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0화
240. BJ 도진 3
쿵쿵쿵.
집이 울릴 정도로 큰 소리였다.
“겨 경찰에 신고해야 하지 않을까요?”
나는 놀란 조수영을 안심시켰다.
“아뇨. 경찰에는 찍어 놓은 사진이랑 녹음 파일로도 충분해요. 전 녀석이랑 해볼 이야기가 있으니까 방 안에 들어가 있으세요.”
“아 알겠어요.”
“그리고 제가 소리치면 그때 경찰에 신고해 주세요.”
“그럴게요.”
조수영이 고개를 끄덕이고 엄마와 딸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문이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방으로 가는 조수영이 움찔거린다.
얼마나 겁을 먹었으면 그럴까 싶을 정도였다.
절로 주먹이 쥐어졌지만 애써 힘을 풀었다.
김도진에게 알아볼 게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난 김도진이 강하나에 관한 루머를 퍼트린 게 아이스톤 엔터의 나운석 대표와 양은철 실장이 아닐까 하고 의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강하나가 성공한 걸 누구보다 배 아파하고 있을 거다.
더군다나 아이스톤 출신인 김도진과도 연결이 있을 거고.
하지만 그래도 확신이 필요했다.
진짜 이 일을 지시한 게 누군지 모른 채 일을 저지르고 싶진 않았으니까.
“야! 조수영! 문 안 열어?”
나는 김도진의 거친 목소리를 들으며 현관문을 열었다.
벌컥.
문이 열리자 김도진이 대뜸 안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 날 발견한 김도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야? 이 X이 벌써 남자를 들여?”
거친 욕설을 한 김도진이 오른손을 내 멱살을 향해 뻗는다.
이대로 피할까 싶었지만 문뜩 드는 생각에 움직임을 멈췄다.
CCTV가 없다는 걸 알지만 정당방위를 주장하기 위해서 먼저 손을 쓰지는 않았다.
콱.
김도진이 내 멱살을 붙들었다.
녀석의 손톱에 목 부위가 살짝 쓸리는 느낌이 난다.
‘됐다.’
난 그 순간 녀석의 손을 휘어잡고 그대로 팔을 꺾어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쾅!
김도진의 얼굴이 정면으로 바닥에 충돌했다.
그리고 나는 바닥에 쓰러진 김도진 위에 올라타 누르기를 사용했다.
순간 내 몸 아래에 깔린 김도진이 쌍욕을 해댄다.
“아아악! 야! 이 X끼야! 이거 안 놔? 으악!”
김도진이 벗어나려 애를 썼지만 전문적으로 운동을 배운 날 이길 수는 없었다.
“너 정윤호지? 맞지? 씨X. 내가 오늘 너 콩밥 먹이고 만다!”
고개를 돌린 김도진이 내가 누군지를 알아차렸다.
“알긴 아는구나.”
“그래! 그러니까 놔! 놓으라고!”
가볍게 제압한 것만으로도 꼼짝 못하면서 큰소리로 허세를 부리는 게 가소로울 정도였다.
“애도 있는데 조용히 좀 하지?”
그 말과 동시에 왼쪽 팔꿈치로 김도진의 목 뒤를 지긋하게 눌렀다.
티가 나지 않고 김도진을 제압해야 나중에 경찰이 왔을 때 할 말이 있기 때문이다.
목 뒤를 눌린 김도진이 결국엔 숨을 쌕쌕 몰아쉰다.
“악! 그 그만!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일단 놔 줘!”
김도진의 저항이 줄어들었기에 목에 가하던 힘을 살짝 풀었다.
“좋아. 한 가지만 대답하면 풀어주지.”
“뭐 뭐?”
“강하나 밟으라고 시킨 게 나운석 맞지?”
입을 꾹 다문 김도진이 대답을 하지 않는다.
“대답 안 해?”
팔에 다시 힘을 주자 김도진이 파닥이며 발버둥을 쳤다.
“끅! 제발 그만! 말할게! 말한다고!”
“목소리 좀 낮추라고.”
김도진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나는 녹음을 준비했다.
“양 실장이 먼저 전화했어. 만나자고 해서 나가보니 나운석 사장이 그러더라. 하나만 밟으면 한몫 단단히 챙겨준다고. 됐냐?”
꾹.
녹음을 종료한 나는 재차 질문을 던졌다.
“증거는?”
“이 일단 풀어주면 내 폰 통화 목록 보여줄게.”
“허튼수작 부리려는 낌새만 보여 봐.”
“아 알았다고.”
그제야 난 녀석의 몸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내게서 해방된 김도진이 이를 빠드득 갈더니 통화 목록을 보여준다.
양은철 실장과는 7번 나운석 대표과는 3번의 통화를 한 기록이 남아 있다.
김도진은 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나운석이 시킨 일은 이제 그만둘 테니까 그만 비켜줘. 난 수영이랑 할 이야기가 있어서······”
“미안한데 그렇게는 안될 거 같은데?”
