심 없는 이야기였다.
더군다나 소이영이나 민규리가 있는 TNT 엔터였기에 갈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죄송합니다. 스케줄이 밀려 있어서 확답드리긴 좀 그렇습니다.”
“그래도 시간 나는 대로 꼭 좀 연락 부탁드립니다.”
유강석 대표는 아쉬운 표정을 짓다 여전히 퉁명스러운 민규리를 데리고 장삼덕 실장과 함께 엘리베이터 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순간 떨어져 있던 유진이와 미소가 조르르 달려왔다.
“오빠. 또 스카우트 제의에요?”
“삼촌. 딴 데 갈 거예요?”
난 유강석 대표에게 받은 명함을 유진이에게 건넸다.
“내가 가긴 어딜 가? 자 여기 받아.”
회귀한 이후.
늘 스카우트 제의를 받다 보니 두 사람 또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그때 유진이가 내게서 받은 명함을 미소에게 건넸다.
“미소야 자!”
미소는 명함을 받더니 갑자기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저기면 되겠다.”
“응?”
“삼촌 눈 감아요! 어서!”
난 미소가 시키는 대로 눈을 감았다.
다만 뭘 하는지 궁금해 실눈을 살짝 떴다.
미소는 복도에 놓인 소화기로 달려간 뒤 소화기 받침대 밑에다 명함을 넣어 버렸다.
절대 못 찾게 하려는 듯 말이다.
명함을 숨긴 미소는 큰일을 해낸 듯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시 내 앞으로 돌아온 미소가 밝은 목소리로 말한다.
“삼촌. 이제 눈 떠요.”
“그런데 뭐 했어?”
“비~밀~”
해맑게 웃는 미소를 보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절대 안 떠날 테니까 걱정하지 마. 미소야.’
* * *
PD실로 들어가자 오복희 PD와 함께 류한준 CP와 한우주 작가도 있었다.
오복희 PD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민규리 재. 따끔하게 혼냈으니까 앞으론 걱정 안 해도 될 거예요.”
“저희야 뭐 상관있습니까? PD님이 고생이시죠.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주제를 바꾸자 오복희 PD가 조금은 밝아진 얼굴로 말한다.
“아 실은 OST 때문에 상의 좀 할까 해서요.”
현재 <화란전>의 메인 주제가 OST는 강하나와 김종훈의 <혼불>로 정해져 있다.
곡 비는 무려 2천 5백만 원이나 받았는데 모두 오복희 PD가 좋은 값을 받을 수 있게 중간에서 도와준 덕분이다.
“혼불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 그런 건 아니고 이왕이면 드라마 발매 시에 앨범도 발매하자는 의견이 나와서요.”
MBS는 <화란전>의 OST를 12곡 정도 담아 앨범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그래서 말인데 혼불 작곡가인 방선우 씨한테 6곡 정도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6곡이라면 나머지 곡은 어디서 받으시려고요.”
“아 반 정도는 에이스 엔터의 에필 K에게 의뢰하기로 했어요.”
아무리 PD와 친해진다고 해도 늘 말을 조심해야 한다.
PD는 프로에 관해서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는 권력자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갈 순 없다.
“죄송합니다만 저흰 에필 K랑은 힘들 것 같습니다.”
하필이면 방선우의 곡을 표절하려 한 에필 K라니.
언제고 에필 K는 한번 제대로 손을 봐줄 생각이었지만 아직은 증거가 부족해 놔두고 있을 뿐인데.
생각지도 못한 거절을 받자 오복희 PD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혹시 에필 K랑 문제라도 있어요?”
“예 PD님.”
오복희 PD가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 어떻게 한다······.”
그런데 그때였다.
OST 앨범으로 수익을 극대화할 방법이 머리를 번뜩이며 지나갔다.
‘잠깐만. 이거 잘만 하면 대박을 낼 수도 있겠는데?’
순간 난 오복희 PD를 보며 역제안을 제시했다.
“그 앨범 건. 저희한테 통째로 맡겨주시면 안 됩니까?”
“굴렁쇠에서 다 맡는다고요?”
“예. 맡겨만 주시면 곡 비를 안 주셔도 괜찮습니다.”
<혼불>과 달리 수익에 극대화할 방법을 찾은 내겐 방송국의 곡 비 따위는 의미가 없었다.
“아니 곡 비를 왜 안 받아요? 그러면 정 팀장님 쪽이 고생해서 앨범을 제작할 이유가 없잖아요.”
오복희 PD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