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8화
358. 주영인 4
페닌슐라 상하이 호텔 14층 하늘이 뻥 뚫린 루프탑 바.
상하이의 아름다운 야경이 보이는 장소지만 주영인은 야경을 보지도 않고 그저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마실 뿐이었다.
주영인이 독한 위스키를 세 잔이나 단숨에 비우고는 네 잔째를 마시기 위해 바텐더를 불렀다.
“여기요~?”
곁에 있던 안영희 실장이 주영인을 말렸다.
“영인아. 이쯤 해.”
“실장님. 나 오늘 까였어요. 짜증 나 미칠 거 같으니까 딱 한 잔만 더 마시게 해줘요. 네?”
안영희 실장이 고개를 젓는다.
체하기는커녕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일정이 있잖아. 많이 마셨으니까 이젠 들어가서 자자 응?”
주영인이 투덜거리기 시작한다.
“아~ 남자한테도 까이고~ 우리 매니저님한테는 태클이 들어오고~ 아~ 불쌍하다 주영인 인생!”
안영희 실장이 주변을 힐끗 쳐다본다.
주변에는 중국인들뿐이었지만 혹시라도 누가 알아들을까 심장이 두근거렸다.
다행히 옆자리와 거리가 있어 들리지는 않았다.
안영희 실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목소리를 낮춰 외친다.
“얘! 그래서 내가 포기하라고 했잖아. 그 남자는 딱 봐도 너한테 관심이 없던데 왜 그렇게 질척거려? 남자가 그 사람밖에 없다니?”
“네. 없어요. 윤호 오빠 같은 사람 없다고요.”
“뭐?”
“저 솔직히 유진이 걔 밟아주려고 윤호 오빠 작품에만 골라서 출연했어요. 근데 웃긴 건 뭔 줄 알아요? 저요~ 밟기는커녕 밟혀버렸어요. 그런데도 나 더 크게 성공한 거 있죠? 그동안 바락바락 애써도 못 올라오던 이 자리에 그 남자 덕에 올라왔어요. 그리고 이제는 중국 진출까지 시켜주네? 웃기죠? 웃기지 않아요?”
주영인은 정윤호의 초이스를 따라온 것만으로 그토록 바랐던 S급의 탑스타가 되어버렸다.
미다스의 손 정윤호.
그를 가질 수만 있다면 열애설이 터진다고 해도 주영인은 상관없었다.
열애설이 터진다고 해도 잠깐 주춤거릴 뿐 정윤호라면 자신을 더 높은 곳으로 올려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마음 한구석.
자신에게도 순수한 설렘을 느낄 수 있게 해준 남자이기도 했었기에 주영인은 정윤호가 좋았다.
주영인이 정윤호의 이름을 언급하며 주절거리자 안영희 실장이 다시 한번 낮게 소리쳤다.
“조용히 좀 해! 진짜 이러다가 누가 듣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들으면 좀 어때요? 주영인이 남자에게 까였다는 거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건데. 안 그래요?”
그때 바텐더가 네 번째 위스키 잔을 가지고 왔다.
주영인에게 건네던 술잔을 안영희 실장이 가로챘다.
“저 주시고 가보세요.”
한국말을 하며 손짓하자 바텐더는 고개를 갸웃하다 사라져 버린다.
“왜 내 술 마시려고 해요? 이리 내요 안 실장님.”
“시끄럽고. 이제 들어가자! 응?”
“술 더 주기 전에는 안 갈 거예요. 술 줘요~ 술.”
주영인이 이렇게 상심한 걸 처음 본 까닭에 안영희 실장은 다시 한번 위로하고 달래주려 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안영희 실장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잠깐. 이걸 이용하면?’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윤호 팀장이 쉽사리 넘어오지 않는다는 건 오히려 기회였다.
‘정윤호 그 사람. 같은 회사 연예인이랑은 연애를 안 한다고 했지?’
처음부터 임성학 대표가 주영인과의 계약을 잘못 맺었기에 앞으로 몇 개월 안에 정윤호 팀장을 에이스 엔터로 못 데려오면 주영인과의 재계약은 물 건너간다.
그런데 오늘 대화를 들어보니 방법이 생길 것만 같았다.
주영인에게 거짓 희망을 안겨 준다면 그녀를 조금 더 에이스 엔터에 붙잡아 놓을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굴렁쇠로 돌아가는 것보다 에이스 엔터에 남아 있어야 정윤호 팀장을 사귈 가능성이 1%라도 있지 않냐고 해야겠네.’
