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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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271. 왕룽 팀장 2

왕룽이 약혼녀에게 줄 주영인의 사인을 원한 순간 난 그의 왼쪽 손가락을 보며 말했다.

“왼손 약지에 낀 반지에 W & L이라고 각인이 있는걸 보니 약혼녀분의 성함이 리안? 아니면 릴리 정도 되나요?”

왕룽 팀장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마 맞습니다. 릴리! 세상에 그걸 어떻게?”

“찍은 겁니다. 하하.”

난 어색하게 웃으며 둘러댔다.

내가 그녀의 이름을 아는 이유는 며칠 뒤 일어나는 비극적인 사고 때문이다.

왕룽 팀장의 여자친구 릴리는 현재 중국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 겸 배우.

하지만 앞으로 약 일주일 후 8월 28일.

릴리는 쓰촨성에서 열린 패션쇼 행사에 참석했다가 갑작스레 발생한 진도 4짜리 지진으로 목숨을 잃게 된다.

큰 지진은 아니었기에 사망자는 전 쓰촨성을 통틀어 단 한 명.

그리고 그 한 명이 바로 무너진 행사장 벽이 깔려 황망한 죽음을 맞게 되는 릴리였다.

진도 4에 건물이 무너진 건 철근 대신 대나무를 듬성듬성 썼기 때문.

황당한 사고로 졸지에 며느릿감을 잃은 왕룽 팀장의 아버지 왕민 부서기는 행사장을 부실시공한 건설사 대표에게 혹독하게 보복했다.

그리고 9월 5일에야 릴리의 넋을 달래는 장례식을 열었다.

당시 난 왕룽 팀장에게 조의를 표하러 직접 중국으로 날아가 장례식에 참석했었기에 이 모든 사정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 사정을 모르는 왕룽 팀장은 신기하게만 보고 있었다.

“제 악혼녀 이름을 맞춘 건 진짜 놀랐습니다. 조금 전 회사에 들렀을 때 정 팀장님이 감이 좋은 사람이라는 평을 들었지만······.”

“불편하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왕룽 팀장이 두 손을 젓는다.

“아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닙니다. 그냥 너무 놀라서요. 그보다 이렇게 된 거 그냥 제 약혼녀가 누구인지 말씀드려야겠군요.”

왕룽 팀장은 자신의 약혼녀가 현재 상하이 패션계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신흥 모델 ‘릴리’라는 걸 밝혔다.

왕룽 팀장은 한참이나 애인 자랑을 해댔고 나중에 중국에 오면 소개해주겠다며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약혼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약간은 사이가 가까워졌다.

“그러면 일단 영인 씨 사인부터 받아오겠습니다. 릴리는 영어 이름으로 써달라고 하면 될까요?”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난 왕룽을 정상봉에게 잠깐 맡겨 둔 채 사인을 받기 위해 차가운 음료수와 종이 그리고 펜을 든 채 주영인의 대기석으로 향했다.

32도의 더운 날씨 탓에 주영인의 이마에는 땀이 가득했다.

다행히 이찬동 실장은 보이지 않았고 늘 붙어 다니던 스타일리스트가 손 선풍기로 땀을 식혀 주고 있었다.

그런데 주영인이 더위를 못 참고 인상을 찌푸리자 스타일리스트는 지갑을 챙겨 들고 어디론가 달려가 버렸다.

기회였다.

나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서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고생 많으시네요.”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주영인에게 차가운 정 커피를 건넸다.

“응? 뭐예요? 갑자기 웬 커피?”

눈이 왕방울만큼 커진 그녀가 오해할까 봐서 급히 왕룽 팀장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계신 분이 중국에서 오신 손님인데 저분 여자친구가 영인 씨 광팬이랍니다.”

주영인이 짧게 한숨을 내쉬며 삐죽거린다.

“쳇! 난 또 뭔가 했네. 사인해 달라고요?”

“예.”

그사이 잠깐 사라졌던 스타일리스트가 음료수를 가지고 왔다.

“언니. 이거 드시고······ 어? 정 팀장님이 여기 왜?”

순간 주영인이 내게 받은 냉커피 컵을 들어 올렸다.

“수현아 미안. 난 윤호 오빠가 이거 가져다줘서. 뽑아 온 건 너 좋아하는 최 AD한테 줘.”

“언니! 나 최 AD님 안 좋아한다니까요?”

지수현 스타일리스트가 얼굴을 붉힌 채 한달음에 달아나 버린다.

그 모습을 보고 킥킥거리던 주영인이 가방에서 사인지를 꺼냈다.

“이름이 뭐예요? 저분이랑 여자친구분.”

아무런 조건도 없이 이렇게 쉽게?

까다롭게 나올 줄 알았는데 괜한 걱정이었나 보다.

난 주영인에게 왕룽 팀장과 여자친구의 이름을 말해줬다.

“왕룽과 릴리입니다.”

“왕룽······ 릴리······ 중국에서 오셨나 보네요. 메시지는 뭐라고 할까요?”

“약혼한 사이라니까 영원히 행복하세요 정도?”

“진짜요? 부럽다.”

