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6화
346. 하루살이 5
<먹방의 테이블> 결승전 무대.
하루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엄마를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무려 5년 만에 만난 엄마였지만 응급처치 중이라 손도 대지 못하고 한 발자국 떨어진 채로 말이다.
잠시 후 김철수 원장이 응급처치를 끝냈다.
“휴~”
진땀을 닦은 김철수 원장이 하루를 쳐다본다.
“네가 하루구나. 엄마가 조금 놀라서 그런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네······.”
김철수 원장은 안절부절못하는 하루에게 말했다.
“이리 와서 엄마 손 잠깐 잡아드려. 세게는 말고.”
허락이 떨어지자 하루가 떨리는 손으로 엄마의 손을 꼭 붙들었다.
“엄······마······.”
하루가 엄마를 불렀지만 나탈리아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를 않았다.
그 순간 스튜디오 입구에서 119 요원들이 주황색 구급차용 들것을 가지고 나타났다.
“환자가 어디 있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분 주치의입니다.”
“그럼 같이 가시죠.”
김철수 원장이 하루의 등을 토닥였다.
“하루야. 엄마 괜찮을 테니까 이따가 보자?”
하루가 고개를 끄덕이며 엄마의 손을 놓았다.
이어서 구급대원들이 나탈리아를 들것에 올린 뒤 결박했다.
“자자. 비켜주세요.”
김철수 원장은 응급실에 도착하면 전화하겠다고 말하고는 구급요원들과 함께 빠르게 스튜디오를 빠져나갔다.
이제 라이브 방송의 텀이 2분도 채 남지 않은 시각.
2분이 지나면 라이브 방송에 펑크가 난다.
순간 조한일 PD가 멀리서 세트장으로 돌아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다.
“하루야.”
엄마가 나간 출구를 바라보던 하루가 정신을 차린다.
“예. 형.”
“네가 차린 밥상으로 오늘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
“······.”
“그리고 우승 트로피 들고 엄마 만나러 가자.”
잠깐 머뭇거리던 하루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럴게요.”
“그리고 밥상. 고맙다. 눈으로 다 먹었어.”
하루가 고개를 젓는다.
“제가 더 고마워요. 절 구해주신 것도 그렇고 엄마를 찾아준 것도요.”
그때였다.
말을 마친 하루가 날 꼭 껴안았다.
“형······ 고마워요.”
“그래. 그래.”
하루의 등을 톡톡 두드리며 진정시켰다.
“자. 빨리 돌아가자. 조 PD님 기다리시다 울겠다.”
하루가 고개를 끄덕이자 양소리 대리가 빠르게 붙어 하루의 눈물을 닦고 메이크업을 고쳤다.
남은 시간 1분.
하루가 급히 몸을 돌려 세트장으로 향했다.
* * *
5분 텀이 있는 라이브 방송에서 소요된 시간은 무려 4분 30초.
이제 30초밖에 여유가 없다.
이제부터는 만에 하나라도 실수를 한다면 바로 방송 사고였다.
조한일 PD는 숨을 쉴 틈도 없이 곧장 촬영 재개를 외쳤다.
“바로 갑니다. 진태 씨. 하루랑 이야기부터 먼저 한 뒤에 바로 심사위원들에게 마이크 돌리세요.”
“예.”
“그리고 백 대표님은 상의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결과를 바로 발표해주세요.”
백종석 대표가 고개를 끄덕인 순간 조한일 PD가 사인을 준다.
“이제 쌩~라이브 방송입니다. 다들 긴장하세요. 레디~ 액션!”
그 순간 김진태 MC가 마이크를 잡고 하루를 가리켰다.
“하루 씨. 오늘 이 자리에 오랫동안 뵙지 못하셨던 어머니가 나타나셔서 많이 놀라셨겠는데요?”
하루가 눈물을 꾹 참고 고개를 끄덕인다.
“예. 깜짝······ 놀랐습니다.”
“결과를 떠나서 하루 씨에게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MC님!”
김진태 MC는 하루의 엄마가 나타난 지점부터 매끄럽게 진행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사이 나는 폰으로 <먹방의 테이블> 라이브 방송을 확인했다.
조금 전 있었던 나탈리아가 쓰러지는 장면이 방송에 나간 것 때문에 실시간 채팅창이 폭발하고 있었다.
[먹방의 테이블 채팅방]
-봉봉쉐키쉐키 : 뭐야? 진짜 하루 엄마야? 예능이 아니라 다큐였음?
-노란오이 : 대박! 결승전에 잃어버린 엄마가 왔다고?
-녹차커피 : 하루 우는 거 보니까 왜 이렇게 내 가슴이 찡하지? 하루야. 울지 마!
-양배추맛케이크 : 엄마 찾은 거 ㅊㅊ.
-싸움의기술 : 오늘 하루 1등 만들어줘야 하는 거 아냐? 엄마 만난 기념으로?
-최강지구인크리링 : 모여라. 원기옥!
