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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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화

10. 몰랐던 사실

회귀 전.

미소가 죽은 뒤 유진이는 거의 1년이 넘도록 일을 못 했었다.

그러다 <살인자>라는 케이블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아 처음으로 배우 정유진의 이름을 알린다.

청순가련한 모습과 광기 어린 사이코패스의 섬뜩한 모습을 오가는 연기력에 단번에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비슷한 배역만 맡다 보니 이미지가 한정되어 버렸다.

최고의 사이코패스 여배우.

최사패 내지는 사패녀로 불리면서 말이다.

그렇게 자신의 인지도를 높인 유진이는 굴렁쇠 엔터와의 계약 기간이 끝나자 업계 1위이던 에이스 엔터로 옮겼다.

그리고 그 후 김문진 감독의 <오늘 하루만>이란 영화를 찍게 되었다.

딸을 잃어버린 감정을 절절히 그려내는 연기를 펼쳐낸 유진이는 전국을 울음바다로 만들며 단숨에 천만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그때부터 예상치 못한 일을 겪기 시작했다.

유진이가 재기했을 무렵.

나는 전 아내였던 주영인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매번 오디션을 보러 갈 때마다 유진이와 주연 배역을 놓고 경쟁하곤 했었다.

그땐 유진이가 내게 복수라도 하기 위해 그런 줄만 알았다.

하지만 지금 떠올려보면 잘못된 생각이란 걸 깨달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유진이는 고개를 돌려서 날 외면했지만 정작 욕하거나 탓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회귀까지 해서야 정신이 든다.

유진이가 주영인을 밟으려고 한 게 아니라 반대로 주영인이 유진이를 밟으려고 그 오디션들을 찾아간 것 같다.

두 사람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게 오히려 합리적인 판단이다.

그때는 유진이가 날 미워할 거란 생각에 제대로 된 판단을 못 했지만 머리가 맑아진 지금은 달랐다.

유독 유진이를 견제하던 주영인.

주영인을 챙기는 김동수.

거기다 김동수와 같은 서울예술종합대학 출신의 최현민 트레이너.

셋이 조합되니 윤곽이 나온다.

주영인의 호의를 사고픈 김동수가 가까운 미래 주영인의 라이벌이 될 수 있는 유진이를 미리 밟으려고 했다는 가설 말이다.

문뜩 시작된 생각이 머릿속에 의문을 연달아 일으켰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 생각했지만 그 생각을 따라가니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퍼즐이 모조리 맞춰지고 있었다.

이제야 내부 프로필에 왜 유진이의 연기 평가가 그토록 박했는지 이해가 간다.

‘주영인은 유진이의 연기력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김동수한테 부탁한 거겠지. 그리고 부탁을 받은 김동수는 최현민에게 지시한 거고!’

일의 전모를 알아낸 순간.

몸이 부들부들 떨고 이가 갈리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이가 갈렸다.

만약에.

진짜 만약에.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회귀 전 미소가 죽은 건.

주영인과 김동수 때문이나 다름없었으니까.

* * *

굴렁쇠 엔터에는 두 가지 파벌이 있다.

강감찬 대표의 라인과 서울예술종합대학교 출신들로 이뤄진 서예종 라인.

배우 1실은 절반이 조금 넘는 수가 서예종 라인이고 배우 3실은 가수 1실은 거의 다가 서예종 라인이다.

그리고 내가 속한 배우 2실과 체리블라썸이 속한 가수 2실이 강감찬 대표의 라인이었고.

다만 강감찬 대표를 제외하면 굴렁쇠 엔터에는 서예종 라인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했다.

굴렁쇠 엔터의 배우와 직원들을 합치면 약 70% 정도가 서울예술종합대학교 출신인 까닭이다.

그 서예종 라인에서 이기철 이사 다음으로 센 김동수가 유진이를 밟으려 했다는 걸 안 순간 심장이 미친 듯 뛰기 시작했다.

넋 놓고 있다가는 유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다.

그리고 이미 이때부터 김동수는 주영인에게 이성으로써 관심을 가졌던 걸 알아챌 수 있었다.

독립을 위해 온갖 배우를 끌어안았던 김동수가 유독 유진이를 콕 짚어 쳐내려고 한 이유는 그것밖에는 설명될 길이 없으니까.

‘그랬다 이거지······.’

그렇다면 이제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은 분명했다.

우선 최현민 배우를 유진이의 연기 레슨 트레이너 역할에서 손을 떼게 하는 것.

그리고 앞으로는 주영인과 김동수로부터 유진이를 세심하게 지키는 것이었다.

죽음의 5단계를 밟으며 모든 걸 내려놓은 게 말짱 도루묵이 되어 버렸다.

아무래도 회귀 전의 의사를 찾아가 환불이라도 받아야겠다.

‘돌팔이 의사 같으니. 뭐 죽음의 5단계?’

