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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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2화

32. 여기엔 왜?

“대신 빵류는 일절 계약 안 한다고요?”

“저도 그 정도 양심은 있습니다.”

안지윤 홍보실장이 날 뚫어지게 노려보다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해요! 해! 대신에 대표님한테 전화 한 통만 하고 하자고요! 됐어요?”

됐다.

안지윤 홍보실장은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전화기를 붙잡았다.

“대표님. 저 안 실장인데요······”

안지윤 홍보실장이 대화에게 보고하는 사이 사이 난 테이블 아래로 승리의 V자를 그렸다.

오늘은 역시 메리 크리스마스다.

* * *

계약서 초안을 작성하는 안지윤 실장의 입에서 연신 불만이 터져 나왔다.

물론 패자의 푸념에 불과하지만.

“내가 여우한테 홀리기라도 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얄미워 정말.”

버거퀸과 유진이의 광고 계약 조항에 대한 협의는 내 완승으로 끝났다.

차기작이 이지연 작가나 그의 제자 작품 중 하나란 걸 알린 덕이다.

나를 노려보던 안지윤 홍보실장은 곧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쨌건 여기 이영숙 씨가 앞으로 정 매니저님과 소통할 거예요. 잘 부탁해요.”

이영숙 직원이 날 보며 꾸벅 인사를 한다.

“저 광고 콘티가 나오는 대로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순간 난 힐끗 쳐다보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마린 기획하고 JUN 기획이 그렇게 광고를 잘 만든다던데.”

안지윤 홍보실장이 기가 찬다며 코웃음을 쳤다.

“정 매니저님. 하나는 업체 1위고 다른 하나는 신성 에이전시 중에서 제일 주목받는 업체인 거 알고 하시는 말씀이시죠?”

당연히 알지.

회귀 전에도 가장 유명한 광고 에이전시들인데.

“그렇습니까? 그 두 곳이 요즘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유명하기만 하게요? 제일 비싸기도 하죠!”

전혀 모르겠단 표정을 짓자 안지윤 홍보실장이 또 한 번 얄밉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을 엘리베이터 앞에서 배웅하고 나자 구성철 실장이 날 보며 혀를 내둘렀다.

“독한 놈!”

“제가요?”

“무서운 놈!”

구성철 실장이 혀를 내둘렀다.

“협상 잘 끝났으니까 약속대로 소고기나 쏘시죠? 아 참고로 전 회사 앞에 투뿔숙성한우KING이 좋습니다.”

구성철 실장은 얼른 고개를 돌려 내 시선을 피했다.

“어떤 소고기를 사 줄 건지는 내 맘이다.”

갑자기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거 같다.

“와! 사람이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더니.”

“왜? 아까 더블더블 먹자며? 그래 그러고 보니 그것도 소고기지?”

갑자기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래서 공수표는 믿지 말아야 하는데.

“큭. 사실 요즘 우리 2실이 경비가 부족해서······”

안 나오는 눈물을 쥐어짜려 애쓰는 구성철 실장이다.

“아 알았어요. 그만 하세요. 한우 취소. 그러면 그냥 돼지갈비나 뜯죠.”

구성철 실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됐고. 그냥 춘자할매 집에 가서 국밥이나 한 그릇 하자. 거기 소고기 국밥이 그렇게 끝내주더라.”

“아 진짜! 지금 바로 가실 거죠?”

난 발끈하고 화를 내다 말을 바꿨다.

솔직히 춘자할매 국밥은 인정이니까.

“그래. 목이 칼칼하네. 가서 소주도 한잔하자.”

씨익 웃는 구성철 실장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실장님.”

그런데 구성철 실장이 날 보며 따뜻한 눈빛으로 말을 꺼냈다.

“그리고 윤호야.”

“예?”

“오늘 정말로 수고 많았다.”

장준혁을 살리느라 애썼고 협상을 잘했다며 칭찬을 해댔다.

“감사······합니다.”

회귀 전에는 무슨 일을 해도 듣지 못했던 수고했다는 말을 최근에는 참 많이 듣고 있었다.

별것 아닌 말이었지만 들을 때마다 괜스레 가슴이 뭉클해진다.

* * *

“후루루룩. 끄윽. 자 밥만 먹지 말고 소주도 한잔해라.”

꼴꼴꼴.

투명한 소주를 넘치도록 따라주는 구성철 실장이다.

꼴깍!

“캬! 소주에 뜨거운 국물 한 사발 하니 몸이 그냥 살살 녹네요. 실장님도 한잔 받으십시오.”

“오냐.”

술잔을 받은 구성철 실장이 흐뭇하게 바라보다 자기 고기를 내게 한 움큼 덜어 준다.

“많이 먹어라. 몸 아플 땐 소고기가 최고다.”

