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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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4화

164. <신의 이름으로> 아역 오디션 1

차에서 내린 진소미와 진공주 두 모녀는 천호동에서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달리 온몸을 명품으로 도배하고 있었다.

오만하고 도도한 표정.

저 모습이야말로 내가 알던 진소미였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하지만 진소미가 내가 아는 모습으로 돌아온 걸 본 순간 오히려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까탈스럽긴 해도 어떤 짓을 할지 예상되는 게 좋았으니까.

또각또각.

진소미가 우리를 스쳐 지나갔다.

진소미는 나중에 다시 보자는 듯 손가락으로 날 가리킨 뒤 딸과 함께 오디션장으로 종종걸음을 하며 빠르게 사라졌다.

“오빠. 저 아줌마 왜 사람을 위아래로 훑어봐요? 표정이 엄청 기분 나쁜데 아는 사람이에요?”

유진이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내가 답하기도 전 미소가 먼저 대답했다.

“저 아줌마는 공주 엄마야! 나쁜 아줌마!”

“누구라고?”

“쟤는 공주고 저 아줌마는 공주 엄만데 공주는 나랑 유치원에서······”

난 미소의 입을 막으며 품에 안아 들었다.

“으차. 미소야. 우리도 늦었으니까 어서 가자.”

미소가 말을 멈추고 날 쳐다본다.

“삼촌. 우리 늦었어요?”

“늦었어. 그러니까 빨리 들어가자.”

“네!”

다행히 미소는 더는 말을 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오디션장을 가리켰다.

“레츠 고우!”

하지만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유진이가 내 팔을 붙잡은 채 생글대고 있었으니까.

“오빠. 이야기는 끝내고 가셔야죠.”

하나도 빠짐없이 이야기해달라는 유진이의 압박에 결국 미소가 유치원에서 싸운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일부러 이야기를 중간중간 빠트렸다.

하지만 품에 안긴 미소가 빠진 부분을 종알종알 고자질하기 시작했다.

“공주가 나 밀었어! 그리고 엄마보고 술집 나가는 여자라고 욕했어!”

미소가 기억력이 좋다는 걸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잠시 후.

“그러니까 정리하면 저 분홍 리본 꼬맹이가 친구들을 선동해 우리 미소를 괴롭혔다 이거죠? 그 뒤엔 저 엄마가 있고요?”

유진이의 눈이 반달처럼 휘어졌지만 그 속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그 그게 말이지······”

유진이는 내 대답도 듣지 않고 미소에게 말했다.

“우리 미소. 오늘 오디션 잘할 수 있지?”

“응!”

“아까 걔보다 더?”

“응!”

공주의 연기를 본 적도 없으면서 뭐가 이리 자신만만한지.

“좋아. 오늘 저 두 모녀의 콧대를 확 꺾어주자. 알았지?”

미소가 두 주먹을 불끈 쥔다.

“응! 엄마는 나만 믿어!”

미소의 살짝 상기된 볼이 탱탱하게 빛나고 있었다.

* * *

오디션장 한쪽에 배치된 심사위원석에는 김성운 PD를 중심으로 이지연 작가 김명학 CP 그리고 블루드래곤의 차수연 실장이 앉아 있다.

“다들 입장하셨으니 시작하겠습니다. ”

김성운 PD의 신호에 1번부터 3번까지 아역부터 함께 나와서 연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얘들아 우리 소꿉놀이할까?』

『근데 청명이는 끼워주지 말자. 걘 맨날 이상한 소리만 하잖아!』

『있지.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청명이에게 귀신이 들렸대.』

<신의 이름으로>의 씬 5.

순서를 불려 나온 아이들은 귀신을 보는 어린 청명을 따돌리는 동네 아이들을 연기했다.

한 번에 세 사람씩 아역 오디션을 보는데 아역들의 연기력도 예상외로 볼만했다.

하지만 이지연 작가의 눈빛은 매섭기만 했다.

“거기까지. 이만 나가보세요.”

3분을 넘기지 않는 평가에 아이 엄마들이 나섰다.

“작가님. 우리 형석이 다시 한번 봐주시면 안 될까요? 우리 애가 더 잘할 수 있는데 방금은 긴장을 해서······”

“우리 미호. 우는 거 진짜 잘해요. 보실래요? 미호야! 울어!”

“좀 비켜봐요! 우리 동식이는 태권도 검은 띠예요. 동식아 발차기해 봐! 옳지! 잘한다!”

한 아이는 울고 한 아이는 돌려차기를 하고.

아주 난장판이다.

아역들의 오디션에 온 엄마들이 끼어드는 걸 말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었다.

“거기 어머님! 애 우는 거나 좀 달래세요!”

“심사위원들이 다 보셨으니까 제발 좀 나오세요. 더 안 보여주셔도 되거든요!”

