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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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8화

128. 마지막 촬영 1

에이스 엔터로 가지 않겠다고 한 탓인지 주영인의 어깨가 축 처져 있다.

뾰족한 인상이 누그러진 주영인은 마치 물에 흠뻑 젖은 새끼 고양이 같았다.

커다란 눈에 고인 눈물을 티슈로 찍어낸 주영인이 기죽은 목소리로 말한다.

“윤호 오빠. 내가 졌으니까 이제 그렇게 경계 안 해도 돼요. 더는 에이스로 오라고도 안 할게요.”

“정말입니까?”

“네. 대신에 우리 아는 척은 좀 하고 살아요. 아무리 그래도 내 매니저 한 달은 했잖아요. 그리고 내가 뭐 윤호 오빠를 잡아먹으려 한 것도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툴툴대는 주영인에게 알겠다고 답했다.

여기서 더 아니라고 했다간 도저히 어디로 튈지 예상이 안 되었으니까.

하지만 한 가지는 바로 잡고 싶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오빠란 호칭은 좀 부담스러운데요?”

주영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 몰라요. 그건 내 마음대로 할 거예요!”

아무래도 그것까진 양보를 못 하겠나 보다.

하긴 자기가 그렇게 부르겠다는데 막을 도리도 없고.

“알겠습니다. 알아서 하세요.”

내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주영인이 틱틱거린다.

물에 젖은 새끼 고양이가 독이 오른 고양이로 변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0초.

‘그래 천성이 어디 가니?’

주영인은 열불이 나는지 가지고 다니던 탄산수를 컵에 따라 단숨에 들이켰다.

톡톡 튀는 탄산이 목구멍을 쏜 탓인지 인상이 찌푸려졌다.

“에잇! 괜히 열 냈더니 배만 고프네. 나 다이어트 중인데!”

주영인은 날 한번 쏘아보더니 테이블에 세팅된 음식에 손을 댔다.

음식 몇 점을 먹은 주영인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오빠. 내 말 잘 들어요. 우리 임성학 대표. 업계 소문과는 달리 절대 호인 아니에요. 통 큰 제안을 거절당했으니 분명히 가만 안 있을 거라고요.”

“압니다.”

주영인이 날 가만히 쳐다보다 한숨을 내쉰다.

“만약에 일을 감당하기 힘들어지면 나한테 전화 줘요. 내가 임 대표를 설득해 볼 테니까.”

이 어울리지도 않는 호의는 뭐지?

말을 마친 주영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나중에 또 봐요.”

주영인은 답지 않게 공손히 인사한 뒤 문을 닫고 나섰다.

드르륵.

문이 내는 마찰 소리가 마치 해방의 종소리처럼 들렸다.

* * *

임성학 대표는 한솔 한정식의 넓은 주차장에서 주영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표님. 제가 들어가 볼까요?”

운전석에 앉은 이찬동 실장이 묻자 임성학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곧 나오겠지.”

그때였다.

씩씩대는 주영인이 주차장으로 나왔다.

주영인이 승합차 뒤에 올라타자마자 임성학이 물었다.

“왜? 잘 안 풀렸어?”

주영인이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네. 근데 강감찬 대표가 많이 챙겨주긴 해도 상여금 정도지 우리 제안을 거절할 정도는 아닌데······. 뭔가 이상해요.”

“혹시 그놈이 강감찬 대표의 숨겨둔 아들이라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고?”

주영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건 절대 아니에요. 그런 거라면 제가 벌써 눈치챘죠.”

“하여간 뒤는 내게 맡기고 넌 친분만 잘 다져둬라. 저놈한테 소속된 스타들을 다 빼 오면 제 놈인들 용빼는 재주가 있으려고?”

“알겠어요. 전 그럼 대표님만 믿고 있을게요~.”

주영인은 애교를 떨며 임성학의 비위를 맞췄다.

에이스 엔터의 영업력으로 잃어버린 광고가 다시 몇 배로 증가했으니 이 정도 애교가 대수일까.

물론 거기에는 날이 갈수록 치솟아 오르는 드라마의 인기도 큰 영향을 미쳤지만.

한때 경쟁작에 밀리는 것처럼 보였던 <파란 하늘>은 지금에 와서는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독차지하고 있다.

그 탓에 주영인은 자신의 판단이 성급했음을 곧바로 인정했다.

동시에 정윤호를 향한 탐욕 또한 한층 더 깊어졌다.

‘역시 정윤호 그 사람. 작품 보는 눈이 귀신이야. 어떻게든 빼 와야 해.’

에이스 엔터의 영업력과 자신의 끼 그리고 정윤호의 작품 보는 눈이 결합하면 한국에서 최고가 되는 게 뭐가 어려울까.

하지만 죽어도 그냥은 에이스 엔터로 오지 않겠다고 하니 작전을 바꿔야만 했다.

임성학은 앞 좌석에 앉은 이찬동 실장에게 말했다.