“감사합니다. 실장님.”

고기가 수북하게 쌓인 특 소고기 국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자 땀이 비처럼 흘러내렸다.

건더기가 얼마나 실한지 고깃집보다 고기를 더 먹은 거 같다.

덕분에 자동차 충돌 후 뻐근했던 뒷목이 싹 나은 듯했다.

역시 소고기는 만병통치약인 것 같다.

구성철 실장이 기지개를 켰다.

“아으. 잘 먹었다. 그럼 또 들어가 봐야지.”

“퇴근 안 하시고요? 사모님 기다리실 텐데.”

“네가 한 계약 법무팀에 자료 넘기고 최종 조율도 해야지.”

하긴 우리 업계는 밤낮도 명절도 없지.

“같이 갈래?”

갑자기 먹었던 게 체하는 기분이다.

“아뇨. 실장님만큼 월급 받기 전에는 실장님만큼 일 안 할 겁니다.”

“짜식이 뺀질거리긴. 하여간 병가로 처리해줄 테니까 내일은 쉬어라. 몸이 놀랐을 테니 병원에도 좀 가보고.”

“예. 실장님.”

그때였다.

폰이 울리고 있었다.

“누군데? 크리스마스에 전화야? 여친이냐?”

“저 여친 없는 거 아시면서 그러십니까?”

처음 보는 번호였다.

“받아 봐.”

“예.”

전화를 받았더니 기력 없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 장준혁입니다. 오늘 좀 볼 수 있을까요?

* * *

서울아산병원.

김동수 실장의 측근 강명길 팀장은 탑스타 장준혁이 입원한 병원을 찾았다.

2실의 정윤호가 장준혁을 구했다는 기사가 퍼지자 김동수의 급한 지시가 떨어졌다.

소속사가 없다고 알려진 스타 중에서 장준혁만 한 대어는 없었으니까.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서 계약부터 따! 조건은 해 달라는 대로 해 주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강명길의 눈에 기자들이 몰려 있는 현장이 들어왔다.

“아. 거 얼굴만 좀 찍게 해달라니까요?”

“어어. 밀지 마! 야 나 신고할 거야!”

“경찰 불러! 아이고! 병원 경호원이 사람 치네!”

강명길은 병원 관계자들과 싸우는 기자들을 피해 가족 방문객 한 명의 뒤에 달라붙었다.

하지만 VIP 병동 입구에서 막혀 버렸다.

“이 안으로는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에게 제지를 당한 강명길은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준혁 씨의 쾌유를 빕니다]라는 고급 과일 바구니가 파손될까 몸을 돌린 채로.

“굴렁쇠 엔터에서 왔다고 좀 전해 주십시오.”

VIP 경호를 맡은 경호원들은 잠깐 멈칫하고 무전을 전했다.

장준혁을 구한 게 굴렁쇠 엔터의 매니저란 사실을 들었으니까.

“예. 예. 들여보내라고요? 알겠습니다.”

무전기로 보고를 받은 경호원들이 길을 열었다.

강명길 팀장은 허리를 굽신거리곤 장준혁이 있는 병실로 향했다.

드르륵.

문이 열리자 장준혁의 매니저 이승훈이 나타났다.

“어? 정윤호 씨가 아니시군요······”

보자마자 정윤호를 찾는 이승훈에게 강명길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 윤호가 좀 바빠서 제가 먼저 왔습니다.”

“아 그러십니까?”

언제고 정윤호가 올지 몰랐기에 강명길은 아슬아슬한 범위 내에서 거짓말을 이어갔다.

이야기를 주고받던 강명길은 병실 안쪽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저기 혹시 장준혁 씨랑 이야기를 좀 할 수 있을까요?”

“그건 좀 힘들 거 같습니다.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거든요.”

“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일단 이것 좀 받으십시오.”

쾌유를 빈다는 내용이 적힌 바구니를 건네주자 이승훈이 고맙다고 고개를 숙였다.

강명길은 잠시 숨을 돌리곤 말했다.

“저기······ 지금 말하기에는 좀 곤란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 매니저님께 상의드릴 일이 있습니다.”

“뭔가요?”

“그 준혁 씨가 회사를 찾는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맞으······신지요?”

김동수가 알아낸 정보에 따르면 급하게 독립한 후 일 처리가 제대로 안 되어 장준혁이 새로운 소속사를 찾는 중이라 했었다.

오늘도 스케줄 하나를 마치고 홀로 움직이다 사고를 당한 거고.

“예. 사실입니다. 준혁이 형 스케줄이 너무 많아서 버겁던 참이라.”

“그래서 말인데······ 저희 굴렁쇠랑 계약을 맺으시면 어떨까 싶어서요. 조건은 업계 최고로 맞춰 드리겠습니다.”

