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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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5화

275. 만신 월아 1

[에브리데이 V10.1]

[날짜 : 2020년 8월 27일]

-PM 10:00 [NEW. 정유진] ‘스타 패치’ 기사 <‘만신 월아’의 정체는 바로 정유진> 관련 긴급회의. (회의 내용 : 정유진 메이크업 제거 사진 공개.)

‘만신 월아’의 정체가 알려지게 된다는 알림이라고?

나는 눈을 끔뻑거리며 ‘만신 월아’의 정체가 밝혀진다는 일정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스타 패치의 어떤 기자가 보도하는지 이름이라도 나왔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일정에는 ‘스타 패치’란 신문사의 이름만 나타나 있었다.

스타 패치가 기사를 터트리는 시각은 앞으로 5일 후 8월 27일 밤 10시.

심지어 메이크업 제거 사진도 공개된단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그동안 유진이가 ‘만신 월아’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었는데 이제 와 그걸 ‘스타 패치’가 가로채듯 폭로하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런데 내 표정이 심상치 않았던지 진유정 여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래?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오늘 진유정 여사는 김수희 선생님과 첨예한 감정 대립 연기를 해야만 한다.

괜한 걱정을 끼치기가 싫어 별일 아니라며 얼버무렸다.

진유정 여사가 날 빤히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혼자서 끙끙대지 말고 나한테 말해. 뭐든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줄 테니까. 나 정 팀장이 그런 표정 지을 때마다 보기 안쓰러워.”

진유정 여사로 변장한 유진이는 변장의 힘을 빌려 자기 생각을 솔직히 말한다.

마음 씀씀이는 고마웠지만 이건 유진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음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여사님.”

주변에 사람들만 없었다면 유진이의 이름을 부르며 감사 인사를 했을 정도였다.

그동안 스태프들이 촬영 준비를 마친 채 각자의 자리로 빠르게 이동하는 게 보였다.

“이제 촬영할 차례입니다. 가시죠.”

진유정 여사가 내 손을 잡고 일어났다.

“알았어. 그래도 힘들다 싶으면 꼭 말해? 서로 이야기하다 보면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를 수도 있을 거야.”

“예. 여사님.”

새하얀 소복을 입은 채 단발의 백발 머리카락을 질끈 동여맨 진유정 여사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세트장에 올라간 진유정 여사는 어느새 허리가 굽은 ‘만신 월아’로 변한 상태였다.

눈 깜짝할 사이 캐릭터에 몰입하는 천재가 내 배우란 사실에 다시 한번 가슴이 뿌듯해져 왔다.

그렇다면 이제 나도 내 일을 할 시간이다.

난 유진이가 촬영 준비를 하는 동안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따지기 시작했다.

* * *

오늘 촬영할 씬 99는 아들이 연쇄 살인범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범죄를 숨기는 재벌가의 사모님과 ‘만신 월아’가 충돌하는 장면.

재벌가의 사모님은 오랜 고향 친구인 만신 월아를 찾아가 귀신에 들려 연쇄 살인을 하는 아들을 위해 굿을 해 달라 부탁한다.

하지만 사실 아들은 귀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이코패스일 뿐이다.

그 이야기를 ‘만신 월아’에게 듣는 순간 재벌가의 사모님은 길길이 날뛰기 시작한다.

자기 아들을 지키려는 그릇된 모정을 가진 재벌가 사모님과 더 큰 업을 쌓기 전에 그만두라 말하는 ‘만신 월아’의 충돌이 벌어지는 게 오늘 찍을 씬 99였다.

재벌가 사모님 ‘이명아’ 역을 맡은 김수희 선생님은 오늘 씬을 위해 3일이나 곡기를 끊었다고 들었다.

볼살은 홀쭉해져 있었고 눈빛이 번뜩이는 게 반쯤 미친 사람처럼 보인다.

그때 카메라에 문제가 생겨 잠시 촬영대기가 걸렸다.

그 순간 김수희 선생님이 진유정 여사에게 천천히 다가가더니 뭔가를 중얼거리며 이야기를 나눈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워낙 날이 선 표정들이라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진유정 여사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김수희 선생님이 몸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그사이 촬영 준비가 끝이 났다.

“죄송합니다. 다시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김성운 PD가 준비가 끝났다고 말하자 그제야 ‘만신 월아’의 신당으로 김수희 선생님과 진유정 여사가 들어갔다.

“김 PD. 잠시만.”

김수희 선생님은 잠깐 기다려 달라며 머리카락을 묶은 고무줄을 풀어 버렸다.

푸석푸석해진 머리카락이 축 늘어지더니 새하얀 백발 머리카락이 얼굴을 반쯤이나 가려 버렸다.

김수희 선생님은 숨을 몇 번 쌕쌕 몰아쉬더니 갈라진 목소리로 말한다.

“시작해.”

그 순간 김성운 PD가 마른침을 삼키고 힘차게 외쳤다.