“뭐? 네가 뭔데?”
“나? 수영 씨 보호자.”
“미친놈. 네가 왜 보호자야? 걘 내······.”
“와이프라고?”
“그래!”
“결혼도 안 하고 양육비 한 번 안 준 인간말종이 무슨 개소리야? 거기다 주먹질까지 했던데?”
“그 그러면 그 페이스북 사진이라도 지우라고 해!”
어차피 잠깐만 올린 뒤 내리려고 했었다.
내가 원하는 건 김도진이 거짓말쟁이라는 것과 강하나가 억울하다는 게 알려지는 것뿐이었으니까.
물론 업로드한 사진들은 조수영이 경찰에 김도진을 고소하면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지만.
“사진은 내려줄 테니까 일단 돌아가 있어. 1시간 안에 내리고 전화 줄게.”
“하려면 지금 해. 내가 그 말을 어떻게 믿고 돌아가?”
김도진은 믿을 수가 없다며 버럭 화를 낸다.
“보내줄 때 가라.”
아무것도 자기 뜻대로 되지 않자 김도진의 태도가 다시 격해졌다.
“XX. 야 내가 이대로 물러날 줄 알아? 네가 나 때린 거 고소할 거야!”
“누가 누굴 때려? 증거 있냐?”
상처 하나 안 냈는데 고소는 무슨.
김도진은 분을 못 이기고 씩씩거리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뭐 하냐?”
그 순간 김도진은 곁에 있던 화분을 날 향해 집어 던졌다.
부웅!
30cm가 넘는 화분이 내 얼굴로 날아왔다.
난 몸을 살짝 뒤로 빼 가볍게 화분을 피했다.
와장창!
깨져버린 화분의 흙과 파편이 내 몸이 잔뜩 묻어버렸다.
그사이 김도진이 내 곁을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녀석은 조수영을 보겠다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빠르게 움직여 김도진의 뒷덜미를 붙잡고 다시금 쓰러뜨렸기 때문이다.
쿵.
김도진이 내 밑에 깔려 악다구니를 쓰기 시작했다.
“야! 이거 놔! 놓으라고! 조수영! 야! 페북 안 내려? 죽고 싶어?”
나운석 대표와 양은철 실장이 저지른 짓이란 실토도 들었고 깨져버린 화분 덕에 김도진이 난리를 피웠다는 증거도 생겼다.
그제야 난 방 안에 있는 조수영을 향해 외쳤다.
“이제 경찰 부르세요 수영 씨.”
발버둥 치는 김도진을 잡은 지 5분이 채 지나기도 전 경찰 두 명이 들어왔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경찰이 다가오는 순간 난 두 손을 번쩍 들고 저항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몸이 풀린 김도진은 일어나자마자 내게 주먹을 뻗었다.
그것도 경찰 앞에서.
그 순간 난 녀석의 주먹을 받았다.
몸에서 가장 단단한 이마로.
약간 충격은 있긴 했지만 그리 크게 아프지는 않았다.
빠른 반사신경 덕에 완벽한 자해공갈(?)을 해버린 순간 김도진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아악! 내 손! 내 손!”
그와 동시에 경찰은 김도진을 걸어 넘어뜨린 뒤 수갑 채워 버렸다.
쾅 하는 소리와 다시 바닥에 쓰러진 김도진이 고래고래 고함을 친다.
“놔! 이 새끼들아! 내가 아니라 저놈을 잡아야지!”
“사람을 때려놓고 무슨 X소리야? 일단 서로 가서 이야기합시다.”
조수영이 가택 침입으로 신고한 것도 김도진인 데다가 날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것까지 본 까닭에 압도적으로 유리해져 버렸다.
* * *
경찰서 안.
김도진이 정작 자신이 폭행을 당했다고 외쳤다.
“아 저 새끼가 날 먼저 때리고 넘어뜨린 거라니까? 왜 사람 말을 안 믿어?”
김도진과 달리 난 두 손을 모은 채 얌전히 있었다.
그러자 경찰은 김도진을 더욱 닦달하기 시작했다.
“가택 침입에 이쪽 분을 향해 주먹 날리는 것까지 우리가 다 봤는데 계속 딴소리하십니까?”
“아오 그건 내가 잠시 빡쳐서 그런 거고! 니들 오기 전에 내가 얼마나 당한 줄 알아?”
“이봐요. 아저씨. 그런데 저 사람 몸이 저 꼴이야? 온몸에 흙을 뭍이고 머리도 헝클어지고. 앙?”
화분이 깨져 나온 흙이 온몸에 묻어 있어 겉으로만 봤을 땐 내가 훨씬 더 피해를 받은 것처럼 보였다.
거기다 김도진은 경찰 앞에서 내게 주먹을 휘둘렀기에 빼도 박도 못한 상태였다.
순간 김도진이 경찰서에 함께 와 있는 조수영에게 외쳤다.
“야! 조수영! 너 생각 잘해라. 이딴 식으로 나오면 너 재미없을 줄 알아!”
