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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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4화

264. 태풍 속으로 2

“고마워요 정 팀장님!”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어 되묻자 어처구니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번에 경쟁작들이 없어서 홍보비가 왕창 깎일 뻔했는데 정 팀장님 덕에 오히려 늘었어요.”

LT 엔터테인먼트의 신종기 대표는 <경계 너머로>의 경쟁작들이 개봉을 미루자 홍보비를 조금 아끼는 게 어떻냐는 말을 달고 살았단다.

어차피 함께 개봉하는 작품도 없으니 모두가 <경계 너머로>를 볼 거 아니냐고.

하지만 고작 매니저인 내가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자 체면 때문에 홍보비를 대폭 올린 거란다.

‘미친. 세상일 어떻게 될 줄 알고 홍보비를 깎아?’

현재 제작이 마무리된 한국 영화 대부분이 개봉일을 미뤘지만 이미 수입된 외화들은 상황이 다르다.

만약 이쪽에서 조금 안이한 상황을 보이거나 해볼만 하다면 언제든지 개봉 일자를 변경할 여지가 있었다.

그저 이태풍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움직였을 뿐인데 나도 모르게 다가왔던 위험이 사라져 버렸다.

“자자 어서 가요. 현장 촬영 시작했을 거예요.”

“예. 실장님.”

안도의 한숨을 내쉰 표은미 실장과 난 이태풍의 마지막 촬영을 보기 위해 서둘러 주차장으로 향했다.

* * *

최성문 필름의 세트장.

오늘 촬영을 하는 장소는 세트장 근처의 버드나무 가지가 잔뜩 늘어진 임진강 강변이다.

다들 촬영에 집중하고 있는 터라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모니터링 천막으로 향했다.

최성문 감독도 우리가 온 걸 알지 못하고 확성기로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자 씬 138. 태풍 씨 감정 잘 잡아주고! 레디~ 액션!”

씬 138은 북한군 정찰총국 강일록 대좌가 도망간 핵물리학자 가족들을 쫓아 한국까지 내려와 인질을 잡고 주인공을 불러낸 장면이다.

주인공 역의 이태풍은 버드나무가 늘어진 강변에서 남파 공작원 역할을 맡은 최양섭과 마주하고 있었다.

최양섭의 곁에는 짧은 스포츠머리를 한 조연 연기자 2명이 있었는데 그들은 이은지를 인질로 잡고 있다.

이은지는 올해 31살의 경력 5년 차 여배우로서 북한에서 구출된 핵물리학자의 딸 ‘단사랑’ 역할을 맡은 여주인공이다.

최양섭이 비릿한 웃음을 짓더니 보조 출연자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야! 그렇게 가볍게 잡아서 도망이라도 가면 어카려고 기래? 꽉 잡으라!』

『예! 대좌 동지!』

조연 두 사람이 이은지의 양쪽 팔을 비틀었다.

이은지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악!』

순간 이태풍의 눈에서는 상대를 찢어발길 듯한 감정이 쏟아져 나왔다.

감정 없이 키워진 살인 병기를 연기하던 이태풍의 얼굴에 격렬한 동요가 생겼다.

그 순간 최양섭이 킬킬대며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크. 에미나이가 비명을 지르니 마음이 아프니? 고저 너도 사내 새끼구나야~』

최양섭이 비웃는 순간.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버드나무의 잎이 파스스 소리를 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물에 닿을까 말까 할 만큼 길게 늘어진 푸른 버드나무 줄기들이 이리저리 부딪혀 정신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 순간 이태풍이 반사적으로 한 발자국을 앞으로 내밀었다.

하지만 최양섭은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빠르게 이은지의 뒤로 향했다.

그와 동시에 이태풍의 발걸음이 멈췄다.

이태풍은 얼굴에 담았던 살기를 바람에 흩어 버리고는 두 손을 천천히 위로 들어 올렸다.

동시에 이태풍의 커다란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 맺히기 시작했다.

이제껏 보지 못한 섬세한 연기였다.

『사랑이는 풀어 줘. 네 목표는 나잖아. 네가 원하는 건 뭐든 줄 테니까······ 제발······.』

수없이 많은 연습을 하고 수많은 날을 고민한 결과였다.

대사를 치는 미묘한 템포.

감정을 담은 섬세한 목소리의 떨림.

언제 난독증을 앓았냐 싶을 정도로 나아진 이태풍은 이제는 완벽한 목소리로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최양섭은 애원하는 이태풍을 보며 킬킬대며 웃기 시작했다.

『네 놈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초를 겪었는지 알간? 얼른 무릎이나 꿇으라! 안 그러면 이 에미나이 모가지 떨어지는 꼴을 보게 될 기야.』

이태풍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무릎을 꿇는다.

머리에 손을 올린 자세로 느릿느릿 말이다.

이태풍의 무릎이 털썩하고 땅에 닿자 최양섭이 외쳤다.

『그 빤질빤질한 대가리도 땅바닥에 처박으라!』

비가 온 후라는 설정 탓에 바닥은 진흙투성이다.

하지만 이태풍은 아랑곳도 하지 않고 얼굴을 바닥에 처박았다.