오늘 있을 <먹방의 테이블> 결승전 투표는 심사위원 점수와 시청자 투표 점수 합계로 우승자가 결정 난다.
그런데 조금 전 일로 인해 하루의 팬들이 본격적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세트장에선 백종석 대표가 심사평을 시작하고 있었다.
“우리 하루 씨가 어머니를 만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자 그러면 평가를 시작하겠습니다.”
백종석 대표가 두 사람의 결승전 요리 평가를 시작했다.
“두 사람이 만든 요리들은 요리의 길을 걷는 전문 쉐프나 만들 수준의 요리였습니다. 그래서 저희 심사위원들이 내린 결론은······.”
백종석 대표가 말을 끌자 드럼 소리가 세트장에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10초 뒤.
백종석 대표가 채점 결과를 말한다.
“두 사람 모두 우승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무승부로 선언합니다!”
순간 세트장에서 웅성이는 소란이 일어났다.
심사위원들이 무승부 선언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까닭이다.
조한일 PD가 급히 수신호를 보내자 MC 김진태가 진땀을 흘리며 큐카드를 잡고 말한다.
“아~ 예 예상치 못한 결과군요. 그러면 최종 결과는 시청자들의 투표로 결정이 나게 되었습니다. 문자 집계는 이제 1분 뒤 완료됩니다. 시청자들의 한 표가 어떤 때보다 중요한 순간이니 지금 바로 투표해 주세요!”
집계까지 남은 시각 고작 1분.
현장에 있는 스태프와 매니저들도 저마다 아까 하지 못한 투표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 1분 뒤.
“네. 문자 투표가 종료되었습니다!”
김진태 MC가 시간 종료를 알렸다.
그런데 조한일 PD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더니 무선 인터콤으로 다급하게 외친다.
“진태 씨! 집계 서버가 뻗었으니까 시간 좀 벌어봐!”
김진태 MC가 당황한 표정으로 손에 든 큐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지금 막 긴급 메시지가 왔습니다.”
김진태 MC가 진땀을 흘리며 어렵게 말을 이었다.
“현재 시청자분들이 엄청난 사랑을 보여주셔서 지금 집계 서버가 잠시 다운이 되었다고 합니다.”
김진태 MC는 더 이상 큐카드를 보지 않은 채 무선 인터콤으로 전해지는 정보를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 저희가 예상한 것보다 10배나 많은 표가 몰려서 잠시 집계에 어려움이 있는 중입니다. 아 그러니까······ 무려 120만 시청자가 투표해 주셨는데요 앞으로 10분 정도만 기다리시면 결과가 나온다고 합니다.”
김진태 MC가 진땀을 닦으며 말을 이었다.
“잠시 광고 시청 후 지난 1화부터 결승까지 시청자들의 다이어트를 방해했던 음식을 보신 뒤에 집계가 완료되는 대로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김진태 MC의 안내 멘트가 나간 뒤 TVM <먹방의 테이블> 방송은 광고로 전환되었다.
TVM은 사과 안내문을 화면에 띄운 뒤에 광고가 나가는 동안 화면 오른쪽 위로 ‘<먹방의 테이블> 결승전 문자 투표 집계 중’이란 글을 띄웠다.
잠시 여유를 벌었지만 스태프들의 비상 상황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집계 서버부터 살려! 엔지니어들은 뭐 하는 거야!”
“PD님! 지금 저희 실검 1위 떴어요!”
“아 몰라. 집계 나오면 바로 방송 끊고 들어갈 테니까 다들 자리 떠나지 마!”
스태프들이 부산히 움직이는 사이 나도 실시간 검색 순위를 확인했다.
[실시간 검색 순위]
1. 먹방의 테이블 결승전
2. 하루
3. 하루 엄마
4. 이진택
5. 서버 다운
6. 먹방의 테이블 서버 터짐
······
하루 엄마 나탈리아의 등장 덕분에 <먹방의 테이블>은 화제의 중심에 놓이고 있었다.
잠시 후.
6분이 지났을 무렵 조한일 PD가 외친다.
“집계 떴습니다! 광고 끊고 바로 들어갑니다. 다시 자리하세요!”
얼마나 기술팀을 닦달해 댔는지 10분 걸릴 일이 6분 만에 끝났다.
“10초 뒤 광고 끊고 들어갑니다. 스탠바이~ 액션!”
그와 동시에 김진태 MC가 진땀을 닦으며 카메라를 바라본다.
“시청자 여러분. 드디어 집계가 나왔습니다!”
다시 한번 드럼 소리가 세트장을 울리기 시작했다.
“길게 끌지 않겠습니다. 오늘의 우승자는 121만 2313표 중 94만 1123표를 얻은 하루 군입니다!”
우승자가 발표된 순간 하루는 다리가 풀려 식탁 테이블을 두 팔로 디뎠다.
그리고 펑펑하는 소리와 함께 세트장 천장에서는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했다.
