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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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4화

204. <신의 이름으로> 크랭크인 3

김성운 PD의 콜과 동시에 진유정 여사의 허리가 굽어졌다.

생기 넘치던 그녀의 눈빛은 순식간에 광기 넘기는 ‘만신 월아’의 눈빛이 되었다.

동시에 활기 넘치던 그녀의 몸이 지팡이에 의지해 휘청대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흩날릴 것처럼.

그렇게 ‘만신 월아’로 변한 진유정 여사는 중얼중얼 혼잣말하며 서낭나무 한쪽에 쌓아 올린 돌무더기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오른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내려놓고 고무신을 마저 벗어 던지더니 버선발로 절을 하기 시작했다.

마치 신성한 의식과도 같은 모습에 촬영장에는 적막감만 맴돌았다.

잠시 후 ‘만신 월아’는 휘청거리며 돌무더기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위태위태한 움직임에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느릿느릿 움직인 ‘만신 월아’가 서낭나무 앞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이 대략 20초.

일반인 걸음보다 몇 배는 느린 걸음이다.

서낭나무 앞에 선 ‘만신 월아’는 꼬여 있는 새끼줄에다 한지를 끼우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김성운 PD가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수신호를 한다.

그와 동시에 기다리던 ‘동네 사람들’의 단역들이 투입되었다.

『아 거. 이런 거 하지 말래도 또 이러시네?』

『아줌마! 뭐 해요? 우리 동네는 무당 필요 없다고 말했잖아!』

『아줌마가 아니라 할머니인데? 이봐요. 할머니. 어서 나가세요! 우리 동네에는 할머니 반기는 사람 없으니까!』

동네 사람들이 저마다 호통을 쳐댄다.

그중 한 명은 소품 팀이 건네준 빈 막걸리통을 집어 던졌다.

『에이~ 술맛 떨어지게.』

퉁!

속이 빈 플라스틱 막걸리병이 날아가 ‘만신 월아’의 등에 맞고 떨어졌다.

그 순간 몸을 돌린 ‘만신 월아’가 동네 사람들을 빤히 쳐다본다.

그 형형한 눈빛에 동네 사람들이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그 순간 ‘만신 월아’가 섬뜩한 목소리로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신령님이 거하는 곳에 와서 겁도 없이 행패로구나! 어리석은 것들 같으니! 진정 살(殺)을 맞고 싶은 게더냐?』

소름이 오싹 돋을 정도로 날카로운 쇳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연신 뿜어져 나왔다.

마치 교실 칠판을 손톱을 세워 긁는 듯한 소리.

그 순간 온몸의 솜털이 바싹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현장에 있는 스태프들 역시 입을 막은 채 연신 감탄하고 있었다.

얼어버린 동네 사람들을 싸늘한 눈으로 노려보던 ‘만신 월아’는 들고 있던 한지와 색종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다시 몸을 일으켜 천천히 동네 사람들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언제 빼 들었는지 그녀의 오른손에는 날이 선 번쩍이는 가위가 들려져 있었다.

『뭐 뭐야? 왜 가위를 들고 지X이야? 저 할멈이 미쳤나?』

『어이! 기 김 씨! 조 조심해!』

당황한 단역들의 목소리가 덜덜 떨리고 있다.

원래 대본에는 이쯤에서 미친 무당이라며 욕을 퍼붓고 돌을 던지며 도망가야 했다.

하지만 단역들은 ‘만신 월아’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몸이 굳어 있었다.

‘설마 NG?’

그러나 김성운 PD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현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만신 월아’의 애드립 연기가 시작됐다.

서낭나무를 둘러싼 돌무더기의 가장자리까지 다가간 ‘만신 월아’가 우뚝하고 멈춰 섰다.

그리고 갑자기 가위를 위로 들어 올렸다.

『자 잠깐 우리 진정하고 일단 대화로 풀어봅시다!』

『당장 내려놔요! 그거!』

놀란 단역 배우들의 입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만신 월아’는 멈추지 않고 가위를 자신의 뒤통수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는 왼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붙들었다.

싹둑!

‘만신 월아’는 가위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버렸다.

그 순간 바람이 거세게 불어왔다.

단발이 된 흰 가발이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다시 한번 ‘만신 월아’가 섬뜩한 목소리로 외쳤다.

『썩 꺼지지 않는다면 너희는 물론 자식들한테까지 저주가 미칠 것이다! 신목을 범한 자는 감히 죽어서도 시체조차 남기지 못할지니!』

찢어지는 ‘만신 월아’의 목소리가 나온 순간 단역들은 더는 참지 못하고 괴성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단역 배우들이 전부 앵글 밖으로 도망쳐버렸다.

하지만 막걸리병을 던졌던 단역 배우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다리를 달달 떨고 있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앞섶이 젖어 드는 것도 모른 채로.

‘만신 월아’는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다 몸을 돌려버렸다.

다시금 서낭나무로 다가간 ‘만신 월아’는 자른 머리카락을 서낭나무의 새끼줄에다 끼기 시작했다.

