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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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3화

203. <신의 이름으로> 크랭크인 2

“양 대리님. 뒷좌석에 보면 여름용 얇은 롱코트가 있습니다. 예 호피 무늬요. 그리고 도수 없는 붉은색 뿔테 안경도 꺼내 주세요. 아 그리고 빨간색 여름 부츠도요.”

“아 예. 예.”

양소리 대리에게 의상과 소품을 받아든 나는 진유정 여사로 변한 유진이에게 내밀었다.

“이거 입고 이거 쓰고 이거 신으세요.”

진유정 여사로 변한 유진이가 내가 건넨 호피 코트 붉은 뿔테 빨간 부츠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내가 건넨 아이템을 걸친 유진이가 거울을 보며 싱긋이 웃는다.

“마음에 드는데? 캐릭터가 더 확실해진 거 같아. 역시 정 팀장이야.”

내가 봐도 이제야 캐릭터가 사는 것 같다.

만족해하는 유진이를 본 뒤 나 역시 ‘진유정 여사’란 캐릭터 설정을 떠올렸다.

‘진유정 여사. 김수희 선생님의 지인. 한때 연기를 하던 현역 무속인. 올해 63살. 도도하고 자신만만한 성격. 기억하자 윤호야.’

난 유진이가 창조한 진유정 여사의 프로필을 머릿속에 담은 채 그녀를 유진이와는 별개의 인물로 대하기 시작했다.

“이제 촬영장에 가실 시간입니다. 진 여사님.”

그 순간 ‘진유정 여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런데 먼저 미소라는 아이를 한번 봤으면 좋겠는데? 그 아이가 과연 내 실체를 알아볼까 궁금해.”

나 역시 궁금했다.

미소가 진유정 여사가 누군지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그 어떤 누구도 못 알아챌 테니까.

“지금 바로 차 돌리겠습니다.”

* * *

현장으로 돌아오니 때마침 쉬는 시간이다.

미소가 차 안에서 촬영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미소가 타고 있는 차 옆에 우리가 탄 차를 대었다.

“진 여사님. 내리시죠.”

화려한 호피 무늬의 롱코트를 입은 진유정 여사가 흰색 가발 머리를 매만진다.

“단장은 다 끝났으니 정 팀장이 앞장서.”

적극적인 성격인 진유정 여사가 우리에게 지시를 내렸다.

“예.”

난 주변을 살핀 뒤 조심스레 승합차의 도어를 열었다.

진유정 여사는 호피 코트를 펄럭이며 차에서 내렸다.

부츠의 뒤축이 아스팔트가 깔린 주차장에 닿자 또각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난 그녀를 앞서 미소가 타고 있는 스프린터 2호 차의 문을 열었다.

드르륵.

스프린터 2호 차의 문을 열자 미소가 해맑은 미소로 날 반겼다.

“앗! 삼촌 왔다! 엄마는요?”

“아 엄마는 이따가 오실 거야.”

엄마를 찾는 미소를 진정시킨 뒤 뒤편에 서 있는 진유정 여사를 소개했다.

“그리고 미소야. 이분은 ‘만신 월아’ 역의 진유정 여사님이야.”

순간 미소가 내 뒤쪽에 있는 진유정 여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눈을 끔뻑끔뻑 뜨던 미소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순간 진유정 여사가 특유의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말을 걸었다.

“아주 똑똑하게 생겼구나. 그래. 네 이름이 미소라고?”

그런데 그때였다.

진유정 여사를 빤히 쳐다보던 미소가 다짜고짜 외쳤다.

“엄마 할머니 가면 쓰고 뭐 해?”

순간 나도 유진이도 그대로 움직임을 멈춰버렸다.

‘아니 대체 어떻게 안 거지?’

깜짝 놀란 나는 일단 진유정 여사를 스프린터 2호 차에 태웠다.

문이 닫힌 순간 미소가 말했다.

“엄마. 혹시 나 놀래주려고 변장한 거야? 그럼 나 눈 감고 있을 테니까 엄마는 다시 내렸다가 타. 그러면 이번에는 제대로 모른 척할게!”

말을 마친 미소가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 순간 진유정 여사가 목소리를 풀고 원래의 유진이로 돌아갔다.

“미소야. 엄마인 줄은 어떻게 알았어?”

나야말로 궁금하다.

‘얼굴과 손까지 특수 분장으로 완벽하게 숨긴데다 목소리 톤도 완전히 달라졌는데 어떻게 알아보는 거지?’

“엄마 눈이랑 똑같이 생겨서 알아봤어. 그리고 엄마 몸에서 나는 냄새도 똑같아!”

