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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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5화

155. 사과밭에는 사과만 있는 게 아니다 1

경북 안동에 있는 세리네 집성촌.

마을 회관 앞 공터에서는 체리블라썸의 공연이 한창 펼쳐지는 중이다.

『손을 위로~♬ 허리 업~♬』

“아이고~ 잘하네! 우리 세리!”

“호호. 오늘 잔치가 아주 제대로네! 제대로야!”

“얼쑤~. 허리 업!”

마을 회관에 모인 식구들이 신이 나서 어깨춤을 추고 있었다.

9주 연속 1위를 하면 세리 고향으로 데려가 주겠노라 약속했었다.

하지만 우연희의 부상으로 스케줄이 취소된 데다 골든로드 문제로 회사가 시끄러웠기에 내려오는 날짜를 조금 앞당겼다.

때마침 스케줄이 비었던 유진이와 미소도 함께 내려왔고.

그리고 지금 공터 무대에서는 다리를 다친 우연희를 대신해 미소가 춤을 추는 중이다.

“꺄아악! 우리 미소 파이팅!”

유진이의 환호에 미소가 짧은 팔다리를 더욱 힘차게 뻗기 시작했다.

미소의 춤을 보던 우연희가 눈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윤호 오빠. 미소가 저 대신 이번 주 음방에 나가도 될 거 같은데요?”

“그러게. 미소 넣으면 더 인기 끌 듯?”

“아 뭐예요. 나 미소한테 밀리는 거야?”

우연희가 입술을 삐죽 내밀자 유진이가 곁에서 내 옆구리를 쿡 하고 찔렀다.

“윽······ 왜? 농담인데.”

“오빠. 농담이라도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녜요.”

우연희가 편이 생겼다는 듯 얼굴이 밝아졌다.

“그쵸? 윤호 오빠 나한테 너무한 거 같죠?”

“이해해. 우리 윤호 오빠가 여자 마음을 좀 몰라.”

“하긴 좀 그런 거 같았어요.”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키득거렸다.

그사이 체리블라썸의 무대가 끝이 났다.

“감사합니다!”

무대를 마친 세리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우리 세리 최고다!”

“아이고. 우리 세리가 저렇게 유명한 가수가 되다니.”

“쟤가 어릴 적부터 거 뭐냐. 유명한 가수가 되어서 세계 진출한다고 큰소리를 치곤 했었다고.”

세리가 두 손으로 브이 자를 그렸다.

“안 그래도 조만간 일본에 진출할 것 같아요!”

‘갑자기 일본 진출 선언이라니. 나도 모르게 일본으로 갈 셈이니. 세리야?’

연말에 김종훈 콘서트 게스트를 세워볼까 하는 생각 정도는 했지만 그 계획을 세리에게 말해준 적은 없다.

‘자기 멋대로 희망 사항을 말하는 거군. 이 허풍선이 같으니라고!’

세리가 지인들과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보자 상석에 앉아 있던 세리의 할아버지 김판석 옹이 인상을 찌푸렸다.

“쯧쯧. 다 큰 처녀가 왜 이렇게 방정 맞는지. 어쩌다 우리 안동 김씨 가문에 저런 망둥이가 났을꼬······”

고루한 잔소리에 세리가 발끈한다.

“할아버진 나만 보면 잔소리야!”

세리의 얼굴이 뽀로통해진다.

순간 한복을 곱게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빗은 세리의 할머니가 김판석 옹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영감. 오래간만에 손녀딸을 봤으면 그 입 좀 다무시는 게 어떻수? 좋으면 좋다고 할 것이지 남자가 속이 배배 꼬여서는. 쯧쯧.”

세리의 할머니 이영숙 여사의 묵직한 한 방에 할아버지의 말이 끊겼다.

“크흠흠. 내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는가?”

머쓱해진 세리의 할아버지는 헛기침하며 말을 돌렸다.

“그나저나 우리 세리 노래도 들어봤으니 다들 식사나 하자.”