화가 치밀어 올라 나도 모르게 숨이 거칠어졌다.

그때였다.

“오빠. 왜요? 제 연기가 뭐······잘못됐어요? 표정이······.”

유진이의 떨리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응?”

유진이가 연기를 멈추고 날 빤히 쳐다보고 있다.

미소 역시 살짝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내 눈치를 보고 있었고.

내 표정이 어지간히 일그러져 있었나 보다.

“아 아니. 갑자기 치통이 와서.”

회귀하고 제일 빠르게 느는 게 거짓말인 것 같다.

“어떻게 해요? 병원 가야 하는 거 아녜요?”

“가 보려고. 너무 걱정하지 마.”

“삼촌 많이 아파요?”

“아냐. 이제 괜찮아. 걱정하지 마 미소야.”

“삼촌 아프지 마요!”

미소가 내 오른쪽 볼에다 호하고 바람을 분다.

그러자 유진이가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오빠는 맨날 걱정하지 말래.”

“넌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까. 나 같은 매니저가 있는데 걱정할 일이 뭐가 있겠어?”

1년 차 시절.

늘 실수를 했지만 유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진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금의 난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니까.

유진이가 연신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근데 신기하게도 오빠 말 들으면 걱정이 찾아왔다가도 사라지긴 해요.”

“자자. 계속 연습해야지.”

“네!”

하지만 집중력이 깨진 탓에 연기보다는 대본 분석을 함께 해 달라고 부탁했다.

“오케이.”

회귀 전에도 매니저로서 하던 일이었기에 유진이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그 사이 배가 부른 미소가 졸음을 참지 못하고 꾸벅이기 시작했다.

미소를 안아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난 잠깐 쉬자며 유진이를 내 원룸 밖 복도로 불러내었다.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추운데 그냥 안에서 이야기하시지.”

유진이는 팔짱을 끼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난 잠깐 뜸을 들이다 미소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유진아. 미소가 네 조카가 아니라 딸이라는 거 나도 알고 있다고 말해 주려고.”

순간 유진이가 당황해 말을 버벅이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그걸 아 알았어요?”

침착하게 미리 생각한 답변을 말했다.

“소방관이 미소 신분 조회할 때 우연히 알게 됐어. 미소 보호자를 찾아 보시더라고. 그런데 거기 네 이름이 나오던데? 엄마라면서.”

회귀한 뒤로 거짓말이 느는 거 같다.

유진이는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결국엔 미소가 자기 딸이라고 실토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된 사정인지를 물을 차례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조카인 미소가 진짜 네 딸이 된 거야?”

멈칫한 유진이는 한숨을 내쉬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게요······.”

* * *

4년 전.

유진이네 언니 부부는 부모님을 모시고 제주도로 효도 관광을 갔다가 네 사람 모두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어린 미소는 유진이가 집에서 돌보고 있었기에 화를 면할 수 있었고.

졸지에 미소와 단둘만 남은 유진이는 그때부터 미소를 친딸처럼 키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친척 장례식장에 갔을 때였다고 한다.

미소를 보육원으로 보내겠다는 큰아버지의 말을 듣는 순간 유진이는 미소의 입양을 결심했다고 한다.

부모가 남긴 보험금이 있으니 자신이 미소를 거두겠다고 말이다.

때마침 친족에 한해서는 독신자 입양조건이 완화하는 특별법이 만들어지기도 했었고.

더군다나 죽은 미소 아빠의 이름은 정성한이었기에 미소의 성을 바꿀 필요도 없었다.

이제야 미소가 유진이의 딸이 된 정확한 사정을 알 수 있었다.

늘 밝은 모습을 보이는 유진이가 때때론 맺고 끊는 게 확실한 모습을 보인 건 그때의 모진 경험 때문인 것 같다.

유진이는 그때 생각이 나는지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내가 진짜 그때만 생각하면······.”

분하고.

슬프고.

온갖 감정이 차오르는지 유진이의 커다란 눈에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어깨를 들썩이는 유진이를 달래기 시작했다.

“잘했어. 네 덕분에 미소가 지금처럼 행복할 수 있는 거야. 보육원이 그리 좋은 데는 아니거든.”

“아! 죄송해요······.”

눈물을 닦은 유진이는 내가 어디서 자랐는지를 떠올리고 뒤늦게 미안해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냐. 다 지난 일인데 뭐. 그래도 원장 선생님은 좋으셨어.”

보육원의 미카엘라 수녀님이 떠올랐다.

진짜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수녀님.

맨날 사고를 치고 와도 따뜻하게 품어주며 사랑을 베풀어 주셨지만 난 진짜 엄마가 아니란 생각에 마음을 열지 못했었다.

하지만 10년 후엔 미카엘라 수녀님은 살아계시지 않는다.