진흙투성이 바닥에 머리를 박은 이태풍은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린 채 이은지를 응시했다.

순간 이은지가 참지 못하고 외쳤다.

『성하 씨! 이러지 마! 이러다 둘 다 죽어! 차라리 도망쳐서 내 복수나 하란 말이야!』

최양섭은 비열한 표정을 짓더니 곁을 보고 신호를 보냈다.

순간 조연 배우가 이은지의 배를 때렸다.

퍽!

이은지가 배를 부여잡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본 이태풍이 분노를 참지 못해 이를 꽉 깨물었다.

어찌나 세게 이를 깨물었는지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저 녀석 또 시작이네······.’

이태풍이 또다시 배역에 깊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피가 모니터에 잡히자 최성문 감독이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그도 태풍이 못지않게 작품에 미친 인간.

잠시 망설이는 듯했지만 결국에는 촬영을 멈추지 않았다.

그 순간 최양섭이 달려나가 발길질을 시작했다.

『이 간나 새X! 니가 날 살려 보내줬을 때 내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 주리라 다짐했지비! 결국은 이리될 걸 정말 몰랐니?』

퍽퍽 하는 소리가 선명히 들릴 정도로 최양섭이 발차기를 이어갔다.

이태풍이 고통을 참느라 얼굴을 찌푸린다.

보호대도 한 데다 최양섭이 힘 조절을 해서 발길질을 했다지만 안 아플 리가 없었다.

두 손에 땀을 쥐고 보던 최성문 감독은 20초가 지나서야 컷을 외쳤다.

“오케이! 쉬었다 갑시다!”

컷과 동시에 최양섭이 급히 발길질을 멈췄다.

대기 중이던 스태프들이 달려 들어왔고 최양섭도 태풍이의 상태를 살폈다.

“괜찮냐?”

과거 최양섭은 어떻게든 이태풍을 밟고 싶어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젠 이태풍을 주연으로 인정했는지 말이다.

“예. 괜찮습니다 선배님.”

몸을 편 이태풍이 최양섭의 손을 잡고 일어서자 스태프들이 박수를 보냈다.

“야 리얼하다 리얼해.”

“태풍 씨 다친 거 아니지?”

스태프들의 찬사가 떨어지자 이태풍과 최양섭이 만족한 표정을 짓는다.

“좀 쉬고 오자. 촬영 막바지라 그런지 나도 좀 부대끼네.”

“예.”

인사를 마친 이태풍이 날 발견하고 씨익 웃으면서 돌아왔다.

그런데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이태풍의 상의 틈으로 보호대가 보이지 않았다.

“형. 왔어요?”

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이태풍의 상의를 훌렁 들어 올렸다.

조금 전 최양섭에게 맞은 부위가 울긋불긋해져 있었다.

“보호대는 어디 갔어?”

“아 그게 촬영할 때 리얼한 느낌이 안 날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벗었어요.”

태연한 이태풍의 말을 듣고는 검붉게 변한 부위를 살짝 눌렀다.

“으윽······.”

아무런 대비를 안 하고 있다가 눌리자 깜짝 놀란 이태풍이 황급히 물러났다.

움직일 수 있는 걸 보니 다행히 뼈가 상한 건 아니다.

가끔 이런 배우들이 있다.

좋은 장면을 찍기 위해 모든 걸 헌신하는 배우들.

그래서 본인은 물론 전담인 이대호 매니저에게도 여러 번 경고 했었다.

배역에 몰입하다가 크게 다칠 수도 있다고.

매니저이지만 사촌 형이기도 한 이대호도 어릴 때부터 이태풍의 외골수적인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세심하게 신경을 썼었다.

하지만 연기에 미친 이태풍은 이대호의 눈을 피해 안전장치를 벗어 던져버렸다.

그나마 노련한 최양섭이 기술적으로 때려서 다행이지 예전처럼 최양섭이 악의적으로 발을 놀렸다면 뼈 하나는 나가고도 남았을 거다.

“약물 중독 우울증 자살 충동 골절 교통사고······.”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태풍이 움찔거린다.

배역 몰입도가 높은 배우들이 한 번씩은 겪었던 일 중 하나였으니까.

“네가 난독증 때문에 늘 연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거 알아서 이제껏 아무 말도 안 했다. 하지만 이러다가 조만간 사고 날 것 같아서 이젠 겁이 난다 태풍아.”

이태풍의 매니저이기 이전에 그를 아끼는 형으로서 다치는 걸 보고 싶지가 않았다.

이태풍은 심각한 내 표정을 보더니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해요. 불안해서 그랬어요 형.”

“뭐가 불안해? 너 이제 연기 잘한다고 했잖아.”

“옛날 생각 때문에 안심이 안 되어서요······.”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는 이태풍을 본 순간 괜스레 마음이 아파 왔다.

날 조금만 일찍 만났다면 난독증에 관한 트라우마를 조금 더 일찍 해결해 줄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 이 상황만 해도 엄청난 축복이었으니 앞으로 해결해 나가면 될 일이다.