“가자 찬동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예. 대표님.”

자존심 강한 임성학 대표가 자신이 의도한 대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주영인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있었다.

포기?

주영인의 사전에 그런 단어는 없었다.

* * *

<파란 하늘>의 마지막 촬영일.

현재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는 <파란 하늘>은 최근 방영된 18화에서 20.2%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뜻밖의 강력한 경쟁작과 싸우는 등 예상외의 난관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회귀 전과 비슷한 시기에 20%를 돌파해 버렸다.

덕분에 마지막 촬영일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웅성웅성.

남양주에 위치한 예식장을 대관한 현장은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찰칵! 찰칵!

두 주연 배우가 주례석 앞에 서자 커다란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몰려들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자자. 단역 수가 부족하니까 스태프들은 빨리 빈자리로 가서 앉아 주세요. 매니저님들도 좀 부탁드릴게요.”

오늘로 지난 5개월에 걸친 모든 촬영 일정이 마무리되기에 다들 흥겨운 표정으로 하객석에 앉았다.

하지만 현장을 책임진 강수훈 PD만은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스태프들을 독려했다.

“자. 사고 나지 않도록 끝까지 집중들 합시다.”

그때였다.

“감독님! 오늘 회식 없나요?”

유진이의 질문에 강수훈 PD가 웃음을 지으며 답한다.

“당연히 있습니다. 전체 회식 잡혀 있으니까 다들 참석하세요. 참석 안 하시면 후회하실 겁니다.”

강수훈 PD의 말에 스태프들이 의심하는 소리를 지른다.

“와 우리 쫌생이 PD님이 어쩐 일이래?”

“설마 저렇게까지 말해놓고 오늘도 돼지갈비는 아니겠지?”

강수훈 PD가 품에서 검은 카드 한 장을 꺼내 들었다.

동시에 모두의 입에서 절대 반지를 목격한 듯한 감탄사들이 흘러나왔다.

“아앗! 저 영롱한 검은색은 설마!”

강수훈 PD의 손에 들린 것은 조그만 다이아몬드가 박힌 검은색 카드.

“대표님 법인 카드다!”

무제한으로 소고기를 먹을 수 있겠다는 기대에 환호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자! 그러니까 다들 마지막까지 파이팅하자고요!”

왁자지껄한 소란과 함께 마지막 결혼식 씬 촬영이 준비를 마쳤다.

“음향팀. 피아노 최종 확인되었습니까? 됐어요? 그럼 갑니다. 레디~ 액션!”

결혼식장에 축혼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스태프들은 버진로드를 걸어가는 신부인 주영인을 향해 꽃가루를 뿌려댔다.

순조로운 촬영이 이뤄지자 3분도 지나지 않아 친지들 사진 촬영 씬으로 넘어갔다.

주례를 맡은 보조 출연자가 황급히 단상에서 내려온다.

“자자. 빨리. 빨리. 악기 연주자들 빠지시고 성진 씨랑 영인 씨가 가운데 서고 가족들이랑 친구들 다 곁에 서세요.”

마지막 촬영 날에도 정신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스태프들의 외침에 남녀 두 주연이 팔짱을 끼고 단상에 오르자 조연을 맡은 배우들도 서둘러 모여들었다.

사진을 찍자마자 다시금 배우들이 우르르 단상에서 내려갔다.

마치 매스게임을 하듯 빠르게 움직이는 촬영 현장은 그것만으로도 꽤 볼만한 거리였다.

하지만 수많은 배우와 스태프들이 한데 모여 만들어 내는 광경도 이제 마지막이다.

“자. 이제 마지막 부케 받는 씬입니다. 유진 씨 자리하시고 보조 출연자분들은 유진 씨 옆에서 받는 척만 하세요.”

“네~!”

유진이를 중심으로 보조 출연자들이 빙 둘러섰다.

주영인의 품에는 예식장에서 협찬해 준 커다란 물안개 부케가 안겨 있었다.

“영인 씨는 슛 돌면 부케를 뒤로 높이 던지세요.”

“네.”

강성훈 PD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마지막 씬의 촬영을 알렸다.

“자! 그러면 파란 하늘의 라스트 씬! 레디~ 액션!”

신호와 함께 눈을 질끈 감은 주영인이 뒤쪽으로 부케를 던졌다.

그런데 공중으로 치솟은 부케는 유진이가 있는 곳까지 가기엔 턱도 없이 모자랐다.

이대로 NG가 나나 하는 순간 유진이가 필사적인 점프를 시도했다.

“내 거야!”

팟!

참새를 잡는 매처럼 부케를 낚아챈 유진이의 모습에 스태프들의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하지만 워낙에 높이 뛴 탓일까.

간신히 바닥에 착지한 유진이는 그대로 미끄러져 버렸다.

콰당!

강수훈 PD가 NG를 불러야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때였다.

유진이가 오른손에 부여잡은 부케를 들어 올렸다.

마치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스포츠 선수처럼.