계획을 세운 안영희 실장이 조심스레 밑밥을 깔았다.
“영인이 너 이렇게 빨리 포기하는 애였어?”
주영인이 붉어진 얼굴로 안영희 실장을 노려본다.
“지금 뭐.라.고 했어요?”
“너 독하기로는 유명했잖아. 신인 때 노리던 주얼리 브랜드 ‘밤밤’을 기어코 따낸 그 근성은 대체 어디 간 거야? 너 그때의 주영인 맞니?”
신인 때 자신을 괄시한 탑스타 유지영이 6년간 전속 모델을 하던 주얼리 브랜드를 1년 만에 빼앗아 온 건 주영인의 전설적인 일화였다.
“지금 나 응원하는 거예요? 아니면 놀리는 거예요?”
“응원. 매니저로서 이러면 안 되지만 너 보니까 딱해서 그래.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어! 다정하게 굴고 따뜻하게 대해주면서 도전해 봐. 계속!”
주영인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진짜요? 밀어준다고요? 나를? 실장님이?”
“그래. 그렇다니까? 아무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일단 내려가자. 응?”
그런데 그때였다.
안영희 실장의 눈에 조금 전 테이블에 왔던 바텐더가 어떤 남자 한 명과 숙덕이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아는 사람이다.
“영인아. 저 인간······ 연예올타임즈의 구지암 기자 맞지? 같은 비행기를 탔던.”
주영인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바의 끝쪽을 바라본다.
“맞아요. 근데 저 아저씨가 여긴 웬일이지?”
순간 안영희 실장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바텐더와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니 조금 전 주영인이 떠벌리던 내용을 캐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야! 주영인! 어서 일어나!”
“응? 왜요?”
주영인의 팔짱을 낀 안영희 실장이 돈을 올려놓고 도망치듯 반대편 출구로 향했다.
“저 바텐더 한국말 할 줄 알아!”
순간 주영인이 정신을 가까스로 바로 잡았다.
만약 오늘 이 기사가 나간다면 정윤호는 자신이 ‘스캔들’을 고의로 터트렸다고 오해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주영인이 자신의 핸드백에 있는 폰을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술에 취해 손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아 답답했다.
“실장님! 내 백의 핸드폰이요! 빨리 윤호 오빠한테 전화해야 해요!”
“주영인! 넌 이 상황에서도 남자 생각이 나니?”
“그런 거 아니에요! 내가 일부러 기사 낸 게 아니라고 알려야 한단 말이에요!”
“으응?”
“빨리! 안 그러면 끝이에요!”
안영희 실장이 황급히 주영인의 백에서 폰을 꺼내서 건네준다.
주영인이 폰을 받은 뒤 잠금을 막 풀었을 때였다.
[발신자 : 정윤호]
마치 자기 마음을 읽은 듯 정윤호의 이름이 액정에 떠 있었다.
그 순간 주영인의 가슴이 또 한 번 떨렸다.
마치 위기 때마다 나타나는 왕자님 같았으니까.
“이러니까······ 내가 포기를 못 하잖아······.”
작게 혼잣말을 내뱉은 주영인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오빠! 지금요······.”
-지금 어딥니까? 구지암 기자가 영인 씨를 노리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는데.
주영인이 눈물이 왈칵 치밀어 오르는 걸 억누르고 대답했다.
“루프탑요. 지금 구지암 기자와 여기 바텐더가 대화 중인데 어쩌죠? 제가 술김에 말실수를 좀 했어요······ 바텐더가 한국말 못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요.”
-알겠습니다.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당장 방으로 들어가세요.
“아 알았어요. 오빠.”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말을 듣는 순간 이 긴박한 상황이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정윤호라면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안 실장님. 빨리 내려가요. 윤호 오빠랑 마주치지 않게.”
“어쩌려고?”
“구 기자는 오빠가 알아서 한댔어요.”
정윤호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에 안영희 실장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주영인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깊게 빠졌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 * *
페닌슐라 루프탑.
왕룽은 정윤호가 건네준 사진으로 구지암 기자를 단번에 찾았다.
주영인은 이미 사라졌는지 없었고 구지암 기자는 바텐더에게 돈을 건네주고 있었다.
올해 33살인 연예올타임즈 구지암 기자는 구린 데가 제법 많은 기자였다.
뇌물을 받고 거짓 기사를 써 주는 건 기본이고 협박 갈취에 여자들과 더럽게 노는 것까지.
