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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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화

18. 첫 방송

“정 매니저님. 1년 차라면서요?”

“예. 1년 찹니다.”

“그런데 어떻게 ‘작가 추천’ 같은 걸 알아요?”

김솔잎 작가의 질문에 속으로 답했다.

‘회귀해서요.’

사실 작가 추천이라는 건 별 게 아니다.

드라마의 배역은 제작사와 PD 그리고 작가가 결정한다.

남 여주인공은 투자자나 방송국의 입김을 타지만 작가라면 적어도 조연 한두 자리 정도는 오디션도 없이도 꽂아 넣을 수 있다.

이지연 작가 정도 되면 주인공도 자기 마음대로 밀어붙이지만 그거야 뭐 규격 외니까.

어쨌건 그걸 작가 추천이라 하는 거고.

동글동글한 얼굴에 커다란 금테 왕눈이 안경을 쓴 김솔잎 작가는 나를 가만히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장담은 못 해요. 제작에 들어간다면 최대한······ 노력하는 것까진 해 볼게요. 됐죠?”

“예. 그 정도만 해 주셔도 만족합니다.”

김솔잎 작가를 더 몰아붙이는 건 딱 여기까지가 좋았다.

어차피 유진이 연기력이라면 작가가 관심 가진다는 말만 해도 좋은 효과를 낼 테니까.

거기다 김솔잎 작가의 성격을 감안했을 땐 확답을 받는 것 무리였다.

대답을 마치자 이번엔 김솔잎 작가가 날 독촉하기 시작했다.

“빨리요. 빨리. 나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내가 파랑새라는 거 어떻게 안 거냐고요?”

난 자기 습작을 어떻게 알았냐며 발을 동동 구르는 김솔잎 작가에게 회귀 전 ‘연예가 사방팔방’이란 뉴스에서 봤던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지연 작가님과 함께 잡지 인터뷰하셨을 때 이메일 공개하셨죠? 그게 파랑새님과 같은 메일이던데요.”

김솔잎 작가가 입을 떡 벌렸다.

“대박. 진짜 눈썰미 좋으시다. 그걸 보셨어요? 잡지에 손톱만 한 크기로 나왔을 텐데요?”

김솔잎 작가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못 살아. 하여간 그 습작 이야긴 다른 데서 절대 말하지 마세요! 그거 알려지면 저 확 그냥 비뚤어질지도 몰라요.”

김솔잎 작가가 팔짱을 끼고 노려본 순간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작가들의 꼬장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니까.

“무 물론입니다. 작가님.”

차라리 작품에 안 넣어준다는 것보다 더 무섭다.

유진이를 등장시킨 다음 빡빡 굴려버릴지도 모르니까.

아니면 대머리로 만들어 버린다거나.

실제로 그런 작가가 한 명 있었다.

저~기 이지연 작가라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난 김솔잎 작가를 배웅했다.

그리고 난 김솔잎 작가가 파랑새인 게 밝혀진 그날의 다이어리를 펼쳤다.

[에브리데이 V10]

[날짜 : 2020년 7월 3일]

-PM 10:00 <일정 삭제>

(삭제된 일정 : <연예가 사방팔방> 인기 작가 김솔잎의 진짜 첫 번째 작품 공개.)

‘메일 주소를 지우나 보네.’

어쨌건 김솔잎의 데뷔작에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

그리고 난 다시금 폰을 들었다.

현장엔 아직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문제가 남아 있었으니까.

* * *

“본부장님. 진짜 이대로 보고만 있을 거예요?”

박은빈은 연기에 집중하는 정유진을 보며 부들부들 떨었다.

데뷔하자마자 1위를 달성했고 1군 걸그룹 쁘띠모의 리더로 지난 5년 부족함 없이 지냈던 박은빈에겐 이건 모욕이나 다름없었다.

심지어 팬들이 보는 앞에서 눈물 쇼까지 벌였는데도 일이 이렇게 꼬였으니 이게 무슨 망신인가.

