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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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화

16. 변하지 않는 시청률 4

이지연 작가의 전화를 받은 김명학의 목소리가 갈라지고 있었다.

-아 아니! 작가님! 그게 무슨 황당한 말씀입니까? 저희 아등바등 제작비 맞추는 거 뻔히 아시잖습니까? 케이블에 밀려서 숨도 못 쉬는 상황인 거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

“박 PD 말은 다르던데? 돈이 남아돌아서 CG로 다 때려 버린다고 했던가? 하여간 나 깜짝 놀랐거든. 내가 우리 명학 생각해서 원고료 30% 디스카운트 해줬던 게 바보짓이었나 봐. 그치?”

-아니 그런 미친놈. 아 아니 작가님한테 욕하는 게 아니고 두식이한테 한 겁니다.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다급한 김명학 총괄 CP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은지 현장으로 온다고 말했다.

-자 작가님. 이럴 게 아니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시죠. 지금 현장 근처인데 10분 안에 가겠습니다. 10분이요!

“10분? 명학. 그때까지 안 오면 나 그냥 가?”

-아니! 그냥 가시면 안 됩니다! 제가 죽어도 10분 안에 갑니다!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김명학 MBS 드라마국 총괄 CP.

이번엔 그가 온다.

* * *

김명학 CP와 전화를 끝낸 이지연 작가는 촬영장 대기 의자에 앉아 내가 건넨 커피를 여유롭게 음미하고 있었다.

마동팔 본부장이 안 되겠다 싶은지 이지연 작가를 향해 다가갔다.

이지연 작가 앞에 선 마동팔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작가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지연 작가가 인상을 쓰며 답했다.

“동팔~. 승진한 이후에는 현장에 잘 안 나온다고 하더니. 오늘은 웬일이야?”

“저기 작가님. 저랑 단둘이 이야기를 좀 하시죠. 뭔가 오해가 있더라도 대화를 하다 보면 충분히 풀 수 있는······”

이지연 작가가 손사래를 치며 마동팔의 말을 끊었다.

“오해? 내가 바보로 보여? 나 지금 그쪽과 이야기할 기분 아니니까 내 눈에 안 띄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지연 작가의 칼 같은 거절에 마동팔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러······면. 내일 자택으로 찾아가 뵙겠습니다.”

“내일도 바빠. 모레도. 이사했으니까 오지 마. 솔직히 아예 안 보면 더 좋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마동팔은 더는 말을 붙이지 못하고 촬영장 한편으로 사라졌다.

마동팔이 사라지자 이지연은 다시금 커피를 홀짝이기 시작했다.

“커피가 왜 이리 입에 짝짝 붙지?”

이번엔 박두식 PD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이지연 작가에게 다가갔다.

“자 작가님. 오 오해이십니다.”

“응? 무슨 오해?”

“제가 수정본이 아니라 원래 대본으로 찍으려고 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박두식 PD의 해명이 이어졌지만 이지연 작가는 코웃음만 쳤다.

“아~. 48시간 동안 잠도 못 자고 써 준 수정 대본을 상의도 없이 원래 대본으로 돌렸다고? 박 PD. 내가 웃고 다니니까 아주 등신으로 보이나 보지?”

이지연 작가가 독사처럼 매서운 눈으로 박두식 PD를 노려봤다.

“아 아닙니다. 작가님. 저 저기. 그 그러니까 정유진 씨가 첫날이랑 달리 여주인공이랑 호흡이 영 별로라서 원래 대본대로 돌린 겁니다! 작가님. 저도 엄청 어렵게 결심한 겁니다. 그리고 연출은 제 영역이라고 하셨······잖습니까?”

박두식의 신들린 거짓말에 스태프들이 웅성거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PD의 거짓말을 대놓고 저격할 스태프는 없다.

그런데 이걸 어쩐다?

내가 이미 현장 영상을 다 보내 놓았는데?

탁.

“셔러~업!”

이지연 작가가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외치자 박두식 PD가 딸꾹질을 시작했다.

“히꾹.”

이지연 작가의 얼굴에 분노가 담겨 있었다.

“연출 권한?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자는 걸 그렇게 해석해? 내 대본을 쓰레기통에 처넣고 마음대로 하려면 다른 작가와 일하면 되잖아? 내 치맛자락 붙들고 같이 일하고 싶다고 매달렸던 건 누구였더라?”

“그 그게 아니라······”

“그리고 유진이 첫날에는 잘했는데 오늘은 못 했다?”

“그 그렇습니다. 제 진심만은 믿어 주셔야······ 히끅!”

“그러면 쟤가 유진보다 연기가 좋다고? 진심이야?”

이지연 작가의 손이 박은빈을 가리키자 박두식 PD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지연 작가가 어이가 없단 표정을 짓더니 뭔가 결심했단 표정으로 말했다.