가족들이 회관으로 우르르 들어가더니 미리 준비한 음식을 나르기 시작했다.

마을회관 공터의 평상에 긴 상이 놓이더니 음식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했다.

형형색색의 전과 이름조차 모르는 수많은 탕 요리 그리고 막걸리가 궤짝으로 나온다.

그사이 세리는 조금 전 투덜댄 것도 잊은 채 밝은 표정으로 조르르 할아버지에게 달려갔다.

“근데 할아버지! 나 8주 연속 1위 한 건 아세요?”

“어흠. 거기서 만족하지 말고 더 열심히 정진해야지.”

마을에 들어오며 플래카드도 걸어둔 걸 봤으면서도 세리는 굳이 확인하려 하고 있었다.

떼쓰는 어린아이처럼.

“와 우리 할아버지. 너무하시다. 칭찬 한마디 하는 게 그렇게 힘들어요?”

세리가 두 손을 허리에 올리고 할아버지를 노려본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움찔대며 대꾸했다.

“어허! 이 할애비가 입에 발린 말은 못 하는 성격인 걸 몰랐더냐?”

하지만 퉁명스러운 태도와는 달리 얼굴은 벌써 헤벌쭉해진 상태였다.

어린 나이에 크게 성공한 손녀가 얼마나 기특할까.

연신 헛기침을 하며 내심을 감추려는 저런 태도를 보니 경상도 남자들 무뚝뚝하다는 것도 다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 할아버지 웃었다!”

세리가 자기 할아버지가 웃는 걸 알아차리고 놀려댔다.

“아 아니다. 이놈.”

김판석 옹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에이~ 맞잖아요. 근데 저 잘했죠?”

세리가 연신 물어대기 시작하자 김판석 옹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커흠. 그래. 자 잘했다. 내 새끼.”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세리는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을 지었다.

“히힛. 할아버지~.”

김판석 옹은 품에 안긴 세리의 등을 토닥이며 흐뭇한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이렇게 내 두 번째 삶은 첫 번째 삶의 우울했던 기억 대신 온갖 희망과 기쁨으로 덧씌워지고 있었다.

* * *

세리의 아버지 김영민과 어머니 장연정은 내 곁에 딱 달라붙어 세리에 관해 물어왔다.

질문이라기보다는 걱정스러운 마음을 토로한 거지만.

“올해와 같은 성과가 반짝하고 사라지는 게 아닌지 부모로서 걱정스러운 건 사실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정도로 크게 뜬 걸그룹은 스캔들이 아니면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나는 세리의 부모님께 체리블라썸을 둘러싼 환경이 작년과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찬찬히 설명했다.

방선우와 장예빈 그리고 박선녀까지.

뛰어난 스태프들이 체리블라썸의 뒤를 받쳐준다는 설명에 두 사람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그때였다.

세리가 내가 좋아하는 전과 꼬치를 한 접시에 모아서 다가왔다.

“엄마! 아빠! 그만 좀 해. 울 매니저 오빠 밥도 못 먹겠어!”

“호호호. 우리 세리가 누굴 챙기기도 하네. 이제 정말 다 컸나 보다.”

“뭐래? 나. 원래 잘 챙기거든!”

세리가 혀를 쏙 내밀더니 옆 테이블에서 체리블라썸 멤버들에게 둘러싸인 친동생 정후에게로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

올해 4살이 된 늦둥이 동생 정후는 세리를 닮아 상당히 귀여운 외모였다.

그 순간 또 한 번 영입 병이 도졌다.

‘세리 동생도 영입하면 좋겠는데······.’

하지만 너무 어린 탓에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묵히자.’

마치 산삼을 발견한 마냥 좀 더 나이가 들 때까지 고이 내버려 두기로 마음먹었다.

난 다시 세리의 부모에게 시선을 돌렸다.