2장의 사인을 마친 주영인은 펜 뚜껑을 덮으며 사인지를 내게 내밀었다.

“여기요.”

“이게 끝입니까?”

가만히 내 얼굴을 보던 주영인이 피식하고 코웃음을 쳤다.

“왜요? 제가 사인 정도 해드리는 데 뭔가 조건이라도 걸 줄 아셨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그럴 줄 알았지.

그래서 조그마한 보상(?)도 준비해 왔었는데 필요가 없게 되었다.

주영인이 실망했다는 눈으로 날 쳐다본다.

“오빠. 사람 너무 이상하게 보지 마세요. 오빠 덕에 이 드라마에서 주연으로도 잘 나가잖아요.”

“그건 영인 씨 연기가 좋아진 덕분이죠.”

“빈말은 됐으니까 이 정도 사소한 부탁은 편하게 하세요.”

<신의 이름으로>의 여주인공이 된 이후 주영인의 평가가 더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단발 투혼에 부패한 선배 검사들에 맞서 싸우는 캐릭터도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먹혔고.

<파란 하늘>에 이어서 연이은 작품의 히트는 그녀를 명실상부한 안방극장의 주인공으로 인식시킬 수가 있었다.

그때였다.

주영인이 사인을 기다리는 왕룽 팀장을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사인을 기다리던 왕룽 팀장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고개를 숙인다.

“얼굴 빨개진 것 좀 봐. 진짜 팬이신가 본데요?”

왕룽 팀장이 좋아하는 모습을 본 순간 릴리를 구할 확실한 방법이 떠올랐다.

‘미팅 자리를 잡아야겠네.’

왕룽에게 주영인과 만날 자리를 마련해 주며 여자친구를 데려오라고 한다면 릴리는 한달음에 한국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한창 바쁜 주영인에게 무턱대고 도와달라고 할 순 없었기에 슬그머니 왕룽의 정체에 대해 말했다.

“영인 씨도 이 기회에 인사나 하세요. 쉽게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니까요.”

주영인이 고개를 갸웃하며 왕룽 팀장을 쳐다본다.

“저분이 누구시길래요?”

“상하이 뉴미디어 그룹의 해외사업부 팀장요. 중국 진출을 하게 될 경우에 큰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이죠.”

“정말요?”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주영인이 낮게 속닥였다.

“그러면 저 좀 소개해주세요.”

“지금은 저희 회사의 손님이라 직접 만나게 해드리는 건 좀 그렇고······ 8월 28일에 시간을 마련하겠습니다. 그때 보시죠.”

“8월 28일요?”

“예. 그날 시간을 비워주시면 상하이 뉴미디어에서 만드는 작품 중에서 영인 씨가 출연할 만한 작품을 추천해드리겠습니다.”

주영인은 언제나 내가 선택하는 작품을 노린다.

처음엔 그저 유진이를 밟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성공을 맛본 뒤엔 언제나 내가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만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하이 뉴미디어에서 제작하는 작품을 추천하자 엄청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잠깐. 그런데 우리나라 배우들은 어차피 한한령 때문에 중국 진출이 힘들지 않아요?”

“방법이 있습니다.”

현재 한한령으로 인해 중국 극장에는 한국 영화를 상영하지 못한다.

하지만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인 요우쿠(Youku)는 올해 말부터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골라 업로드하게 된다.

내가 주영인에게 추천을 하려는 작품은 그 리스트 안에 들어가는 <전장의 늑대>였다.

[에브리데이 V10.1]

[날짜 : 2021년 3월 15일]

-PM 08:00 장태윤 감독 <전장의 늑대> 요우쿠(Youku). 동시 접속자 수 20만 폭주. (보고 사항 : 중국 우회 진출 방법 발견)

<전장의 늑대>는 한국의 장태윤 감독이 연출을 맡고 중국 상하이 뉴미디어 그룹이 투자를 그리고 호주에서 설립된 제작사가 작품을 담당하는 글로벌 로케 영화.

내년 2월에 개봉해 한국에서만 400만 명의 관객을 발생시키고 중국에서는 중국판 너튜브인 요우쿠(Youku)의 서버가 일시적으로 버벅일 정도의 흥행을 기록한다.

곰곰이 날 쳐다보던 주영인이 뜬금없는 질문을 꺼낸다.

“저기 설마 나······ 떼어놓으려고 망할 작품을 제안하는 거 아니죠?”

“왜 그런 황당한 생각을 하십니까?”

주영인이 주춤거린다.

“그거야 오빠는 진짜 좋은 작품은 유진이에게 먼저 추천할 거잖아요.”

그 말은 일리가 있군.

하지만 지금 제안은 왕룽 팀장의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서 하는 제안이다.

더군다나 유진이가 출연할 좋은 작품은 따로 생각 중인 게 있고.

“어차피 그 작품은 해외 촬영이 반 이상이라서 한국에서 미소를 돌봐야 하는 유진이는 할 생각도 없습니다. 어쨌건 작품도 좋고 제작진의 역량도 좋더라고요. 그리고 영인 씨 정도면 망할 작품은 시나리오만 보고도 알아서 걸러낼 수 있을 텐데요?”