정윤호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워낙에 허점이 많아 왕룽에게는 대하기 쉬운 상대였다.
‘저기 있군.’
왕룽은 함께 온 경호원들에게 퇴로를 막으라 지시했다.
그런데 아직 두 사람은 협상 중이었다.
“자. 여기. 1000위안. 이래도 말 안 해줄 거야?”
바텐더가 1000위안을 손에 쥐고 미간을 찌푸린다.
“이걸로는 부족한데요.”
“야!”
“적어도 3000위안은 주셔야죠.”
“줘! 준다니까? 나머지는 정보부터 듣고 준다고!”
“전 선금 안 주면 이야기 안 해요.”
“답답해 죽겠네. 얘가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먹어?”
바텐더가 능숙한 한국말로 말한다.
“아쉬운 사람은 기자님이시니까. 뭐 알아서 하세요.”
구지암 기자가 미간을 찌푸린다.
“후우~ 잠시만 기다려 봐. 내려가서 돈 가지고 올 테니까.”
구지암 기자가 씩씩거리며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 뒤에는 이미 왕룽이 길을 막고 서 있었다.
네 명의 공안들과 함께.
“뭐 뭡니까? 당신들?”
“구지암 기자 맞나?”
“그런데?”
그 순간 왕룽은 구지암 기자를 붙들라고 지시했다.
“잡아.”
왕룽이 끌고 온 공안들이 구지암 기자를 붙들었다.
왕룽은 구지암 기자를 무시한 뒤 주머니에서 100위안짜리 뭉텅이를 꺼낸다.
“어이 바텐더. 여기 만 위안.”
“예?”
“상하이 대학 2학년 건축학부 왕지오! 네가 오늘 들은 거 죽을 때까지 입 다물어. 뭔 말인지 알지?”
바텐더는 왕룽이 내민 돈을 받고는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예 예!”
공포에 질린 바텐더가 몸을 부르르 떨며 그대로 도망가 버렸다.
구지암 기자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왕룽을 쳐다본다.
“다 당신들 도대체 뭐야?”
“당신의 못된 버릇을 고쳐줄 고마운 사람?”
“뭐라고?”
왕룽이 곁에 있는 공안들을 향해 지시를 내렸다.
“여기서 시끄럽게 굴지 말고 조용한 곳으로 데리고 가자.”
그 순간 공안 요원들이 구지암 기자를 달랑 들어 올렸다.
놀란 구지암 기자가 비명을 질렀지만 그를 구하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루프탑의 경호원들과 손님들마저도.
* * *
페닌슐라 호텔 404호.
구지암 기자는 검은 정장을 입은 다섯 남자에게 둘러싸여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주영인이 출연하게 될 <전장의 늑대>를 제작하는 상하이 뉴미디어 그룹의 왕룽 본부장이다.
“왜 이러시는 겁니까?”
왕룽이 폰을 꺼내 사진을 확인해 본다.
“이 사진으로 주영인 열애설을 터트리려고 한 거 맞지?”
왕룽이 내민 사진은 비행기 좌석 화장실 앞에서 주영인과 정윤호가 스치듯 지나가는 장면이다.
얼핏 보면 사랑하는 연인들이 좁은 공간에서 은밀한 대화를 나눈 것처럼 보인다.
구지암 기자가 침을 삼킨다.
“대 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아까 바텐더 불러서 대조시켜줘? 당신 기자라며?”
구지암 기자는 이를 꽉 깨물며 외쳤다.
“그래서요?”
“뭐?”
“대 대한민국 기자를 이런 식으로 겁박해도 된다고 생각합니까?”
왕룽이 코웃음을 친다.
“이 인간. 아직 사태를 파악하지 못했네.”
왕룽이 곁에 있는 공안 한 명에게 말한다.
“이 폰 해킹해서 이 새X가 가지고 있는 정보 싹 다 털어. 데이터는 마이크로 SD에 있을 거야.”
곁에 있는 공안이 고개를 숙인다.
“알겠습니다. 낱낱이 다 털어내겠습니다.”
“내 폰을 가져가서 뭐 뭐 하려는 거야!”
“내가 파악해 보니까 당신 근래 6개월 동안 중국을 15번이나 왔더군? 그런데 이곳 유흥가에서 당신 취향이 좀 유명하더라고.”
구지암 기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왕룽이란 남자가 자신의 치부를 낱낱이 알고 있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그 그건······.”
