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7화
327. 타격 2
난 회사 로비에서 검찰 수사관들을 지휘하는 사람의 정체를 재차 물었다.
“맨 앞에 있는 남자가 박상곤 의원에게 줄을 댄 검사라고요?”
-예. 고진택이라는 놈인데. 동부 지검 소속입니다. 나중에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어서 박상곤 의원에게 줄을 댄 놈이고요.
현재 박상곤 의원의 비자금 수사는 서울 중앙지검에서 도맡아 하는 중.
그러나 어떻게 동부 지검에서 수사를 나왔는지 서재일 검사도 영문을 알지 못했다.
-제가 빨리 상황을 알아보고 연락드리죠.
“알겠습니다. 그리고 최은태 회장님과 연락을 해 보십시오.”
-그건 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연락할 수 있을 때 연락하는 게 좋을 겁니다. 상대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잖습니까?”
-나중에 연락드리죠.
서재일 검사는 잠시 머뭇거리다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게 여당 당 대표의 힘인가?’
이제야 내가 상대하는 사람의 힘이 조금 실감이 났다.
“하긴······ 너희가 쉽게 죽어주진 않을 것 같더라.”
상대가 만만치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생각은 없다.
난 돌아가는 사정을 알리기 위해 곧장 대표이사실로 향했다.
* * *
7층 대표이사실.
강감찬 대표는 배우 3실에서 압수수색이 벌어지는 걸 알고도 태연하게 소파에 앉아 있다.
그리고 곁에 있는 강지영 본부장과 정수혁 재무 이사는 조금 긴장한 눈치였다.
난 꾸벅 인사를 한 뒤 서재일 검사와의 대화를 전하며 현재 압수수색이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다른 검사가 이 건을 덮으려 한다는 뜻인가?”
“예. 고진택 검사가 박상곤 의원의 라인이라고 하는 걸 보면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수혁 재무 이사가 미간을 찌푸린다.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뜻이군.”
정수혁 재무 이사는 혹시 모르니 재무팀에 가봐야겠다며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채 자리에서 벗어나기도 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진택 검사가 들이닥쳤다.
“동부 지검에서 나왔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고진택 검사가 영장을 들고 싸늘한 통고를 해 왔다.
강감찬 대표가 몸을 일으키며 묻는다.
“협조라······ 어느 선까지 해드리면 됩니까?”
고진택 검사가 피식 웃으며 함께 온 수사관 두 명을 향해 지시를 내린다.
“모조리 쓸어 담아!”
“예!”
검찰 수사관 두 명이 자료를 담는 파란 상자를 펼쳤다.
순간 강지영 본부장이 벌떡 일어나 목소리를 높였다.
“검사님! 전부 다라뇨! 그러면 저흰 일을 어떻게 하라고요?”
“그럼? 범죄자들을 대하는데 사정 봐주면서 합니까?”
“뭐라고요? 범죄자요?”
“거참. 그러면? 정치권 실세에게 돈을 가져다 바친 인간들을 그럼 뭐라고 부릅니까?”
그는 마치 우리의 일방적인 잘못인 양 말한다.
강감찬 대표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강지영 본부장을 다독인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순 없었다.
만약 박상곤 의원이 저 인간을 보낸 게 사실이라면 우리 회사 전체의 문제로 커질 수가 있었으니까.
“일단 영장부터 보여주십시오. 제대로 확인도 안 시켜주시고 압수부터 하는 건 어느 나라 법입니까?”
최근 수색 영장의 범위는 상당히 제한적으로 집행된다.
그래서 난 강명길 팀장이 저지른 일로 대표이사실까지 수색한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검찰 수사관들을 막아서자 고진택 검사가 날 보며 짜증을 낸다.
“뭡니까 당신?”
“배우 2실 정윤호 팀장이라고 합니다.”
고진택 검사가 코웃음을 친다.
“법정 드라마 좀 봤나 본데 현실은 드라마와 다릅니다. 좋은 말로 할 때 비키세요.”
“다시 한번 요청합니다. 영장부터 확인시켜 주십시오!”
고진택 검사의 미간이 찌푸려지는 걸 본 순간 점점 확신이 든다.
“만약에 영장을 안 보여주실 거면 불법 수색으로 고소할 겁니다.”
고진택 검사는 씩씩거리다 뒤늦게서야 종이를 내게 내밀었다.
“자! 봐요! 근데 보면 알기라도 합니까?”
내가 매니저라 모를 줄 아나 본데 회귀 전에도 압수 수색 영장만 세 번 받아본 나였다.