“세리가 늘 부모님 생각하면서 열심히 합니다. 제가 더 신경 쓸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두 사람이 빙긋이 웃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세리가 매니저 오빠 덕분에 이번 활동이 대박 났다고 하더군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이 말대로예요. 매니저님 아니었으면 우리 세리가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앞으로도 매니저님만 믿겠습니다.”

두 사람의 감사와 간곡한 부탁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제 가수인데요.”

“자자. 그럼 이제 식사하시죠. 저희가 너무 말이 많았네요.”

세리가 내민 접시의 다섯 배는 더 될 법한 음식들이 내 앞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먼저 식사를 마친 유진이와 미소도 내 곁으로 다가왔다.

“삼촌 삼촌. 여기 할아버지 할머니들 너무 좋아요.”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미소의 입가에 붙어 있는 깨를 떼 주며 물었다.

“그래?”

“헤헤. 이거 봐요! 이것도 할머니가 줬어요! 이쁘죠?”

미소는 세리가 어릴 적 입던 한복을 선물 받았다며 자랑했다.

색동옷에 고무신까지 한 세트로 되어 있다.

“오늘 놀러 오길 잘했다. 그치?”

“네!”

해맑은 미소의 얼굴을 보니 힘든 연예계 생활의 피로가 씻은 듯 사라졌다.

그때였다.

“누우나.”

정후가 두 손을 내밀며 미소를 찾았다.

“삼촌. 나 정후랑 놀아줘야 해요.”

미소가 빠르게 몸을 돌려 정후에게 향했다.

“저기······ 미소야?”

미소를 내게서 뺏어가다니!

김정후.

두고 보자!

하지만 미소가 정후와 노는 모습을 보니 어찌나 귀여운지 나던 화도 절로 사그라들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유진이의 얼굴에 그늘이 묻어 나온다.

“유진아. 무슨 생각해?”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긴. 미소 양육권 때문에 그러지?”

“······네.”

“안심해. 내가 다 처리해 줄 테니까. 대신 지금은 좀 편하게 있자.”

유진이가 그제야 얼굴을 밝힌다.

“늘 고마워요. 오빠.”

“고맙긴. 네 매니저니 당연한 일인데.”

“피. 그게 어디 쉽나요? 다른 매니저들은 오빠의 절반도 못 따라가잖아요.”

유진이가 다른 굴렁쇠 엔터의 매니저들과 비교한다.

‘한국 최고의 매니저였던 나인데 일반적인 대리와 비교될 리가 있니?’

피식하고 웃음을 짓자 유진이도 생글대며 따라 웃는다.

그 순간 요란한 웃음소리가 공터에 울려 퍼졌다.

무슨 일인가 봤더니 미소가 김정후의 손을 잡고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아빠 곤은 뚠뚠해~ 엄마 곤은 난씨해~ 아기 곤은 너무 기여버~ 으쓱 으쓱 자난다!』

아직 발음이 완벽하지 않아 된소리가 나지만 정후의 귀여움은 미소와 비교할 만했다.

“아이고~ 잘한다 우리 정후.”

“정후도 누나 따라서 연예인 하면 되겠네. 안 그런가?”

마을 어르신들이 손뼉을 치며 환호를 이어갔다.

그때 마을 회관 입구에서 한 아이가 힐끗힐끗 안을 쳐다보며 망설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어라? 낯이 익긴 한데. 누구지?’

그때 세리의 엄마가 내가 보던 아이를 불렀다.

“하루야. 왔으면 얼른 들어오지 거기서 뭐 해?”

잠깐.

하루?

순간 입구에 있는 아이가 누군지를 알 수 있었다.

이하루.

예명으로 ‘하루’를 사용하던 배우 이하루는 천만 관객이 들어오는 상업 영화뿐 아니라 인디 영화에도 출연하며 어디서든지 자신의 존재감을 빛내는 올 라운드 플레이어였다.

모든 감독이 탐내던 그 배우가 지금 내 눈앞에 있었다.

어린 나이에 가출한 뒤로 홀로 살며 자립심을 키웠다던데 설마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이야.

