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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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6화

36. 선택의 시간 3

지금 유진이의 행동은 내 기억 속에 있는 <파란 하늘>의 한 장면과 똑같았다.

유진아.

작가님이 보신다.

조금 더 흔들어!

유진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김솔잎 작가도 뭔가 아이디어가 떠오른 듯 폰을 꺼내 메모 앱에다 뭔가를 쓰고 있었다.

‘아자!’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흐뭇하게 웃는 얼굴로 아이디어를 적는 걸 보니 분량이 늘어나는 건 확정이다.

그때였다.

소주 한잔을 비운 이지연 작가가 그 술잔을 내게 내밀었다.

“내 술 한 잔 받아.”

“감사합니다. 작가님.”

“고맙긴. 오늘 자기가 큰일 하나 했더라.”

“예?”

“강 대표님에게 연락 왔어. 덕분에 나도 살았고.”

강감찬 대표는 상황이 종료되자마자 곧장 이지연 작가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아 아뇨. 확실하지 않은 일이라 진즉에 말씀드리지 못하고 괜한 시간을 끌었습니다. 제가 오히려 죄송합니다.”

“그래도 그 시간. 안 끌었으면 내 차기작은 완전히 망했을 거 아냐?”

술이 가볍게 한잔 들어간 이지연 작가가 연이어 물었다.

“한 가지만 물을게. 내 예전 대본들까지 전부 다 봤었다고 했었지?”

첫날 만나서 한 말을 아직 기억하는 이지연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작가님 대본 중에서 안 본건 없습니다.”

“그러면 자기가 볼 때 이번 작품은 어때?”

“예?”

“그러니까 신의 이름으로. 그거. 자기가 거절한 게 작품성 때문이 아니라 최준우 때문이라며? 만약에 상대가 최준우가 아니라면 유진이 출연시킬 생각 있어?”

이지연 작가의 톤이 부드러워져 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답하지 못하자 그녀도 한발 물러났다.

“아. 물론 작품이 별로면 나도 강요할 생각은 없어.”

“아닙니다. 작가님! 작품이 별로라뇨. 띵작! 갓작입니다!”

원래 <신의 이름으로>라는 작품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은 적은 없다.

4화만 방영하고 그대로 내려오니까.

하지만 내 10년의 매니저 경험으로 봤을 땐 이 대본은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겹치기만 아니라면 무조건 출연할 생각 있습니다.”

내 대답에 이지연 작가가 빙긋이 웃었다.

“걱정하지 마. 제작사 만나서 판 뒤엎어 버릴 거야. 그리고 편성을 다시 잡을 생각이거든.”

“그러면 제가 빌어서라도 해야죠.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배역은 무당역이죠?”

“왜? 딴 게 끌려? 여주 꽂아줘?”

“아닙니다. 여주는 오디션 봐야죠. 무당역. 그때까지 준비해 두겠습니다.”

이지연 작가가 피식 웃는다.

“훗. 제법이네. 작가 사정 봐줄 줄도 알고.”

아무리 이지연 작가라도 여주인공을 낙하산으로 꽂으면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난 앞으로도 성공할 드라마를 알고 있다.

그러니 당장 주연을 하기 위해 무리수를 둘 이유는 없었다.

내 대답이 만족스러운지 이지연 작가가 흐뭇하게 웃으며 한 마디를 더했다.

“대신에 그 배역. 조금 더 맛깔나게 손봐 둘게. 주연급 정도로?”

주연급 조연이라고?

그렇다면 무조건 오케이지.

“감사합니다.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순간 곁에 있는 김솔잎 작가가 입을 샐쭉거렸다.

“아직 제 작품 픽스도 안 되었는데 미리 보험까지 들어두시는 거예요? 너무하신다.”

한고비를 넘기면 또 한고비가 오는구나.

“아이고! 김 작가님도 참. 그런 뜻이 아니라······.”

“호호. 아니면 제 벌주 한잔 드세요.”

김솔잎 작가가 웃으며 잔을 내밀기에 난 기분 좋은 표정으로 잔을 받았다.

일 이야기가 끝나자 김솔잎 작가와 이지연 작가가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솔잎. 아쉽게도 너랑 맞상대하는 건 못하게 됐네. 어차피 내가 이겼겠지만.”

“어머 선생님. 제 작품 호락호락하지 않거든요?”

“그럼 난 못 썼니?”

김솔잎 작가와 이지연 작가가 잔을 맞대며 피식하고 웃는다.

말없이 잔을 대고 쳐다보는 모습이 떠나보내는 스승과 떠나가는 제자가 이별주를 나누는 것처럼 보였다.

“자 마시자. 마지막 촬영도 끝났으니까 오늘은 다 잊어버리고.”

“네. 작가님.”

이내 두 사람은 소주잔을 탁 털어 비웠다.

그리고 젓가락을 내밀어 잘 구워진 소 갈빗살을 먹기 시작했다.

그 순간 유진이가 나타났다.

왼손에는 집게.

오른손엔 국민 소주 진짜이슬을 들고 말이다.