고진택 검사가 꺼낸 영장을 자세히 읽어보니 생각한 대로 수색 영장의 범위는 굴렁쇠 엔터의 재무팀과 배우 3실로 한정되어 있었다.
난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이사실은 수색 영장 범위에 안 들어가는데요?”
고진택 검사가 날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피식 웃는다.
“거 귀찮게 하네. 알겠습니다. 잠깐 기다려 봐요.”
고진택 검사는 별일 아니라는 듯 전화를 들었다.
“어 난데. 대표이사실에도 추가 영장 발급 신청한 거 어떻게 됐어?”
어쩐지 당당하더라니.
오기 전에 강감찬 대표도 수색할 수 있게 조치해 두고 왔나 보다.
그래도 현재는 영장이 없는 걸 보면 아직까지 이 수색은 불법이다.
절차 문제를 따지려고 한 순간 전화를 받는 고진택 검사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는 게 보인다.
“뭐? 누가 그래? XX!”
욕으로 대화가 끝나는 걸 본 순간 수색 영장을 못 받았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누구? 중앙지검 서재일? XX······.”
난 흔들리는 고진택 검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영장 나오면 그때 다시 오시죠 검.사.님?”
으드득.
그는 이를 빠드득 갈며 날 빤히 노려본다.
“너 이 새X. 꼭. 다시 보자.”
고진택 검사는 함께 온 검찰 수사관과 함께 밖으로 나가 버렸다.
“휴우~.”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었다.
강감찬 대표가 다가와 잘 대처했다며 내 어깨를 토닥거린다.
“영장도 볼 줄 알았냐?”
“뭐 어쩌다 보니 송사에 휘말린 적이 있어서요.”
“덕분에 안 해도 될 고생을 피했다. 수고했다.”
난 고개를 꾸벅인 뒤 내려가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 전 밑으로 내려가서 저 인간들이 사고 치는 것 좀 막겠습니다.”
“그래. 곽 팀장 혼자로는 힘들 테니까 어서 가 봐.”
난 즉각 배우 2실로 달려가 정 팀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검찰 수사관이 두 명 정도 들렀지만 내가 있었던 까닭에 아무것도 요구하지 못하고 사라져버렸다.
* * *
압수수색을 끝낼 때쯤 강명길 팀장이 회사로 들어왔다.
검찰 수사관들은 체포 영장도 가지고 온 터라 강명길 팀장을 보자마자 체포했다.
“아 그냥 갈 테니 수갑은 풉시다! 예?”
“시끄럽고! 빨리 가기나 해요!”
검찰 수사관들이 강명길 팀장을 끌고 나간다.
하지만 그는 생각 외로 큰 반항을 하지 않고 있었다.
‘뭐지 이거?’
내가 아는 강명길 팀장이라면 무릎 꿇고 빌면서 김동수가 시켰다고 불고도 남을 나약한 인간이다.
그런데 태연해도 너무 태연하다.
마치 믿는 구석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평소와는 다른 강명길 팀장의 태도가 왠지 거슬렸다.
잠시 후.
강명길 팀장을 체포하자 검찰 압수수색 박스를 채운 고진택 검사와 수사관들이 회사를 빠져나갔다.
검찰과 수사관이 타고 온 봉고차가 출발하자 그제야 매니저들이 놀란 가슴을 달래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뭐야? 이제 끝난 거야?”
“모르지 뭐.”
“아 씨X. 어떻게 되는 거야?”
“혹시 회사 문 닫는 거 아냐?”
불안한 매니저들의 한탄 소리가 나올 무렵.
회사 건물 스피커에서 강감찬 대표의 목소리로 안내 방송이 나왔다.
[전 직원 지하 2층 소강당으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굴렁쇠 엔터의 전 직원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웅성이며 지하로 향했다.
지하 2층 소강당.
전 직원들을 앞에 둔 강감찬 대표가 손뼉을 치며 주위를 환기시켰다.
“자! 다들 대충 돌아가는 상황은 들었겠지만 강명길 팀장의 일탈이라고 하기에는 꽤 많은 돈이 오간 모양이다.”
강감찬 대표는 솔직하게 회사 사정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기습적인 발표를 해버렸다.
“그래서 우리 회사도 자체적으로 특별 감사를 실시할 테니 그리들 알고 준비하도록!”
이 지시가 배우 3실의 실장과 서예종 라인을 저격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소속에 따라 직원들의 얼굴에 희비가 엇갈려 나갔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김동수와 주호성 팀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것들은 또 어디 갔지?’