“어? 하루다! 하루야! 어서 들어와! 우리 엄마가 너 좋아하는 잡채 해 놨어.”

“아 아냐. 세리야.”

얼굴을 붉게 물들인 이하루는 몸을 홱 하고 돌려 사라져 버렸다.

“쯧쯧. 오늘도 아빠란 양반이 술 심부름을 시켰나 보네.”

“하여간 아빠라는 게 아들보다 못하냐.”

구시렁대는 소란이 일자 할아버지가 나섰다.

“이따가 술 빼고 요기가 될 만한 음식들을 좀 챙겨서 가 보거라. 하루가 며칠 전보다 낯빛이 안 좋구나. 밥이나 제대로 먹고 다니는지······”

할아버지가 식구들에게 이런저런 것을 지시하는 동안 난 세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세리야. 쟤 여기 살아?”

“예. 골목 돌아 나가면 보이는 푸른색 지붕이 걔네 집이에요. 아 맞다. 쟤가 내 1호 팬이었어요. 제일 친한 친구고요.”

친구라기보다는 널 좋아하는 거 같은데.

나는 세리를 통해 이하루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회귀 전에는 몰랐던 이하루의 어두운 과거를 들을 수가 있었다.

* * *

와장창!

“이놈의 새X가. 아비 말이 말 같지 않아? 잔치하는 데 가서 술 좀 받아오라는데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요란한 소음과 함께 허름한 양은냄비가 이하루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다행히 빗겨나갔지만 이하루는 더는 참지 못하고 대들었다.

“아빠! 제발요. 예? 나 더는 술 구걸하기 싫다고요!”

5년 전 어느 날.

엄마가 말 한마디 없이 집을 나가버린 뒤로 아빠인 이형문의 알코올 중독 증상이 심해졌다.

밥보다는 늘 술을 입에 달고 살았고 한창 공부를 해야 하는 자신에게 늘 술 심부름을 시켰었다.

이제 일상이 되어 버린 삶이라 그러려니 하며 오늘도 술을 얻기 위해 나섰다.

그런데 마을 최고의 유지인 세리네 집 축제에 술 구걸을 하러 간 순간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김세리와 눈이 마주쳐 버렸다.

비참하고 슬펐다.

자신이 좋아했던 여자아이는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가 되었는데 자기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으니까.

이하루는 자신이 마치 겨우 하루 하루 목숨을 이어가는 하루살이가 된 것 같았다.

“나······ 나······ 더는 이렇게 살기 싫어요!”

이하루가 없는 용기를 끌어모아 외쳤다.

화려한 세리와 비교하니 자신의 초라한 모습이 끔찍이도 싫어진 까닭이다.

그 순간 이하루의 아빠가 소주병을 쥐었다.

“너희 엄마가 날 무시하고 도망치더니 이젠 너까지 날 무시해? 이놈! 너 오늘 내 손에 죽어봐라.”

“그래요. 그냥 죽여요! 나도 더 이상 이렇게 살기 싫으니까!”

“이놈의 새X가!”

이하루의 아빠가 소주병을 휘두르며 다가왔다.

이하루는 눈을 질끈 감았다.

곧 다가올 끔찍할 고통을 상상하느라 온몸이 굳어버린 채로.

그런데 그때였다.

벌컥!

방문이 열리더니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방 안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애를 죽이려고 작정이라도 하신 겁니까?”

“다 당신 뭐야? 이거 안 놔?”

고통은커녕 젊은 남자와 아빠가 다투는 소리에 이하루가 감았던 눈을 살짝 떴다.

와당탕!

무서운 얼굴로 아빠의 술병을 뺏고 밀치는 저 남자는 분명 세리의 매니저라는 형이다.

그런데 오늘 처음 본 그 형은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봄날 같은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괜찮니 하루야?”

그 순간. 이하루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괜찮냐는 말.

엄마가 집을 나간 뒤 들어본 적 없던 말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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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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