“시치미 뗄 생각하지 마. 베이징이랑 상하이 쪽에 우리가 깔아놓은 눈이 얼마인데. 질펀하게 놀면서도 사진 찍는 걸 워낙 즐긴다니까 여기 다 담겨 있겠군. 아 참 그리고 비번 걸었다고 안심하지 마. 해킹은 우리가 또 일가견이 있거든.”
혼이 나간 구지암 기자가 두 손을 모아 싹싹 빌기 시작했다.
“자 잠깐. 바 바라시는 게 뭡니까? 말씀만 하십시오.”
왕룽이 나가려는 검은 정장의 남자를 향해 손을 들어 올린다.
“잠깐 기다려 봐.”
정장의 남자가 멈춰 선다.
왕룽이 고개를 돌려 무릎 꿇고 있는 구지암 기자와 눈을 맞춘다.
“내일 아침. 당신은 한국으로 돌아갈 거야. 단 돌아가서 윗선에게는 폰이고 카메라고 다 도둑맞았다고 말해.”
“예?”
“주영인에 관해서 입도 벙긋하지 말고. 그러면 돼.”
“그 그게 전붑니까?”
“그래. 대신에 명심해! 내 지시를 어긴다면 네 폰 안에 있는 사진이 한국의 대형 커뮤니티에 모두 뿌려질 테니까.”
“그 그······건······.”
이건 차라리 감옥에 처넣는다는 것보다 더 큰 협박이었다.
구지암의 폰과 디카에는 자신과 여자들이 벌거벗고 뒹군 사진 수백 장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사색이 된 구지암 기자의 고개가 연신 끄덕인다.
“아 알겠습니다.”
왕룽이 그제야 웃음을 짓는다.
“이 정도로 봐주는 걸 다행으로 알아. 내 맘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중국 감옥에 처넣고 싶지만 한국 대사관 사람들이 난리를 칠까 봐 참는 거니까.”
왕룽이 싸늘한 표정으로 곁에 있는 공안들에게 말한다.
“이 인간은 내일 아침 공항에다 데려다줘. 그전에는 화장실도 못 가게 감시 잘하고.”
“예!”
왕룽은 공안 두 사람만 남긴 채 폰과 디카는 돌려도 주지 않고 나가 버렸다.
구지암 기자는 무릎이 끊어질 것 같았지만 자신을 노려보는 공안들 때문에 일어설 수도 없었다.
그 순간 구지암 기자는 강렬한 요의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XX. X 됐다.’
* * *
[에브리데이 V11]
[날짜 : 2020년 10월 18일]
-AM 10:00 <일정 삭제>
(삭제된 일정 : [NEW. 정유진] 컨디션 저하로 인한 스케줄 취소. (화상 회의 내용 : 연예올타임즈 구지암 기자. 주영인과 정윤호 팀장 열애 사진 기사! 후속 대응 회의.))
일을 끝낸 왕룽이 전화를 걸어왔다.
-윤호야. 걱정하지 마. 그 자식 절대로 못 불 거야. 분다면 자기 인생이 끝장날 거니까.
“고맙다.”
-고맙긴. 우리가 더 고맙지.
주영인의 스캔들이 터진다면 상하이 뉴미디어 그룹으로서도 큰 손해.
왕룽은 내게서 들은 정보로 구지암 기자의 문제를 깔끔히 해결해버렸다.
이어서 주영인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오 오빠······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요······.
미안함이 역력한 말투다.
“됐습니다. 신경 쓰지 말고 편히 쉬세요. 내일 일정 잘하시고요.”
-고마워요. 오빠. 이번 일 진짜 죄송해요. 그리고······ 꼭 보답할게요.
괜찮다고 했지만 주영인은 연신 고맙다고 보답하겠다고만 말할 뿐이었다.
달칵.
전화를 끊고 난 뒤 내 방 거실 소파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다시 한번 다이어리를 보며 내 운명들을 확인했다.
김동수가 탑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는 것도.
최만식 대표가 최은태 회장을 배신하는 것도.
그리고 수많은 연예계의 스캔들과 비화들도.
여전히 많은 것들이 내 다이어리에는 그대로였다.
‘이게 내 운명이라 이거지?’
하지만.
난 이 운명들에 굴복할 생각이 없다.
어떤 고난이 펼쳐져도 오늘처럼 그 운명들에 정면으로 맞설 생각이었으니까.
‘운명? 꺼지라 그래!’
난 곧장 에브리데이의 맨 앞 페이지를 열고서 내 다짐을 글귀로 남겼다.
-내 운명은 내가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