* * *
여의도 고급 일식집 청하.
최만식과 김동수 그리고 주호성이 한 테이블에 모여 앉아 있다.
테이블에는 음식들이 가득했지만 최만식은 말없이 술잔에 술을 홀로 채울 뿐이었다.
비자금 사건이 터진 터라 일주일 뒤로 잡혀 있던 약혼식이 무기한 연기되었기 때문이다.
술잔을 채운 최만식은 고개를 들고 김동수를 노려봤다.
“나 몰래······ 박 의원한테 상납을······ 했어?”
맞은 편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김동수가 급히 고개를 숙였다.
“아 아닙니다. 유 보좌관이 연락을 해와서······ 저희야 당연히 최 대표님께서 알고 계신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과잉 충성으로 상납을 지시했다는 말에 최만식이 비릿한 웃음을 짓는다.
“이 새X가 누굴 병X으로 보나!”
어젯밤 주호성과 함께 박상곤과 여당 의원들에게 접대 준비를 하던 도중 유상기 보좌관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서 모든 행사를 중지해버렸었다.
그런데 그 일에 김동수가 얽혔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최만식은 김동수를 당장 잘라버리고 싶었지만 그를 대체할 사람이 없어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 주호성은 굴렁쇠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상태였으니까.
최만식은 다시금 화가 치밀어 올라 들고 있던 술잔을 김동수의 얼굴에 뿌렸다.
촤악!
얼굴이 술로 흠뻑 젖은 김동수가 고개를 숙인다.
“죄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최만식이 눈을 부릅뜨며 김동수를 향해 외쳤다.
“다시 한번 보고 없이 정치권에 줄을 대면 넌 나한테 죽는다. 알아?”
“예! 예! 절대 안 그러겠습니다.”
최만식은 손에 묻은 술을 닦으며 김동수에게 물었다.
“그러면 강명길 그 친구는? 뒤처리는 확실히 했고?”
김동수가 고개를 빠르게 끄덕인다.
“어젯밤에 만나서 1억. 그리고 오늘 아침엔 그 친구 부모님 만나서 1억을 건넸습니다.”
“현금으로?”
“예.”
김동수는 제일 좋은 변호사를 써서 빨리 꺼내주고 나오는 대로 3억을 주겠노라 약속했다고 한다.
“그놈한테 5억 준다고 하고 나오는 대로 다른 회사 매니저로 알아봐 준다고 해. 나중엔 네가 다시 부른다고 약속하고.”
“강 팀장을······요?”
“왜? 무능해서 그래?”
“그 친구가 별로 쓸데가 없습니다. 이번에도 그렇고······.”
최만식이 코웃음을 친다.
“안 돌아가는 머리 굴리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 입 다물게 하려면 생각 이상의 돈을 줘야지. 그리고 무딘 칼도 쓸모가 있어. 딱 너처럼!”
“아 알겠습니다.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최만식이 마지 못해 손수건을 건넨다.
“닦아!”
“가 감사합니다.”
최만식이 화를 살짝 누그러뜨리자 눈치를 보던 주호성이 조심스레 묻는다.
“저······ 박 의원님은 어떻게 되시는 겁니까?”
“왜? 우리 장인어른이 이대로 무너질까 봐 겁이라도 나냐?”
주호성이 침을 꼴딱 삼켰다.
“그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여쭌 겁니다.”
최만식은 술을 한잔 쭉 들이켠 뒤 두 사람에게 말한다.
“유 보좌관도 짬이 몇 년인데 이런 일로 흔들리진 않지. 단독 범행이라고 모든 걸 다 뒤집어쓸 생각이야.”
김동수와 주호성이 한숨을 쉬자 최만식이 이어 말한다.
“장인어른이야 그렇다 치고 우리도 피해가 적진 않을 거다. 오늘 우리 영감이 긴급 주주 회의를 소집했는데 아마도 김 실장. 네 해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거 같다. 분명히 같이 얽혔을 거라는 말도 나올 거고.”
김동수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한다.
“대 대표님. 도와주십시오.”
김동수가 두 손을 싹싹 모아 빌자 최만식이 손을 젓는다.
“걱정하지 마. 징계는 못 막지만 네 해고까지는 막아줄 생각이니까.”
“가 감사합니다.”
“대신!”
“대신?”
“다음번 실수는 강 팀장이 아닌 네가 뒤집어써야 할 거다. 그게 뭐든. 괜찮지?”