“내가 잡았어요!”

그 순간 배우와 스태프들의 한바탕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NG로 끝날 뻔한 상황을 자신이 맡은 노을이라는 캐릭터를 살리는 수단으로 활용했으니까.

강수훈 PD도 한껏 만족한 표정으로 그대로 오케이 사인을 내렸다.

“오케이! 수고하셨습니다!”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난 순간 현장 스태프들의 손뼉이 울려 퍼졌다.

“이야!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 정유진 멋지다!”

유진이에게 다가가 괜찮은지 보려 했는데 나보다 먼저 다가간 이사랑이 애정 어린 잔소리를 시작했다.

“조심해야지! 여배우가 그렇게 몸을 막 쓰면 어떻게 해?”

유진이가 히죽 웃으며 애교를 떤다.

“괜찮아요. 멍 좀 들고 말겠죠. 뭐.”

“으이구. 마지막 촬영이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어. 이것아.”

“헤헤.”

이사랑의 타박에 유진이가 혀를 빼꼼 내밀고 귀엽게 애교를 떨었다.

“웃지 마! 정들어!”

이러다 더 야단이라도 맞을까 유진이는 얼른 이사랑 배우의 팔짱을 끼며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난 두 사람의 곁으로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이사랑 선생님.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유진이와 대화하던 이사랑은 날 보자마자 유진이에게 잔소리 좀 하라며 다그쳤다.

“정 대리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얘가 이러다 다치면 어쩌려고?”

“제가 따끔히 혼을 내겠습니다. 그러니 화 푸세요.”

나 역시 이사랑 배우에게 달라붙어 애교를 떨었다.

이사랑이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하여간 배우나 매니저나 똑같네 똑같아.”

이사랑은 이따가 회식 때 보자며 자신의 밴으로 향했다.

이사랑에게 인사한 뒤 유진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젠 내 잔소리 타임이다.

“CF 촬영이 코 앞인 거 몰라? 생각 좀 하고 살자! 생각!”

유진이가 입을 비쭉였다.

“치. 나도 생각은 하는데······.”

“그럼 더 문제고!”

생각만 하면 뭐 하냐고.

실천을 해야지.

한바탕 쏟아지는 잔소리에 유진이가 혀를 쏙 내밀었다.

“에이. 멍은 안 들었을 거예요. 내가 떨어질 때 체육 시간에 배운 낙법을 썼거든요.”

“낙법?”

“넵.”

“나악~법?”

팔로 땅을 치면 무조건 낙법인가?

카펫이 깔려 있어 천만다행이지.

그래도 다행히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인다.

새하얀 이빨을 내보이며 웃는 유진이의 구김살 없는 모습에 피식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여간 맘 졸이게 좀 하지 마라.”

“걱정했어요?”

“당연하지.”

“오올 감동인데요? 그러면······ 자 여기 선물. 날 감동시켰으니 이 정도는 받아도 돼요.”

유진이가 가슴팍에 소중히 안고 있던 부케를 내게 내밀었다.

“이걸로 뭐 어쩌라고?”

“받아요. 착한 우리 윤호 오빠. 장가 빨리 가시라고요.”

그런데 그 순간 유진이의 눈 끝이 파르르 떨렸다.

이제야 아픔이 찾아왔나 보다.

장가는 무슨.

병원부터 가야겠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옷 갈아입어. 인터뷰 해야지.”

“네. 알았어요.”

밴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 유진이가 촬영장 한편에 모여든 기자들의 앞으로 나섰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성파란 역의 주성진과 김하늘 역의 주영인이었지만 포커스는 인기몰이를 한 주영인과 유진이에게 잡혀 있었다.

덕분에 주성진과 다른 배우들은 사진 몇 장만 찍고선 슬그머니 내려오고 있었다.

배우들 보기에 민망하긴 했지만 이게 연예계의 현실이다.

인기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냉정한 정글이니까.

기자 한 명이 나란히 서 있는 주영인과 유진이에게 물었다.

“주간 스타의 이혜원 기자입니다. 시청률 20%를 돌파하신 것 진심으로 축하드리고요. 파란 하늘의 촬영이 끝난 이 시점에서 두 분. 차기작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유진이는 알려진 대로 이지연 작가의 차기작 <신의 이름으로>에 출연한다는 걸 알렸다.

SBC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MBS 드라마를 언급한다는 게 눈치는 보였지만 홍보 행위는 틈나는 대로 해야지.

그런데 그때였다.

곁에 있던 주영인이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꺼냈다.

“저 역시. 차기작은 MBS에서 방영될 이지연 작가님의 ‘신의 이름으로’를 생각하고 있어요.”

뭐?

<신의 이름으로>에 주영인이 출연한다고?

순간 술렁대는 소리가 커졌다.

시청률 20%가 넘는 드라마의 주연과 조연이 다시 한번 한 드라마에서 만나게 되었다는 소리였으니까.

‘주영인. 너 지금 대체 뭐 하자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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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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