강명길 팀장의 말에 이승훈 매니저가 고민이 된단 표정을 지었다.

“준혁 형이 결정할 문제지만 싫어하진 않으실 거 같네요. 아까도 잠깐 깨셨을 때 그런 이야기가 있긴 했거든요.”

“아 그렇습니까? 잘됐습니다.”

기쁜 표정을 짓던 강명길은 손에서 나는 식은땀을 다리에 비비곤 서류를 하나 내밀었다.

“그러면 깨어나시면 이것 좀 검토해 주셨으면 합니다. 조건은 최고로 맞춰 드리겠습니다.”

이승훈은 바로 계약을 맺자는 말이 약간은 거슬렸다.

하지만 지금 장준혁에게도 계약이 필요한 상태였다.

한동안 입원을 하면서 생길 방송 펑크들을 뒤치다꺼리해 줄 회사가 필요했으니까.

“알겠습니다. 일단 놓고 가시면 형님에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아 그래 주시겠습니까? 그러면 연락은 제 명함에 있는 번호로 주십시오.”

강명길 팀장이 기쁜 표정을 짓자 이승훈 매니저가 아까 전 받은 명함을 보다 혼잣말을 내뱉었다.

“3실이라. 그럼 정윤호 씨도 배우 3실 소속입니까?”

강명길 팀장이 어색한 표정으로 답하려 했다.

하지만 그때 뒤편에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뇨. 2실입니다.”

등골에 짜르르한 감각을 느끼며 강명길 팀장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델몬트 선물용 주스를 든 정윤호가 서 있었다.

* * *

‘진짜 어이가 없네.’

강명길 팀장의 손에 들린 명함과 계약서를 보자 단번에 상황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내 이름을 팔아서 계약이라도 하려고 한 거야 뭐야?

갑자기 소름이 확 돋는다.

“전 배우 2실 소속입니다. 이승훈 매니저님.”

다시 한번 분명히 내 소속을 말하자 강명길 팀장과 이승훈 매니저의 표정이 동시에 일그러졌다.

“흠. 그렇습니까?”

냉랭한 이승훈 매니저의 목소리에 강명길 팀장이 오해라며 손을 그었다.

“그 그게 전 배우 3실이고 여기 정윤호 매니저는 배우 2실입니다만 같은 회사라서······”

강명길 팀장의 어설픈 변명을 이승훈 매니저가 막았다.

이승훈 매니저는 쥐고 있던 서류와 명함을 함께 내려놓았다.

“이건 안 받은 거로 하겠습니다.”

강명길 팀장이 말을 더듬거렸다.

“아 아니. 그러니까······”

“그냥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경호원을 부를까요?”

이승훈 매니저의 단호한 말투에 강명길 팀장이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강명길 팀장이 허리를 굽히자 이승훈 매니저가 다시 한번 말했다.

“아 그리고 들고 오신 바구니는 다시 가져가셔야죠.”

“아닙니다. 그건 그냥 드십시오. 정말 장준혁 씨가 걱정되어서 가지고 온 겁니다.”

“뭐 알겠습니다. 병원에 환우들 많으니까 거기에 기증하죠.”

강명길 팀장은 아무런 말도 못 하고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날 잠시 노려 보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몰래 수작을 부리려던 주제에 외려 화를 내는 모습이 어이가 없었다.

강명길 팀장이 사라지자 이승훈 매니저는 과일 바구니를 복도에 그대로 내버려 둔 채 말했다.

“하마터면 정 매니저님이 아닌 다른 분과 계약서에 싸인을 할 뻔했네요.”

이승훈 매니저가 애써 웃으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내가 바빠서 못 온 탓에 강명길 팀장이 대신 온 줄 알았다나?

“아 차가 엉망이 되어서요. 버스 타고 오느라 좀 늦었습니다.”

“아 그거. 보험은 확실히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이승훈 매니저는 정신이 없었다며 내 손을 붙잡고 고개를 숙였다.

“아무튼 이제야 인사드립니다. 덕분에 우리 준혁 형님이 목숨을 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겁니다.”

“그거야 모르는 일이죠. 자자 들어가시죠. 형님이 안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승훈 매니저는 병실로 향하며 조금 전 있던 일을 빠짐없이 알려주기 시작했다.

‘참 대단하다 김동수.’

조금 전 강명길이 왔던 상황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실감이 되기 시작했다.

‘내가 도착하는 게 조금만 늦었다면 김동수 측에서 장준혁과의 계약을 따냈겠지.’

생각해 보면 회귀 전에도 김동수는 정보를 캐내는 능력만큼은 뛰어났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만.

이야기를 다 들은 난 김동수에게 그대로 갚아줄 마음을 먹었다.

김동수가 영입할 배우 중에서는 내가 데리고 와야 할 배우가 있었으니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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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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