주영인이 날 빤히 쳐다본다.

“다 좋은데······ 이런 호의를 베푸는 이유가 뭐죠? 솔직히 말해줘요!”

“저 친구한테 잘 보여야 해서요.”

“겨우 그거예요?”

“제게는 겨우가 아닙니다. 중요한 손님이라고 말씀드렸잖습니까?”

잠깐 날 쳐다보던 주영인이 생각보다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오빠한테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라면······ 그렇게 해요. 최종 결정은 대본이랑 감독 프로필부터 보고 나서 할게요. 그래도 되죠?”

“예. 그럼 28일로 미팅을 잡겠습니다.”

“그러면 시간은 언제로 해요?”

“영인 씨만 괜찮다면 점심때가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장소는 오빠가 알아서 정하고 연락 줘요.”

“감사합니다.”

주영인의 허락이 떨어진 뒤 슬쩍 다이어리를 확인해 봤지만 아직은 일정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약속을 정한 주영인은 다음 촬영을 위해 세트장으로 향했다.

그후 난 사인지를 들고 왕룽 팀장에게 돌아갔다.

사인을 받은 왕룽 팀장은 크게 감격했다.

“감사합니다 정 팀장님.”

받은 사인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만 봐도 팬심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인지는 여기에 보관하세요.”

사인지를 보관할 수 있게 파일철을 건네자 얼굴이 활짝 밝아졌다.

“자자. 곧 영인 씨 촬영이 시작됩니다. 함께 보러 가시죠.”

“그럴까요?”

난 기뻐하는 왕룽을 이끌고 발걸음을 옮겼다.

곧 촬영할 씬 151은 주영인이 재개발 지역 세트장에서 범죄자를 피해 도망가는 씬.

세트장 곳곳에 부서진 창문 벽돌 조각 같은 것들이 가득해 다칠 위험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주영인이 직접 연기를 한다고 하자 왕룽 팀장은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여기는 대역 같은 걸 안 쓰나요?”

“경우에 따라 다른데 어지간한 액션은 직접 합니다.”

“생각했던 것과 다르네요. 한국 배우들은 콧대가 높아 어지간한 장면은 대역을 쓴다고 들었는데······.”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

주영인도 원래는 대역을 쓰던 배우였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대부분을 직접 소화하고 있었다.

준비 상황을 체크한 김성운 PD가 확성기를 잡고 외쳤다.

“자 씬 151. 손 망치 연쇄 살인마와의 추적 씬. 레디~ 액션!”

감독이 슛을 외친 순간 주영인이 헐레벌떡 달리기 시작했다.

세트장 사이사이로 떨어진 파편들을 피해 도망치며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범죄자 역의 배우에게 잡혔고 왼손에 든 망고 버터 유리병을 휘두르며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주영인이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3분 동안 펼친 후에야 오케이가 떨어졌다.

“컷~! 오케이~! 영인 씨 괜찮아?”

머리가 산발한 채로 얼굴에는 망고 버터를 온몸에는 흙을 잔뜩 묻힌 주영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답했다.

“아. 예. 괜찮아요.”

스태프들이 달려들어 주영인의 몸을 살피는 동안 왕룽 팀장은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잠깐 기다렸던 난 그가 생각에 깨어나는 걸 보며 슬며시 말을 걸었다.

“영인 씨는 중국에서도 팬이 많죠?”

왕룽 팀장의 시선이 천천히 내게로 향한다.

“예. 예전 한한령 떨어지기 전에 개봉한 작품이 꽤 인기였으니까요.”

왕룽 팀장의 눈 속에 욕심이 반짝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주영인의 팬이기도 한 데다 직접 그 연기를 본 탓에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영인 씨가 해외 진출에 꽤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 상하이 뉴미디어에서 글로벌 제작 시스템을 위해서 호주에 제작사를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그리고 한국 쪽 영화 스태프로 영화를 만들 거라고······.”

왕룽 팀장이 깜짝 놀란다.

“아 아니.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불과 몇 주전 일인데요?”

“나름 아는 라인이 있어서요. 그보다 영인 씨가 이번 28일 날 시간이 괜찮다는데 한번 따로 만나서 이야기해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잘만 되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될 거라고 봅니다.”

왕룽 팀장이 다급히 고개를 끄덕인다.

“정 팀장님! 그렇게만 되면 이 은혜 절대 안 잊겠습니다.”

“은혜라뇨. 그리고 아까 이야기를 했는데 여자친구분인 릴리도 함께 뵈었으면 한다네요. 제가 광팬이라고 살짝 귀띔했거든요.”

왕룽 팀장의 입이 헤벌쭉해졌다.

“무조건 됩니다! 릴리는 지금이라도 보자고 하면 아마 하던 일 다 두고서 한국으로 올걸요?”

광팬이라는 게 이렇게 도움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도 못했다.

왕룽 팀장은 내게 양해를 구하고 곧장 여자친구인 릴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신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걸 보니 허락한 모양이다.

안도한 난 슬그머니 다이어리를 확인했다.

그런데 릴리의 장례식 일정은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왜 안 사라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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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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