거기다 현장을 장악한 김명학 CP는 인사조차도 받아주질 않았다.

“어허! 좀 기다려 보라니까. 내가 지금 사장님과 통화 중이잖아.”

마동팔은 TK 엔터 대표인 김태권에게 현장의 이야기를 전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딸깍.

전화를 끊고도 마동팔의 표정은 심각했다.

“대표님이 MBS 드라마국 국장님과 전화통화 하셨단다.”

“그럼 혹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요?”

박은빈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기대가 어렸지만 마동팔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번은 텄다. 이지연 작가가 2화 연장 대본을 주는 바람에 김격식 국장이 절대 협상 불가 선을 그었어.”

“그런 게 어딨어요! 우리가 낸 돈이 얼만데!”

“김 국장한테 제작 지원에 돈 쓴 거 이야기하니까 돈을 돌려준다고 한다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냐.”

마동팔의 씁쓸한 대답에 박은빈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럼 이대로 저 밀가루 반죽한테 무릎 꿇으라고요? 내가? 천하의 박은빈이?”

“대신 다른 작가의 차기작 주연으로 들어가는 거 낙점받았으니까 이지연 작가 심기 거스르지나 말라시더라. 다른 배우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까.”

박은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마동팔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본부장님. 나 계약 1년 남은 거 알죠?”

“그래. 알아.”

“아시면······ 좀 더 신경 써 주세요.”

마동팔의 얼굴이 꿈틀거렸다.

박은빈만큼이나 마동팔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으니까.

“회사가 언제 은빈이 너 소홀하게 대하든?”

박은빈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 이번 일은 나도 그냥은 안 넘어갈 테니까 두고 봐라.”

마동팔은 한 번 뱉은 말을 어길 사람이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 박은빈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박은빈도 그제야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알았어요.”

* * *

“수고했어요.”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했더니 강지영 본부장이 직접 달려왔다.

오늘은 샤넬이 아닌 상표도 없는 프랑스제 브랜드인 라벨르의 블랙 라인 정장을 입고 있다.

검은색 실크 재단에 아주 옅은 연보라로 자수가 놓인 진달래꽃이 수줍게 피운 옷이다.

저거 엄청 비쌀 텐데.

역시 돈 많구나 강지영 본부장.

“수고했어요. 두 분 모두.”

강지영 본부장과 함께 온 구성철 실장이 흐뭇한 아빠 미소를 지으며 우리 어깨를 두드렸다.

“오 팀장 정 스타. 둘 다 고생했다.”

나와 오덕구 팀장이 현장 대응을 잘한 덕에 문제가 쉽게 해결되었다고.

거기다 마무리 요청까지 깔끔하게 잘했다면서.

그때 오덕구 팀장이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 현장에서 본 유진이의 연기를 평했다.

그러고 보니 유진이의 레슨 문제도 여기에 걸려 있었지.

“구 실장님. 윤호가 본 게 맞습니다. 유진이. 레슨 없이 혼자 연기 연습하는 게 낫습니다. 아니 솔직히 트레이너가 가르칠 게 있나 싶습니다. 명배우 최은진 선생님의 전성기 시절을 보는 거 같았다니까요?”

오덕구 팀장은 유진이의 연기력이 배우 1실의 경력 45년 최은진에 못지않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구성철 실장이 웃자 오덕구 팀장이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진짭니다. 현장 스태프들도 넋을 놓고 볼 정도였다니까요?”

구성철 실장이 손을 들며 오덕구 팀장의 말을 막았다.

“됐어. 안 봐도 알아.”

“예?”

“이 작가님이랑 장 PD가 저렇게 웃고 있고 저기엔 저 싸가지가 인상 쓰고 있는 거 보니까 알겠다고.”

구성철 실장이 가리킨 곳엔 장태식 PD의 환호가 연이어 이어지고 있었다.