유진이가 고개를 갸웃한다.

“냄새? 엄마 오늘은 향수도 안 뿌렸는데?”

“그래도 엄마 냄새가 나. 좋은 냄새!”

유진이가 많이 당황했는지 어색하게 웃는다.

그 순간 유진이의 특수 분장이 조금 일그러졌다.

놀란 미소가 급히 엄마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엄마 미안. 그래도 그거 말고는 하나도 모르겠어!”

그 순간 난 미소의 숨겨진 재능을 알아차렸다.

‘얘가 눈이 정말 좋구나.’

회귀 전 당시 왕년의 원로배우 최만호에게 들은 말 하나가 있다.

-배우는 탈이 좋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내 생각에는 눈이 더 중요해.

연기라는 건 기본적으로 자신이 아닌 타인을 표현하는 것.

그 탓에 눈이 좋은 배우는 슬쩍 보기만 해도 자신이 본 대상의 특징을 파악해 타인을 흉내 낼 수 있다고 했었다.

그런데 미소는 눈이 좋다는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하긴. 저 나이에 어린 청명의 연기를 그렇게 쉽게 하는 게 말도 안 되긴 했지. 유진이 연기를 보고 따라 한 거였네.’

난 당혹감을 감추고 미소에게 말했다.

“미소야. 우리 미소 말고는 할머니가 엄마라는 걸 알아보는 사람은 없으니까 남들에게는 말하면 안 돼. 알겠지?”

미소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입을 가린다.

“쉿! 비밀~!”

“그래 비밀.”

미소가 연신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인 순간 멍하니 있는 유진이를 향해 말했다.

“유진아.”

유진이가 고개를 돌린다.

진유정 여사로 분장하고 있는 유진이가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빠. 어떻게 해요?”

“걱정하지 마. 미소 같은 애는 거의 존재하지 않으니까.”

“진짜요?”

“어. 그러니까 일단 약점부터 없애자. 그러면 절대로 못 알아봐. 나만 믿어.”

유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난 곧장 양소리 대리에게 탁한 눈동자 색을 표현할 컬러렌즈와 청포 꽃을 베이스로 한 향수를 구해오라 시켰다.

* * *

컬러렌즈를 씌우고 눈 메이크업을 더욱 찐하게 해서 진유정 여사의 눈매의 형태를 바꾸었다.

약간 올라간 듯 보이는 눈매 덕에 유진이의 부드러웠던 눈매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연이어 청포 꽃 베이스 향수를 뿌린 순간 미소가 손뼉을 치며 놀라워한다.

“우와! 인제는 진짜 모르겠어요!”

“진짜야?”

“네! 삼촌. 이제 엄마 없어요!”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

유진이는 다행이라며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금 진유정 여사로 변했다.

“그럼 이제 가 볼까? 정 팀장? 이제 확인해 봐야지.”

“예. 가시죠.”

마지막 약점을 숨긴 진유정 여사가 차에서 내렸다.

특수 분장을 하는 동안 꽤 시간이 지났기에 다른 배우들은 다 돌아갔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수의 배우들이 현장에 남아 촬영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현장을 보고 있던 주영인이 우릴 발견하고 총총걸음으로 다가왔다.

우리 앞에 선 주영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주영인은 진유정 여사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쓰윽 훑어보고는 내게 묻는다.

“윤호 오빠. 이분이 그분이신가요? 진유정 여사님?”

“예.”

고개를 끄덕인 주영인이 진유정 여사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저 아시죠? 주영인이라고 해요.”

그러고 보니 주영인도 눈이 좋은 편이다.

유진이의 정체를 알아볼까 싶어 조마조마하고 마음을 졸인 순간.

진유정 여사의 입에서 갑작스레 불호령이 떨어졌다.

“어른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못된 버릇은 어디서 배운 거니? 교양 없게!”

“아 아니 그게······ 그런 게 아니라······.”

진유정 여사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한 번만 더 그딴 식으로 쳐다보기만 해 봐. 아주 그냥 머리털을 다 뽑아 버릴 테니까! 알겠어?”

진유정 여사의 패기에 밀린 주영인이 주춤대며 뒤로 물러났다.

“죄 죄송해요.”

반사적으로 사과한 주영인은 이내 얼굴을 찌푸렸다.

주연인 자신이 기세로 밀린 게 납득가지 않는 눈치였다.

“표정을 보니 내가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네? 알았어. 웬만하면 우리 서로 얼굴 마주치지 말고 지내자.”

성격이 180도 바뀐 진유정 여사는 그 말을 끝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이지연 작가와 김수희 선생님이 계신 곳으로 가자면서 말이다.