“좋아. 그렇다면 직접 보고 확인해도 되겠지?”

“예?”

“보여달라고! 수정 대본 씬 272 찍다 말았다지? 박 PD 말이 맞는다면 방금 내가 했던 말 다 취소하고 명학 CP에게도 좋게 이야기해 줄게.”

“저 정말이십니까? 히꾹.”

“그래. 왜? 싫어?”

이지연 작가는 대놓고 유진이와 박은빈 두 사람의 연기를 비교해 보자며 박두식 PD를 몰아붙였다.

단언컨대 유진이가 낫다는 걸 확신하는 눈치였다.

“나중에 딴 말씀 하시면 곤란합니다?”

박두식 PD는 마치 동아줄을 잡은 듯 급히 스태프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조명이 준비되고 스태프들이 자리했다.

이지연 작가가 최은영을 향해 부드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은영~. 상황이 좀 이래서 미안해. 그래도 연기 가능하지?”

“물론이죠.”

최은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거기. 넌 연기 가능해?”

이지연 작가가 박은빈을 이름 없이 거기라 불렀다.

박은빈은 입술을 앙다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지연 작가는 박은빈을 나무라지 않았다.

“박 PD. 뭐 해? 큐 싸인 안 주고? 이대로 명학 CP가 먼저 도착하면 나 그냥 막 나간다?”

박두식 PD가 고개를 끄덕인 뒤 다급히 촬영 재개를 알렸다.

“자. 은빈 씨 긴장 풀고 하던 대로만 하자. 씬 272. 레디~ 악숀!”

박은빈의 연기가 시작된 순간.

그녀가 끝났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지연 작가의 얼굴이 본 적 없을 정도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으니까.

* * *

“커~트! 수고했어. 은영 씨. 은빈 씨. 잘했어.”

NG 없이 두 사람이 연기를 마치자 박두식 PD의 표정이 밝아졌다.

곁에 있는 스태프들은 뭐 저따위로 연기를 하냐고 숙덕댔지만 박두식 PD는 듣지 못했는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이지연 작가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박 PD. 이게 최선이지?”

“예. 아이돌 출신이 저 정도면 기대치 이상으로······”

“왜 이렇게 혀가 길어? 최선이라고? 알았어.”

이지연 작가가 고개를 돌리며 유진이를 찾았다.

“유진? 유진 어딨어?”

“아? 아. 네. 작가님!”

내 곁에서 대본을 보고 있던 유진이가 이지연 작가의 앞으로 나섰다.

“유진. 수정 대본 275씬 연기 가능해?”

“예. 작가님.”

“어려운 장면인데. 자신 있어?”

수정 대본 275씬은 이설란이 집으로 찾아온 남자 친구와 싸우는 여주인공의 편에서 같이 싸우는 씬이다.

“몸 안 사리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입을 앙다문 유진이를 본 이지연 작가는 남자 주인공인 박은성을 보며 말했다.

“은성~. 여배우들 안 다치게 조심하고.”

“물론이죠. 작가님. 매너 하면 또 이 박은성 아닙니까?”

연기 경력 10년 차이자 탑스타인 박은성의 태도는 여유만만했다.

하긴 박은성이라면 이 정도로 겁먹을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씬 275에서 유진이가 저 탑스타를 때려야 한다는 거다.

그것도 찰지게.

“은영. 자기가 잘 이끌어 줘. 알았지?”

“알겠습니다.”

배우들이 스탠바이 되었다는 신호를 주자 이지연 작가가 박두식 PD에게 말했다.

“박 PD. 큐 싸인. 넣어 줘.”

“예. 작가님. 그럼 수정 대본 씬 275. 레디~ 악숀!”

싸인과 동시에 박은성이 최은영의 머리를 후려쳐 버렸다.

퍼억.

강렬한 타격음과 함께 최은영이 바닥에 쓰러졌다.

철푸덕.

머리가 산발이 된 최은영은 바닥에 쓰러져 전 남자 친구를 올려보며 눈을 부라렸다.

배신감과 당혹 분노와 슬픔.

복합적인 감정이 한 번에 드러나는 훌륭한 연기다.

이내 박은성의 연기가 이어졌다.

『임신? 하하! 우리 집 안방에 들어앉아 보시겠다? 그걸 누가 믿겠냐? 막말로 내 앤지 아닌지 알게 뭐냐고!』

짝다리를 짚으며 침을 뱉는 모습이 어찌나 얄미운지 딱 한 대만 후려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박은성과 최은영의 명품 연기가 이어질 때였다.

덜컥.

저택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유진이가 잔디밭을 가르며 고함을 치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야이~ 개XX아~!』

슬리퍼 한쪽이 벗겨졌지만 유진이는 멈출 기미가 없었다.

그리고 박은성의 앞에 도착한 순간 냅다 풀 스윙을 해 버렸다.

