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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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화

3. 첫날 1

2019년 12월 12일.

오늘.

유진이는 현장을 찾아오는 이지연 작가 앞에서 연속해서 NG를 내다 배역에서 잘려 버린다.

거기다 유진이의 유일한 가족인 미소는 오늘 가스 폭발사고로 죽게 된다.

그와 동시에 조카로 알려진 미소가 사실은 그녀의 딸이었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죽은 언니의 딸을 입양한 거였지만 대중들은 유진이가 사고를 쳐서 놓은 애라며 손가락질해대며 숙덕거렸다.

그야말로 유진이 인생에서 최악의 날이다.

‘하지만 이젠 달라질 거다.’

그 끔찍한 일들을 막기 전에 급한 대로 정장 코트를 벗어 유진이의 머리 위로 덮었다.

살을 베는 듯한 이 추위 때문에 NG를 내니까.

펄럭.

코트를 덮은 유진이는 마치 사극에서나 보는 장옷(쓰개치마)을 두른 것처럼 보였다.

“잠깐만 여기 있어. 담요랑 커피 가지고 올게.”

“괜찮아요 오빠.”

유진이가 괜찮다며 코트를 내게 돌려주려 했다.

“연기자는 연기만 생각해. 추워서 NG 내면 그게 더 민폐야.”

“그치만······”

“괜찮아. 나 추위 안 타니까. 내가 담요랑 핫팩 가지고 올 때까지 그대로 있어. 알았지?”

나는 걱정하는 유진이를 뒤로하고 스태프들이 비품을 올려놓은 테이블로 달렸다.

비품이 켜켜이 쌓인 테이블에서 무릎담요와 핫팩을 챙겼다.

그리고 그사이 미소의 죽음을 막을 방법을 떠올렸다.

“유치원에 전화해서 저녁때까지 데리고 있어 달라고 부탁하면 되겠지.”

내 기억이 맞는다면 현재 미소는 유치원에서 좀 이른 크리스마스 파티 중이다.

그러니 유진이의 현장 촬영이 끝나는 대로 유치원에 미소를 데리러 가면 되겠다 싶었다.

오늘 미소는.

집으로 갔다가 가스 폭발 사고로 죽게 되니까.

“집에만 안 가면 되는 거지.”

유치원에서 미소를 픽업한 뒤엔 119에 가스 유출 신고도 하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으니 해결책을 떠올리는 건 의외로 그리 어렵지 않았다.

“휴우우~.”

그제야 길고 긴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36살의 노련함과 돌도 씹어먹을 26살의 건강한 몸.

이 둘이 합쳐졌으니 마음만 먹으면 못 할 게 없다.

“그래. 막을 수 있다. 막을 수 있다.”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따뜻한 음료를 탈 용기를 찾았다.

순간 테이블 밑에 안 쓰는 보온병이 보였다.

“여기다가 커피 좀 담아 가야겠네.”

왕년에 카페 정 정 다방 스타벅스 정이라 불리던 실력을 한껏 발휘해 커피를 탔다.

가는 동안 적당히 식을 수 있게 한 잔만 종이컵에 따랐다.

유진이가 급하게 마시다 입천장이 까지기라도 할까 봐.

그런데 아까부터 주머니에 넣어 둔 폰이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부르르르.

“회산가?”

기억을 더듬어 이맘때의 내 직장 상사를 기억해냈다.

오덕구 팀장.

외모는 깐깐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정이 많은 상사였었다.

그런데 폰을 꺼내든 순간.

믿을 수 없는 메시지가 보였다.

[에브리데이 V10]

[백업 파일(2029년 12월 12일 PM 12:12)을 다운받으시겠습니까?]

“2029년?”

혼잣말을 내뱉고 급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아무도 없다.

눈을 비비고 스마트폰의 액정 화면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2029년이면 내가 죽은 바로 그때다.

심지어 다이어리의 버전도 현재의 V1이 아닌 2029년 당시에 사용하던 V10이고.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놀라는 것도 잠시.

난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천천히 [YES] 버튼을 눌렀다.

지잉.

짧은 진동이 울리더니 메시지가 연달아 올라오기 시작했다.

[에브리데이 V10]

[백업 파일 복구 중]

[두 번째 다이어리 폴더에 자동 저장됩니다.]

[2019년 12월 12일부터 2029년 12월 12일까지 기록을 두 번째 다이어리에 저장합니다.]

······

[저장 완료.]

백업 파일이 복구되자 화면에는 새로운 다이어리 탭이 하나 더 생겼다.

[첫 번째 다이어리 : 에브리데이 V1]

[두 번째 다이어리 : 에브리데이 V10]

심장이 미친 듯 뛰기 시작했다.

“진짜로······ 다운 받아졌어?”

반신반의했지만 정말로 저장될 줄이야.

침을 꿀꺽 삼키곤 두 번째 다이어리 탭을 눌렀다.