“예. 여사님.”

진유정 여사와 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주영인을 둔 채 발걸음을 옮겼다.

주영인 덕에 유진이의 변장이 완벽하다는 걸 확인하고서 말이다.

* * *

우릴 본 이지연 작가가 낮은 목소리로 감탄했다.

“진유정 여사도 제대로 만들어 왔네?”

김수희 선생님 역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게. 전혀 딴사람이 되었어. 정확히는 누굴 닮았지만.”

두 사람은 진유정 여사가 누구를 모티브로 변신한 건지 한눈에 알아차렸다.

감탄을 늘어놓는 두 사람의 칭찬에도 진유정 여사는 꼿꼿한 자세로 경청할 뿐이었다.

그때 김성운 PD가 스태프들을 향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자자. 일단 진유정 여사님 장면부터 땁시다. 이분은 특별히 초청한 진짜 무속인이시니까 다들 무례하지 않도록 조심들 해주세요.”

“예! 감독님!”

지시를 마친 김성운 PD의 신호에 진유정 여사에게 연기를 펼칠 시간이라 말했다.

진유정 여사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도도한 걸음으로 세트장으로 향했다.

이지연 작가가 내 어깨를 툭 하고 치며 웃는다.

“수고했어. 의상까지 깔맞춤 한 걸 보니 정 팀장이 신경을 아주 많이 썼는데?”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요 뭘.”

“유노~ 말하는 것 좀 봐. 하여간 둘 다 대단하다니까?”

김수희 선생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동의했다.

그 순간 현장에 있는 모두를 속여 넘기는 게 가능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어지간한 변신으로는 두 사람 모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럼 전 촬영 때문에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래. 수고해.”

난 들뜬 마음을 억누른 채 진유정 여사를 뒤따랐다.

* * *

진유정 여사가 오늘 연기할 씬 23은 ‘만신 월아’라는 늙은 무녀가 새로운 마을로 이사를 와서 동네 사람들과 충돌을 일으키는 이야기다.

[씬 23 : ‘만신 월아’가 서낭나무를 꾸미고 있다. ‘동네 사람’ 네 명이 그녀를 찾아와 동네를 떠나가라고 항의한다. ······]

대본 책을 잠깐 확인하고서 세트장 한편을 확인했다.

이제 곧 ‘만신 월아’를 연기할 진유정 여사가 서낭나무를 빤히 쳐다보다 날 불렀다.

“정 팀장. 지팡이랑 고무신 좀 가지고 와줘.”

“예! 여사님!”

진유정 여사가 ‘만신 월아’로 변하기 위한 아이템을 들고 그녀에게 향했다.

지팡이와 고무신을 건네자 진유정 여사가 걸치고 있던 호피 코트를 벗어 던졌다.

이어서 안경을 벗어 내게 건네고 부츠를 벗은 다음 흰 고무신으로 갈아신었다.

새하얀 소복에 백발의 가발.

하얀 고무신.

검붉은 지팡이 차림.

‘만신 월아’가 되기 위한 준비를 마친 진유정 여사가 뒤로 물러나 있으라고 한다.

난 받아든 옷과 신발을 들고는 카메라의 앵글 밖으로 빠져나왔다.

준비가 끝났다 싶은 순간 김성운 PD가 촬영 시작을 외쳤다.

“자 씬 23. 스탠바이하고 제가 중간에 사인 주면 단역들 들여보내세요.”

“예. 감독님!”

서낭나무를 바라보는 진유정 여사의 뒤쪽에 사오십대의 단역 네 사람이 늘어섰다.

“그리고 소품 팀은 진유정 여사님한테 한지랑 색종이랑 가위까지 모두 가져다드리세요.”

“예. 감독님.”

소품 팀이 다가와 새하얀 한지와 알록달록한 색종이 그리고 가위를 건넸다.

진유정 여사가 말없이 왼손에 소품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새끼줄을 둘러놓은 서낭나무 앞으로 다가갔다.

30cm 정도 높이의 돌무덤을 주변에 둘러놓은 서낭나무는 새끼줄을 빼고는 어떤 장식도 없는 상태.

촬영이 시작되면 진유정 여사가 돌무더기를 타고 올라가 새끼줄에다 한지와 색종이를 끼우게 된다.

“진 여사님. 준비되셨습니까?”

오른손에는 지팡이 왼손에는 소품을 든 진유정 여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와 동시에 김성운 PD가 촬영 시작을 알렸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진 여사님. 잘 부탁드립니다. 레디~ 액션!”

그 순간 모두가 놀랄 만한 장면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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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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