“카트~! 와우~. 퐌~타스틱! 은영 씨 유진 씨. 좋았어요. 그런데 이대로 씬 286 바로 갈 수 있겠어요? 괜찮으면 한 번에 달립시다.”

유진이와 최은영이 소곤거리더니 머리 위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럼 조명만 조정하고 바로 가죠. 작가님. 괜찮으시죠?”

“왜 그런 걸 나한테 물어? 연출은 PD가 해야지.”

“하하.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이지연 작가는 이제야 제대로 돌아가는 현장에 연신 웃음을 지었다.

장태식 PD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단번에 휘어잡고 촬영을 이어가고 있었으니까.

“자! 해가 떨어지기 전에 씬 300까지 쳐내면 오늘 회식은 갈비로 쏩니다! 이 장태식의 지갑을 거덜 내고 싶으신 분들은 열심히 하시고 아니다 싶으시면 대충대충들 하세요!”

스태프들의 요란한 웃음이 울려 퍼졌다.

현장에 활기를 넣는 모습이 앞으로 MBS를 대표하는 스타 PD 중 하나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지연 작가가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에 김명학 총괄 CP도 연신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강지영 본부장은 그 모든 걸 눈에 담곤 우리에게 말했다.

“하여간 두 사람. 여기서 기다리세요. 김명학 CP님과 이 작가님한테 인사드리고 올게요.”

가족 같은 2실 식구들과 유능한 강지영 본부장까지.

이런 사람들과 함께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했다.

하지만 의문이 생겼다.

이런 유능한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아직은 설익은 김동수에게 모든 걸 털리는 거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

회귀 전 김동수와 함께 회사를 떠났을 때는 막 대리를 달았을 무렵이라 자세한 회사 사정은 알지 못했었다.

아무래도 하나하나 헤쳐나가며 그 단서를 찾는 수밖엔 없을 것 같다.

그때였다.

띠링.

폰이 울리더니 까톡 메시지가 도착했다.

[재무팀 정성아 대리 : 정윤호 매니저님. 보너스 200만 원 입금되었습니다.]

뜬금없이 웬 보너스?

[정윤호 매니저 : 정 대리님. 갑자기 웬 보너스입니까?]

[재무팀 정성아 대리 : 강 본부장님이 저번 건으로 100 오늘 건으로 100 보내라고 하시던데요?]

업무 능력 탁월이라는 평가와 함께 두 번에 나눈 보너스란다.

오늘이야 이지연 작가를 현장에 부를 수 있게 보고를 잘해서 그렇다지만 지난번에는?

설마 술 취했을 때 말했던 보너스 주겠단 약속을 지킨 건가?

이거 애사심이 팍팍 치솟고 있었다.

자주 좀 주면 좋겠다.

미소 스티커랑 미소 과자랑 미소 옷도 좀 사 주게.

* * *

현장의 모든 일이 마무리되자 강지영 본부장은 드라마 제작팀 전체 회식을 제안했다.

촬영을 마친 뒤 3시간 동안의 촬영팀과의 회식이 이어졌고 그 뒤론 우리 굴렁쇠 식구끼리의 조촐한 2차 회식이 이어졌다.

그리고 난.

한 번 발동이 걸리면 궤짝째 마신다고 ‘궤짝’이라는 별명이 붙은 강지영 본부장의 무서움을 온몸으로 겪어야만 했다.

“헤이. 우리 정 스타. 사나이가 왜 이리 술을 깨작깨작 마실까? 나랑도 짠해야죠! 마셔~라! 마셔!”

촤라라랑!

술 마시는 노래방에서 탬버린으로 자진모리 휘모리 굿거리장단을 몸소 재현하던 강지영 본부장이 웃으며 술을 권했다.

소주 대 맥주 비율이 정확히 2대 1.

잔 안에서 회오리치는 맥주 거품이 내게 이렇게 말하는 거 같았다.

-마시면 죽는다?