“자 씬 99. 레디~ 액~션!”

슛과 동시에 김수희 선생님은 맞은편에 앉은 ‘만신 월아’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내 아들이······ 귀신이 들린 게 아니라고?』

김수희 선생님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절대 아니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치더니 이내 말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잘못 봤을 거라고.

손까지 빌면서 잘못 본 게 틀림없으니 고쳐달라고 말이다.

『월아! 거짓말하지 마. 네가 잘못 봤을 거야. 우리 착한 명석이가 그럴 리가······ 없어······. 너 지금 거짓말······ 하는 거지? 내가 어릴 때 널 괴롭혔다고. 그러면 지금이라도 사과할게. 미안해 월아야. 제발 나 좀 살려줘. 응?』

혼이 빠져나간 듯한 모습이다.

김수희 선생님의 신들린 연기에 스태프들은 말없이 입을 쩍 하고 벌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만신 월아’는 태연히 손부채질을 하며 짜증을 부릴 뿐이었다.

『네 아들은 귀신들려 자신을 잊을 녀석이 절대 아니야. 오히려 그 귀신을 붙들고 그 힘을 이용할 놈이지! 네가 귀신 들린 것처럼 보았다면 그놈은 어미인 너도 속인 거야!』

‘만신 월아’가 신랄하게 말하며 혀를 끌끌 찬다.

이미 아들이 태어날 때 예언을 했다.

고칠 수도 없고 쓸 데도 없는 호로자식이 될 거라며 진즉 절에다 내버리라고.

그 덕에 어린 시절부터 친구인 두 사람이 지금의 원수 같은 관계가 된 거고.

‘만신 월아’는 아들의 살인은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라며 호통을 쳐댔다.

그리고 내일까지 신고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직접 신고하겠노라고 경고를 했다.

수많은 사람을 해치고 종국엔 부모의 목숨까지 해칠 거라면서 말이다.

그때였다.

김수희 선생님의 눈이 눈알이 튀어나올 듯 큼지막하게 떠진다.

이윽고 그녀는 두 손을 내뻗어 ‘만신 월아’의 한복 깃을 꼭 붙잡았다.

얼마나 양손에 힘을 줬는지 주먹의 혈관이 불끈 돋아나고 있었다.

『다 닥쳐! 네가 엄마 심정을 알아? 너 따위가! 산에 박혀서 남자도 모르고 외롭게 산 네년이! 어디 함부로 입을 놀려!』

김수희 선생님의 찢어지는 고성이 세트장을 울리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오싹 돋았다.

하지만 눈앞에서 저주 가득한 그 말을 들은 ‘만신 월아’는 태연하기만 했다.

아무리 대본에 ‘태연하게 쳐다본다’라고 되어 있다지만 김수희 선생님의 연기를 바로 눈앞에서 목도 하면서도 그럴 수 있는 게 놀라울 뿐이었다.

‘만신 월아’는 한복 깃이 붙들리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만신 월아’가 놓으라고 말했지만 김수희 선생님은 관자놀이에 핏줄이 솟을 정도로 애를 쓰며 깃을 졸라댔다.

그 사실을 경찰에 알리면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까지 해대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만신 월아’가 버선발로 김수희 선생님의 가슴께에 발길질을 해버렸다.

『악!』

김수희 선생님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데굴데굴 굴러버렸다.

‘미친······ 거기서 애드립이야? 어쩌려고!’

대본에도 없는 발길질 연기에 스태프들은 다들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무리 연기를 잘한다고 해도 조연 배우가 천하의 김수희 선생님을 향해 발길질했기 때문이다.

김수희 선생님이 혹시라도 화를 내고 연기를 못 한다고 하지 않을까 봐 다들 긴장하기 시작했다.

김성운 PD도 컷을 해야 할지 말지 고민하는 게 보인다.

그런데 그때였다.

구석에 처박혔던 김수희 선생님은 힘겹게 몸을 일으킨 뒤 살기 가득한 눈을 뜬다.

연기 속행이다.

김성운 PD는 안도하며 다시 모니터에 시선을 집중했다.

김수희 선생님은 이번엔 고성을 내지르며 ‘만신 월아’의 머리채를 쥐어 잡으려 달려들었다.

눈앞에 벌어지는 살벌한 연기와 싸움에 스태프들은 멍하니 바라만 볼 뿐이었다.

김성운 PD 역시도 아무것도 못 한 채 몸을 부들부들 떨며 손에 땀을 쥐기 시작했다.

그렇게 1분.

격렬한 싸움이 끝나자 ‘만신 월아’가 원래 대본의 대사로 돌아왔다.