곧이어 촤라라락 하는 종이 넘어가는 효과음이 들리더니 오늘 날짜의 다이어리가 펼쳐지고 있었다.

[에브리데이 V10]

[날짜 : 2019년 12월 12일]

-PM 12:30 경기도 구리 세트장 정유진 <아침이 간다> 21회 첫 출연.

-PM 01:00 경기도 구리 세트장 이지연 작가 방문

-PM 01:30 (보고 사항) 경기도 구리 세트장 정유진 NG 23번. 현장에서 작가에게 대판 깨짐.

-PM 04:20 MBS 공개홀 방송 남양주에서 주영인 MBS 공개홀로 이송

······

-PM 5:30 강동경희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미소가 죽었다.

‘뭐야? 이거?’

심장이 미친 듯 뛰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10년 치 일기나 다름없는 다이어리가 내 손에 들려 있었으니까.

‘내 다이어리마저 날 따라 회귀하다니!’

어제 일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바쁜 삶을 살았다.

하지만 이 다이어리 덕분에 불완전한 기억을 언제든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 * *

회귀 전.

돈은 원도 한도 없이 써 봤기에 그게 얼마나 공허한지 안다.

거기다 죽어가던 날 찾아오지도 않았던 인성 글러 먹은 인간들과 어울리는 것도 얼마나 허망한지도 알고 있다.

내 삶의 마지막 페이지를 닫는 순간 곁에 있어 준 건 정작 내가 제대로 챙겨주지도 못했던 정실모 일곱 명뿐이었으니까.

생각을 정리한 나는 손에 들린 다이어리를 들고 두 번째 삶의 목표를 정했다.

미소를 구하고 유진이를 비롯한 정실모 일곱을 모두 탑스타로 만들겠다고.

그리고 이번 삶은 돈보다는 사람을 얻자고.

그렇게 이번엔 제대로 한번 살아보자고 다짐하며 기합을 넣었다.

“아자!”

그 순간 곁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뜨거운 물 다 쓰셨습니까?”

고개를 돌려 보니 한 남자가 몸을 떨며 커피를 마시려 기다리고 있었다.

“아 예. 쓰세요. 죄송합니다.”

그런데 얼굴이 왠지 낯이 익다.

“혹시 김성운 AD님?”

“절 아세요?”

“예. ‘오늘 또 다시’ 그리고 ‘철없는 누이’에 스태프로 참여하지 않으셨습니까?”

김성운 AD는 내년 겨울에 MBS의 PD가 된 후 연신 대박을 터트리며 향후 10년을 승승장구하는 스타 PD가 된다.

이승아 작가와 함께 만든 <날 두고 가시나>로 시청률 28%를 기록했던가?

아무튼 연출 기획력 작품 보는 눈 어느 하나 떨어지는 게 없는 사람이다.

현장을 불협화음 하나 없이 이끌어 가는 능력자이기도 했고.

“하 애국가 시청률보다 낮은 작품을 다 보셨네요.”

김성운 AD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급히 말을 둘러댔지만 자신을 알아봐 준 탓인지 기분은 좋아 보였다.

나는 얼른 명함을 꺼내 들고 고개를 숙였다.

“굴렁쇠 엔터의 정윤호라고 합니다. 우리 유진이 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명함을 받아든 김성운 AD가 직책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윤호 매니저님이라. 음 팀장님이······ 아니셨네요?”

“예. 오늘이 첫날이라 배우 기 좀 살려주려고 정장 입고 나왔습니다.”

보통 현장 매니저는 팀장이 되기 전에는 현장에 후드 티셔츠와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

그런데 내가 정장을 입고 있으니 오해를 한 듯했다.

“어쩐지 젊어 보이시더라. 그런데 지금 제가 명함이 없는데 이걸 어쩌죠?”

“괜찮습니다. 제가 김 AD님 연락처를 알고 있습니다.”

“제 연락처를 아신다고요?”

“예. MBS PD님과 AD님들의 연락처는 다 외우고 있습니다.”

김성운 AD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요즘에도 번호 외우시는 분이 계셨네요. 이러면 제가 너무 미안한데······”

그 순간 지금이 바로 유진이를 PR할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

“저기 실례가 안 된다면 저희 유진이 프로필을 보내드려도 괜찮겠습니까?”

김성운 AD가 내 얼굴을 뻔히 바라보다 히죽 웃음을 지었다.

“그러세요. 전 열심히 하는 분들을 보면 응원하고 싶어지더라고요.”

당연히 잘 봐 달라는 뜻이라는 것 정도는 알아차린 눈치다.

작별 인사를 나눈 김성운 AD는 커피 3잔을 타서 급히 세트장으로 달려갔다.

이제 2년 차라 한창 바쁠 때니까.

그나저나 회귀한 직후에 처음으로 만난 현장 스태프가 김성운이라니.

인생 2회차는 시작부터 잘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톡으로 김성운 AD의 번호를 등록한 뒤 즉시 유진이의 프로필을 전송했다.