“앗! 우리 매니저 오빠다. 매니저 오빠도 제 술 한잔 받으셔야죠.”

아주 알바생 납셨네.

얘는 앞으론 술 안 먹여야겠다.

유진이가 집게와 소주병을 놓고 내 곁에 찰싹 달라붙었다.

술잔을 내려놓은 이지연 작가와 김솔잎 작가가 다들 한마디씩 던졌다.

“유진. 수고했어. 덕분에 후반부가 확 살았지 뭐야.”

“헤헤. 감사합니다.”

“유진 씨. 차기작에서도 이번만큼만 하세요.”

“네. 언니는 저만 믿으세요! 제가 목숨을 걸고 시청률 캐리할게요!”

“호호호. 언니? 그거 듣기 좋네요?”

“유진! 난 왜 작가고 얜 언니야?”

“그럼. 이 작가님은 큰언니?”

이지연 작가가 유진이의 애교에 사르르 녹아내렸다.

“풉. 얘가 어디서 큰언니래?”

뾰족한 말과는 달리 이지연 작가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 * *

어제 회식이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그런데 일어나 보니 초저녁이 다 된 시간이다.

“출근해야······ 아 맞다. 오늘 연차 냈었지.”

그제야 안도한 나는 침대에 누운 채로 TV를 켰다.

때마침 연예 TV 채널에서 현행범으로 잡힌 최준우가 점퍼를 뒤집어쓰고 경찰서에서 나오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무슨 생각으로 그러신 겁니까?

-최준우 씨! 피해자들에게 한 말씀 하셔야죠!

-당신이 인간이야? 이 쓰레기 자식아!

-죽어라! 이놈!

최준우는 몰려든 사람들에 의해 매를 맞고 머리채를 쥐어뜯기며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옷은 갈기갈기 찢어지는데도 경찰은 말리는 시늉만 할 뿐이다.

계란을 맞고 밀가루 범벅이 되는 모습이 나왔지만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저 정돈 아무것도 아니다 싶었다.

덕분에 포털 실검에는 최준우 물뽕 최준우 인간말종 등등의 각종 검색어가 탑 10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잘 가라. 최준우.”

너덜너덜해진 최준우가 포승줄에 묶여 호송차에 타는 걸 보며 다이어리 앱을 실행했다.

이지연 작가가 편성을 반납한 탓에 관련된 일정 역시 사라진 게 보였다.

[에브리데이 V10]

[날짜 : 2020년 4월 1일]

-PM 10:00 <일정 삭제>

(삭제된 일정 : MBS <신의 이름으로> 모니터링. (보고 사항) 최준우 스캔들로 인해 시청률 3.5%로 출발.)

“끝났네.”

더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침대 위에서 한동안 뒹굴뒹굴 굴러다니다 앱에 있는 배달음식점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기 시작했다.

“배달 가게가 이렇게 많았나?”

황금 짜장면 세트와 코끼리 다리 족발 세트 중 어떤 걸 먹을까 고민하던 순간.

유진이의 까톡이 전송되었다.

[러블리♡유진 : 오빠. 나 어제 실수 안 했죠?]

설마?

기억 안 나?

소주 반병에 기억 상실이야?

어이가 없었지만 친절히 까톡에 답했다.

[정윤호 매니저 : 그걸 실수라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다들 즐거워하기는 했음.]

[러블리♡유진 : 뭐 뭔데요? 내가 뭘 했는데요? 네?]

[정윤호 매니저 : 너? 정말 기억 안 나?]

[러블리♡유진 : 즐거웠던 기억은 나요. 나 소주 반병이 주량이라서······.]

소주 반병만 마시고 그 난리를 치다니.

당신의 재능에 엄지 척.

[러블리♡유진 : 아 진짜. 오빠! 말해주세요. 네? 나 어제 일이 기억이 안 나서 오디션 연습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요. (T_T)]

유진이가 연신 우는 이모티콘을 보낸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정윤호 매니저 : (첨부 영상 : 술취한유진이의주사는이렇더래요.MPEG)]

잠시 후.

유진이의 까톡이 도착했다.

[러블리♡유진 : 이건 내가 아님. 절대 아님. 언빌리버블!]

[정윤호 매니저 : 현실을 받아들이세요. 정유진 배우님.]

한동안 유진이가 좌절 이모티콘이 보내왔다.

그리고는 스태프에게 어떻게 사과하냐면서 야단법석을 떨었다.

[정윤호 매니저 : 걱정하지 마. 스태프들 모두가 즐거워했으니까.]

모두가 흥겨웠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자 그제야 유진이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난 미소와도 까톡으로 인사를 나눴다.

[미소천사♥ : 삼촌 언제 또 놀러 와요?]

[정윤호 매니저 : 응. 내일? 유진이 데리러 갈 때 또 보자.]

[미소천사♥ : 응! 나 안 자고 삼촌 기다릴 거야!]

얘가 또 가슴을 두근대게 하네.