『제 머리카락을 받으시고 옷으로 삼으시고 신으로 삼으소서. 부디 이 산 저 산이 뻗어 있는 영험하심으로 마을 끝자락까지 굽어살피어 주소서~』

‘만신 월아’는 금줄에다 머리카락과 한지 색종이를 끼우며 쉬지 않고 중얼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신 월아’의 첫 등장이 끝나고 있었다.

* * *

“커 컷! 오케이!”

놀란 김성운 PD는 한참이나 지난 후에 컷을 외쳤다.

그리고 그 순간 스태프들 사이에서 미친 듯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와 미친 거 아냐?”

“대박인데요?”

“이러다 우리 드라마 시청률 30% 찍는 거 아냐?”

“진짜 무속인이라더니 포스가 아주······”

처음 보는 배우를 중요 조연으로 삼는다고 했을 때 불안해하던 스태프들의 반응이 180도로 달라졌다.

모니터 앞에서 일어선 김성운 PD도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단역 배우분 괜찮으세요? 다친 데는 없습니까?”

“아. 예. 예? 괘 괜찮습니다.”

하지만 말과는 달리 단역 배우가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며 다리를 오므렸다.

김성운 PD가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소품 팀. 가서 속옷이랑 바지 한 벌 가지고 오세요.”

민망한 상황이었지만 ‘만신 월아’가 보여준 연기 탓에 아무도 단역 배우를 탓하지 않았다.

자기라도 지렸을 거라며.

나는 얼른 달려가 단역 배우에게 무릎 담요를 건넸다.

단역 배우가 날 쳐다보며 머쓱한 웃음을 짓는다.

“가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곤란하게 해드렸네요. 이따가 제가 바지 한 벌 사 드리겠습니다.”

단역 배우가 한사코 거절하며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아닙니다. 그나저나 저도 단역 배우로 뼈가 굵은 몸인데 이런 경험은 처음인 거 같네요.”

그때였다.

‘만신 월아’에서 벗어나 허리를 곧게 편 진유정 여사가 돌무더기를 내려왔다.

그리고 바닥에 앉은 단역 배우를 쳐다보며 말한다.

“내가 너무 놀라게 했나 보네. 미안해서 어떻게 하지?”

“아 괘 괜찮습니다.”

순간 진유정 여사가 날 쳐다보며 말한다.

“정 팀장. 그렇게 보고만 있지 말고. 이분 번호 받아두고 세탁비라도 보내드려. 아니다. 그냥 바지 한 벌 사드려.”

얼굴 표정 목소리 동작까지 모두 진유정 여사로 변해있지만 마음 씀씀이는 여전히 다정한 유진이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흐뭇한 웃음이 튀어나왔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한사코 사양하는 단역 배우였지만 억지로 연락처를 받았다.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온 스태프에게 단역 배우를 넘긴 후 진유정 여사에게 조금 전 벗어놓은 옷과 신발을 건넸다.

호피 코트를 걸치고 붉은 부츠를 신고 빨간 뿔테 안경까지 다 착용하고서야 진유정 여사가 김성운 PD에게 다가갔다.

진유정 여사가 김성운 PD와 함께 방금 찍은 영상의 모니터를 마쳤다.

“잘 나온 것 같은데 난 그만 가봐도 될까?”

오늘 촬영 씬은 단 하나.

진유정 여사가 만족했냐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김성운 PD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촬영 때 또 뵙겠습니다.”

진유정 여사는 고개를 끄덕인 뒤 주차장으로 타박타박 걸어가기 시작했다.

스태프들이 마치 모세가 바닷길을 열 듯 양쪽으로 갈라졌다.

진유정 여사는 도도한 발걸음으로 그사이를 통과해 자동차로 향했다.

그렇게 첫날의 ‘만신 월아’의 등장은 성공적으로 끝이 나고 있었다.

* * *

촬영 현장에서 몇 km 떨어진 주택가.

아직 진유정 여사의 탈을 쓰고 있는 유진이가 질문을 던졌다.

“오빠. 오늘 연기 오빠가 볼 땐 어땠어요?”

“일단 분장부터 지우고 이야기하자. 날도 더운데 땀띠 생길라.”

유진이가 알겠다며 탈을 벗으려 한다.

하지만.

“으으으. 이게 왜 이렇지? 도저히 안 벗겨져요!”

곁에 있던 양소리 대리가 급히 유진이를 말렸다.

“잠깐만요. 그렇게 억지로 당기면 찢어져요.”

양소리 대리가 오일을 바르며 조심스레 탈을 벗겼다.

유진이의 얼굴부터 가슴께까지가 온통 땀범벅이다.

“휴우. 이제야 살 거 같네.”

양소리 대리가 마스크에 보호 용액을 바르며 말한다.

“현장에서 벗겨질까 봐 딱 맞춰서 만들었으니까 절대 혼자서 벗을 생각하지 마세요. 피부가 다칠 수도 있어요.”

“네! 언니.”