짜악!

촬영 현장을 울리는 소리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유진이의 혼심의 힘이 실린 귀싸대기에 박은성의 턱이 돌아가 버렸으니까.

휘청!

박은성이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어 버렸다.

‘저거 아무래도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한 방 맞고 쓰러진 것 같은데?’

박은성의 소속사에서 고소라도 하면 어떻게 하지란 생각부터 든다.

바닥에 쓰러진 박은성을 본 유진이는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연기를 이어갔다.

『자기 애를 가진 여자를 쳐? 너 오늘 나한테 한번 죽어 봐라!』

『너 넌 뭐야? 감히 이 장동혁을 건드려? 야! 넌 뭘 멀뚱히 보고만 있어? 어서 경찰 불러!』

『경찰? 내가 바로 민중의 지팡이고 정의의 수호자다. 이 쓰레기 같은 놈아!』

유진이가 맡은 이설란은 극중 경찰이다.

그 탓에 유진이는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며 박은성을 무지막지하게 대했다.

하지만 박은성도 만만치 않았다.

욕설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킨 박은성은 유진이와 최은영을 상대로 개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유진이와 최은영이 함께 죽어라 덤벼들자 박은성은 쩔쩔대며 머리채를 잡히고 우는소리를 해댔다.

분명 연기인데 연기 같지가 않다.

그래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건 곁에서 넋을 놓고 보고 있는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였다.

“와 쩔어.”

“천하의 박은성을 후려쳤어.”

“노빠꾸네 노빠꾸야.”

“저런 애가 천상 연기자지!”

유진이의 열띤 연기에 감탄한 스태프들은 붐 대에 오디오가 물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연신 감탄사를 터트리고 있었다.

* * *

“······박 감독. 언제까지 넋을 놓고 있을 거야? 커트 안 해?”

이지연 작가가 외치자 박두식 PD가 정신을 차리고 스피커를 들었다.

“커 커트.”

그제야 세 사람이 봉두난발을 한 채 바닥에 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헉헉헉. 야. 너희 두 사람. 니들 내 안티지? 나 진짜 죽이려고 한 거지? 그치? 그렇다고 말해!”

박은성이 숨을 몰아쉬며 툴툴거리자 최은영과 유진이가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했다.

유진이의 찰진 따귀에 맞은 박은성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고 최은영에게 쥐어뜯긴 머리는 엉망으로 헝클어져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선배님.”

“아니 내가 이렇게 전력을 다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얘 연기에 휘말려 가지고······”

박은성은 가만히 두 사람을 노려보다 후련한 표정으로 웃었다.

“풋. 농담이다. 됐어. 리허설을 해도 전력으로 달려야 진짜 배우지. 잘들 했어.”

얼굴을 만지작대던 박은성이 이지연 작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작가님. 오케이죠? 나 이 이상은 못 합니다?”

이지연 작가가 피식 웃었다.

“은성~. 맞는 연기가 많이 늘었어?”

“연기 아녜요. 리얼입니다. 저 이 나간 거 같습니다. 임플란트 해야 하니까 치료비나 주세요.”

“알았어. 은성~. 싹 다 갈아 치울 수 있게 해 줄게.”

그러자 박은성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으으. 됐습니다. 또 무슨 씬을 넣으시려고.”

몸을 일으킨 박은성이 앉은 두 사람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 스태프들한테 인사해야지.”

“아. 넵.”

“넵.”

유진이의 박력에 휘말린 두 사람이 진심으로 싸우는 바람에 현장 스태프들이 얼어붙어 있었다.

박은성이 이끌며 인사하자 곧이어 스태프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브라보! 유진 씨. 최곤데?”

“와. 쩔어. 대박이다 대박!”

“유진 씨. 최고였어요. 뭐 격투기라도 배웠어요?”

“와 유진 씨. 탑스타고 뭐고 인정사정없네?”

“평상시에 사감 있었던 거지? 박은성 배우. 잘해야겠는데? 하하하.”

현장에 울려 퍼지는 찬사에 유진이가 연신 허리를 굽혔다.

온몸엔 바닥을 뒹굴어 흙과 잔디가 가득 묻어 있었고 머리가 산발 되어 엉망인데도 오히려 칭찬이 하늘을 찔렀다.

예쁘게만 보이려고 애를 쓰던 박은빈과는 천지 차이였으니까.

진정한 연기를 펼친 배우를 알아보는 스태프들의 환호가 연신 이어지자 박은빈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몸을 떨었다.

곁에 있는 마동팔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보였다.

설마 유진이가 이 정도로 제대로 된 연기를 해낼 줄은 몰랐다는 거겠지.

그러게 이 양반아.

비빌 곳을 봐가면서 비벼야지.

마동팔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걸 보니 오른손의 통증이 씻은 듯 낫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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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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