[정윤호 매니저 : 유진이 프로필입니다. 예쁘게 봐주십시오.]

[첨부 파일]

[정유진 프로필 (굴렁쇠 엔터 공식)]

-나이 : 23세 (11월 14일생)

-별명 : 천호동 버거 소녀. 버거퀸 얼짱 알바. 유지니.

-신장 체중 : 165cm / 47kg -출연작 : 아침이 간다 (이지연 극본/이설란 역) -취미/특기 : 요리 십자수 음악감상 영화 감상 / 요리

공식 프로필을 보내고 난 뒤 유진이에게 돌아가며 회사 내부용 프로필 파일을 열었다.

내 기억 속 유진이와의 정보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

[정유진 프로필 (굴렁쇠 엔터 내부 자료 보안 요)]

······

<회사 내 평가>

강점 : 뚜렷한 이목구비와 새하얀 피부 안정적인 발성

약점 : 부족한 연기력 감정 표현력 (최현민 트레이너 평가 : 감정이 억눌린 듯 제대로 된 표현을 못 함. 배우보다 아이돌 팀으로 배치하는 것을 추천.) -연기 : 2/5 (강감찬 대표님 현재 2.5 가능성 4) -노래 : 1.5/5 (보컬 트레이너 2로 평가) -댄스 : 1/5 (안무 트레이너 2로 평가) -예능 : 0.5/5 (예능팀 실장님 최대 1까지는 가능) <루머 & 주요사항>

1. 특별한 루머 없음. 학폭 사건에 연루된 적 없음.

2. 부모와 언니 부부의 사망 후 조카 미소를 키우고 있음.

<육성 계획>

1. 체중 47kg으로 만들기. (12월 11일 기준 52.1kg) 2. 연기 연습 더 시키기.

회사 내부용 자료에는 별 5개를 기준으로 유진이의 현재 평가가 적혀 있다.

그런데 특히나 연기력 항목이 눈에 걸렸다.

연기 트레이너 최현민은 유진이가 대성할 가능성이 없다며 혹평을 했으니까.

“미친. 누가 누굴 평가해?”

미래의 유진이의 연기력을 아는 난 최현민의 평가에 실소를 터트렸다.

어차피 최현민 트레이너는 함께 하지도 못할 사람이다.

미래에서도 연기로나 레슨으로나 큰 성과를 못 낸 인물이며 결정적으로 김동수 실장의 라인인 서울예술종합대학교 출신이니까.

그리고 그 서울예술종합대학교 라인은 3년 후 회사를 반으로 똑 쪼개고 나가게 된다.

프로필 확인을 마친 나는 잽싸게 유진이에게로 돌아왔다.

“이건 깔고 이건 덮고 이건 쓰고 이건 마셔.”

깔개 무릎담요 귀마개 그리고 따뜻한 커피를 내밀자 유진이의 얼굴이 환해졌다.

담요와 귀마개를 쓴 유진이는 내가 시키는 대로 커피를 들이켰다.

호로록.

“어? 이거 뭐지? 오빠 이거 무슨 커피예요? 완전 맛있는데요?”

“맥X.”

“맥X? 노랗고 기다랗고 너도나도 다 마신다는 그 맥X?”

“잘 아네.”

“어 어떻게 맥X에서 이런 맛이. 말도 안 돼!”

“말 돼. 맥X은 물 비율만 딱 맞추면 맛있어.”

회귀 전 촬영장에서 바리스타 정 정 다방이라 불리던 내 커피 솜씨는 회귀 후에도 여전했다.

유진이는 따뜻한 커피가 들어가자 몸이 풀리는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세웠다.

추위가 조금 가신 표정이다.

“오빠 커피 짱! 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아요!”

그건 그냥 카페인 빨.

아무튼 별것 아닌 인스턴트커피로 저렇게 기뻐해 주니 고맙긴 하다.

* * *

[에브리데이 V10]

[날짜 : 2019년 12월 12일]

-PM 01:30 (보고 사항) 경기도 구리 세트장 정유진 NG 23번. 현장에서 작가에게 대판 깨짐.

-PM 05:30 강동경희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미소가 죽었다.

에브리데이 V10에 적힌 일정은 다시 봐도 신기하기만 했다.

하지만 상념에 빠져 있을 시간이 없었다.

우선은 미소가 사고가 생기는 집으로 못 가게 막아야 했으니까.

“저기 유진아.”

“네?”

“오늘 미소 방송국이나 구경시켜 줄까?”

커피를 마시던 유진이의 눈이 동그래진다.

“그래도 돼요?”

연달아 묻는 유진이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어. 지금 바로 전화해.”

“아싸!”

주먹을 쥔 유진이가 냉큼 전화를 꺼내 들었다.

뚜루루루.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뚜루루루.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왜 안 받지?’

그런데.

네 번을 걸었는데도 유치원 원장님은 전화를 받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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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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