스태프들이 진땀을 흘리며 아역과 보호자들을 대기실 밖으로 끌어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엄마는 고소하겠노라고 버럭버럭 소리까지 질러댔다.

벌써 배역을 다 정해놓고 자기네들을 들러리 세우는 거냐며.

하지만 오후에는 또 다른 배역의 오디션도 있기에 심사위원들은 귀를 막고 빠른 채점을 이어갔다.

그리고 드디어 진공주의 차례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48번 참가자. 진공주라고 합니다!”

진공주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하자 지친 심사위원들의 표정에 활기가 살짝 돋는다.

“목소리가 우렁차서 좋네요. 49번 50번이랑 같이 연기할 거예요. 알았죠?”

“네!”

진공주가 기다렸지만 다른 두 명이 나타나지 않았다.

복도 쪽에 대기실로 스태프 한 명이 나가더니 이내 두 손으로 X자로 그렸다.

“왜?”

“애들이······ 집에 갔는데요.”

“뭐?”

“속이 이상하다면서 토하더니 그냥 집으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말린다고 듣나 뭐.”

김성운 PD가 이마를 붙잡는다.

“아이고 머리야.”

아역 오디션들을 하면 늘상 일어나는 일이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지루함을 못 참아 돌아가는 애들이 삼 분의 일 그리고 긴장감을 못 이겨 돌아가는 애들이 또 삼 분의 일은 되니까.

덕분에 진공주는 혼자 연기를 하게 되었다.

“공주라고 했지? 씬 17번. 혼자서 해볼 수 있겠어?”

김성운 PD의 다정한 지시에 진공주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준비되면 바로 시작하자.”

원래 진공주는 14살이 되어서야 연예계로 들어왔다.

하지만 미소를 만난 덕분인지 훨씬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발을 디딘 모양이다.

제법 진지하게 오디션을 준비하는 진공주를 보며 다이어리를 확인했다.

그런데 진공주가 VIVA4로 데뷔하는 일정이 사라져 있었다.

[에브리데이 V10]

[날짜 : 2027년 12월 25일]

-PM 06:00 <일정 삭제>

(삭제된 일정 : VIVA4. MBS 음방 데뷔.)

화들짝 놀라 VIVA4의 활동이 적힌 일정을 모조리 확인했다.

그런데 데뷔뿐 아니라 VIVA4에 관한 일정은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미소와의 충돌로 공주의 운명 그 자체가 바뀌었다고?’

이제까지 겪어본 일들을 유추해 보면 운명이라는 것이 완성되는 과정은 마치 털실을 꼬아 머플러를 만드는 것과 비슷했다.

작은 ‘선택’들이 모여 큰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하지만 관련된 이들이 많은 운명은 어지간해서는 바꾸기 힘들었다.

내가 몇 가지 변수를 줘 봤지만 그건 중간 과정일 뿐 결과는 바뀌지도 않았고.

마치 머플러에 올이 하나 빠졌다고 머플러가 아니라고 말하지는 않는 것처럼.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미소가 진공주과 다툰 작은 ‘선택’ 하나가 곧바로 진공주의 운명이 바뀐 큰 ‘결과’로 이어져 버렸다.

운명이 변하는 또 하나의 방식을 확인한 순간 앞으로 미소와 공주가 많이 충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삶을 통째로 변화시킨 상대를 신경 쓰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테니까.

‘앞으로 주시해야겠군.’

그 탓에 난 오디션을 시작하는 진공주를 집중해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앞으로 미소의 앞길에 걸림돌이 될 상대를 확인하기 위해서.

다른 아역들이 없는 탓에 진공주는 세 명이 할 연기를 혼자서 연기하기 시작했다.

카메라도 잔뜩 있고 스태프들의 눈이 있는데도 태연하게.

덕분에 심사위원들의 눈에 이채가 흐르기 시작했다.

“제법인데요?”

“그러게요. 목소리에 개성도 있고 발성도 괜찮고. 쟨 아역으로 끝나진 않겠네요.”

“카메라를 보고도 떨지도 않고. 강단이 있어 보입니다.”

생각보다 제법 연기를 잘한 덕분인지 연신 심사위원들의 좋은 평가가 이어졌다.

연기를 끝낸 진공주가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참가번호 48번. 진공주입니다!”

“수고했어요. 공주 양.”

심사위원들이 다정한 표정을 짓는다.

오늘 오디션에 나온 아역 중 거의 유일하게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줬으니까.

김성운 PD가 채점표를 덮으며 진공주에게 말한다.

“합격 여부는 전화로 통보합니다. 조만간 연락이 갈 테니까 좋은 소식 기다리세요.”

그런데 그때 진공주가 오른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PD 선생님! 저 미소 연기 보고 가면 안 될까요?”