“태풍아. 네 연기가 부족하다 싶으면 내가 즉각 냉정하게 말해줄게. 그러니까 조금만 몸 사려서 연기하자. 부탁이다.”

두 손을 모으고 애원하자 이태풍이 이러지 말라며 내 손을 잡는다.

“아 알았어요. 형. 그러니까 그만 좀 하세요.”

“진짜지?”

“예. 진짜요.”

“알았다.”

난 한숨을 내뱉은 뒤 이대호에게 응급 키트와 보호대를 가져와 달라 부탁했다.

“예. 팀장님!”

이대호가 이태풍을 잠시 노려보다 부리나케 승합차로 향했다.

그 순간 백윤성 선생님이 찾아왔다.

“안 그래도 내가 따끔하게 한소리 하려고 왔더니 벌써 이야기가 끝났나?”

“아 예. 오셨습니까?”

이태풍이 옆구리를 부여잡고 고개를 숙인다.

“태풍아. 넌 네 매니저 말만 잘 들어도 오래 살겠다.”

조금 전 몰입도 높은 연기력을 펼친 것 때문에 자칫 위험할 수 있었다는 걸 지적하는 말이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죄송은. 다 자기만의 연기 방식이 있는데 내가 뭐라고 하긴 좀 그래. 그래도 배우가 몸을 다쳐서 주변 사람을 가슴 아프게 하는 건 해서 안 되지. 인생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이태풍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그사이 이대호가 보호대와 응급 치료 키트를 가져왔다.

“여기요 팀장님.”

보호대를 받아든 난 이태풍을 향해 외쳤다.

“만세~!”

이태풍이 미안한 표정으로 눈웃음을 지으며 손을 들어 올린다.

직접 보호대를 복부에 둘러주자 이태풍이 씨익 웃는다.

“웃지 마. 정들어.”

타박을 줬지만 이태풍은 뭐가 좋은지 실실 웃고 있었다.

과거 선배 매니저가 말하길 자신이 매니징 하는 배우가 성장하는 걸 보면 마치 아이를 키우는 것 같다고 했었다.

예전엔 몰랐는데 주변을 볼 수 있게 된 지금은 그걸 분명히 느낄 수가 있었다.

현재 이태풍이란 아기새는 둥지를 떠날 준비를 마치고 창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경계 너머로>가 스크린에 걸리는 순간 이태풍은 긴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오르게 될 거다.

천만 배우.

영광의 그 길로.

그리고 난 그때까지 이태풍의 날개가 다치지 않게 아끼고 보호해줘야 했다.

난 이태풍의 매니저였으니까.

이태풍의 상체에 보호대를 채운 난 입안을 가글로 씻게 한 뒤 솜을 물렸다.

“피가 멎을 때까지 솜 꽉 물고 있어.”

“네~ 으우움.”

입안에 솜을 문 터라 발음이 새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깊게 깨물진 않아 피는 금세 그치고 있었다.

잠시 후.

스태프가 찾아와 이태풍을 데려갔다.

보호대를 착용한 이태풍은 처음엔 어색해했지만 이내 적응을 마치고 훌륭한 연기를 이어나갔다.

최성문 감독의 인정이 연신 이어지자 이태풍이 그제야 안도하며 웃기 시작했다.

그 뒤로 두려움을 벗어던진 이태풍은 더욱 열연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태풍은 배우로서 또 한 번의 발돋움을 시작하고 있었다.

* * *

이태풍의 촬영분은 모두 끝났지만 현장 촬영은 아직 3일이나 남아 있다.

그 탓에 마지막 촬영 날에 회식을 쏘겠다고 약속한 뒤 도시락과 커피를 남기고 수명 클리닉으로 이태풍을 데려왔다.

“으윽! 선생님! 너무 아픈데요? 이거 뭔가 잘못된 거 아닙니까?”

물리 치료실 안에서 이태풍의 비명이 들려온다.

“그러길래 조심하셨어야죠. 어린아이도 아니고.”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일하다 보면······ 자 잠깐만! 악!”

김수명 원장은 몸을 함부로 쓴 이태풍에게 잔소리와 함께 직접적인 고통(?)을 안겼다.

그사이 난 이대호 매니저를 보호자 대기실로 불러내었다.

“예. 팀장님.”

“혹시 대천그룹에서 연락이 온 적은 없습니까?”

“대천그룹은 없지만 팀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요즘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자주 걸려오곤 합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사람들이 전화해 자신이 모시는 분과 밥 한 끼만 해주면 엄청난 사례를 해주겠다고 제의를 한단다.

그러나 모든 스폰 관계는 바로 이런 식으로 시작된다.

“태풍이에게 이야기 안 하셨죠?”

“그냥 광고 문의가 오는 거라고 둘러댔습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전화번호들은 저장해 뒀는데 이거 어떻게 할까요?”

“이제까지 전화 온 리스트는 제 까톡으로 보내주세요.”

이대호 매니저가 폰을 만지작거리더니 정리한 전화번호를 건네준다.

그런데 그중에서 꽤 낯이 익은 번호 한 개가 있었다.

[010-99XX-12XX]

대천그룹 김애자 부회장의 모든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하던 고일준 이사의 전화번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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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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