유진이를 데리러 갈 때마다 매일 인사하는데도 이렇게 매번 또 보고 싶다고 한다.

어떤 이유로든 간에 누군가 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렇게 기쁜 일인 줄은 몰랐다.

고맙다 미소야.

내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 줘서.

난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미소에게 까톡을 보냈다.

[정윤호 매니저 : 안 돼. 잠을 자야 키 크지. 그니까 일찍 자요. 우리 미소?]

[미소천사♥ : 으응! 알았어요. 삼촌도 안녕히 주무세요! (꾸벅 이모티콘)]

미소와 인사를 마치고 코끼리 다리 족발 세트의 포장을 뜯으며 다이어리를 살폈다.

빡빡한 일정들과 함정들 내가 이용해야 하는 것들과 막아야 하는 일들이 수천 수백 건이다.

“어휴. 눈앞이 깜깜하네.”

하지만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다.

개똥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회귀시켜 줘서 고맙다고.

어제 한 명을 구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맙고 유진이가 잘 살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고.

“그래. 정윤호. 힘내자. 하나하나씩 차근차근 정리하자고.”

하지만 2019년이 사라지는 마지막 12월 31일.

또 하나의 사건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 *

[에브리데이 V10]

[날짜 : 2019년 12월 31일]

-AM 11:00 (보고 사항) 업계 3위 루이스 엔터테인먼트 최종 부도 4위 디딤돌 엔터테인먼트 최종 부도

온갖 시상식이 있어 한창 흥겨워야 할 엔터 업계의 연말은 대형 엔터 회사 두 개의 부도로 뒤숭숭해졌다.

휴게실에서 TV를 보던 구성철 실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엔터 업계 3위와 4위의 대형 기획사가 무너졌으니 그 여파가 업계 전체로 퍼져나가게 됐기 때문이다.

“다들 회의실로 모이라고 해.”

다급한 구성철 실장의 목소리에 오덕구 팀장이 전화를 들었다.

5분도 지나지 않아 회사에 남아 있던 직원들이 회의실에 모였다.

구성철 실장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모인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다들 오늘 시상식 준비 때문에 정신없을 텐데 불러서 미안하다. 루이스랑 디딤돌 부도 기사 뜬 거 봤어?”

“예. 실장님.”

“그래. 두 회사에 소속된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이나 프로들은 한동안 어수선할 거야. 현장 PD들이 예민해져 있으니까 다들 신경 써라.”

“예.”

구성철 실장의 지시에 배우 2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어 구성철 실장은 오늘 시상식에서 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배우들을 열거했다.

“그러니까 수상 후보들은 조금 더 신경 써. 헤어스타일이랑 의상도 웬만하면 최고로 해 주고.”

“예. 실장님.”

하지만 구성철 실장의 뜻과는 달리 올해 굴렁쇠 엔터에서 상을 받는 배우는 배우 1실의 조민성 한 명뿐이다.

‘후보만 수두룩했지.’

그 탓에 실망한 강감찬 대표는 두 회사의 부도로 인해 시장에 나온 연예인들을 잡으란 지시를 내린다.

내년엔 상 받는 배우들도 좀 많이 배출해 보자고.

문제는.

그 덕에 김동수가 급속도로 배우 3실의 규모를 늘릴 수 있게 된다는 거다.

회사를 확장할 기회가 오히려 굴렁쇠 엔터에는 위기가 되는 셈이었다.

현재 1년 차인 내겐 김동수가 배우들을 모으는 걸 막을 힘은 없다.

하지만 단 한 명.

정실모 중 한 명인 이태풍만큼은 선수를 쳐서라도 배우 2실로 데리고 와야 했다.

이태풍은 김동수와 얽히면서 인생이 제대로 꼬이게 되니까.

“자자. 다들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자. 그리고 박 팀장은 회사 부도 상황을 체크해서 계속 알려주고.”

“예. 실장님.”

배우 2실의 박인기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다들 출발.”

짧은 회의가 끝나자 다들 빠르게 회의실을 나섰다.

한숨을 내 쉰 구성철 실장이 나를 불렀다.

“윤호야. 유진이 오디션 준비는 잘 되어 가고? 배역에 제작사가 미는 애는 어떻게 되었어?”

“아 김솔잎 작가님이 작가 추천으로 밀어붙여서 제작사가 한발 물러섰습니다. 노을이 역은 유진이 단독 오디션 볼 겁니다.”

구성철 실장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날 쓰윽 훑어보기 시작했다.

“왜 그런 눈으로 보십니까?”

“흐흐. 아니다. 우리 윤호가 잘 컸다 싶어서. 오디션 준비도 잘하고 배우 케어 잘하고. 이번에 유진이가 배역 맡으면 진짜 대리 달아도 되겠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나저나 저도 운전이나 도와주러 가겠습니다.”

“그래. 주 팀장네 쪽 좀 도와줘. 거기 오늘 손이 많이 달린다더라.”

“예.”

그런데 회의실을 나서려는 순간.

강감찬 대표로부터 지금 바로 대표이사실로 올라오라는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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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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