강지영 본부장에게 소주와 맥주 비율이 반대인 것 같다며 잘못 탄 거 아니냐 물으니 아니란다.

오늘은 약하게 탔다나?

“호호호. 마셔요. 마셔. 오늘 수고했으니까 이 정돈 마셔야쥐~.”

안 그래도 거의 치사량에 가까운 술을 마신 나는 강지영 본부장의 제안에 친절하게 답했다.

“우웨에엑.”

다행스럽게도 곁에 있던 오덕구 팀장이 얼른 쓰레기통을 내 품에 안겨 큰 실수를 막았다.

하마터면 보너스를 받은 날 회사에서 잘릴 뻔했다.

* * *

12월 23일.

밤 10시 30분.

24화 촬영을 마치고 곧장 집으로 가려던 난 첫 방송 출연 방송을 함께 보자는 제의에 유진이네 집으로 향했다.

집에 있던 가스레인지는 인덕션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미소는 파워터프걸 캐릭터 케이스에 미소천사♥라고 스티커를 붙여놓은 스마트폰를 한 대 들고 있었고.

그날의 일에 대한 대비가 확실히 되어 있다.

미소의 연락처를 저장한 다음 미소의 손에 이끌려 TV 앞으로 향했다.

“삼촌 여기 여기! 드라마 시작해요!”

미소는 내가 앉을 자리라며 방석 하나를 내밀었다.

“응.”

“이모는 여기야.”

“그래 미소야.”

미소를 가운데 두고 난 왼쪽 유진이는 오른쪽에 자리한 채 <아침이 간다> 21화의 방송을 시청했다.

완성도 높은 드라마였지만 역시나 박은빈의 연기가 옥의 티였다.

하지만 마지막 5분 전.

유진이가 나온 순간부터는 드라마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인공의 연기를 갉아먹던 박은빈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유진이가 채웠다.

그 순간 배우들 사이에 진정한 화학작용이 일어나기 시작한 탓이다.

척하면 척하고 받아치는 유진이의 연기 덕에 최은영의 연기도 훨씬 돋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화면에 비추는 유진이의 비율이 생각보다 높았다.

풀샷.

바스트 샷.

페이스 샷.

이 정도 분량이면 거의 반 주연급 대우였다.

“오빠 표정이 왜 그래요? 제 연기 어색해요?”

걱정스레 바라보는 유진이에게 서둘러 답했다.

“아 아냐. 잘 나와서.”

“그래요?”

이 정도면 PD 선에서 작정하고 유진이를 밀어주는 셈이다.

설마 김성운 AD가 힘을 써 준건가?

하지만 유진이의 품 안에 안긴 미소가 멍한 표정으로 눈도 안 깜빡이고 TV를 보며 말했다.

“이모. 이모가 젤로 이쁜 거 같아.”

“이모가 예뻐?”

“응! 응! 이모. 최고로 예뻐!”

유진이의 얼굴이 환해졌다.

백만 명의 평가보다 미소의 평가가 더 기분 좋아 보인다.

잠시 후.

드라마가 끝이 났다.

유진이도 뭔가 느낀 게 있는지 몸을 살짝 떨고 있었다.

“네 연기를 직접 눈으로 보니까 기분이 어때?”

“잘 모르겠어요. 얼떨떨하기도 하고. 오빠 말대로 뜰 것도 같고······”

그게 첫 소감이냐?

“나만 믿어. 너 무조건 뜬다니까?”

유진이는 그랬으면 좋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폰을 들여다보던 미소가 유진이의 옷자락을 잡아끌었다.

“이모. 이모.”

“왜? 미소야.”

“실검이 모야?”

“실검?”

“응! 여기 봐봐 여기. 실검 10위가 이모 이름이래!”

미소의 말에 스마트폰을 본 순간 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벌써?”

미소 말대로 네이브의 실검 10위에 유진이의 이름이 있었다.

다만 그녀의 이름 앞엔 엉뚱한 단어가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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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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