있을 때 잘하란 사람들의 말이 뒤늦게서 이해됐을 땐 너무도 늦었었지.

이젠 잘해야지.

두 번째 기회를 받았으니까.

그사이 눈물을 완전히 그친 유진이가 내게 물었다.

“근데 어쩌죠?”

“뭐가?”

“대표님이 이거 알려지면 바로 전화해서 알려달라고 하셨는데······”

이제 막 데뷔한 23살의 여자 연예인에게 사실은 딸이 있다는 건 기사가 어떻게 뜨냐에 따라 배우의 생명을 끊어 버릴 수도 있는 문제다.

혼외자식이나 문란한 사생활 같은 딱지가 한 번 붙으면 사실을 밝혀도 소용이 없다.

사람들은 자극적인 정보를 더 잘 기억하니까.

“대표님한테는 내가 직접 보고할게. 찌라시 기자들이 덤벼들까 봐 걱정하셔서 그렇게 지시하셨을 거야. 나 믿을 수 있지?”

조심스럽게 묻자 유진이가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긴 제가 오빠 안 믿음 누굴 믿겠어요. 오빠 덕분에 잘되고 있는데. 그리고 미소도 오빠가 구해 주셨잖아요.”

험난했던 첫날을 겪은 탓에 날 신뢰한다고 말하는 유진이다.

“고맙다. 그러면 들어가서 연기 연습이나 마저 할까?”

“네!”

유진이는 소맷자락으로 남은 눈물을 모두 닦은 뒤 크게 심호흡을 시작했다.

결코 미소 앞에선 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듯.

방으로 돌아가던 나는 내친김에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아 참. 이건 개인적인 호기심인데 너 왜 굴렁쇠 엔터를 택했어? 에이스 엔터나 다른 잘 나가는 회사한테도 오퍼 받았다면서?”

유진이가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 그거요? 다른 회사는 연습생은 무급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강 대표님이 월급을 주신다고 해서 선택했죠.”

“뭐?”

“강 대표님만 월 300만 원에 정직원 대우 보장해 주셔서 계약했어요. 저 지금 굴렁쇠 엔터 대리 대우예요.”

“잠깐. 네가 월급 받는다고? 연예인이?”

심지어 나보다 직위도 높다.

정유진 대리님이라 부르라고 안 하는 게 다행이다.

“네. 저 버거퀸에서 알바 할 땐 한 달에 220만 원씩 받았거든요. 그런데 돈도 더 주시고 정직원에 배우가 안 되면 엔터 회사 직원으로 계속 있어도 된다고 해서 냉큼 왔죠.”

아예 직원으로 스카우트하는 방식으로 연예계에 관심 없는 애를 낚다니 조금은 놀라웠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 안 가는 게 있다.

“잠깐. 그런데 너 미소 때문에 하루에 알바 하는 시간이 별로 많지 않다고 했잖아. 근데 220만 원이나 받았다고? 어떻게?”

유진이가 날 보며 V자를 그렸다.

“제 시급이 2만 원이었거든요.”

시급 2만 원?

아 갑자기 막 세상에 대한 불공평함이 느껴진다.

내가 2018년에 알바 할 땐 7530원 받았었는데?

주휴수당이 있다고 해도 못 받았으니까 그건 제외하고.

그런데 시급 2만 원이라니.

막 막.

어딘가에 하소연하고 싶다.

아무라도 붙잡고 이건 아니지 않냐고 하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사정을 듣자 이해가 갔다.

유진이가 매장에 있을 땐 그녀를 보러 온 손님들이 매장을 채워 매출이 늘다 보니 자연스레 시급이 점점 올라갔었단다.

그래서 지금도 천호동 버거퀸 점장님이 전화해 온다고 한다.

정직원으로 고용해 주고 월에 350만 원 준다고.

그 순간 난 유진이의 어깨를 붙잡았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너! 배우로 성공할 거야. 반드시 성공해! 그리고 성공하면 별도 수익 받잖아? 그치? 어?”

내 채근에 유진이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정산 비율인 30%가 월급 받는 것보다 넘으면 그때부턴 추가로 정산해 주신댔어요. 근데 오빠. 나 팔 아픈데······”

“어 미안. 깜짝 놀라서.”

하마터면 미래의 탑스타 정유진을 버거퀸 지점장에게 뺏길 뻔했다.

어깨에서 손을 떼자 유진이가 팔을 비벼대며 혀를 내밀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 아무 데도 안 갈 거니까요.”

이지연 작가 앞에서 연기하는 게 너무도 가슴 설레더라는 유진이를 보며 다시 한번 속으로 다짐했다.

반드시 유진이를 원래 있는 자리 아니 그 이상으로 올려놓겠다고.

그리고 정실모 멤버들도 말이다.

인생 2회차.

만렙 매니저로 살아갈 생각에 나 역시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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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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