그러자 조서를 꾸미던 경찰이 버럭 화를 내었다.
“이보세요! 경찰들이 보는 앞에서 이제 협박까지 합니까? 기물 파손에 무단 침입에 협박죄까지 뒤집어쓰고 싶어요?”
김도진이 경찰을 돌아보며 짜증을 부린다.
“씨X! 순경 새끼들이랑은 할 말 없어. 변호사 부를 테니 수갑부터 풀어.”
수갑을 풀어달라는 김도진의 말에 경찰이 코웃음을 친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조서부터 작성합시다.”
경찰이 경위 파악을 하려 했지만 흥분한 김도진이 제대로 된 설명을 할 리가 없다.
결국 한숨을 쉬던 경찰이 내게 묻는다.
“선생님. 괜찮으십니까?”
“조금 뻐근하긴 한데 덕분에 크게 다치지 않을 수가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이자 경찰들이 내게는 호의적으로 굴었다.
“그나저나 어찌 된 건지 말씀 좀 해주십시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저희 변호사가 올 테니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잠시 후.
이동민 실장과 곽무혁 법무팀장이 경찰서로 들어왔다.
“굴렁쇠 엔터의 곽무혁 법무팀장입니다. 우리 정 팀장이 폭행을 당했다고 들었습니다.”
“아 본인이 거부하셔서 아직 조사는 안 했습니다. 변호사가 오면 그때 하신다고 하셨거든요.”
곽무혁 팀장이 날 이리저리 훑어본다.
“완전 엉망이네. 괜찮냐?”
“죽겠는데요?”
괜한 엄살을 떨었더니 곽무혁 팀장이 곧장 내 전신사진을 찍었다.
당황한 경찰이 급히 물었다.
“지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곽무혁 팀장이 시치미를 뚝 떼며 답했다.
“폭행을 당했으니 증거를 남겨야죠.”
“기록 다 남길 테니까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일단 조서부터······.”
곽무혁 팀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목에 긁힌 상처까지 사진을 찍었다.
당황한 김도진도 다급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변호사에게 전화를 거는 줄 알았는데 터무니없게도 나운석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대표님. 나 경찰서에 좀 데리러 와줘요. 그쪽이 시키는 대로 했다가 X 됐어.”
전화 너머로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김도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성질을 부렸다.
“XX. 당신이 내게 사주한 일 다 불어 버리기 전에 당장 변호사나 보내라고! 진짜 나 눈 돌아가는 거 보고 싶어?”
매니저들의 보호 속에서 철없이 성장기를 보낸 김도진은 막 나가는 인간이 되어있었다.
그때였다.
이번에는 알토란 기획의 박우민 이사가 변호사를 대동하고 도착했다.
박우민 이사는 들어오자마자 조수영을 찾았다.
“수영 씨. 이제부터는 저희가 맡을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 네.”
박우민 이사는 곧장 담당 형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 회사 연예인이 왜 이런 시간에 경찰서에 와 있는 겁니까?”
박우민 이사의 명함을 받은 담당 형사가 찔끔해서 급히 답했다.
“아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피해자로 경위 조사차 오신 겁니다. 진술만 마치면 그대로 돌아가셔도 됩니다.”
박우민 이사가 고개를 갸웃한다.
“가해자가 누굽니까?”
담당 형사는 한참 통화에 열을 올리는 김도진을 가리켰다.
“저기 김도진 씨라고. 피해자 조수영 씨와 사실혼 관계라고 주장하시는 분입니다.”
“김도진? 그 친구는 상습 폭행으로 고소하려던 놈인데? 아직 신고가 접수 안 됐습니까?”
“상습 폭행이요? 그런 신고는 금시초문입니다만.”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신고하죠.”
전화를 끊고 돌아온 김도진이 화들짝 놀라더니 그게 무슨 개소리냐고 외친다.
하지만 박우민 이사는 조수영이 페이스북에 올린 증거를 경찰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받은 녹음 된 파일마저도.
함께 온 변호사가 몇 마디 설명을 더 하자 담당 형사의 표정이 싹 변했다.
“여자를 때리는 거로도 모자라 어린애를 때려? 나 살다 살다 이런 쓰레기 같은 새X를 다 보네.”
“아 아니야! 그건 어쩌다가······.”
당황한 김도진이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도 그의 편은 없었다.
박우민 이사가 모든 걸 떠안아주는 순간 난 시치미를 뚝 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전 가봐도 되겠습니까?”
경찰이 고개를 끄덕인다.
“예. 차후 참고인 조사할 때 오시면 됩니다.”
“예.”
난 조수영을 달래는 박우민 이사에게 눈길로 인사하며 경찰서를 나왔다.
꼭두새벽부터 벌어진 일이 상상 이상으로 완벽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이제 김도진은 한동안 바깥 공기를 맡지 못하게 될 거다.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았다.
강하나를 저격하게 만든 나운석 대표와 양은철 실장에게 이 빚을 갚아줘야만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