안도한 유진이가 다시금 질문한다.

“오빠. 이제 좀 말해봐요. 현장 분위기는 괜찮았어요?”

“진짜 몰라서 물어?”

“제 생각보단 오빠 생각이 궁금해서 그래요.”

난 떨리는 심정을 억누른 채 진심을 담아 말했다.

“잘했어. 나도 그런 연기는 처음 봤어.”

유진이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다.

“다행이다! 그러면 오빠. 미소가 연기 마치고 오면 오늘 외식하러 갈까요? 진땀을 흘려서 그런지 살이 쫙 빠진 거 같지 않아요?”

유진이가 눈을 찡긋하며 애교를 피운다.

살이 아니라 그냥 땀으로 수분이 배출된 거지만 살이 빠졌다며 우기고 있다.

그래도 고생했으니 오늘은 모른 척해야겠다.

“그래. 오늘은 인정. 오늘 고기 먹고 파이팅하자.”

“아싸!”

신이 난 유진이가 땀을 말리며 흥얼거렸다.

“그런데 우리 미소 연기는 언제 끝나려나~”

“조금 이따가 끝나겠지. 오늘은 씬 7까지만 촬영한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그때 갑작스레 이지연 작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유노~ 끝나는 대로 우리 집으로 유진 데리고 와~

달칵.

전화가 대번에 끊겨버렸다.

‘왜 부르시는 거지?’

아무래도 편하게 회식을 할 팔자는 아닌가 보다.

* * *

집에 잠깐 들러 씻고 곧바로 이지연 작가의 집으로 향했다.

이지연 작가의 집에 도착하니 김수희 선생님도 함께였다.

우리 일행 사이에 미소가 있는 걸 본 두 사람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먼저 나서서 미소가 유진이의 분장을 단번에 알아차렸다는 걸 말했다.

두 사람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미소가 특수 분장을 꿰뚫어 봤다고?”

“예.”

미소가 눈을 끔뻑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아무한테도 그 이야기 안 했어요! 비밀이니까!”

미소가 자랑스럽게 배를 내밀었다.

그 순간 두 사람의 얼굴에 웃음이 깃들기 시작했다.

“얘가 아주 보통 눈썰미가 아니네!”

“눈이 좋구나. 얘.”

그렇게 미소를 한참 칭찬한 두 사람은 이내 들뜬 표정으로 유진이에게 극찬을 늘어놓았다.

“그나저나 유진~ 오늘 좀 멋졌어?”

김수희 선생님 역시도 고개를 끄덕인다.

“1인 3역을 생각하다니. 혹시나 하고 걱정했는데 내가 어리석었어 유진아.”

“아 아니에요. 선생님.”

부끄러워하는 유진이에게 미소 역시 신이 나 외쳤다.

“엄마 대땅~ 잘했어! 나 완전히 엄마한테 반했어!”

엄마를 보는 미소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엄마가 그렇게 잘했어?”

“응! 머리카락 자를 때 나 완전 소름 돋았어. 그리고 가슴이 찌릿했어. 엄청 무서웠어!”

이지연 작가가 피식 웃는다.

“우리 유노. 복이 터졌네 복이 터졌어. 하나도 복에 겨운데 둘이나······”

김수희 선생님은 유진이와 미소를 영입하려다 차였다는 푸념을 내뱉었다.

순간 이지연 작가가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언니. 유노는 굴렁쇠 안 떠나. 아니 못 떠나. 강감찬 대표가 이 친구를 놓아줄 거 같아?”

“그게 무슨 소리야?”

“강감찬 대표가 그러더라고. 다른 친구들 다 나가도 유노만 있으면 회사는 언제든지 키울 수 있다고.”

“천하의 강감찬 대표가 그런 말을 해?”

“그래. 언니가 회사의 주춧돌을 빼내려고 한 거야. 안 하길 잘했어. 그리고 강감찬 대표 화나면 의외로 무섭다?”

‘대표님······.’

강감찬 대표가 그 정도로 날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 순간 강감찬 대표에 대한 그리움이 물씬 솟아나기 시작했다.

날 보며 씨익 웃던 이지연 작가가 화제를 바꿨다.

“하여간 오늘은 내가 한턱내려고 불렀어.”

유진이의 얼굴이 환해진다.

“작가님 최고!”

그런데 그때였다.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가 난다.

“아 맞다. 김 PD를 불러놓고 깜빡했네.”

이지연 작가가 문을 열자 김성운 PD가 버선발로 들어와 소란을 떨어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갑자기 국장님이 현장에 오셔서요.”

김성운 PD는 오자마자 유진이의 연기를 극찬했다.

생각지도 못한 연기였다고.

그런데 한참 동안 칭찬을 이어가던 김성운 PD의 입에서는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저희랑 동 시간대에 방영되는 ‘돈의 축제’에 화연 미디어가 투자하기로 했답니다.”

“화연이요?”

화연 미디어라면 유진이에게 수작을 부리던 장웨이 회장이 이끄는 곳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우리 경쟁작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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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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