앞으로 최만식이 할 실수까지 포함된다는 소리였지만 김동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살아날 길은 이것밖에 없으니까.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최만식은 이어 주호성에게 말한다.
“그리고 주 팀장. 당분간 김 실장은 제대로 힘도 못 쓸 테니 배우 3실은 네가 신경을 좀 많이 써야 할 거다.”
“예. 대표님. 그런데 말입니다······.”
“또 뭐?”
“이대로 괜찮습니까? 강 팀장이 혼자 이런 큰일을 저질렀다는 건 아무도 안 믿을 텐데요?”
최만식이 피식 웃는다.
“누가 혼자 했다고 말하래?”
“서 설마······.”
“그래. 이럴 때를 위해 놓아둔 인간이 하나 있잖아.”
주호성이 놀란 표정으로 묻는다.
“이 이기철 이사님을요?”
“그래. 여기 오기 전에 10억 준다고 하니까 순순히 알겠다고 하더라.”
“하여간 이번에 크게 당했으니까 당분간은 다들 대가리 숙이고 있어. 알았어?”
“예······”
그때 주호성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이 이사님이 나가면 이제 서예종 라인에서 임원급은 한 명도 남지 않게 되었는데 이대로 보고만 있으실 겁니까?”
“걱정하지 마. 서예종은 아니지만 쓸 만한 놈 하나 있어. 조금 있으면 들어오겠네.”
그때였다.
문이 드르륵 열리고 한 남자가 나타났다.
“어. 마침 왔네. 안 그래도 당신 이야기를 하던 참인데······.”
최만식이 손을 든 순간 김동수와 주호성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문을 열고 나타난 사람은 두 사람 모두가 잘 아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 * *
대규모 감사 때문에 각 부서가 정신이 없는 와중 강감찬 대표는 주주 회의에 참석차 회사를 비웠다.
그리고 회의가 끝난 직후 강감찬 대표는 곧장 내게 명동 고택으로 오라고 전화를 해왔다.
정 팀도 내부 감사 중이었지만 걸릴 게 없었기에 곧장 최은태 회장의 집으로 향했다.
방으로 들어가자 최은태 회장과 강감찬 대표가 아쉬운 표정을 하고 있다.
“다들 왜 이러고 계십니까?”
최은태 회장이 굳은 표정으로 말한다.
“정 팀장을 볼 면목이 없구만.”
“예?”
강감찬 대표가 곁에서 말을 거든다.
“이기철 이사가 총대를 멨다. 강 팀장한테 시켜서 돈을 상납한 게 자기라고.”
어쩐지 탑 엔터테인먼트가 설립되는 일정이 사라지지 않더라니.
“이기철 이사가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간다고요?”
“그래.”
“그러면 김동수 실장은요? 아무런 징계도 안 받고 이대로 넘어가는 겁니까?”
“그럴 수야 있나?”
이기철과 강명길은 해고였고 김동수는 3개월 정직으로 징계가 떨어질 거란다.
“하지만 이게 한계다. 증거도 없고 최만식 대표뿐 아니라 나머지 주주도 반대해서 말이지.”
하긴 최만식이 자신의 수족이 잘려 나가는 걸 볼 리가 없다.
“아 그리고 이기철 이사 대신 방상영 실장이 이사로 승진하게 될 거다. 미리 알아 둬.”
“방 실장님이 이사로요?”
방상영 실장이 서예종 라인과 손을 잡을 줄이야.
내게 자신의 라인으로 들어오라고 했던 방상영 실장은 이번이 기회라 생각하고 승부를 건 모양이다.
최은태 회장도 방상영 실장을 미는 걸 반대할 명분은 없었단다.
그는 서예종 출신도 아니고 회사 내에서 실적도 월등했으니까.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을 터트리자 최은태 회장이 나를 달랜다.
“그래도 박 의원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준비하고 있으니 너무 아쉬워하지 말게. 밑에 보좌관이 돈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걸 세상에 누가 믿겠나? 조금만 기다리게. 내가 손을 다 써 놨······.”
그때였다.
대청마루가 쿵쿵하고 울리더니 문밖에서 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들린다.
“회장님. 저 영호입니다.”
최은태 회장의 오른팔이자 대흥 저축은행장인 최영호의 목소리다.
“그래. 들어와.”
문이 벌컥 열리더니 최영호 은행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박 의원 쪽 일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최영호 은행장이 한숨을 쉬며 말한다.
“유상기 보좌관이······ 구치소에서 목을 매었습니다.”
여당 당 대표를 상대하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더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