“미소 연기를 보고 싶다고?”

“네. 미소랑 저랑 유치원 친구인데요 미소가 연기하는 것도 보고 싶어요!”

“아 그래?”

그 순간 내 곁에 앉은 미소가 볼을 뿌루퉁하게 불렸다.

자기 멋대로 친구라고 불러서 화가 난 표정이다.

곁에 앉은 유진이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물었다.

“쟤 왜 저래요?”

“엄마가 시켰겠지. 자기 딸 연기 연습을 많이 시켜서 온 걸 보니 미소를 밟아보려는 거 같기도 하고.”

“왜요?”

“모르지 뭐. 단순한 괴롭힘일지. 아니면 미소가 연기도 못하는데 낙하산으로 꽂혔다고 맘카페에 올릴 수도 있고.”

다양한 경우를 말했더니 유진이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세상에. 아역들 세계도 삭막하네요.”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연예계에서는 아무도 믿어서도 안 되고 어떤 때도 마음 놓으면 안 된다고.”

한편 한쪽 코너에서 딸의 연기를 지켜보던 진소미가 폰을 꺼내 미소의 연기를 녹화하기 시작했다.

자기 딸 연기도 안 찍더니 미소의 연기를 찍는다?

역시 뭔가 수작을 부리는 게 틀림없다.

그때 미소와 공주 사이의 사정을 모르는 김성운 PD가 흐뭇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미소는 친구 앞에서 연기 한번 해 볼래?”

그 순간 유진이 곁에 있던 미소가 힘차게 대답하며 외쳤다.

“네! PD님!”

유진이가 두 주먹을 불끈 쥔다.

“우리 미소. 엄마가 응원할 테니까 힘내. 파이팅!”

“응! 엄마!”

엄마의 응원을 받은 미소는 두 손을 꼭 쥔 채 카리스마(?) 넘치는 당찬 걸음걸이로 입장하며 좌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심사위원석 앞에 선 미소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정미소입니다!”

심사위원들은 채점표를 내려놓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미소가 와줘서 얼마나 고마운 줄 모르겠구나.”

“친구한테 부끄럽지 않게 잘 해보렴.”

이미 배역이 정해진 상태였기에 이 자리는 단순히 미소의 연기력을 확인하는 자리여야 했었다.

하지만 진공주의 발언 때문에 졸지에 두 사람의 연기력을 비교하게 되어버렸다.

그 탓인지 오디션을 보는 것보다 더 떨리기 시작했다.

난 곁에 있는 유진이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유진이가 찌릿하고 째려본다.

“왜 자꾸 옆구리를 찔러요?”

“진짜 자신 있지?”

“걱정하지 마세요. 보면 알 테니까.”

유진이가 옆구리를 문지르며 미소의 연기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믿을 수가 없었다.

유진이는 언제고 미소에 대해 좋은 말만 하니까.

덕분에 긴장을 바짝 세우고 미소에게 두 눈을 집중했다.

김성운 PD가 미소에게 묻는다.

“그러면 미소는 어떤 장면부터 해볼까? 마음에 드는 씬이 있어?”

“전부 다요!”

“다?”

“네! 다 할 수 있어요.”

“하하하. 그러면 하고 싶은 것부터 해볼까? 아무거나 준비되면 시작해보렴.”

“네!”

미소가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갑자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색동옷 치마가 펄럭이자 바닥에 가득한 먼지가 풀썩하고 들리더니 옷에 묻어버렸다.

자리에 앉은 미소는 바닥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통통.

미소가 손바닥으로 바닥을 울리자 모두의 시선이 미소에게 집중되었다.

그 순간 미소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장군님~ 어머님~ 어디 계세요? 숨바꼭질 그만하고 어서 나와요.』

미소의 맑은 노랫가락이 오디션장에 잔잔히 울려 퍼졌다.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워낙 깨끗한 음색이라 귀에 쏙쏙 들어왔다.

너무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스태프들부터 오디션장에 있는 심사위원들까지.

모두가 미소의 연기에 넋이 나가 버렸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연기에 어색함이란 한 티끌도 묻어나지 않았으니까.

그때였다.

미소가 고개를 들어 올리더니 허공의 한 점에 시선을 고정했다.

『왜요? 왜 안 돼요? 왜 장군님이랑 어머님을 본다고 말하면 안 되나요?』

환한 전구의 빛 때문에 눈이 아플 텐데도 미소는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알았어요. 쉿! 조용히 할게요. 헤헷.』

미소가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고 빙긋이 웃는다.

눈을 찡긋하며 못 본 척하겠다는 모습에 오디션장에 있는 모두는 낮게 감탄사를 터트렸다.

지금 이곳엔 미소가 아닌 7살 어린 청명이 살아 숨 쉬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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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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