꿈만 같은 하루가 벌어진 탓인지 하루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진택이 다가와 우승을 축하해주자 하루는 팔로 눈물을 닦고 고맙다고 인사했다.
“하루 군. 나와서 우승 트로피부터 받으세요.”
백종석 대표가 부르자 하루가 앞으로 나섰다.
백종석 대표가 우승 트로피를 건네주며 말한다.
“축하합니다. 하루 씨!”
“감사합니다. 백 대표님.”
인사가 이어지고 축하가 이어진 순간 백종석 대표가 이번 <먹방의 테이블> 결승자들이 여는 팝업 레스토랑에 대해 말을 이었다.
“오늘 두 사람이 보여준 요리는 앞으로 한 달 뒤에 서울 압구정 레스토랑 연(緣)에서 선보일 예정이니 많은 사랑 바랍니다.”
결승전에 나온 요리를 백종석 대표 소유의 레스토랑에서 직접 맛볼 수 있다는 소개를 마지막으로 드디어 방송이 끝났다.
“컷!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스태프들이 진땀을 닦으며 서로 축하를 보냈다.
현재 네티즌들이 보이는 반응대로라면 지난주 <먹방의 테이블> 시청률인 11.5%를 훌쩍 뛰어넘는 결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난 함께 온 매니저들에게 뒷정리를 부탁했다.
“영진아. 뒤는 네가 알아서 정리해. 난 하루와 병원에 가볼게.”
“예. 팀장님. 빨리 가 보세요.”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내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김 원장님인가?”
그런데 전화를 받아 보자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온 전화였다.
-안녕하십니까? 정윤호 팀장님. 이형문 씨의 대리인인 KY 로펌의 김용석이라고 합니다.
하루의 아빠 이형문이 변호사를 찾았나 보다.
그런데 로펌의 이름이 익숙하다.
KY 로펌?
‘어디서 많이 듣던 곳인데?’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 하나가 있었다.
‘KY 로펌이면······ 은아가 결혼할 뻔한 그 집안이잖아?’
은아가 아빠에게 끌려가 결혼을 할 뻔했었던 바로 그 KY 로펌의 대표가 내게 전화를 해왔다.
* * *
KY 로펌은 서초동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기업 전문 법무 법인이다.
그리고 KY 로펌의 대표인 김용석은 은아의 시아버지가 될 뻔한 사람이기도 했다.
하필이면 이형문은 의뢰를 넣어도 그런 사람에게 의뢰를 넣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이상한 상황이었다.
-듣고 계십니까?
김용석 대표의 말에 난 잠시 생각을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
어찌 되었든 간에 김용석 대표가 현재 내 적인 것만큼은 확실했으니까.
“지금은 바빠서 그러니까 용건만 짧게 말씀하시죠.”
-그럼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말씀드리죠. 정윤호 팀장님이 이형문 씨에게 가한 폭언과 폭력 그리고 협박에 대해 고소가 진행될 겁니다. 굴렁쇠 엔터와 정윤호 팀장님께 각각 내용증명을 발송할 테니 미리 알고 계시라고 연락드렸습니다.
“지금 협박······이라고 하셨습니까?”
-정확히 들으셨네요. 당시 아내의 행방불명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이형문 씨에게 폭언 폭행을 가하셨죠?
“김 변호사님은 이형문이 하루한테 한 짓은 듣지도 못하셨습니까?”
-그거야 제삼자가 간섭할 일이 아니죠. 가족 간의 일인데.
친권이 이형문에게 있으니 가정사에는 끼어들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아 그리고 이하루 군의 수익반환 소송도 들어갈 테니까 그렇게 아세요. 다시 말해 지금부터 땡전 한 푼이라도 회사가 멋대로 쓴다면 그 몇 배에 해당하는 위약금 소송이 따를 거라는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형문 씨한테 꼭 전해주십시오. 참는 건 오늘 밤까지니까 지금이라도 사과하면 없던 일로 해준다고요.”
전화를 끊고 난 뒤 난 곧바로 굴렁쇠 엔터의 곽무혁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비를 시켰다.
그리고 난 김철수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나탈리아의 상태를 파악했다.
-여기 칠성 병원입니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영희 씨가 기억을 일부 되찾았습니다. 하루 군을 보고 싶어 하니까 바로 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폰을 붙잡고 연신 고개를 숙인 나는 곧바로 가겠노라고 대답하며 전화를 끊었다.
트로피를 든 하루가 내게로 다가와 다급한 말투로 묻는다.
“형. 엄마는 어디 계세요?”
“강북 칠성 병원. 지금 막 깨어나셨다고 하니까 바로 가자.”
하루의 엄마 나탈리아가 정신을 차린 이상 이형문에 대한 걱정은 눈곱만큼도 들지 않았다.
물론 KY 로펌의 대표 김용석의 협박도 말이다.
‘감히 하루를 협박해?’
이제부터 난 정신 나간 두 사람에게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