『헉헉······ 이 어리석은 년! 내 아이도 천형을 받고 인간과 귀신의 경계에 살고 있다. 세상에 힘든 어미가 너 하나뿐이라 생각했더냐!』

『서 설마······ 헉헉. 설마 네 딸도······ 너처럼······』

『그래! 나처럼 명(命)을 깎아 신(神)을 본다! 그 불쌍하고 가여운 것이!』

‘만신 월아’가 가슴에 가득 쌓인 한을 토로하며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그 순간 미친 듯 덤벼들던 김수희 선생님도 제풀에 힘이 빠져 자리에 주저앉았다.

두 사람은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김수희 선생님은 아들에 대한 일은 조금만 더 생각해 볼 테니 신고는 미뤄달라 부탁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을 나오려는 순간 ‘만신 월아’가 말한다.

『네 아이는 결코 멈추지 못할 거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네 손으로 신고해. 그러지 않으면 수많은 생목숨이 날아가. 너도 죽고 네 남편도 죽어!』

김수희 선생님이 마치 원수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만신 월아’를 쳐다보며 외쳤다.

『걔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넌 아무것도 몰라!』

원수를 마주하는 듯한 두 사람의 날 선 감정선에 스태프들은 그저 관객이 되어 멍하니 바라만 볼 뿐이었다.

차가운 냉기 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다.

오싹한 기분에 솜털이 바짝 일어나. 한겨울인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날을 벼린 작두 위에 선 듯한 두 사람의 연기가 그렇게 서서히 끝이 나고 있었다.

“커 커~~엇! 오케이!”

김성운 PD가 컷을 외친 순간 두 사람은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 * *

“선생님 최고였어요!”

“진 여사님! 연기 앞으로도 계속하시면 안 돼요?”

“캬! 여사님! 연출부 직원들도 오늘 여사님 연기를 보며 느낀 바가 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진짜. 대박이네 오늘 촬영은.”

“와 진짜. 소름~ 내가 오늘 뭘 본 거지.”

촬영이 끝난 후.

김수희 선생님과 진유정 여사를 향한 극찬이 이어졌다.

스태프들의 부축을 받은 두 사람은 오늘은 촬영하기 힘들다며 쉬게 해달라 부탁했다.

워낙 격렬한 감정 다툼이었기에 김성운 PD도 김수희 선생님의 다음 씬은 내일로 미뤄버렸다.

스태프들은 김수희 선생님이 다친 게 아닐까 걱정되어 물었다.

하지만 서로 이야기를 나눈 거라 다친 데는 없다고 말한다.

천만다행이다.

진유정 여사는 김수희 선생님과 인사를 마친 뒤 스태프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휘청이는 걸음으로 다가왔다.

“휴우. 오늘은 좀 힘들었네. 정 팀장. 뭐 해? 이제 가야지?”

“아 예. 예.”

난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마친 뒤 진유정 여사를 부축해 차에 태웠다.

문을 닫고 나자 진유정 여사가 뒷좌석에 기대 긴 한숨을 내쉰다.

“후아~ 죽는 줄 알았네. 그나저나 저 괜찮았어요?”

지쳤는지 진유정 여사를 연기하는 것도 잊은 유진이다.

“어······ 최고였어. 진짜.”

목소리가 떨릴 정도로 놀라운 연기였다.

순간 어느덧 유진이가 이 정도로 커버렸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

1인 2역을 생각할 때만 해도 잘 해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었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런 의심 따위는 눈곱만큼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데 유진아. 아까 선생님 가슴께를 찬 건 어떻게 된 거야?”

유진이가 곤란한 표정으로 웃는다.

“선생님이 그러라고 시키신 거예요.”

김수희 선생님이 더 극적으로 연기하자며 과감하게 발로 자신을 떼어내라 했단다.

난 널 죽이려고 들 테니 너도 날 죽일 듯이 차라고.

과격한 지시였지만 그래도 선생님이 다치지 않게 최대한 힘 조절을 했단다.

“그나저나 다음에는 미리 말 좀 해. 심장 떨려 죽는 줄 알았잖아.”

“촬영 직전에 선생님이랑 이야기해서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죄송해요.”

유진이가 진유정 여사의 모습으로 혀를 빼꼼 내밀었다.

할머니 분장을 하고 장난치는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

“그래 수고했어. 일단 오늘은 빨리 집에 가서 쉬자.”

“네~”

난 스태프들에게 인사한 뒤 급히 주차장을 벗어났다.

세트장을 벗어나 국도로 진입하자 뒷좌석에 앉은 메이크업 담당인 양소리 대리가 조심스레 묻는다.

“팀장님. 유진 씨 힘들 텐데. 가면부터 벗기죠.”

차량의 좌우로 선팅이 짙었기에 앞 창문이 아니라면 볼 사람은 없었다.

“예. 지금 땀 범벅일 테니까 빨리 벗기죠.”

유진이도 온몸이 젖었다며 빨리 탈을 벗겨달라 말한다.

그런데 그때였다.

“잠깐만!”

“예?”

“왜요 오빠?”

촬영장을 나올 때 봤었던 흰색 승합차 한 대가 우리 뒤를 계속 따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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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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